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8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뜨거운 아침
최 성 진
승용차는 휘연히 열린 도로우를 달리고있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평양을 떠나오실 때까지만 하여도 어두웠더랬는데 날은 어느새 푸름해졌다. 무연히 펼쳐진 강냉이밭들이 량옆으로 지나가고있었다.
어떤 곳에는 강냉이잎들에 감탕이 올라있었다. 그것들은 물에 잠겼던 흔적이였다. 며칠동안 무더기비가 내리여 나라의 전반적지역들에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사태에 집들이 무너지고 논밭들이 물에 잠기거나 떠내려갔으며 일부 지역들에서는 전기망과 철도가 마비되였다. 하지만 군대와 인민이 떨쳐나서서 복구사업은 빠른 속도로 진척되였다. 피해지역 인민들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안착되였으며 전기망과 철도도 곧 복구될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흘러가는 들판에 잠시 눈길을 보내시다가 손에 들고계시던 자료를 한옆으로 밀어놓으시며 승용차의 등받이에 편히 몸을 실으시였다. 간밤에 늦도록 일하신 피로가 몰려드는것이였다. 그이의 눈길은 시창너머 먼 하늘에 가닿았다. 거기 희벗해지는 하늘나라에서는 한점의 희미한 빛이 명멸하고있었다. 그것은 오래전에 사라진 어느 별에서 마지막으로 발산된 빛이나 아닌지?
광원을 잃어버리고 몇백광년을 날아온 처량한 빛이나 아닌지? 아니면 자리길에서 리탈하여 방향없이 떠도는 어느 위성이 내보내는 빛은 아닌지?
구원을 호소하는 조난신호와도 같은…
김정일동지께서는 방금전에 차안에서 동유럽의 어느 한 나라 체조선수의 비극적인 운명에 대한 자료를 보시였다. 그 체조선수로 말하면 한때 10대의 어린 처녀의 몸으로 세계체조무대에 나타나 빛을 뿌리던 체육계의 혜성이였다. 그가 사회주의의 붕괴로 삶의 지탱점을 잃어버린탓에 지금은 다른 나라로 떠나가 일자리를 찾아 방황하고있다는것이였다.
자기 조국의 영예를 땀으로 빛내인 귀중한 자식을 세상이 아무리 뒤집혔다고 한들 그렇게 내버릴수가 있단 말인가. 그 체조선수에게 긍지와 보람을 되찾아줄수는 없단 말인가? 그 체조선수의 운명이 걱정되시였다. 사라진 별이며 자리길을 벗어난 위성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신것은 그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인차 상념에서 벗어나시였다.
손영준이 초조해서 시계를 내려다보았던것이다. 조금전에 집무실을 떠나왔는데 그는 벌써 두번째로 그렇게 시계를 보는것이였다. 그의 심정이 리해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태평양상에서 현대적인 타격수단들로 장비한 미제의 방대한 무력이 부산스럽게 기동하는것과 때를 같이하여 최전연의 정세가 더욱 긴장해지고있다는 심상치 않은 보고를 받으시고 어뜩새벽에 어느 한 인민군련합부대를 찾아 떠나시였는데 저녁에는 평양으로 돌아오시여 국방사업과 관련한 협의회를 지도하셔야 했다.
김정일동지를 가까이에서 모시는 손영준이로서는 긴장하게 세워져있는 그이의 사업일정을 두고 마음을 쓸만도 했다.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일하면서부터 늘 긴장한 시간때문에 초조해하는 손영준이지만 오늘은 더욱 그러는것이였다.
《허, 날이 다 밝았군!》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이 뇌이시였다.
멀리 하늘나라에서 명멸하던 한점의 빛은 사라져버리였다. 그대신 하늘과 땅이 맞붙은 대지의 먼 가장자리에서 거대한 빛이 서서히 타오르고있었다. 거기서는 빛과 어둠이 싸우고있었다. 어둠은 맹렬한 속도로 바래가고있었다. 이제 태양이 솟으면 어둠의 잔재는 완전히 녹아버리고 세상은 찬란한 빛의 세계가 될것이다. 어둠이 물러가듯이 저 하늘로 밀려오는 전쟁의 먹장구름도 가셔지고야말것이다.
당의 두리에 일심단결된 군대가 있고 인민이 있는 우리 공화국을 원쑤들은 절대로 건드리지 못할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며칠전 자강땅을 찾으시였다가 만나셨던 한 녀인을 생각하시였다.
