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8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청춘의 모습
한 송 이
금이가 철옥이를 다시 만난 곳은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건설장에서였다. 청년동맹 중앙위원회에서 조직한 전국청년해설원경연에 참가하기 위하여 각지에서 선발된 청년들이 중앙지휘부회관에 모여있었다.
평양××공장사적관 강사인 금이는 함께 온 청년해설원들과 같이 맨 앞줄에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경연에서 진행하게 될 해설대본과 사진기가 놓여있었다.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의 전경과 돌격대원들의 투쟁모습을 찍어다 공장종업원들에게 보여주려고 가지고 떠난 사진기였다.
금이는 사진기를 들고 발전소건설장에 오면서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펼쳐보았다.
《얘, 언제 사진볼새 있니? 뒤를 좀 봐.》
옆에 앉은 은향이의 말에 금이는 뒤를 돌아보았다. 모두가 경연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무섭게 준비를 하고있구나.》
《그러니 우리도 해야지.》
금이는 해설대본을 펼쳤다.
(그래, 경연에서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
얼마간 시간이 흐르자 심사석에 청년동맹 중앙위원회 일군들과 심사성원들이 나와앉았다.
회관안은 순간에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이따금 여기저기에서 긴장감을 풀려는듯 헛기침소리만이 들릴뿐이였다.
금이의 마음도 긴장해졌다. 마치 시험장에 나선 학생의 심정이랄가.
한 일군이 연단에 나오더니 경연의 요강과 형식, 절차 등을 전달한 다음 도별예선경연시작을 알리였다.
《처음으로 평양시 최금이동무》
《예,》 얼결에 대답을 하며 일어선 금이는 어지간히 긴장된듯 꼿꼿한 걸음새로 연단에 나가섰다. 그는 인사를 한 다음 객석에 앉은 참가자들을 둘러보고나서 천천히 숨을 내쉬며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것은 그가 무대에서 굳어진 습관이였다.
이윽고 또랑또랑하고 부드러운 금이의 목소리가 회관을 울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금이의 재치있는 웅변술과 다양한 인상변화, 손세 등을 유심히 바라보고있었는데 거기에는 출연자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 실려있었다.
금이는 신심에 넘쳐있었다. 그의 해설은 웅변에 못지 않게 훌륭하였다. 대개 첫 출연자들은 여러모로 자기의 기량을 원만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드문했지만…
《다음은 평안북도 전철옥동무.》
《예.》
(전철옥?! 혹시…)
자기 자리로 들어오던 금이는 대답소리가 난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순간 금이는 놀랐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탄력있게 걷는 걸음새, 보름달처럼 둥그런 얼굴에 호수같이 맑은 큰 눈…
분명 철옥이였다. 금이의 추억은 어느새 6년전의 갈피를 더듬으며 잊지 못할 설맞이공연의 그날에로 가고있었다.
그때 금이는 설맞이공연의 소개자로, 철옥이는 설화자로 참가했었다.
그들이 처음 만난것은 전국청소년학생들의 웅변경연에서였다. 최종경연에서 금이는 평양시대표로, 철옥이는 평안북도대표로 승부를 겨루게 되였다.
경연에서 그들은 자기들의 기량을 남김없이 발휘하였다. 심사원들도 관중들도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보내였다. 결국 금이와 철옥이는 함께 1등을 하였었다. 그런데 이렇게 설맞이공연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될줄이야.
시연회를 앞두고 서로 만난 금이와 철옥이는 예상외로 반가와했고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들을 나누었었다. 그후부터 어찌나 가깝게 붙어다녔는지 설맞이공연참가자들속에서 소개자와 설화자가 쌍둥이라는 설까지 돌았다.
금이는 지방에서 올라와 설맞이공연에 참가하고있는 철옥이를 자주 집에 데리고 가기도 했었다.
