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10호에 실린 글
단 편 소 설
내가 찍은 사진
박 일 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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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수경은 운동회가 시작되자 학교정문앞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학부형들까지도 다 참가하게 되여있는 마지막운동회에 유독 수경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만이 오지 않았다.
사실 어머니는 유치원시절부터 중학교를 졸업하게 된 오늘까지 연구사업때문에 여러번 학교에서 진행되는 모임에 참가 못한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이런 모임에는 응당 아버지가 참가해야 하는것이 정상인것처럼 생각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어머니가 이번 운동회에는 꼭 참가하겠다는것이였다. 아버지가 없어서 그러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어머니로서는 놀라운 일이였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학교정문에서 목을 빼들고 어머니가 오실 길을 지켜보며 오래도록 기다려보았다.
《아, 어머니…》
수경이가 깜짝 놀라게 소리를 지르더니 앞으로 곧추 달려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어머니가 오는것이 보였다.
《어머니!》
수경의 목소리가 내 마음을 자극했다.
나는 마주오시는 수경의 어머니가 자꾸만 바다가에서 한달음에 달려오시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헛갈려서 마음을 진정할수가 없었다.
안타깝게 기다렸지만 어머니는 오시지 않았다. 마음속에 쌓이고쌓인 기대가 순식간에 허물어져버리자 눈물이 나왔다.
나는 맥없이 돌아섰다.
운동장에서는 축구경기가 고조를 이루고있었다.
주석단을 중심으로 하여 량쪽으로 갈라선 학생들과 학부형들, 선생님들이 선수들을 열성껏 응원하고있었다.
《은심이, 왜 이제야 와요? 다음번엔 은심이가 경기에 나가야 할텐데.》
담임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은 시무룩해진 나의 얼굴을 의아한 눈길로 살펴보며 조심히 물었다.
《어머니가 아직 오시지 않았는가요?》
《아니, 저…》
나는 서둘러 눈길을 피하며 말끝을 흐렸다.
축구경기가 끝나자 이어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들렸다.
《다음은 졸업반학생들과 그 부모들이 선생님들과 이어달리는 경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선수들은 준비해주십시오.》
나는 머리를 숙였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송골송골 내돋았다.
《은심아, 뭘해? 빨리…》
수경이가 허겁지겁 달려나오며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나는 어쩔새없이 수경에게 이끌려 운동장에 나섰다.
이제 출발을 알리는 호각소리가 울리면 선수들은 운동장둘레에 정해진 주로를 달리다가 중간쯤에 서있는 어머니들에게 계주봉을 넘겨주고 어머니들은 또 선생님들에게 계주봉을 넘겨주게 된다.
나의 입에서는 가느다란 한숨이 새여나왔다.
호각을 목에 건 체육선생님이 곁에 다가왔다.
그를 보는 선수들의 얼굴에 긴장이 어리였다. 나의 마음도 초조해졌다.
《은심아, 너의 어머니가 오셨다!》
수경이가 펄쩍 뛰며 환성을 올릴 때 나는 꿈을 꾸는가싶었다.
작업복차림 그대로인 어머니가 출발선쪽으로 다급히 뛰여오고있었다. 나는 급히 달려온듯 한 어머니의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것이 보이는것만 같았다.
《어머니!》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불러보았다.
마음놓고 어서 뛰라는듯 어머니는 나에게 손짓했다. 동시에 짧은 호각소리가 맵짜게 울렸다.
나는 있는 힘껏 땅을 찼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지 알수 없었다.
눈앞에서 어머니의 밝은 미소가 기다리고있었다. 나는 나는듯이 몸을 날려 계주봉을 어머니의 손에 넘겨주었다. 어머니의 크나큰 손이 나의 작은 손을 덮었다. 나와 어머니는 발을 맞추어 달렸다.
어머니의 속도는 갈수록 더 떠지기만 했고 몹시 힘겨운 발걸음이 자꾸 멈춰서려 했다.
어느새 한두명의 선수들이 어머니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어머니, 빨리요, 뒤떨어지고있어요.》
《그래, 빨리…》
어머니는 그냥 달렸다.
《앗!》
갑자기 어머니가 비칠했다. 어머니를 부축하려고 나는 달려갔다.
어머니의 얼굴로 흐르는 땀방울… 비를 맞은듯 흠뻑 젖은 작업복, 거기서 풍겨나오는 바다비린내… 어머니는 우뚝 서서 굳어져버린 나를 밀치며 말했다.