얼굴이며 손등이 가뭇하게 탄 50대초의 체소한 녀인이였다.
그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 발전소건설장을 찾아가시다가 그 녀인을 만나시였다. 녀인은 여러명의 젊은이들속에 섞여 웃고 떠들며 발전소건설에 쓸 돌을 날라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가정부인의 몸으로 직장일을 하면서 퇴근하는길로 매일같이 발전소건설장에 나와 지원로동을 하고있다는것을 아시고 힘들지 않는가고 물으시였다.
녀인은 눈언저리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면서 행복하게 웃었다.
《장군님, 그저 군대나간 아들생각을 하면 조금도 힘들지 않습니다.》
녀인은 이제 고향에 발전소가 일떠서서 불밝은 집집마다에 행복의 웃음소리 더욱 넘쳐나면 초소에 서있는 아들한테 얼마나 큰힘이 되랴 하는 생각을 하면 하루쯤 쉬고싶었다가도 힘이 나서 공사장으로 나온다고 말씀드리였다.
(일을 해도 초소에 나간 아들을 생각하며 더 많이 한단 말이지. 그게 자식들을 군대에 내보낸 이나라 어머니들의 마음이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직도 가슴속에 여운처럼 남아있는 녀인의 말을 속으로 뇌여보시며 그의 아들을 생각하시였다. 이제 가게 되는 최전연초소에 그 녀인의 아들도 있지 않을가?
어제 저녁 김정일동지께서는 북방의 한 기계공장을 현지지도하시고 평양으로 돌아오시여 급변하는 정세와 관련하여 최전연의 련합부대 지휘관을 전화로 만나시였다. 적들이 새로운 무장장비를 끌어들이고있는 분계선너머의 정황을 보고받으시던 그이께서는 군인들의 생활문제에 대하여 물으시였다.
부대장은 군인들의 생활형편에 대하여 보고드리면서 부대에서 쌍두봉에 있는 대대군인들의 생활문제를 더 원만하게 풀기 위하여 고지아래로 흐르는 벽계천을 막아 발전소를 건설하려 한다고 말씀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뜸 흥미가 동하시였다.
《벽개천을 막아 발전소를 건설한다?! 허, 부대자체로 말이요?》하시며 얼굴에 기쁨을 실으시였다.
쌍두봉에 있는 대대라면 김정일동지께서도 한번 가셨던적이 있었다. 해발고가 1 000m나 거의 되는 고지우에 있는 대대로 오르는 길은 몹시도 험했다. 아찔하게 내려다보이는 벽계천의 반짝이는 풍경, 돌많고 가파로운 령길, 굽이굽이 일흔굽이나 되는 령길을 승용차로도 반시간은 올라가야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날 감격의 눈물에 젖어 영접보고를 올리던 젊은 대대장이며 고지우에 랑만적인 예술소품공연무대를 펼쳐놓던 전사들의 모습을 상기하시며 《거기에 발전소를 건설하면 쌍두봉에 있는 대대군인들의 생활이 더 윤택해지겠구만! 지금같이 무더운 때엔 전기로 아무때건 물을 끌어올려 땀흘린 전사들이 마음껏 목욕도 할수 있고… 고지생활에선 물이 중요하지, 동무들이 참 좋은 발기를 했구만!》라고 하시였다.
수화기로는 결패있고 시원시원한 부대장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멋적어하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전번에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쌍두봉에 가셨다가 벽계천을 보시면서 물량도 괜찮으니 발전소를 세울수 있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생각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나라의 전기사정이 긴장해지면서 고지우에서 사는 전사들의 생활에 영향이 미치지 않을가 마음쓰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신것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저희들이 이미전에 그런 생각을 했더라면 나라의 부담도 덜면서 군인들의 생활을 더 좋게 할수 있었을것인데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말씀이 계셔서야…》
갑자기 부대장의 목소리는 자책감에 젖어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그래, 발전소언제위치는 정했습니까?》
《세곳을 점찍었는데 아직 확정은 못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요. 언제건설에 쓰일 세멘트와 강재는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어떻게 하나 자체로 풀어보겠습니다.》
《나라사정을 생각해서 손을 내밀지 않겠다는거구만. 좋습니다. 내가 예비로 가지고있는것이 좀 있는데 발전소건설에 씁시다. 나도 돕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그러면 우리 발전소는 문제없습니다. 이제 곧 궐기모임도 가지고 건설력량도 편성해서 공사를 와닥닥 해제끼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기쁨이 실린 그의 훤한 얼굴이 보이는것만 같으시여 마음이 즐거우시였다.…
(그래, 그때문이지!)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조금전의 생각을 다시 이으시였다. 쌍두봉우에서 사는 전사들을 위해 무엇인가 더 해주지 못한것이 있는것만 같아 그것이 가슴에 걸려있어 자강도에서 만나셨던 녀인이며 군대에 나갔다는 그 녀인의 아들에게 생각이 닿으신것이였다.