그리도 기다리고기다리던 새해설맞이공연을 하고난 금이는 철옥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금이의 어머니가 명절음식들을 가득 준비해놓고 그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아이구, 오는구나. 새해에도 공부랑 조직생활이랑 더 잘하구 또 더 친하게 다녀라. 알겠니?》
《알겠습니다.》
금이와 철옥이는 약속이나 한듯이 동시에 대답을 하고는 서로 마주보며 빙그레 웃었다.
《자, 받아라. 이건 어머니가 주는 기념품이란다. 꼭 훌륭한 사람이 되여야 한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그들에게 꼭같은 학습장과 원주필을 주었다.
그날 금이와 철옥이는 어머니의 당부대로 앞으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자고 굳게 약속을 다졌다. 그후 그들은 몇번 편지로 소식을 나누었으나 몇해전부터는 소식을 모르고 지내였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날줄이야. 그것도 머나먼 북변의 발전소건설장에서.
그동안 철옥이의 기량은 그의 용모처럼 잘 다듬어졌다. 군중들과의 자연스러운 교감, 더욱 세련되여진 자세와 목소리, 섬세한 감정조직 등은 그대로 하나의 예술로 어울려 멋지게 조화되였다.
철옥이는 끝으로 노래 《장군님 찬눈길 걷지 마시라》를 절절하게 불러 경연참가자들을 격동시켰다.
그의 해설은 아주 평범하고 소박했으나 절절한것으로 하여 경연참가자들의 심금을 울리였다.
금이의 옆에 앉아있는 은향이도 열광적으로 축하를 보냈고 금이자신도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금이야, 어쩐지 이번 경연은 저 처녀와 너와의 경연으로 될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얜 무슨 그런 소릴…》
은향이의 말에 금이는 곱게 눈을 흘겨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느덧 중간휴식시간이 되였다.
금이는 철옥이에게로 달려갔다.
《철옥아!》
한순간 금이를 바라보던 철옥이의 눈은 반짝 빛났다.
《이게 누구니… 금이야!》
철옥은 너무 기뻐 어쩔줄을 몰라하였다.
《이렇게 만나다니…》
그들은 다정히 팔을 끼고 밖으로 나왔다.
《부모님들은 다 잘 있니?》하고 철옥이가 먼저 물었다.
《응, 자주 네 이야기를 하셔.》
《너의 어머니가 보고싶구나. 참, 너 지금 무슨 일을 하니?》
《나? 공장사적관에서 강사를 한다.》
《어마나, 나도 강사를 한다. 그러니 우린…》
이럴 때 귀엽게 생긴 한 처녀가 달려오더니 자못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심사원들이 철옥이를 찾는다고 알려주었다. 철옥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금이의 손을 잡았다.
《내 인차 갔다올게.》
《그러지 말고 경연이 끝난 다음 만나자꾸나.》
《그래.》
경연이 끝나자 금이는 회관밖으로 나왔다. 그의 마음은 마냥 즐거웠다. 헤여졌던 철옥이를 만난 기쁨도 컸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반가와하는 철옥이를 보니 그동안 소식이 없어 섭섭했던 마음은 봄을 맞은 눈석이마냥 스르륵 다 녹아내렸다.
해빛은 따스하게 온몸을 어루만져주는듯싶었다.
여기로 온것은 얼마나 잘한 일이였던가. 6년전의 친구인 철옥이를 다시 만나게 해준 발전소건설장… 금이가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회관에서 나오는 경연참가자들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렸다.
《그래도 난 평북도가 더 나은것 같더라. 평양시야 어디… 웅변을 하는것 같기도 하구…》
《너 제법 심사원같구나.》
《평가야 할수 있지 뭐, 안 그래?》
금이는 모닥불을 들쓴듯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들이 말하는 《평양시》란 분명 자기를 의미했고 《평북도》란 철옥이를 의미했다.
마음이 허전해졌다. 그 어떤 위구심이 가슴속에 서서히 차오르면서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어쩐지 이번 경연이 저 처녀와의 경연으로 될것 같다던 은향이의 말이 새삼스럽게 상기되였다.
