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10호에 실린 글

 

   단 편 소 설

숲의 교향곡

                                       리 정 옥

(1)

강철묵은 서둘러 차에 올랐다. 도의 책임일군이라 경애하는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가기는 처음이 아니였지만 이번만은 여느때와 달리 준비도 없이 떠난 길이였다. 협의회, 전원회의, 현지지도… 그때마다 부르시는 뜻과 용건이 뚜렷하거나 그 범위를 짐작할수 있어 해당한 자료들을 갖추고 떠날수 있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 못하여 마음이 몹시 긴장되였다.

(무슨 문제때문에 부르실가?)

차가 떠나자 그는 안주머니에 언제나 품고다니는 두툼한 수첩을 꺼내들었다. 눈감고도 알수 있는 내용이였지만 다시 하나하나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직접 과업을 주신 공작기계생산과제, 새로 착공을 시작한 5호발전소와 6호발전소건설문제… 련두봉기슭에 일떠서는 새 문화주택들, 농사문제…

어느 하나도 놓칠세라 꼼꼼히 따져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더듬어보아도 장군님께서 왜 급히 부르시는지는 가늠이 안갔다.

강철묵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눈길을 들었다. 북방의 산악들이 우줄우줄 차창밖으로 흘러간다.

고난의 행군후과라 나무들이 많지 못한 산들도 여기저기 보인다.

살림집을 건설하고있는 마을들도 흘러간다. 산기슭에 새로 짓는 제대군인마을이다. 그것을 보자 철묵의 가슴속에서 용암같은것이 서서히 끓어올랐다. 지난해 경애하는 장군님의 력사적인 현지지도를 받고 이곳 사람들이 울고웃으며 환호를 터뜨리던 모습이 그우에 새겨졌던것이다.

지금 도의 어디나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관철에 부글부글 끓고있다. 공장과 농촌, 발전소건설장과 림산사업소…

철묵은 안경을 벗어들었다. 눈앞이 흐려져서였다.

조건이 불리한 산악지대이라면서 류다른 관심을 돌려주고계시는 장군님의 그 은정이 목메이게 안겨든다. 그는 운전사에게 차속도를 더 늘이라고 조용히 일렀다.

어린 아이의 심정인양 그의 마음은 장군님 계시는 곳으로 차보다 먼저 달리고있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자산강의 주류가 시작되는 다리입구에서 강철묵을 기다리고계시였다.

장군님께서는 해빛에 굼실거리는 강물을 굽어보고계시다가 강철묵을 보고 반색을 지으시였다.

《아, 철묵동무가 왔구만.》

《장군님, 안녕하십니까?》

강철묵은 정중히 인사를 드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나와 함께 천삼봉군부대에 가보자고 불렀소.》

다음순간 강철묵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분명 도와 관련되는 중요하고도 급한 문제때문이라고 예상했던 자기의 생각이 너무도 빗나가서였다. 더구나 장군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대는 도경내도 아니고 도린접도 아닌 먼곳에 있는 부대였다.

그이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한채 강철묵은 장군님의 차에 올랐다.

하늘에서는 눈부신 해빛이 쏟아져내렸다.

가는 길은 멀었다. 가는 도중 장군님께서는 도내 공장들의 생산실태며 발전소건설정형에 대하여 하나하나 물으시였다.

강철묵은 그동안 도에서 이룩한 성과들과 걸린 고리들에 대해 될수록이면 간단하면서도 명료하게 보고드렸다.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수고했구만.》하고 치하도 해주시고 어떤 문제는 구체적으로 묻기도 하시였다. 그러시며 걸리고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대책을 의논해주기도 하시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부대주둔구역안에 들어서고있었다. 길좌우에 줄비하게 늘어선 수삼나무들사이로 《일당백》, 《결사옹위》라고 쓴 구호판들이 보였다.

차는 소리없이 멎어섰다.

군부대장의 영접보고를 받으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누구에게라없이 말씀하시였다.