《오늘 일정이 긴장하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영준에게 물으시였다.
《장군님, 련합부대지휘부까지 갔다오자면 오늘은 정말 긴장합니다. 장군님께서 저녁시간까지는 평양으로 돌아오시여 협의회를 지도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협의회에 참가해야 할 대상들에게 이미…》
《그래… 그래… 오늘 일정이 긴장하지.》
그이께서는 나직이 뇌이시며 살같이 마주오는 포장도로우로 눈길을 보내시였다.
푸릿한 대기속 멀리에 동굴입구가 나타났다.
김정일동지께서 전연초소들로 찾아나가실 때마다 통과하시는 동굴이였다. 도로가 건설된지도 퍼그나 오래되여 동굴보수문제가 제기되였는데 그이께서는 작업량이 간단치 않은 그 어려운 과제를 인민군대에 맡겨주시였다. 군대에서 며칠전에 보고해온데 의하면 보수공사에 동원된 부대의 군인들이 전기사정이 긴장해지고 자재보장이 따라서지 못하는 어려운 조건에서도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결사관철할 의지로 가슴들을 불태우며 전투를 성과적으로 벌려나가고있다고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보고를 받으시며 생각이 깊으시였다. 요즘 어려운것은 전기사정이나 자재사정만이 아닐것이다. 조국이 아무리 어려운 시련을 헤쳐가고있다 하더라도 고향과 부모들곁을 멀리 떠나 초소에 서있는 귀중한 아들딸들인 군인들이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국가적인 대책을 세우게 해야겠다고 생각하시였다.
아담하고 규모있게 들어앉은 가설건물들은 고요속에 잠겨있는듯 했다. 군인들은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식사시간인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군인건설자들을 생각하시는 사이에 승용차는 동굴안으로 들어섰다. 정전이 되였는지 조명등이 켜있지 않아 굴안은 캄캄했다. 조금 들어가자 굴벽에 써놓은 커다란 붉은 글자들이 전조등의 불빛에 드러났다. 《공사를 끝내기 전에 조국의 푸른 하늘을 보지 말자!》
김정일동지께서는 갑자기 눈굽이 쩌릿해오시였다.
안변청년발전소 건설장에 가시였을 때 그런 구호를 보시였다. 그곳에서 군인들은 당이 준 과업을 결사관철할 의지가 비껴있는 그 구호를 새겨놓고 석수 쏟아지는 굴안에서 혁명가요를 부르며 용감하게 암벽을 밀고나갔다. 그들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는데 승용차는 작업구간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늦추었다. 정연하게 쌓아놓은 각자들과 휘틀장들, 골재무지들사이로 자동차들이 지나갈수 있는 통로가 열려있었다. 바닥에는 물이 질퍽하고 자갈이며 콩크리트쪼박들이 있었다. 승용차가 가는 통로를 향해 나오던것이 분명한 붉은 수지안전모를 쓴 한 군인건설자가 무엇때문인지 골재무지쪽으로 돌아서는것이 얼핏 눈에 띄였다. 그 순간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군인건설자만을 보신것이 아니였다. 불빛없는 캄캄한 굴벽옆에 모여앉아있던 군인건설자들이 전조등의 역광이 비쳐지자 승용차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리였다. 그 군인들앞에 놓여있는 국통이며 하는 화식기재들을 보시는 순간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로소 생각되시는것이 있었다.
《차를 세우오!》 급히 이르시며 골재무지쪽으로 걸어들어가는 붉은 수지안전모를 쓴 군인건설자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사관의 령장이 불빛에 알리였다.
승용차가 멈춰섰다. 한순간 손영준의 얼굴의 의아함과 함께 편안치 않아하는 그의 심기가 비쳐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때문인지는 알수 없으나 여하튼 그 사관때문에 몹시 바쁘신 걸음을 지체하시는거라고 그는 생각하는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러한 손영준의 속마음을 헤아리시며 부드럽게 말씀하시였다.
