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옛말로 될수 없는 이야기

                                                                          박 경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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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해방전쟁에서 가장 준엄했던 전략적인 일시적후퇴시기 우리 마을에도 미군놈들이 들이닥치고 도가족속들로 무어진 《치안대》가 생겨났다.

《치안대》대장놈은 이전 도지주놈의 6촌동생벌이 되는 도만재라는자였는데 이놈은 해방전부터 일하기 싫어하고 남의 등을 쳐먹기 좋아하면서 도가에게 붙어서 건달을 부리면서 구렝이제물로 들어오는 장끼들을 장마당에 내가는 심부름따위로 살아가던 기생충같은자였다. 이놈은 토지개혁때 도가놈이 남으로 도망치자 농촌위원회를 찾아와 자기는 명색만 도가와 6촌간이였지 실지로는 도가네 머슴을 산거나 다름없다면서 도가가 시키는 일을 할수없이 했다고 눈물까지 흘려가며 용서를 빌었다.

그런 도만재가 분여받은 토지를 가지고 나쁜짓을 한 사실들이 드러나 망신만 하고 어디론가 꼬리를 사리였었다.

그러다 이렇게 《치안대》의 대장으로 나타난 도만재놈은 기승을 부리면서 먼저 농촌위원회 일군들과 모범농민들의 집을 들이쳐 운신못하는 늙은이든 아이든 산모든 관계없이 마구 잡아들이였다.

놈들은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남편이 간 곳을 대라.》, 《아들놈이 어데 있어?》, 《식량은 어데다 감췄어?》하며 사정없이 고문하다가 나중엔 무참히 학살하였다. 그리고는 시체도 거두지 않고 그 부근에 밤낮으로 잠복해있었다. 산에 숨은 사람들이 가족들의 시체를 안장하려고 내려오길 기다린것이였다. 원쑤들은 이렇게 악랄하였다.

산에 들어갔던 우리 어머니도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기로 된 녀맹위원장이 놈들의 추격에 붙잡혀 잘못되였다는 소식을 듣고 몇명의 사람들과 함께 어둠을 리용하여 사형장으로 내려갔다가 그만 놈들의 그물에 걸리고말았다.

놈들은 애국미와 전선원호미를 바치는데 앞장선 열성분자이며 아들놈을 인민군대에 내보낸 빨갱이년을 잡았다고 너털웃음을 쳤다.

그때 우리 집은 《치안대》놈들의 소굴로 되였었다. 우리 집이 그중 크고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하면서 제놈들의 소굴로 만들었던것이다.

깊은 산중의 범굴에서 한동안 살아본 어머니로서는 집에 대한 애착심이 남보다 강렬했다고 할수 있었다. 해방된 이듬해 땅을 분여받고 첫해농사를 본때있게 짓자마자 덩실한 기와집부터 지은 어머니였다. 그 다음해엔 소를 사다매고 라지오와 재봉침도 갖췄으며 돼지와 닭을 비롯한 수십마리의 집짐승을 키웠다. 어머니가 얼마나 이악했던지 이웃사람들도 혀를 찰 지경이였다.

《허허, 이젠 도지주놈 부럽지 않게 됐수다. 아마 도가놈이 우리 마을에 구경온다면 제집을 헛갈리겠수다.》

그러면 어머니는 《어찌 우리 집뿐이겠나요. 우리 마을 모든 집들이 김일성장군님덕에 다 잘 살게 된걸요. 아마 도가놈이 보면 눈알이 뒤집혀질거예요.》하고 대답하군 했다.

이렇게 행복과 웃음이 가득가득 차고넘쳤던 삶의 터전을 놈들에게 빼앗겼던것이다.

어느날 도만재놈이 도가놈을 데리고 나타났다.

《치안대》놈들이 어머니에게 쌀감춘 장소를 대라고 한창 고문하는것을 지켜보던 도가가 별스럽게 히죽거리며 다가들었다.