《이 부대에서 수림을 잘 가꾸었다는 말을 듣고 그걸 한번 보자고 왔소.》

부대로 들어가는 길가의 수삼나무들뿐만아니라 부대주변의 둔덕과 산들이 모두 수림으로 뒤덮여있었다. 나지막한 건물들은 수삼나무숲과 어울려 산뜻하고 청신한 색조로 빛났다. 그 해빛과 푸르른 숲의 정기가 강철묵의 가슴을 쿵 하고 울려주었다.

(수림… 바로 이 문제때문이였구나!)

철묵은 장군님께서 자기를 부르신 까닭을 알아차렸다. 사실 수림은 강철묵이도 적지 않게 고심하던 문제였다.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경제봉쇄와 반공화국고립압살책동은 우리 인민의 생활에뿐아니라 이 나라의 수려한 산천에도 깊은 상처를 남기였다.

산을 잘 가꾸고 수종이 좋은 나무를 많이 심으라고 하신 장군님의 말씀을 받들고 철묵은 전망계획을 세우고 산림조성을 하느라 애쓰기는 했지만 나무모가 모자라 더 힘있게 내밀지 못하고있었다.

평양시교외에 훌륭한 양묘장이 꾸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전에 사람을 띄웠었다. 그런데 그곳 책임자가 계획분에 없다면서 딱 잡아떼더라는것이였다. 그러면서 오히려 도의 일군들이 산림에 대한 관점이 바로 서있지 않는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일군들의 관점?)

이 말을 전해들은 강철묵은 속이 후끈 달아올랐다. 도대체 산림에 대한 일군들의 관점이 바로 서있지 않다는것은 누구를 보고 하는 소리인가. 생각같아서는 자기가 직접 양묘장에 가보고싶었으나 시간을 내기가 헐치 않았다. …

《이깔나무숲이로구만.》

장군님께서는 《이깔나무숲》이라고 쓴 수림구역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곧게 자란 자기의 자태를 뽐내듯 서있는 이깔나무를 한동안 바라보시던 장군님께서는 혼자소리로 되뇌이시였다.

《창성이깔나무로구만.》

철묵은 눈굽이 화끈 달아오름을 느끼며 장군님의 모습을 우러러보았다. 지금껏 창성이깔나무가 있다는것은 알았지만 어떤 나무인지는 딱히 모르고있었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얼마나 나라의 산림에 관심이 크셨으면 아직 잎도 돋지 않은 나무를 보고도 이렇게 가려보시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이의 높고 큰 뜻을 받들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앉아뭉개는 자신이 못내 한스러웠다.

《창성이깔나무는 일반 이깔나무와 교잡한것인데, 가만…》

장군님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고 누구를 찾으시는듯 뒤를 돌아보시였다. 이윽하여 부대장의 뒤에 서있는 한 군관을 손짓하여 부르시였다.

《주동무, 나무에 대해서야 여기 수림의 주인인 동무의 설명을 듣는것이 제격이지.》

부대장의 뒤에 서있던 젊은 군관이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렸다.

《어서 여기로 와서 설명해주시오.》

몸매도 얼굴도 갸름한 군관이였다. 군복을 입었지만 군인이라는 인상보다 대학생과 같은 체취가 더 진하게 풍기는 모습이였다. 그한테 류다른 인상이 있다면 두눈에 어린 푸르른 빛과 몸매에 비해 류달리 크고 흙빛이 도는 두손이였다.

《어서…》

장군님께서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시고 자리까지 틔워주시며 그를 고무하듯 재촉하시였다. 두어걸음 앞으로 나온 젊은 군관은 이깔나무를 향해 그 커다랗고 흙빛이 도는 손을 들었다.

