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멀리 더 멀리
방 태 일
(2)
그때부터 유민의 공상은 자신을 구원해준 잊지 못할 선생님과 아직은 다 알수 없는 미지의 힘을 가진 의학의 세계에 가있었다.
《어머니, 전 꼭 이름난 의사가 되겠어요.》
이렇게 의사는 되였지만 명의는 아직 되지 못했으니 공상이 현실로 된다는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것이다. …
유민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로세영과장은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떡였다.
외과의사답게 몸집이 좋고 얼굴이 불깃불깃한 그의 이마에서 여러마리의 기러기가 나래를 퍼덕였다.
《그래, 지금도 공상을 하나?》
《네.》
《공상을 하게. 그건 좋은거야.》
뭉실뭉실한 과장의 손이 유민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린다.
로세영이라고 하면 외과림상에서의 무시할수 없는 권위자로서 이 도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병원에서는 모두가 그를 부를 때 꼭 로과장이라고 부른다. 세영선생이라거나 그저 과장선생이라고 부르는적은 한번도 없다. 그렇게 성과 어울려 부르니 경험많은 오랜 과장으로서의 권위가 더 느껴지는것 같았다.
그래서 유민은 로가라는 그의 성을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로과장은 얼굴도 둥글고 큼직한 코도 둥실하게 솟아오른데다 두툼한 입술까지 둥실하게 말려들어 조금만 입을 열어도 그사이로 구수한 말소리가 저절로 굴러나올것 같은데 해종일 가도 말이 없는 성미여서 배치된지 얼마 안된 유민은 아직도 그의 음조가 도인지, 라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일단 그가 무슨 말을 하면 내용에 관계없이 점적대마냥 꼿꼿해지는것이다.
《불태우려는거요?》
마당청소를 할 때 그가 불쑥 소리쳤다.
그렇다고 큰소리를 친것은 아니였지만 감나무밑에 한무지 모아놓은 락엽에 성냥을 켜대려던 유민은 꿈쩍 놀랐다.
삽을 들고 허청허청 다가온 로과장이 늙은이답지 않게 삽날을 땅에 힘껏 박았다.
그리고는 땅을 팠다.
유민은 어린 감나무모곁에 우묵하게 패여드는 구뎅이를 멀거니 지켜보았다.
《묻어버리자는겁니까?》
유민이 자기가 파겠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들었는지, 말았는지… 구뎅이에 락엽을 다 묻고 그것을 덮은 푸근한 흙을 꾹꾹 눌러다질 때에야 로과장은 유민을 슬쩍 흘겨보았다.
이젠 알겠느냐 하는 태도였다.
땅속의 락엽이 이제 이 나무의 거름이 된다는것일테지. 유민은 칼칼하게 날이 선 코마루를 쓸어만지며 웃어버리고말았다.
아마 로과장이 감을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이상한것은 그가 해마다 열매가 주렁지는 다른 나무들보다 보슬비만 와도 추운듯 파들거리는 어린 그 나무를 위해 매일 아침 바께쯔를 들고 나와 듬뿍이 물을 주군 하는것이다.
나이들면 자식 크는 재미에 산다더니 로과장은 나무 크는 재미에 출근하는듯 했다. 그러다가도 일단 하얀 위생복만 입고 나서면 기계같이 정확한 명의로 변한다. 충수염인것 같다며 당장 수술해달라고 뛰여들어온 성미급한 환자에 대해서도 눈이며 입이며 어깨며 가슴이며 처음부터 하나하나 진찰을 하고나서야 그가 아픔을 호소하는 아래배를 두드려본다. 그리고는 짐짓 벌레씹은 상이 되여가지고 고개를 가로흔든다.
《충수염은 무슨 충수염, 위경련이요. 내과에 가보라구. 원, 그렇게도 배를 한번 째보고싶소?》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돌아서나가는 환자의 등에 대고 소리친다.
《아트로핀을 써야 하오. 한번에 한알이나 두알씩 알겠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고 그와 마주서기만 하면 벌써 병이 다 나은듯 안도의 숨부터 내쉬였다.