《저 사관이 지나가는 차를 세워보려고 나왔댔을거요. 나가서 알아보오.》
밖으로 나간 손영준이 무슨 일인가고 사관에게 물었다.
《미안합니다. 일없습니다.》
사관이 대답대신 애매한 소리를 했다. 바빠서 하는 말이지만 목소리만은 챙챙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관의 어깨너머로 굴벽옆에 모여앉아있는 군인들에게로 다시금 눈길을 보내시였다. 전조등의 역광이 가까스로 미치여 연한 빛이 서린 곳이였다. 군인들은 밥식기며 숟가락들을 들고있었다. 바로 거기서 가까운 굴벽에는 다 타버린 기름방망이가 연기를 실실 피워올리고있었다.
손영준이 책망조가 느껴지는 나직한 목소리로 뭐라고 했다. 《붉은 수지안전모》가 변명하듯 벌씬 웃으며 일을 열었다.
《밤부터 정전이 되였단 말입니다. 그래서…》
애젊은 사관은 무슨 말을 더 하려다말고 일없다는 소리만 되풀이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기로 오시면서 보신 큰물피해를 입은 강냉이밭들이며 물에 잠긴 전선주들을 눈앞에 떠올리시였다. 《밤부터 정전이 되였단 말입니다.》하던 사관의 말이 리해되시였다. 군인들은 정전이 되여 어두워지자 태울수 있는것은 다 태워 굴안을 밝히면서 작업을 계속했을것이다. 그러다가 식사시간이 되였을 때 태울것이 동났을것이다. 작업을 위해 불방망이를 아끼느라고 일부러 불없이 식사를 하고있었는지도 모른다. 굴벽에 꽂아놓은 연기만 피워올리는 기름방망이가 그것을 말해주는것이였다.
손영준이 돌아왔다. 그의 얼굴에는 난처해하는 기색이 력연했다. 애젊은 사관은 다 말하지 않았지만 그 역시 군인들의 사정을 리해한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영준동무, 그럴것 없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군인들이 식사를 끝낼 때까지 불을 비쳐주고 갑시다. 제 자식들이라면…》 김정일동지께서는 초조감과 함께 애달픈 호소가 비끼는 손영준의 눈빛을 일별하시자 말씀을 끊으시였다. 그 순간 그이의 눈앞에는 문득 해볕에 까뭇이 타고 땀방울이 맺혀있던 자강도의 녀인이 떠올랐다. 그래… 그래… 제자식들이 불없는 어둠속에서 식사하는것을 보면서 그냥 떠나가는 부모가 어디에 있으랴!
승용차가 군인들쪽으로 차머리를 돌리였다. 전조등이 강렬한 불빛이 돌아가는데 따라 물기가 흐르고 공구들이 널려있는 작업장의 모습이 드러났다.
불빛이 주위를 밝히자 어둠속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있던 군인들이 일제히 환성을 올리였다.
《고맙습니다!》
어리둥절해있던 애젊은 사관이 동무들한테로 돌아가려다가 챙챙한 목소리로 웨치며 승용차를 향해 깍듯이 손을 들어 경례를 붙이였다.
《고맙습니다!―》 식사하느라 둘러앉은 군인들속에서 련이어 여럿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붉은 수지안전모》가 그들한테로 돌아가고 이번에는 그쪽에서 안전바를 착용한 키가 훤칠한 군인이 일어나 승용차를 향해 다가왔다. 작업장을 책임진 지휘관인듯 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는것 같았다.
《나가서 말해주오. 어서 식사를 마저 시키라고말이요. 우리가 누구라는것은 알리지 마시오. 그러지 않으면 군인들이 식사를 못할거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때문인지 모를 초조감을 느끼시며 재빨리 말씀하시였다.
손영준이 얼른 밖으로 나가 다가오는 지휘관에게 몇마디 했다.
나이 30대에 이르렀을 지휘관은 대원들에게로 돌아가기 전에 승용차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한순간 그의 눈에는 의혹이 실리는듯 했다. 그는 사실 떠오르는 태양마냥 불없는 동굴안에서 따뜻하고 눈부신 빛을 비쳐주시는분이 보통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며 지나가는것을 가슴 쩌릿하게 느낀것이였다. 그러면서도 이른아침에 찾아온 뜻밖의 기쁨이 어떻게 그런 엄청나고 훈련을 할 때나 일을 할 때나 그리고 꿈을 꿀 때에조차 바라고바라던 행운일수야 있으랴 하는 생각이 뒤따른것이였다.