×
예선경연이 끝나자 조직위원회측에서는 모든 참가자들이 한주일동안 각 려단들에 내려가 화선식정치선동을 진행한 후에 돌격대원들의 반향과 예선경연점수를 놓고 선정된 우수한 참가자들로 결승경연을 진행하겠다고 선포하였다. 하여 금이는 다음날부터 평양시려단에 내려가 화선식정치선동을 벌리게 되였다.
한주일이라는 날들이 어느새 흐르고 바뀌는지 몰랐다.
금이는 매일 저녁마다 신문을 받아다가 다음날 진행할 해설선동원고를 만들었고 새벽이면 방송으로 선동을 하고 낮에는 낮대로 현장에서 화선식정치선동을 벌렸다. 다시는 누구보다 못하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는 뒤말을 듣고싶지 않았다.
모두들 금이에게 너무 몸을 혹사한다고 하였지만 금이는 그럴수록 더 이악하게 자기 일을 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그는 신문과 원고들을 들고 작업현장으로 가는 돌계단을 오르고있었다. 벼랑을 깎아만든 돌계단은 무려 100여개나 되였는데 그건 돌격대원들이 작업현장으로 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정대와 망치로 쪼아만든 사연깊은 계단이였다.
금이가 원고를 보며 계단을 오르고있는데 앞에서 돌격대원처녀들이 무슨 이야기인지 재미있게 주고받으며 내려오고있었다.
《글쎄 평북도려단에서는 요즘 작업계획을 160프로이상 하고있대.》
《거기 온 청년해설원들이 하는 화선식정치선동이 큰힘이 되고있다지 않니.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이야. 어제 일이 있어 평북도려단에 갔다가 우연히 보았는데 거기 청년해설원처녀는 한 돌격대원의 고향에서 온 편지를 대원들에게 읽어주며 선동을 하는데 어찌나 감동적이던지… 진짜 화선식정치선동이야.》
《야, 우리 려단에도 좀 그런 청년해설원들을 보내줄게지.》
(또 철옥이에 대한 말이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일술을 꼭 깨물던 금이는 그들이 가까와오자 얼른 허리를 굽히고 앉아 신발끈을 괜히 매만지며 머리를 숙였다. 차마 얼굴을 들수 없었던것이다.
철옥이, 그는 도대체 어떻게 하길래…
《금이야, 어쩐지 이번 경연은 저 처녀와 너와의 경연으로 될것 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은향이의 말이 다시금 귀전에 울렸다.
금이는 가슴속에 서서히 차오르는 불안을 짓누르며 저녁중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철옥이를 찾아가서 만나보리라 생각했다.
(그는 나를 도와줄것이다.) 저녁늦게야 금이는 철옥이를 찾아 평안북도려단으로 갔다.
청년해설원들이 들어있는 숙소에 가보니 철옥이는 현장에서 들어오지 않았다는것이였다. 아마 혼자 남아서 돌격대원들과 함께 일하고있는 모양이였다.
현장으로 가니 돌격대원들이 우등불주위에 모여앉아 이동식사를 하고있을뿐 철옥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성이며 철옥이를 찾으려는데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국을 더 들고싶은 동무들은 말씀하세요. 영건동문 오늘밤 작업을 자진해나섰으니 응당 식사도 곱배기로 하여야지요.》
식사를 하는 돌격대원들의 뒤쪽에서 국통을 든 철옥이가 보였다.
《해설원동무도 오늘 곱배기작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저보다도 동무들이 더 힘들지요 뭐. 식사를 하는 동안 제가 노래를 불러드리겠어요. 어때요?》
이윽고 철옥이가 부르는 은은한 노래소리가 울렸다.
금이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철옥이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돌격대원들과 어울려있는 그를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것이였다.
노래가 끝나자 철옥은 국자를 손에 든채 자리에 앉았다. 대원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만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금이는 어쩐지 그때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것만 같았다. 어머니는 식사시간이면 늘 그런 표정으로 금이네 형제를 보군 했던것이다.