《창성이깔은 여느 이깔과 같애보여도 서로 다릅니다. 보통 이깔나무에 비해 3~4년은 더 빨리 자라고 나무갓이 아래로 드리워지는것이 특징입니다.》

젊은 군관이 자기를 얼핏 띄여보는 순간 강철묵은 무엇인가 가슴을 쿡 찌르고드는듯 해서 몸을 흠칫했다. 그리고는 그의 정기어린 눈매며 갸름한 얼굴, 커다란 손을 왜서인지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마음으로 눈여겨보았다.

그는 젊은 군관의 얼굴과 눈빛, 목소리에서 그와 비슷한 사람의 모습과 표정, 목소리를 듣고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 그 사람의 눈빛은 실패와 좌절감에 흐려있었고 목소리도 비감에 젖어있었다면 지금 젊은 군관의 눈빛은 해빛과 엿섞여 빛나는 숲의 생신한 푸른빛으로 반짝이고있는것이였다. 목소리는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젊은 군관에게 정보당 나무심는 대수며 그 리용전망에 대하여 물으시였다. 대답을 끝내자 장군님께서는 젊은 군관의 등을 두드려주시며 다정히 물으시였다.

《수고했소, 정말 수고했소. 아버지한테는 종종 편지를 쓰오?》

《장군님! 아버지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좋구만. 아버지의 소원대로 이렇게 숲을 가꾸었단말이지. 정말 용하오. 얼마나 좋은 일이요.》

장군님께서는 옆에 서있는 철묵에게 시선을 주시였다.

《지금 도에서는 어떤 나무들을 심고있소?》

《장군님, 주로 이깔나무를 많이 심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나무그루수를 늘구는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서처럼 수종이 좋으면서도 빨리 자라는 나무들을 먼저 심어야 합니다.》

《알았습니다, 장군님.》

철묵은 그이의 말씀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적어나갔다.

어느덧 장군님을 모신 일행은 키가 큰 나무구역이 끝나고 키작은 나무들이 자라고있는 곳에 이르렀다.

장군님께서는 강철묵을 앞으로 부르시였다.

《철묵동문 이 나무가 무슨 나무인지 알겠소?》

철묵은 봄물이 오르기 시작한 잎없는 나무가지를 조심히 매만졌다. 안경을 추슬러올리고 자세히 들여다보았지만 딱히 알수가 없었다.

《이 나무가 바로 쪽가래나무요.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를수 있소. 기름나무로서는 좋은 나무요. 철묵동문 뭐 생각되는것이 없소?》

철묵은 조금전에 젊은 군관의 모습에서 련상되던 그 무엇이 장군님께서 가리키시는 쪽가래나무와 함께 눈앞에 확 떠오름을 느꼈다.

그렇다, 그의 도에도 바로 이런 쪽가래나무가 있었다. 하나의 크지 않은 시험장이였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발전소가 들어앉았다.

어쩔수없이 철묵은 6년전 그날에로 빠져들어갔다.

 

사흘동안 련이어 쏟아부은 무더기비에 집이 떠내려가고 산사태가 났다는 통보를 받은 철묵은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태는 엄중하였다. 적지 않은 집들이 떠내려가고 땅이 못쓰게 되였다. 당장 집부터 짓고 사람들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했다. 엄혹한 고난의 행군시기였다.

철묵은 눈앞의 일에 정신이 쏠려 아까부터 자기를 만나려고 서성대는 한사람을 눈여겨보지 못하였다.

긴급대책을 세우고 그가 막 떠나려는 순간 무작정 차문을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머리가 희숙한 반백의 사나이였다. 그의 손에는 뿌리에 흙이 묻어있는 쪽가래나무모가 쥐여져 가볍게 잎새를 떨고있었다.

《이걸 어쩌면 좋습니까?》

사나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절망과 애원의 빛이 어린 두눈이 똑바로 철묵을 주시했다.

옆에 서있던 도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이번 사태에 학자가 애지중지하던 시험장이 통채로 묻혔다고 귀띔해주었다.

강철묵은 당장 뭐라고 위로해야 할지 생각이 안났다.