손영준이 돌아오고 지휘관은 대원들에게로 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간의 흐름을 잊으신듯 군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며 또 마음을 쓰시였다. 군인들이 덤벼치며 식사를 하는것이였다. 지휘관이 다그쳐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말한 모양이였다.
성미가 급한 축들은 국을 아예 식시채로 들고마시며 부지런히 숟갈질을 했다.
《저걸 보오. 저렇게 급히 식사하다가는 체하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저으기 미안해하시며 손영준을 돌아보시였다. 《안되겠소. 다시 나가 지휘관한테 말해주오. 우린 바쁜 사람들이 아니니 전사들이 마음놓고 식사를 하게 하라고 말이요.》
손영준이 다시 나가 지휘관을 만나 몇마디 말을 하기 바쁘게 전사들속에서 활기가 고조되였다.
모두들 손영준이쪽에 대고 고맙다는 소리들을 한마디씩 했다. 어서 식사나 하라면서 미소를 지은채 잠시 서있던 손영준이 승용차로 돌아오며 시계를 보았다. 시간이 바쁘다는 생각만 하던 나머지 저도 모르게 하는 행동이라는것을 리해하면서도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민망스러우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랑과 련민의 정이 어린 따뜻한 눈길로 군인들을 바라보시였다. 그때 체통이 크고 입술이 두툼해보이는 전사가 동무들을 둘러보며 뭐라고 한마디 했는데 아마도 그는 식사시간에조차 말을 하지 않고서는 못 견디는 익살쟁이인 모양이였다. 그의 한마디 말에 밥을 먹던 군인들이 천정을 향하여 하하 하고 마음껏 웃어댔다. 그 웃음보라가 밝은 빛이 흐르는 동굴안에 가득 흩날리는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즐거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전사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피로를 말짱 날려보내는것이였다. 조금 지나서부터 이상한 생각이 드시였다. 군인들속에서 차츰 말이 없어지는것이였다.
숟갈질을 하다가는 저마다 승용차쪽으로 눈길을 돌리군 했다. 그 까닭이 리해되시는듯 했다. 동굴안에서 밤에 낮을 이어 일해왔을 전사들이 아닌가.
보수공사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해빛을 보지 못하고 굴안에서만 살았을지도 모른다. 해빛이 그리웠던 전사들이여서 밥을 먹는 짧은 시간에도 불빛을 보고싶어 저러는것 아니랴.
《참!》 말없이 시계만 내려다보던 손영준의 입에서 부지불식간에 불만의 색조가 짙은 한마디가 나직이 흘러나왔다. 그는 흘러가는 1분1초가 천년처럼 길게만 여겨지면서 군인들이 식사하는 속도가 한정없이 느린것처럼 생각되는것이였다.
《그러지 마오, 영준동무!》
그이의 음성에는 노여움보다도 곡진한 당부같은것이 울리였다.
손영준은 더 기척이 없었다. 얼굴에는 초조감이 진하게 어려있었다. 그는 이제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가야 할 먼길을 눈앞에 떠올리고있었다. 불볕에 달아오르는 길, 굽이굽이 돌고돌며 수없이 많은 령을 넘어가야 하는 험한 길…
김정일동지께서는 언제나 말이 적고 신중하며 정확한 사랑하는 전사로 하여금 오늘 또다시 시간때문에 마음쓰게 한다는 아릿한 생각을 하시였다.
자신께서는 그의 마음을 풀어줄수 없다는 생각에 애달프시였다. 손영준은 눈빛으로, 심장으로 말할줄 아는 사람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지금 바로 그의 심중에서 울리는 말을 들으시는것만 같으시였다.
《장군님, 이렇게 시간을 지체시키면 어떻게 합니까? 저 어린 전사들에게는 1분이란 익살도 하고 웃으며 떠들기도 할수 있는 시간일수도 있겠지만 장군님께서는 100년맞잡이같은 시간이 아닙니까. 우리 혁명의 전진이, 우리 조국의 비약이 장군님의 그 귀중한 시간에서 시작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손영준의 초조감에 타는 눈빛이 그렇게 심장의 말을 하고있었다. 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와 마음속 대화를 하시였다.