철옥은 그사이 저도 모르게 쪽잠에 들었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금이는 그의 모습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바람과 해볕에 탄 감실감실한 얼굴, 걷어올린 팔소매, 손에 든 국자, 온통 혼합물이 튕긴 옷과 신발… 그것은 해설원의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돌격대원의 모습이였다. 돌격대원들과 함께 일하고 함께 땀흘리느라 거칠어진 손가락에는 붕대까지 감겨져있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금이는 그에게 다가섰다. 이때 철옥이가 손에 쥐고있던 국자를 떨어뜨렸다. 국자는 빈 국통에 떨어지며 조용하던 정적을 깨뜨렸다.
흠칫 놀란 철옥은 자기에게 쏠린 돌격대원들의 얼굴을 일별하고나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어줍게 웃었다.
《해설원동무, 들어가 좀 쉬십시오. 강철인들 견디여내겠습니까?》
《그러다 쓰러지겠습니다. 어떻게 매번 우리처럼…》
돌격대원들의 눈가마다에는 뜨거운것이 맺혀 활활 타오르는 우등불에 반짝이였다.
《고마워요. 제가 그만… 정말 안됐어요.》
이러는데 키가 크고 나이가 어려보이는 한 돌격대원이 자리를 차고 일어서며 거칠게 말을 내뱉았다.
《어서 들어가십시오. 해설원동무가 일을 잘 하지 못했다고 누가 뭐랄가봐 그럽니까?》
《예?!》 철옥이의 두눈이 커졌다.
소대장인듯 한 돌격대원이 그 청년의 팔을 잡아끌며 격해진 어조로 말했다.
《영건이, 그건 무슨 말이야?》
《소대장동지, 저도 안타까워서 그럽니다. 저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아무래도 가야 할텐데 자꾸만 이렇게 정을 붙이면… 난 그게 싫어서… 에익.》
영건이는 식사하던 그릇을 그대로 놓고 어디론가 뛰여갔다.
《영건이!》
《영건동무…》하고 중얼거리는 철옥이의 눈가에는 맑은 눈물이 어렸다.
돌격대원들은 약속이나 한듯 말없이 서있었다. 모두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미안해요. 저때문에… 대신 제가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누구도 대답이 없었다. 오직 우등불만이 돌격대원들의 심정을 보여주려는듯 세차게 타오르고있었다.
철옥은 눈물자욱을 닦아내고 아무 일도 없었던듯 웃음을 띠우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아름다운 희망을 가진 한 처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인물곱고 노래를 잘 부르는 처녀였습니다.
어릴적부터 노래를 잘해서 동무들은 물론 선생님들까지도 그가 앞으로 훌륭한 가수가 될거라고 믿고있었는데 뜻밖에도 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어느 한 공장의 선반공이 되였습니다. 그 공장은 기계공업부문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공장이였는데 그는 거기서 선반을 배웠습니다. 그후 그는 기능공으로, 공장대학졸업생으로, 기술혁신자, 발명가로 자랐습니다.
얼마전에는 국가적으로 큰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발명을 하였답니다. CNC화가 된 공장을 찾아주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그를 만나주시고 우리 시대의 훌륭한 청년이라고 높은 평가의 말씀을 주시였습니다.
그때에야 사람들은 그의 희망이 무엇인지, 삶의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알았고 우리 시대청년들의 참모습을 보게 되였습니다.
저도 그와 똑같이 우리 당의 품속에서 사랑만을 받아안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그 처녀처럼 사랑에 보답할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동창생인 그를 언제나 내 생활의 거울로, 스승으로 여기고 그처럼 살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오늘 이 발전소건설장에서 저는 그날의 동창생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였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 발전소가 완공되였다는 영광의 보고를 드릴 그날을 위해 이렇게 값높은 청춘을 언제우에 새겨가는 돌격대원동무들의 모습에서 말입니다.