《어찌겠습니까. 학자선생, 이왕 일이 이렇게 된바에는 다른 곳에 시험장을 잘 꾸립시다. 저도 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철묵의 말에 학자는 머리를 푹 떨구었다. …

도당위원회에서는 시험장자리에 발전소를 건설하기로 락착지었다. 그 자리는 발전소를 건설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자리였던것이다.

철묵은 학자에게 인차 시험장을 꾸려주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의 겹쌓인 난관들때문에 시험장일은 점점 기억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니라도 당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던것이다.

도당위원회 정문에서 그를 몇번 띄여보기는 하였으나 그때마다 기다렸다는듯이 다른 일들이 철묵의 발목을 붙잡군 했다. 시험장일은 멀리 지는 해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철묵의 방에 불쑥 학자가 들어섰다. 한순간 철묵은 그가 누군지 인차 알아보지 못하였다.

고통에 이그러진 얼굴과 가볍게 떠는 손놀림을 보고서야 다름아닌 시험장일때문에 찾아왔던 학자임을 알아차렸다. 서둘러 의자를 권하고 물을 권했다.

학자는 군소리없이 의자에 앉았다.

《책임비서어른, 바쁘겠지만 어찌겠소. 마지막으로 하는 이 늙은이의 말을 들어주오.》

철묵은 온몸이 긴장되였다. 《어른》이라는 말도 낯설었지만 끝내 해주지 못한 시험장때문에 학자가 어떤 노여움을 품고있는지 자못 두려웠던것이다.

《내 떠나기 전에 이 말만은 꼭 하고싶소.

세상에는 산림을 망탕 다루어 쇠퇴한 나라들이 적지 않소.

산림을 홀시하고 황페화시키면 자연은 이 세상의 어리석은 인간들한테서 꼭 그 비싼 대가를 받아내오. 강물은 흐려지고 마르고 장마철엔 토지를 쓸어갈거요.

산림은 수천만 자금과 로력을 들여 건설한 저수지와도 같소. 쏟아지는 눈과 비를 고스란히 받아 자기 품에 저장하였다가 땅이 목마르지 않게 필요한만큼 공급하오. 이 나라의 강들이 항상 푸르러 있게 하는것도 바로 숲이요. 숲이 이루어놓은 그 강줄기들이 있어 인간의 삶의 보금자리들이 생겨나고 오늘의 도시와 국가, 문명이 이룩된거요.》

학자는 갑자기 고개를 푹 꺾었다. 목소리는 꺽 막히듯 잦아들었다.

《숲이 없으면 산짐승과 새들도 정든 고장을 뜰것이요. 나도… 오늘 이 고장을 떠나가오.

나는 책임비서어른이 부디 나라와 민족의 재부인 산림을 귀중히 여기고 이 일을 절대로 소홀히 하지 말았으면 해서 이 말을 하는거요.

난… 가겠소.》

쩌릿한 전률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학자는 일어섰다. 그의 몸이 균형을 잃은듯 휘청거렸다. 철묵이 급히 잡아주려고 하자 학자는 철묵의 부축임을 만류했다.

철묵은 그가 왜 떠나는지 물어볼념도 말릴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그만큼 학자의 모습은 처절하였다.

철묵은 한개 도의 책임일군으로서 한 학자와의 관계에서 미흡한 매듭을 남겨놓은 일이 후날 경애하는 장군님께 아픔을 드리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였다.

며칠후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발전소건설장을 찾아주시였다. 고즈넉한 정적이 깃든 골안에는 무성한 잡관목과 꼬불꼬불한 나무들이 앙상하게 서있었다. 강철묵은 시간을 절약하고싶어 조용히 장군님께 말씀드렸다.