공상이란 아마도 무엇인가를, 누구인가를 닮고싶어하는 마음인것 같다.
유민이도 꿈많은 소년시절에는 비행기를 보면 비행사가 되고싶었고 영화를 보면 배우가 되고싶어했다. 그래서 남달리 장난도 세찼고 익살도 곧잘 피웠다. 그러다가 병을 만나 의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의사가 되였다. 그리고 또 지금은… 로과장을 알게 된것이다. 그와 같이 사람들이 기대를 안고, 믿음을 안고 《유민선생.》하고 부르며 찾아오게 하고싶었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저도모르게 서랍을 열고 푸른빛이 도는 자그마한 약곽을 꺼내보군 했다. 그 고약은 유민이 군병원 의사로 일할 때 여러차례의 실험을 통하여 분석한 여러 고려약재들의 주성분을 배합하여 뽑아낸 새로운 엑스였다. 며칠전에 유민은 이 시제품항생제에 《원흥-1》호라는 제나름의 이름까지 붙여놓았다.
원흥이란 시병원이 자리잡고있는 주택구역의 거리이름이다. 사람들이 애착을 느끼게 하려고 며칠밤을 고심하여 생각해낸 이름이였다.
그러나 아직은 유민이 붙인 이 이름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그자신밖에 없었다.
《글쎄 이 애가 장난을 하다가 다리를 다쳤는데 어쩌면 좋아요?》
한절반 울상이 된 녀인이 5~6살잡이 아들애를 업고 문턱을 넘어섰다. 아이의 바지가랭이에 나무껍질 같은것이 게발려있고 어른의 손가락만큼 긁힌 상처에선 아직도 피가 나오고있었다. 유민은 오래전부터 연구해오던 《원흥-1》호 약을 써보고싶었다. 반쯤 열려진 서랍에서 《원흥-1》호가 눈에 보였다. 유민은 약을 꺼내들었으나 곧 머리를 저었다.
(승인받지도 못한 약을 함부로 쓸순 없다. 더우기 이건 아직 실험단계에 있는 약이다. …)
이때 곁을 지나치던 춘희선생이 제 눈보다 더 까만 고약을 보고 멈칫거렸다.
《아니, 그건…》
눈치빠르고 무슨 일에나 적극적인 녀의사는 유민의 행동을 보고 제꺽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애어머니에게로 돌아섰다.
《저, 제가 봐드릴테니 함께 가시자요.》
《후ㅡ》
긴숨을 내쉰 유민은 《원흥-1》호를 서랍에 다시 넣었다.
사실 그자신도 이 약의 실용적가치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있었던것이다. 아직 몇차례의 림상실험을 더 거쳐야 했다.
《거… 어디 나두 좀 볼수 없을가?》
낮으나 무게있는 음성이 머리우에서 떨어졌다. 튕기듯이 일어서니 로과장의 담벽같은 가슴이 앞을 막고있었다.
《자, 어서!》
잔주름이 그물처럼 뒤엉킨 손바닥이 활짝 펼쳐지며 유민을 재촉했다.
유민은 얼결에 《원흥-1》호를 그 손바닥우에 놓아주었다.
《이게 혹시… 유민선생이 군병원에 있을 때부터 연구했다는 그 고려약이 아니요?》
유민은 입을 딱 벌렸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로과장은 그답지 않게 한쪽눈을 찡긋하며 통조로 대답했다.
《그건… 비밀이야. 그런데 이걸 내게 좀 줄수 없겠소?》
《네?!》
《쓰는 방법과 주원료에 대해서도 좀 적어주게.》하고 로과장은 처방용지로 쓰는 종이까지 내밀었다. 쓸것을 찾느라고 책상을 더듬는데 로과장이 유민의 웃주머니를 가리켰다.
《거기 있지 않나.》
만년필을 뽑아쥐고 적기 시작했다. 나이든 로과장이 쉽게 알아보도록 또박또박 큼직큼직하게 써넣었다.
《그런데… 이걸 가져가선 뭘 하시려는겁니까?》
《오, 덜퉁한 내 손자녀석이 장난하다 다쳤는데 이 약, 저 약 다 써봐두 잘 아물지 않누만.》
그런데… 로과장의 이 거짓말은 이튿날로 들장났다.
