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10호에 실린 글
신천땅에서
조 은 숙
파아랗게 열려있던 신천의 하늘이
금시 흙빛으로 변하더니
이것 봐
분명 소나기가 쏟아질것 같애
나의 배낭속엔
집문턱을 넘어설 때
오늘은 기상예보에 비가 온다 했다시며
어머니 정히 넣어준 우산
나를 걱정해 마음쓰신 그 우산!
앞에는 백둘어린이의 묘가 있고
엄마의 젖품을 애타게 그리며
손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발이 피투성이 되면서도
방공호벽을 허비던 그 애처로운 울음소린
그대로 나를 부르는 소리인가
못다 산 생명
너무도 못 피고 눈감은
꽃망울같은 삶이 아직 앞에 있어
복수자를 부르는 피젖은 웨침이
신천의 하늘가에 울리고있어
아, 내 감히 우산을 찾아
선뜻 머리우에 펼수 없구나
비! 신천의 소나기
일기예보대로
이 한낮에 내리는 소나기…
과연 언제나 예보대로
이 땅에 불소나기 오던가!
6. 25의 그 새벽에 쏟아진
전쟁의 불소나기는
일기예보가 없는 불비였기에
행복속에 흘러온 날과 달들에 살며
우린 언제한번도
마음속 불비를 잊은적 없지 않았던가
비는 온몸을 적시고
발밑엔 비물이 줄줄 흐르건만
나는 우산을 쓸 생각도 잊고
두주먹 꽉 틀어쥐노라
복수자의 대오가 굽이치는 이 땅에는
불소나기가 언제 온다는 일기예보가 없다!
우리는 언제나 격동상태에 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