저도 동무들처럼 살겠습니다. 그래서 청춘시절을 빛내여나가겠습니다.》
뒤이어 돌격대원들의 열광적인 박수갈채가 터졌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소대장이 일어섰다.
《동무들! 우리모두 그 처녀선반공처럼 아름다운 희망, 인생의 높은 목표를 안고 오늘 전투에서 높은 실적을 냅시다.》
철옥의 소박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그대로 멋진 화선식정치선동이였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영건이가 불쑥 철옥이의 손을 꼭 잡았다.
《누님, 고마워요.》
《영건동무.》
《해설원동무, 정말 고맙소. 동무의 이야기는 우리모두에게 힘과 용기를 주었소.》하고 소대장이 진심으로 말하였다.
금이는 격동없이는 볼수 없는 광경앞에서 자기를 돌이켜보았다.
(난 기껏 해설제강이나 읽어주는데서 만족하고있었으니…) 금이는 발길을 돌렸다.
《너 금이 아니니?》
언제 봤는지 철옥이가 등뒤에서 금이를 찾았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까지…》
걸음을 멈춘 금이는 철옥이쪽으로 돌아섰다.
《아니, 그저…》
《애두 참, 어쩔가. 난 이제 돌격대원들과 일을 해야 하는데…》
《일까지?!》
철옥은 생긋 웃으며 늦기 전에 빨리 가라고 이르고는 돌격대원들을 따라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금이는 어둠속에 혼자 남았다. 철옥이와 돌격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나설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한숨이 나갔다.
《거 누구요?》하는 웅글진 남자의 목소리가 가까운데서 들려왔다. 평안북도 려단장이였다.
《평양시려단에 내려온 청년해설원 최금이입니다.》
《어쩐지 낯이 익다고 했지. 헌데 왜 그러오?》
《철옥동무를 만나려고… 저… 사실은 화선식정치선동을 멋들어지게 한다기에 도움이 될 이야기를 들을가 해서… 그런데 차마…》
《하하하, 그렇다. 그럼 내가 대신 해줄가?》
려단장은 손에 든 작업장갑을 금이와 자기가 앉을 돌우에 갈라놓고는 그우에 걸터앉았다.
《어서 앉으라구.》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모두가 뛰여다니며 혼합물을 나르고있는데 작업장 한쪽구석에서 한 돌격대원이 쭈그리고앉아 편지를 보며 울고있었다. 그때 그곳으로 다가가는 한 처녀가 있었다. 철옥이였다.
《영건동무, 무슨 일이예요? 왜 그래요?》
영건은 손등으로 눈물을 뻑 씻으며 머리를 숙였다.
《집에서 온 편지예요? 좀 보자요.》
친누이와 같이 살뜰한 철옥의 말에 영건은 사연을 털어놓았다.
《편지때문에 우는게 아니예요. 소대장동지가 빨리 들어가 무조건 안정하라고 해서… 질통을 메고 뛰다가 돌부리에 약간 발이 걸채인걸 가지고 무슨 큰일이나 난것처럼 그러니 너무 안타까와서… 동무들은 모두 땀을 흘리는데…》
그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철옥이를 보며 계속했다.
《이 편지를 보내온 어머니가 이 꼴을 보면 뭐라고 하겠나요? 어머닌 분해서 울겁니다.》
철옥은 그의 편지를 들고 힘겹게 작업을 하고난 동무들앞에 나섰다.
《동무들, 힘이 듭니까?》
온몸이 땀으로 화락하니 젖어든 청년들이 어이없는 얼굴로 철옥을 바라보았다.
《그거야 물으나마나한 소리가 아니요?》
《그래요. 힘이 듭니다.
동무들, 여기에 이런 편지가 있습니다. 고향의 어머니가 아들을 걱정하면서 보낸 편지입니다.
어머니는 편지에 이렇게 썼습니다.
〈영건아, 넌 다른 곳도 아닌 백두산지구에 가있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백두산의 물과 백두산의 정기를 안고 나라의 기둥인 백두산의 아들이 되겠다고 넌 맹세를 다졌지. 그 맹세를 잊어서는 안된다.