아침해가 중천으로 달음박치고있을 때 돌격대제복을 입은 한 청년이 로과장의 손자라면서 찾아왔던것이다. 마침 로과장이 협의회에 참가하다나니 유민이 그를 맞이하여 안내해주었다.
《동문 어디 있는 손자요?》
《어디 있는 손자라니요?! 할아버지에겐 손자라군 저밖에 없는걸요.》
그럼 이렇게 큰 손자가 장난을 하다가 다쳤단말인가?
문철이라고 하는 그 청년의 몸에서는 장난에 묻힌 흙내가 아니라 싱그러운 솔향기가 풍겨나오는듯 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발전소건설장으로 자원해갔는데 자재를 실으러 올라왔던 길에 할아버지가 보고싶어 잠간 들렸다는것이다.
유민은 건강미가 넘치는 젊은이의 아래우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지금… 어디 다친데가 있지 않소?》
《네?!》
문철은 무슨 홍두깨냐는듯 눈을 디룩디룩 굴리기만 했다.
유민은 난처해졌다.
얼른 화제를 돌리려고 생각을 굴리는데 문철의 손에 들린 파란 수지곽 같은것이 눈에 띄웠다.
그게 뭐냐고 묻자 기다린듯 챙챙한 대답소리가 울렸다.
《이건 제가 만든 발전소입니다.》
《발전소?》
우물을 보고 바다라고 하는것 같았지만 문철이는 정열적으로 설명했다. 그가 성냥곽처럼 생긴 수지곽의 도드라진 웃부분을 누르자 이미 설치되여있던 3개의 발광소자가 반짝 빛을 뿜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 두개의 소형전지약과 소자 몇개가 붙어있었다.
《상점에선 이런걸 찾아보지 못할겁니다. 내가 직접 만들었으니까요. 앞으로 전 꼭 전기기술자가 되여 나라의 긴장한 전력문제를 푸는데 적은 힘이나마 이바지하자는겁니다.》
깨끗한 희망을 지닌 공상가였다. 반가왔다.
(18살이라고 했던가?)
그러니 유민의 10년전보다 고작 1년우이다.
10년! 그것은 한 세대의 활동공간이다. 유민의 앞에는 벌써 자기 다음의 청춘세대가 나타난것이다.
세월은 이렇듯 살같이 달리고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껏 무엇을 했던가!
벌컥, 문열리는 소리가 나고 반가움에 젖은 부르짖음이 방안을 울렸다.
《문철이가 왔다구?》
《할아버지!》
로과장은 저보다도 키가 큰 손자를 얼싸안았다.
평소의 범접하기 어렵던 위엄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유민은 과장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그저 사람좋은 할아버지에 불과한 로과장을 자못 신비스럽게 지켜보았다.
손자를 저렇게 고와하면서도 그가 장난에 다쳤다는 거짓말은 왜 꾸며댄것인지…
문철이를 덥석 안아드는것을 보면 환갑이 지난 늙은이같지 않았다. 정말 그에게는 아직도 청춘의 패기와 열정이 넘칠듯이 출렁이고있었다. 병원에서 배구경기를 조직하면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것이다. 그저 참가하는것이 아니라 기둥선수였다.
유민이도 대학시절에 드센 타격수로 이름을 날린적이 있으나 로과장과 마주서기만 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군 했다. 아무리 강한 타격공도 보기 좋게 받아넘겼기때문이다. 물론 그 덕분에 유민의 배구기술도 눈에 띄게 높아지긴 했지만…
문철이가 왔다간 그날 점심시간에도 유민의 팀과 로과장의 팀은 서로 동점이 된 가운데 마지막한점을 놓고 마주서게 되였다.
휘익ㅡ 유민은 짝패가 넘겨주는 공을 향해 조약하며 있는 힘껏 타격했다.
이번에도 방향을 정확히 잡은 로과장이 매섭게 들이닥치는 공을 향해 손을 뻗쳤다. 그러나 공의 속도가 너무 빨라 손목이 아니라 팔에 맞았다. 탕! 반충이 얼마나 컸는지 공은 멀리 튀여나고 로과장은 신음소리와 함께 털썩 주저앉았다.