《비켜라, 그러다 지겠다.》
어머니의 얼굴에서 전에 없던 빛이 뿜어져나오고있었다. 무엇을 결심하듯 강의한 눈빛이 나의 얼굴로 옮겨졌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한번 떠난 길은 끝까지 가야 한단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어머니는 달렸다.
쿵- 쿵- 하고 어머니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담임선생님이 마주 달려오시더니 어머니를 부축했다.
《은심이 어머니!》
《선생… 님… 어서빨리…》
어머니는 숨이 차서 말도 변변히 못하며 계주봉을 넘겨주었다.
나는 선생님의 눈가에서 반짝이는 맑은 물방울을 보았다.
계주봉을 넘겨받은 선생님은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경기가 끝나자 선생님은 어머니에게로 왔다.
어머니는 그때까지도 숨이 차서 헐썩이고있었다.
《은심이 어머니, 오셨구만요. 바쁘실텐데…》
선생님은 이러며 어머니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었다.
그리고나서 선생님은 조심히 눈굽을 닦았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애가 이만큼이나 크도록 몇번 와보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운동회인데도 그만 늦게 오다나니…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 은심이때문에 수고가 많았습니다.》
어머니는 진심으로 선생님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동무들, 은심동무 어머닌 인민생활문제로 하여 마음쓰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로고를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려고 벌써 몇해째 바다나물양식연구에 자신을 깡그리 바치고있습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갈렸다.
《야!》
여기저기에서 연방 감탄이 터져나왔다. 깊은 감동을 받은 젖은 눈길들이 나와 어머니에게로 향해졌다.
《무슨 말씀을…》
얼굴이 붉게 상기된 어머니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선생님도 어머니를 아시는데 그 자식인 나는 왜 여직 몰랐을가 하는 생각에 얼굴을 들수 없었다. 나는 그때처럼 어머니가 돋보인적이 없었다. 가슴뿌듯한 긍지감이 눈굽을 뜨겁게 해주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바다비린내가 풍겨왔다. 그것은 어머니의 향기였다.
×
《엄마, 힘들지?》
《그래, 힘들다.》
나는 어머니의 어깨며 무릎을 조심히 두드려주었다.
나는 알고있었다.
어머니는 또 양식장으로 가야 했다. 그 길은 막을수 없는 길임을 나는 오늘에야 알았던것이다.
어머니는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나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어머니의 얼굴에는 행복의 빛이 넘쳐흘렀다.
모든것이 나에게는 새롭게 안겨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장으로 다가갔다. 언제부터 간수하고 간수해온 새옷을 꺼내왔다. 그 옷은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옷이였다.
《어머니, 이 옷을 입고 가세요.》
《갑자기 그 옷은 왜?… 새옷이야 명절날에나 입어야지…》
하지만 나는 어머니에게서 작업복을 벗기고 새옷을 입혔다.
《어머닌 한생 새옷을 못 입을것 같아 그래요. 어머니한테야 양식장에 가는 날이 제일 기쁘고 행복한 날이 아니나요, 그렇지요?》
어머니는 나의 머리를 정답게 쓸어주었다.
《고맙다. 은심아, 그새 어머니가 원망스러웠지.
어머니는 바다를 떠나선 살수 없구나.
언제인가 우리 군을 찾으신 어버이수령님께서 수산사업소에 오셨단다. 그때 너의 외할아버진 어머니처럼 기사였다. 온 수산사업소 사람들이 수령님께 풍성한 어장과 그득그득 물고기들이 차있는 랭동창고를 자랑삼아 보여드렸지.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만족해하시며 일군들에게 당부하셨단다.
물고기를 잡는데만 그치지 말고 바다가양식을 잘해서 우리 인민들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외할아버지는 그 당부를 늘 가슴에 새겼고 이 어머니의 심장에도 이어주었다.
은심아, 이제 우리 장군님께서 오시면 풍성한 바다를 보여드리자.》
나는 눈물이 글썽해진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부끄러움을 금할수 없었다.
어머니의 가슴속에는 오직 그 하나의 소원만이 가득차있었다.
이런 어머니를, 이런 훌륭한 어머니를 내 아직 모르고있다니…
나는 눈물을 머금고 말하였다.
《어머니, 어서 가세요.》
나는 어머니를 바래웠다.
어머니가 멀리로 사라지자 나는 어머니의 작업복을 꼭 품에 안았다. 얼마나 닳았는지 보풀이 일고 얇아진것이 손에 쥔것 같지도 않았다.
(어쩌면…)
나는 옷을 폈다. 주머니에서 무엇인가 비닐에 싼것이 뚤렁 떨어졌다.