온 마을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아들을 잘 두었다고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아니? 어머니는 언제나 너와 함께 백두산의 바람을 맞고싶구나.〉
동무들, 어찌 이것이 영건동무 어머니 한사람의 마음뿐이겠습니까. 우리의 모든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온 나라가 우리를 보고있습니다. 우리의 앞에는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 있고 우리의 뒤에는 고향의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우리모두 부끄럽지 않게 청춘시절을 값있게 삽시다.》
철옥이의 말은 돌격대원들의 가슴마다에 새로운 힘을 안겨주었다.…
금이는 려단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철옥이의 해설선동사업이 어떻게 되여 그토록 돌격대원들의 심금을 울렸는가에 대하여 똑똑히 알게 되였다.
(철옥인 돌격대원들의 누이가 되였고 그들과 한몸이 되였구나.)
그날 려단으로 돌아오는 금이의 마음은 무거웠다. 지금껏 물우에 뜬 기름방울처럼 행동한 자신이 돌이켜졌다. 자책도 하고 결의도 다졌다.
그때부터 금이는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 돌격대원들의 식사도 보장해주고 앓는 대원들이 있으면 그들을 대신하여 작업장에 나가 일도 하였다. 이렇게 돌격대원들과 침식을 같이하면서 그들의 마음속에 담겨진 깨끗하고 아름다운 생활자료들로써 화선식정치선동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 금이는 돌격대원들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실지 온몸으로 느끼게 되였다.
×
어느덧 한주일이라는 기간은 다 지나가고 결승경연을 진행하게 될 날이 다가왔다.
려단을 떠나는 금이와 청년해설원들을 바래주기 위하여 려단일군들은 물론 그 나날에 정들은 많은 돌격대원들이 나왔다.
려단정치부장은 금이의 손을 잡고 못내 서운해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금이동무, 우리 려단에 남을 생각은 없소? 동무를 떠나보내자니 아쉽구만. 그렇지 않소, 동무들?》
《그렇습니다.》
정치부장의 물음에 모두가 합창으로 대답했다.
금이는 난처해져서 뭐라고 대답을 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의 마음을 아는지 정치부장이 금이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제꺽 말머리를 돌렸다.
《됐소. 우리 돌격대원들의 심정을 말했을뿐이요. 그저 어디서나 필요한 사람이 되면 되는거지. 자, 어서 떠나라구. 이번 경연에서 꼭 1등을 해야 하오. 우리모두의 부탁이요.》
금이는 이 절절한 당부를 안고 중앙지휘부로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중앙지휘부회관에 들어서니 벌써 경연참가자들이 모여와 앉아있었다. 금이는 맨 앞줄에 정해진 자리로 나가면서 철옥이부터 찾아보았다.
그는 보이지 않았다.
얼마후 심사석에 철옥이에 대하여 묻자 아직 려단지휘부에 있다는것이였다.
(철옥이가 늦지 않고 왔으면 좋겠는데…)
안타까와하는 금이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경연이 시작되였다. 금이는 철옥이앞에서 꼭 하리라 결심했던 해설을 그가 없는데서 하고말았다.
생동한 자료를 가지고 실생활과 잘 결부된 그의 해설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향도 대단하였다. 허나 철옥이가 없는것으로 하여 금이의 마음은 허전하였다.
경연순위가 발표되였다. 금이가 1등을 하였다.
시상식이 진행된 다음 순위권안에 든 청년해설원들로 화선식정치선동대를 뭇고 순회공연을 조직한다는것을 선포하였다.
순위권에 입선한 청년해설원들의 얼굴마다에는 기쁨이 넘실거렸다. 그러나 철옥이로 하여 기쁨에 넘쳐있어야 할 금이의 마음은 끝없이 심란해졌다.
×
입선자들로 무어진 화선식정치선동대는 전국의 이르는 곳마다에서 힘있는 선동들을 하였다. 그것은 금이의 일기장에서 그대로 맥박치고있었다.