《내 동무의 그 마음을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요. 내 마음을 리해해주오. 동무야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지 않소. 난 지금 저 전사들에게로 가고싶소. 나의 사랑하는 전사들한테로 말이요. 저들을 품에 안아보고싶고 세멘트물에 험해진 손들을 잡아보고싶소. 나는 저 전사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모르겠소. 조국은 먼 후날에도 병사들의 그 수고를 잊지 않을거라고 말해주어야 할가? 병사들이 여기 습하고 불도 없는 동굴안에서 흘린 그 땀이, 그 수고가 우리 조국이란 성새를 떠받드는 성돌이 된다는 그런 말을 해줄것인가. 아니요. 이 세상 그 어떤 값비싼 표창도 조국의 부강과 인민의 복리를 위해 바치는 나의 병사들의 그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는 되지 못할거요!…》
군인들이 식사를 끝내고 일어나고있었다.
승용차는 천천히 차머리를 돌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제 군인들과 헤여져야 한다는 서운한 감정에 휩싸이시며 그들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바로 그때 안전바를 착용한 례의 그 지휘관이 승용차를 향해 다가오다가 굳어졌다. 그가 자기를 따라온 전사들에게 뭐라고 재빨리 속삭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눈에서 물기가 번쩍이는것을 감촉하시였다. 그 지휘관만이 아니였다. 그의 주위에 모여선 붉은 수지안전모를 쓴 젊은 사관이며 수십명 전사들의 눈에도 분명 물기가 어려있었다.
《차려―엇!》 격정으로 떨리는 목소리가 전조등의 역광이 스쳐가는 지휘관의 입에서 뜨겁게 울려나왔다. 그의 손이 우로 올라갔다.
그것은 놀라운 일이였다. 지금까지는 어느 간부의 승용차인줄로만 알고있던 전사들도 자기들이 어떤 광휘로운 빛에 싸여있었다는것을 비로소 깨달은것인가? 김정일동지께서 전사들의 수고를 헤아려주시던 그 마음속 대화를 그들도 들은것이나 아닐가? 그 거룩한 사랑이 비상한 조화로 저들의 마음속에까지 가닿기라도 했단 말인가? 군인들이 일제히 차렷자세를 취하며 승용차를 향하여 숭엄하게 거수경례를 올리였다. 그들의 눈에서 뜨거운것이 번쩍이였다. 그렇다, 군인들은 태양을 본것이였다.
《빨리 가자구!》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급하시여 재촉하시였다. 저기 먼 최전연에도 자기의 최고사령관을 기다리는 수천수만의 사랑하는 전사들이 있는것이였다.
승용차는 가던 방향으로 돌아서자 인차 속도를 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를 돌아보시였다. 군인들의 모습은 어둠에 싸여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부터 격정으로 떨리는 힘찬 목소리가 메아리마냥 울려왔다. 《고맙습니―다―아!―》
그 소리는 오래도록 김정일동지의 귀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승용차는 빨리도 동굴에서 벗어났다. 멀리 동녘하늘로는 벌써 태양이 솟아오르고있었다. 무한대한 공간은 눈부신 빛으로 가득찼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너머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시였다. 조국의 산과 들, 집들과 송전탑들, 멀리 솟아있는 공장굴뚝들… 어인 일인가? 이 아침따라 더더욱 이 땅의 그 모든것에 대한 애정을 가슴쩌릿토록 느끼게 되는것은… 그이께서는 방금전에 보시였던 군인들의 모습을 생각하시였다. 지금쯤은 또다시 그 무엇을 태워가며 일하고있으리라. 조국번영을 위해, 더 좋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랑만에 넘쳐 웃으며 그 누구도 보지 않는 어둠속에서 땀을 흘리고있으리라.
군대나간 아들을 생각하며 힘든줄 모르고 더 많은 일을 한다던 자강땅 후방가족녀인이 다시금 그이의 눈앞에 어려왔다. 그 녀인의 아들이 그 군인들속에 있었던게 아닐가? 승용차의 불빛을 보고 걸어나왔던 그 애젊은 사관은 아닐가?
《그 어머니를 위해서도 우린 빨리 가야지, 이 나라의 모든 어머니들을 위해서도!》
《장군님, 무슨…》 손영준의 입에서 맥락이 닿지 않는 소리가 울려나오다가 끊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어리둥절해있는 그를 보시자 조금 미안해하시며 자신을 사로잡던 생각에서 벗어나시였다.