《저런!…》
튀여난 공이 어디로 떨어지든 이제는 누구도 쳐다보지 않았다. 모두가 경기장복판에 무너져내린듯 주저앉은 로과장에게로 몰켜들었다.
《다쳤습니까?》
《웬일입니까?》
로과장은 공에 맞은 한쪽팔을 싸쥔채 가쁜숨을 톺았다. 아픔을 참느라고 한참이나 입술을 앙다물고있었다.
《이거 나때문에 공연히들 놀랐구만. 일없소, 어서 경기나 마저 하라구.》
일어서며 안심시키느라 웃어보이는것이 도리여 이지러져보였다.
쥐구멍에라도 몰린듯 안달이 난것은 유민이였다.
잔등을 타고 선뜩하게 흐르는 식은땀을 감촉하며 뒤늦게야 로과장을 따라갔다.
그의 방에 들어서니 로과장은 한창 팔소매를 걷어올리고 상처를 살피고있는중이였다.
유민은 당장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피줄이 불거져나온 팔에 두툼한 붕대가 휘감겨있고 로과장은 그것을 조심히 어루쓸고있는것이다. 언제 저런 상처가 생긴것인지 모를 일이였다.
《선생님…》
유민은 겨우 낯을 들고 다가갔다.
《정말 미안합니다. 전 그런것도 모르구…》
《아니, 아니요!》
로과장은 얼른 소매를 내리며 상처를 감추었다.
《유민선생은 공간을 정확히 보고 타격했소. 그게 중요한거요.》
로과장이 흔연한척 할수록 유민의 마음은 더 옥죄여들었다. 금시 쪼그라들듯 죄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이 보기 딱했는지 로과장은 왕청같은 말을 꺼내들었다.
《그래, 요즘 외국어공부는 잘하나?》
《예. …》
유민은 별로 생각없이 대답했다.
며칠전부터 최신의학과학기술을 습득하자면 외국어를 잘 알아야 한다면서 로과장이 매 사람에게 과제를 주고 엄격히 받아내고있었지만 라틴어쯤은 자다가 옆구리를 쳐도 줄줄 엮어댈수 있는 유민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저녁에 병원옆의 주택건설장에서 누구인가 발을 다쳤다며 복스럽게 생긴 로동안전원처녀가 찾아와 발을 동동 굴렀다.
로과장은 자신이 직접 가방을 둘러메고 나서며 유민을 불렀다.
《함께 가지 않겠나?》
기꺼이 따라나섰다.
팔도 불편한 로과장을 혼자 보내기도 미안했고 또 왕진이든 회진이든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배우고싶기도 했던것이다.
저녁노을도 어둠에 쫓기워 사그라지고 쌀쌀한 바람이 몸을 휘감는데 앞에서 흰 위생복자락을 펄럭이며 걷던 로과장이 불쑥 걸음을 멈춘다.
《유민선생, 장불통증을 라틴어로 뭐라구 하오?》
《네?!》
기가 막혔다. 틈에 끼인 먼지같은 짬시간마저 외국어과제를 받아내는데 리용할 잡도리인데다 물어보는것도 소독수냄새나 맡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수 있는 초보적인것이니 은근히 속이 뒤틀렸다.
《일레우스입니다.》
저도모르게 내쏘듯 대답했다.
《그럼…》하고 로과장이 이번에는 도이췰란드어로 무엇인가 물어보았다.
《네?》
라틴어에만 신경을 쓰던 유민은 입이 얼어드는듯 했다. 대학시절 익혀두어 모르는것은 아니였지만 떡메치듯 갑자기 물어보는 바람에 뻥ㅡ 해지기만 했다.
《아니, 왜 그러나?》
《…》
《허… 이건 초보적인건데… 공부를 안했구만.》
《과제로 준거야 라틴어가 아닙니까?》
유민은 량볼이 밤알을 문듯 부풀었다.
《과제? 그러니 과제만 하면 다로구만.》
말이 없는 대신 한마디한마디가 주사침같은 로과장이였다.