2009년 ×월 11일
우리가 희천발전소건설장에 온지 벌써 3일이 지나갔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희천의 들끓는 열풍속에 나도 들어섰다는것으로 하여 마음은 마냥 흥분되여있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발자취가 어려있는 희천, 온 나라의 마음과 마음이 달려오는 희천, 여기 웅장한 발전소건설장에서 울리는 기중기소리, 자동차소리, 호각소리, 부름소리… 깊은 산중에 이런 거대한 언제가 일떠설줄 누가 알았으랴.
나는 들끓고있는 희천발전소건설장에서, 군인건설자들의 투쟁모습에서 수령결사옹위정신, 결사관철의 정신을 보았다. 벅찬 조국의 숨결을 느꼈다.
강성대국의 그날을 그려보았다.
2009년 ×월 30일
남흥가스화대상공사장을 거쳐 여기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에 오는 기간 나는 많은것을 보았고 느꼈다. 내가 새롭게 성장한것 같다.
나는 초고전력전기로를 처음 보았고 강재들이 생산되여 나오는 모습도 처음 본다. 보면 볼수록 신비하고 웅장하며 그것을 다루는 로동계급에 대한 감탄의 목소리만이 나갈뿐이다.
나는 오늘 나와 나이가 비슷한 젊은 용해공을 만났다. 체소한 몸에 그리 눈에 띄우는 곳이라고는 별로 없었지만 나는 그 용해공앞에 저절로 머리가 숙어졌다. 그의 가슴속에는 강철로 당을 받들고 강철로 사회주의조국을 지켜갈 신념만이 불타고있었다. 그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바라시는 문제는 기어이 수행해야 한다는 철의 진리를 터득한 시대의 앞선 사람이였다.
이제야 이런 훌륭하고 고상한 인간들의 세계에 들어서다니…
이렇게 날들이 흘렀다.
금이는 자기의 일기장에 현실에서 받아안은 격동적인 사실뿐아니라 마음속 결심도 적어넣었다. 단지 섭섭하게 생각한것은 이 모든 벅찬 현실들을 철옥이가 없이 혼자 보았다는 그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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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후 다시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건설장에 들어서는 금이의 마음은 정든 고향에 들어서는듯 즐거웠다. 헤여지고싶지 않았던 그리운 돌격대원들을 만나게 된다는 기쁨보다도 들끓는 조국의 현실을 그들에게 빨리 전해주고싶은 심정이 더 앞섰다.
금이를 비롯한 청년해설원들은 1호청년발전소조업을 준비하고있는 전체 돌격대원들을 위하여 먼저 축하공연을 진행하였다.
공연은 성공적이였다.
수많은 꽃다발속에 묻히여 한껏 상기된 금이의 얼굴은 그대로 하나의 큰 꽃송이처럼 아름다왔다.
《금이야, 축하해.》
기쁨과 행복에 휩싸여 꽃송이들을 받아안은채 또다시 날아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머리를 돌린 금이는 그만 전기에라도 감전된듯 굳어져버렸다.
《철옥이 네가… 돌격대원?!》
놀라왔다. 그가 돌격대원이 되여 나타날줄은 꿈에도 몰랐다.
금이는 말도 번지지 못했다. 그러는 금이를 바라보는 철옥이의 얼굴에서는 반가움과 기쁨만이 넘실거리고있었다.
철옥이는 큰눈을 한번 끔쩍이고는 무대를 내려갔다. 금이는 공연이 끝나는 길로 철옥이를 찾아보았으나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금이는 평안북도려단으로 이동공연을 가서야 철옥이를 만날수 있었다.
언제타입공사를 진행하고있는 평안북도려단돌격대원들의 모습은 그대로 불사신의 모습들이였다. 그 높은 언제우에서 몰탈을 이기고 휘틀을 설치하고있는 돌격대원들의 온몸은 물주머니가 되여 번들거렸다. 그들의 힘찬 작업모습은 그대로 건설장의 숨결로 되였다.