《안됐소. 실은 내 혼자소리를 하더랬소.》
《?!》
차안에는 한동안 뜨거운 침묵이 흘렀다. 차창너머로는 여전히 산과 평야, 집들과 송전탑들, 공장굴뚝들이 지나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소중한 그 모든것들을 바라보시며 저으기 젖어드는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어머니들은 누구나 그 자식들이 불없는 동굴안에서 식은 밥을 나누어먹으며 일할거라는 생각은 못할거요. 우린 그 어머니들을 위해서도 일을 많이 해야 하오, 더 많이… 그런데 시간이 많이 갔지?》
《30분을 지체했습니다.》
《30분이라… 속도를 내서 보충해야겠구만. 그리고 말이요. 이제 련합부대에 가면 쌍두봉에 있는 대대에도 가봐야겠소.》
《쌍두봉에 말입니까? 거기 가는것은 오늘…》
《일정에야 없지. 그래도 가봐야겠소. 거기 부대동무들이 발전소위치를 확정하지 못했다는데 우리가 가서 좋은 자리를 찾아보기요.》
그이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전사들이 쌍두봉에만 있는것이 아니지. 사철 고지우에서 생활하는 우리 군인들을 위해 전군의 모든 부대들에서 발전소를 건설하는 바람을 일으켜야 하겠소. 전기문제만 풀리면 군인들의 생활이 더 좋아질수 있지.》
《장군님!》
손영준의 입에서 뜨거운 목소리가 울려나오다가 끊어졌다. 이번에는 그도 시계를 보지 않았다. 오늘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정에 없는 쌍두봉에도 들리실것이다. 그이의 거룩한 자욱은 이제 군대안의 모든 부대들에 일떠서게 될 발전소건설장들에도 새겨지게 될것이다. 그리고 김정일동지를 모시고 평양에서 진행하기로 계획되여있는 중요한 협의회도 오늘 저녁 제시간에 열리게 될것이다.
조국과 혁명을 위해 헌신의 장정을 이어가시는 그이의 거대한 사업을 어떻게 매일매일의 일정에 다 담을수 있으랴! 좀해서는 자기의 감정을 드러낼줄 모르는 그였지만 터져나오는 격정을 삼키느라 무진애를 썼다. 손영준은 부강조국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사색하시며 정력에 넘쳐 일하시는 그이의 위대한 사업의 의미를, 그이의 무한한 세계를 자기는 100년을 더 산대도 다 리해하지 못하리라는것을 뜨겁게 의식했다.
태양은 빨리도 솟아올랐다. 광막한 하늘과 대지는 온통 빛의 세계이다. 눈부시다! 눈부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득히 뻗어간 드넓은 도로우로 눈길을 보내시며 생각에 젖어드시였다.
아직은 조국이 어려움을 겪고있다. 하여 오늘은 우리 군인들이 불없는 동굴속에서 힘들게 일하고있지만 이제 멀지 않아 이 땅우에는 인류가 리상해온 희한한 락원이 일떠서게 될것이다. 공장들은 현대화의 동음을 울리고 논밭마다에는 금빛이삭들이 땅이 꺼지도록 무겁게 실릴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옷을 입고 학교로 갈것이며 추위를 모르는 따뜻한 교실에서 창공을 날아오를 희망의 나래를 마음껏 키우게 될것이다.
어른들은 가장 훌륭한 일터에서 흥겹게 일하게 될것이고 저녁이면 궁전같은 극장들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게 될것이다. 우리의 더 많은 위성들이 하늘을 날고 우주비행사들은 은하계를 향해 날게 될것이다. 그리고 사회주의조국을 잃은 탓에 남의 나라 땅에서 방황한다는 외국의 그 어린 체조선수와 같은 불행한 운명도 이 지구우에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시간의 촉박감을 느끼시였다.
그리고 어깨우에 실려오는 무거운것을 느끼시였다.
그것은 이 나라의 모든 어머니들앞에, 조국앞에, 혁명앞에 지니신 의무의 무게였다.
승용차는 끝없이 이어지는 그이의 위대한 사색속에 해빛을 받아 반짝이는 도로우를 쾌속으로 달려갔다.
그이께서 가시는 길우로 태양이 이글이글 타는 뜨거운 아침이, 시련을 털고 강성부흥의 령마루를 향해 폭풍치며 비약할 조선의 새아침이 장군님 그려보시는 미래와 함께 마주오고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