늘 바다물속에서 사는 어머니의 소지품은 모두 비닐에 감싸있었다.
나는 그것이 편지임을 제꺽 알아차렸다.
나는 편지를 펼쳐보았다.
물에 젖었다말린 흔적들이 력력했지만 글은 읽어볼수 있었다. 나는 편지에 씌여진 각이 진 사선체글씨가 아버지의 글씨라는것을 알아보았다.
심장이 세차게 높뛰였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다.
《잘있소? 은심이는 앓지나 않는지 근심스럽구만.
여보, 힘들지. 집을 돌볼래, 연구사업을 할래… 당신을 잘 도와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오. 은심의 편지를 많이도 받았소. 그 애가 따뜻한 가정적분위기를 몹시 그리워하더구만. 은심이때문에 속많이 쓰지. 걱정마오, 그 애도 다 리해할 때가 있을거요. 아 참, 어제 새집을 받았소. 층수도 알맞춤해서 좋고 해가 잘 들어 더욱 좋소. 당신이 연구사업때문에 못오는걸 알고 다들 도맡아 집을 꾸려주었소.
집걱정은 절대 하지 마오. 어떻게 하나 하루빨리 바다가양식에서 성공해야 하오. 당신의 몫이 크오. 인민생활문제를 확고히 해결해서 우리 장군님 어깨우에 쌓인 짐을 조금이나마 덜게 된다면 그 이상 행복이 어디에 있겠소.
여보,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갑시다. 나에게 약속하오. 성공하기 전에는 돌아오지 않겠다고말이요.
정순이, 당신이 그립소. 매일 물에 들어가살면 관절염이 도질텐데 주의하오. 내가 곁에서 당신을 돌봐주고싶지만 마음뿐이요. 또 소식을 전하겠소.》
날자를 보니 아버지가 떠난지 꼭 한주일만에 온것이였다.
나는 편지에 얼굴을 묻었다.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았다.
나는 바다가로 달려갔다.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있는 힘껏 내달렸다.
잔잔한 파도가 모래불우에 무늬를 새겨놓는 바다기슭에 어머니가 있었다.
떼장들을 거두고있던 어머니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아니, 네가 어떻게?》
어머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정답게 들렸다.
《어머니, 나 양식장에 나가보고싶어요.》
나와 어머니는 전마선을 타고 바다로 나갔다.
나는 노를 저었다. 반짝이는 바다물과 어울려 어머니의 얼굴은 정말 아름다왔다.
바다물은 자기 주인을 반기는듯 살뜰하게 흰 물갈기를 일으켰다.
《엄마, 바다는 정말 넓고 깊어. 나도 엄마처럼 이 바다를 안고살래요.》
어머니는 웃었다.
《은심아, 이 바다보다 더 넓고 깊은 품이 바로 너와 나, 우리 가정이 안겨사는 아버지장군님의 품이란다. 그래서 어머니도 한생을 여기서 사는거야. 너도 대학에 가면 공부를 잘해라. 그래서 우리 장군님의 넓고 깊은 사랑에 꼭 보답하자꾸나.》
어머니의 목소리는 뜨거웠다.
…
바다는 참으로 넓고 깊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그리고 바다의 모습은 참으로 장쾌하다.
아침에 보나 저녁에 보나 바다는 언제나 억센 의지를 준다.
진주보석을 뿌려놓은듯 반짝반짝 빛을 뿌리는 물방울들은 바다의 드넓은 품, 따뜻하고 살뜰한 어루만짐속에서 행복에 겨워 어쩔줄 모르는듯싶다.
언젠가 어머니가 한 말이 떠오른다.
《바다는 가리지 않는다. 자기가 안아야 할 물방울들을 따로 없이 한품에 안고있지. 사람은 바다처럼 큰 심장을 가져야 해. 자기 가정 하나만을 아는 좀스러운 작은 심장으로는 그 가정의 행복도 가져올수 없단다. 자기 가정만이 아닌 인민을 알고 조국의 아픔을 느낄줄 알고 우리 장군님의 크나큰 뜻을 받아안을줄 아는 넓은 심장을 가져야 진정한 행복도 찾을수 있다. 알겠니?》
나는 어머니의 사진을 끝내 찍지 못했지만 어머니의 사진을 바로 이 바다가 찍어주었다.
그렇다. 양식장의 푸른 물결우에는 나의 어머니의 아름다운 모습이 새겨져있다.
나는 그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나의 심장속에 그대로 새겨안았다. 그것은 내가 찍은 어머니의 사진이였다.
(김일성종합대학 문학대학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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