이들의 전투모습을 보며 격동적인 해설선동을 하던 금이의 목소리가 그만 뚝 끊어졌다. 뜻밖에도 정전이 되였던것이다.
순간 금이는 당황해졌다.
언제우에서는 정전과 관련하여 새롭게 전투가 조직되고있었다.
《은향아, 축전지 빨리…》
금이는 재빨리 축전지를 설치하려고 서둘렀다. 그가 거의 설치를 끝내려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시꺼먼 먹장구름이 밀려오더니 대줄기같은 비가 무섭게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야, 참, 비두…)
금이는 할수없이 방송설비들을 비가 떨어지지 않는 곳으로 옮겨놓고 옮길수 없는것은 비닐박막으로 비가 새여들지 않게 씌워놓고있는데 축전지에 필요한 선을 가지러 갔던 은향이가 비속을 뚫고 숨가쁘게 뛰여왔다.
그의 얼굴로는 비물이 흘러내렸다.
《왜 방송설비들을 거두었니?》
《그럼 어찌니? 이런 비에… 아마 돌격대원들도 작업에서 철수할거야.》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저 소리를 못 듣니?》
금이는 은향이가 가리키는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청년돌격대원동무들! 정전이 되고 비가 내린다고 하여 우리가 이 언제를 내려야 하겠습니까?
대답해보십시오.》
누군가의 목소리가 비속을 뚫고 짜랑짜랑 울렸다. 그대로 날카로운 칼이 되여 금이의 심장에 날아와 박히는듯 했다.
《누구니?》
《누구긴 누구야. 네 동무 철옥이지. 난 네가 이럴줄은 몰랐다.》
《철옥이가?!》
얼이 나간듯 서있던 금이는 은향이를 따라 작업현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헐떡이며 현장에 다달은 금이는 비속에서 선동을 하고있는 철옥이앞에서 멈춰섰다.
그의 모습은 전화의 나날 적화구를 맞받아나가던 영웅전사들의 모습을 방불케 하였다. 아니, 분명 그날의 모습그대로였다.
정녕 그 모습은 희천발전소군인건설자들의 모습이였고 남흥과 강선, 김철과 성강의 로동계급의 모습이였다.
철옥이의 몸은 그대로 비에 젖었어도 심장에서 울려나오는 그 목소리는 쏟아져내리는 찬비도 뜨겁게 덥혀주는듯 하였다.
철옥이의 노래소리가 비발속을 뚫고 작업장에 울려퍼졌다.
북두칠성 저 멀리 별은 밝은데
아버지장군님은 어데 계실가
…
드디여 온 건설장이 하나의 노래소리로 화했다.
돌격대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경애하는 장군님께로 달리는 마음을 안고 노래를 불렀다.
금이도 돌격대원들속에 끼여들었다. 그는 비옷을 벗어 혼합물을 덮고 질통을 지였다.
심장속에서 나오는 철옥이의 노래소리는 더없이 뜨겁고 진실하게 울려퍼졌다.
돌격대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금이의 두눈에선 뜨거운것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아, 철옥이!
네 모습은 진정 당을 따르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참모습이였구나.)
금이는 품속에서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철옥이의 모습을, 조국의 부강번영을 위해 몸과 마음 다 바쳐가고있는 돌격대원모두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싶었다. 가슴속깊이에 새겨넣고싶었다.
그렇다. 선군시대의 청춘의 모습은 더욱더 위대해지고 더욱더 아름다와지는 내 조국과 더불어 백두산지구에 웅장하게 일떠서는 저 언제와 함께 백년천년 길이길이 빛날것이다. 영원한 청춘의 모습으로…
금이는 터질듯 부푸는 가슴을 안고 사진기렌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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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후 평양시려단에 돌격대원들의 기수가 되고 나팔수가 된 또 한명의 처녀선동원이 나타났다.
그가 바로 돌격대로 탄원해온 금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