《앞에 보이는 저 산을 넘어가면 원평강이라고 부르는 자그마한 강이 있습니다. 별로 쓸모없이 흐르는 강인데 그 강을 막아서 300메터정도 굴을 뚫고 락차고를 조성하여 전기를 생산하려고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전기로는 새로 건설한 공장과 로동자구 주택들의 조명, 난방을 보장하려고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강철묵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잠시 아무 말씀이 없이 산지형을 유심히 살펴보시다가 강철묵에게 고개를 돌리시였다.

《저 골짜기에 뚝을 막고 호수를 만들어 또 한번 락차고를 조성하여 소형발전소를 건설하면 어떻겠소?》

강철묵은 흥분된 어조로 말씀올렸다.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손을 허리에 짚으시고 산모양새를 주의깊게 살피시던 장군님께서는 문득 몇그루의 쪽가래나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시였다. 허리를 굽히시고 흙탕물이 묻고 볼품없이 서있는 쪽가래나무를 손으로 쓸어보시였다. 줄기밑부분에 접목한 부위가 있었다.

《여기에… 주인이 있구만.》

장군님께서는 혼자말씀처럼 나직이 뇌이시였다.

철묵은 속이 뜨끔했다.

《발전소건설장이 되기 전에 이곳에 뭐가 있었소?》

《사실은… 산림과학원의 한개 시험장이 있었습니다. 발전소위치를 확정하기 전에 의견상이가 있었는데…》

철묵은 장군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해드렸다.

《원래 이 산골짜기는 주명선이라고 하는 산림학자가 오래동안 시험장으로 정하고 일하던 곳입니다. 평지에서 자라는 호두나무를 산에서 자라는 쪽가래나무와 접하여 새로운 품종의 호두나무를 얻어보려고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렇지만 성공을 보기 전에 그만… 산사태에 묻혔습니다. 다른 곳에 시험장을 꾸리려고 했는데 제가 무관심해서 끝내 하지 못했습니다.》

강철묵은 머리를 숙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였다. 시험장주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쪽가래나무를 어루쓸기만 하시였다.

침묵, 또 침묵…

이윽고 장군님께서는 강철묵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그 학자가 지금 어데 있소?》

철묵은 얼른 몸자세를 바로했다.

《학자는… 이 고장을 떠났습니다. 제가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해서…》

철묵은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맺지 못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심중한 눈길로 다시한번 몇그루 남아있는 쪽가래나무를 하나하나 굽어보시다가 뿌리가 뽑힌 한가지를 드시고 황페화된 골안을 근엄한 안색으로 둘러보시였다.

《철묵동문 학자가 왜 떠났다고 생각하오?》

철묵은 숙였던 머리를 쳐들었다.

《그건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학자의 연구사업을 잘 도와주지 못하고 조건을 보장해주지 못했습니다.》

《…》

장군님께서는 말씀이 없으시였다. 천천히 앞으로 몇걸음 옮기시였다.

장군님의 나직한 음성이 철묵의 귀전을 울렸다.

《과학연구사업이 헐치는 않지. … 한생을 바쳐도 성공 못할수 있소. 그러나 철묵동무, 일시적인 곤난에 부닥쳤다고 해서 자기의 정성이 깃든 창조물을 쉽게 버리는 사람은 없소.

여기엔 무슨 사연이 있는것 같소. 보시오, 얼마나 정성스레 접목했소?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모를 지경이요. 이 모든걸 두고 떠나자니 학자의 걸음이 제대로 옮겨졌겠소? 그가 떠나기 전에… 자세한걸 알아볼걸 그랬소.》

철묵의 가슴은 심한 자책감으로 옥죄여들었다.

《주명선?!…》

장군님께서는 학자의 이름을 조용히 되뇌여보시였다. 쪽가래나무가 아니라 성공 못한 학자가 이 자리에 망연히 서있는 모습으로 련상되시는듯 오래도록 말씀이 없으시였다.

일군들이 그만 내려가실것을 간절히 말씀드렸지만 깊은 생각에 잠기시여 련련히 뻗어간 산발들을 바라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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