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7호에 실린 글

 

봄인가요 가을인가요

리 명 철 

 

우리 분조 2모작포전에선

오늘중으로 밀보리가을을 끝낸다지

걸음 앞서 마음 먼저 포전으로 나가는데

저기 모판에선 줄대같이 실한 벼모들이

드넓은 논벌로 세간나는 기쁨에

벌써부터 한들한들 춤추는

내 고향의 6월은

봄인가요 가을인가요

 

단물결 출렁이는 논배미에선

푸른 주단 펼쳐가는 모기계의 동음소리

공급수처녀들의 노래와 어울려 들려오고

어느새 한배미가을을 끝낸 논배미에선

적재함우에 누우런 보리단을 높이 쌓는

박령감의 구성진 민요가락

뜨락또르 동음과 화음을 이루고

 

민들레 곱게 피여 반기고

하늘에선 종다리 은방울을 굴려도

미처 눈줄새없이 바쁜 계절입니다

간밤도 옆집 분이와 함께 모를 뜨며

2모작 밀보리가을 자기네가 끝내면

뒤따라 갈아엎고 써레를 치는건 념려말라

찰떡같이 약속했는데

큰소리로 장담했는데

 

잠시라도 헛눈을 팔면

지는 봄을 놓칠듯

잠시라도 늦장을 부리면

오는 가을이 되돌아설듯

봄도 가을도 두손에 틀어쥐고

일손에도 마음에도 불을 단 이 계절

 

그 옛날엔 이 땅의 가난한 농민들

그리도 넘기기 힘들어

넘으려다 넘으려다 끝내 못 넘고

고개밑에서 쓰러져야 했던 보리고개 이 계절이

이제는 수확의 기쁨에 모내는 기쁨이 한데 겹친

바쁘고도 즐거운 계절

참 좋은 계절로 되였으니

 

생각은 자꾸만 깊어집니다

가슴은 저절로 뜨거워집니다

봄은 사뿐사뿐 줄을 맞추어

거울같은 논배미에 들어서며 파랗게 웃고

가을은 무거웁게

뜨락또르적재함에 오르며 누렇게 웃고

 

아, 봄노래 가을노래 함께 부르며

땀도 사랑도 곱절로만 바치고싶어

새벽부터 저녁까지 포전을 못 떠나는

내 마음을 아는듯 내 일손을 돕는듯

저 하늘의 밝은 태양도

오래오래 지지 않고 해빛을 뿌려주는

내 고향의 6월은

봄인가요 가을인가요

 

(황해남도 해주시 석천리 농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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