《사람같지 않은것들이 기와집이랑 쓰고살면서 부자가 돼보겠다구, 흥. 미꾸라지가 룡꿈을 꾸었으니 옛말을 하게 됐다. 이년아, 내 빚도 물지 않고 내 땅에서 난 곡식으로 이만큼 살아봤으면 이젠 고스란히 바칠줄도 알아야지. 너희들 세상이 왔다고 빚값까지 스스로 없어질줄 알았니? 이 수호신이 남아있는 한 이 땅은 영원히 내 땅으로 남아있을거다. 자, 봐라.》

도가가 열어보인것은 그 구렝이항아리였다. 또다른 항아리를 하나 더 열었는데 거기에는 땅문서와 빚문서가 그대로 들어있었다.

《네년이 쌀감춘 장소만 순순히 대면 내 특별히 네 죄를 따지지 않고 이 자리에서 네 빚만은 면제해줄테다. 리자까지 몽땅… 싫단말이지. 좋다, 그럼 공화국을 믿다가 죽겠느냐 아니면 우릴 도와주고 자유로운 소작농이 되겠느냐?》

도가의 씨벌임에 쓴웃음만 짓던 어머니의 눈에서 갑자기 푸른 섬광이 번쩍거렸다. 생떼같은 남편과 맏아들을 도가에게 잃은 어머니로서 다시 그런 놈들의 세상이 온다는것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치는 일이였다. 말할 기력조차 없었지만 어머니는 도가의 면상에 침을 뱉았다.

《이 더러운 놈아, 네놈들의 세상이 다시 올줄 아느냐.》

그러자 놈들은 어머니에게 이리떼마냥 달려들었다. 놈들은 나무에 바줄을 걸어 어머니를 거꾸로 매달아놓았다.

도만재놈이 총구를 어머니의 이마에 내댔다.

《이젠 세상이 거꾸로 된줄 알겠지. 형님, 말공부는 필요없어요. 자, 형님이 직접 쏘라요.》

《아직 종놈들한테서 받을것이 수두룩한데 다 죽이면 빚값은 천당에서 받으라나? 또 농사는 누굴 시켜먹구?》

도만재가 껄껄 웃어댔다.

《형님, 이 년놈의 집을 좀 둘러보시라요. 과부인 주제에 5년동안 나보다 더 큰 부자가 됐더군요. 전쟁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몇해안으로 형님보다 더 큰 부자가 됐을겁니다. 이것을 아는 종놈들이 형님말을 들을것 같습니까?

그러니 빨갱이물을 먹은자들은 아예 씨종자를 말리워야 해요. 내 말뜻을 알겠지요?》

전쟁이 끝난 후 우리 마을은 물론 그 주변에 살아남은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80이 넘은 로인이건 젖먹이아이건 피신 못한 사람들을 놈들은 쫓겨가는 순간까지 모조리 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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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절대로 옛말로 될수 없는 이야기였다. 또 그렇게 되여서도 안된다.

전쟁이 끝나 고향에 돌아오니 집은 불타버리고 어머닌 영영 찾을길 없었다. 행복한 웃음소리, 노래소리 그칠새 없던 마을은 알아보기 어렵게 파괴되였다.

후날 구렝이무덤에 세워졌던 비석도 나왔는데 비석뒤면에 이런 글이 새겨져있었다.

《신령스러운 복구렝이님의 영원한 보살피심속에 이 땅의 주인은 오로지 도씨가문의 후예들임을 노복들아, 명심하라.》

더욱 놀라운것은 그 비석돌을 죽은 마을사람들의 시체우에 올려놓은것이였다.

계급적원쑤들은 마을사람들이 저승에서도 억눌린 령혼으로 살아있으라는 뜻으로 그렇게 한것이였다. 영원히 자기들만이 지배자로 주인행세를 할수 있다는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란것이였다.

그때 산에서 겨우 살아난 사람들에 의해 도가놈의 6촌동생 도만재가 도망치기 전에 제 형의 금품들과 토지문서를 노리고 도가놈을 죽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놈들은 죽는 날까지 서로 물고 뜯고 해야만 살아갈수 있는 승냥이무리들인것이다.

계급적원쑤들의 악착한 심보는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승냥이무리들과는 함께 있을수 없는것이 자연의 법칙일진대 사람들이여, 이 이야기를 먼 과거의 일로만 생각지 마시라. 그리고 순간이나마 이런 승냥이들이 있다는것을 잊고 산적은 없었던가를 심장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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