건설장이 멀지 않은것이 다행이였다. 쇠말뚝같이 버티고선 기중기가 촉수높은 전등을 허리에 차고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유민은 손수건을 꺼내 이마의 땀을 문질렀다.
로과장을 따라 건설장휴계실에 들어가니 환자라고 하는 젊은 사람은 벌쭉벌쭉 웃고있었다. 다리를 다치지만 않았으면 벌떡 일어나 인사라도 했을것이다.
로과장은 엄한 눈총으로 그의 웃음을 눌러버리고는 퉁퉁 부어오른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상처를 입은지 몇시간은 잘돼보였다.
《언제 이렇게 됐소?》
《모릅니다.》
《어디에 다쳤다구?》
《그것두 잘… 계단을 오르내리다 어디에 스친것 같긴 한데…》
《젊은 녀석이 떨떨하기란…》
청년은 뒤더수기를 쓸며 어줍은 웃음을 머금었다.
《웃어?》
치료도구들을 꺼내놓던 로과장은 또 한번 눈을 부릅뜨다가 따라웃고말았다.
분명 일에 정신이 팔려 찔리는지 부딪치는지도 모르고있다가 저녁이 되여 상처가 독을 쓰며 퉁퉁 부어올라서야 이게 뭐냐 하고 놀랐을것이다.
로과장은 곧 처치를 시작했다. 소독을 하고 시커멓게 죽은 피를 뽑고… 다시 소독수로 닦아내고… 일반적인 처치여서 특별히 배울만 한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로과장의 치료방법은 여느 의사들과 같았고 치료가 끝난 다음에도 누구나 할수 있는 판에 박은 소리를 반복했다.
《안정해야겠소. 부은것은 인차 내릴거요. 하지만 꼭 안정을 하시오.》
밖에 나오니 하늘엔 벌써 총총한 별천지가 펼쳐져있었다.
유민은 시간이 늦은지라 서두르는데 로과장은 얼음판우에 올라선듯 쭈밋거리기만 했다.
《뭘 또 할일이 있습니까?》
《…》
로과장은 말없이 전지를 켜들고 어둑시그레한 건설장현관으로 들어갔다.
영문은 알수 없었지만 따라갈수밖에 없었다.
《탕, 탕…》
로과장이 앞서간 곳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어느새 그는 큼직한 차돌을 하나 주어들고 널판자를 이어 만든 가설계단을 힘껏 두드리고있었다. 그리고는 또 전지불을 옮겨 계단을 설치할 때 삐죽이 나온 쇠못이며 철근토막들을 찾아내서는 다시금 《탕, 탕…》소리를 내며 박아넣었다.
모르는 사람이라면 정신나가지 않았는가 의심했을것이다. 하지만 유민의 귀전에는 방금전에 휴계실에서 들은 소리가 맴돌고있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다 어디에 스친것 같긴 한데…》
로과장은 그래서 그런 행동을 하는것이다.
남모르게 조용히 이 건설장의 수많은 젊은이들의 친아버지, 친할아버지가 된것이였다.
《탕, 탕》
유민의 심장까지 두드려대던 그 소리가 끊어졌다. 로과장이 또다시 팔을 싸쥐고 휘청거린다.
남들의 상처는 그리도 사심없이 솜씨있게 치료해주군 하던 그가 지금은 자기 상처때문에 괴로와한다. 도대체 그 상처는 언제 어떻게 생겨난것인지…
이날부터 유민은 로과장을 더욱 존경하게 되였다. 그의 말 하나, 행동 하나도 그대로 닮으려 애썼다. 그에게 더는 실망을 주지 않으려고 콩튀듯 이 바쁜 속에서도 혀끝에 외국어단어를 묻히고 다녔고 그가 집도를 맡아 진행하는 수술에는 늘 조수로 붙어있었다.
수술실에서 보게 되는 로과장의 모습은 또 다른 새로운것이였다.
어려운 수술이건 간단한 수술이건 마치 격전장에 나선 신입병사나 입학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같이 팽팽한 표정이여서 진짜 로과장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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