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7호에 실린 글
그날의 갱도를 나서며
―전승혁명사적지에서―
기 경 호
해빛과 어둠이 갈라지는
여기는 지하갱도
전승의 자취 스민 키낮은 갱도
이곳에 들어설 때면
누구나 머리를 수그려야 한다
닿을듯 낮은 천정
지금은 흰 벽 산뜻해도
석수 질벅하던 그날엔
여기서 준엄했던 50년대
조국의 숨결이 높뛰고있었다
밤이면 축축히
석수에 이불이 젖어들던
오, 여기서
전쟁의 운명을 한손에 거머쥐신
백승의 령장의 일과가 흘렀나니
천이랴 만이랴
집무탁에 쌓이던 일감은
허나 그이 가리키시는 길은
오직 승리의 그 한길뿐!
회의실이며 병실, 침실이며 식당…
들어갈수록 갈래도 많은 여기
다만 마음이 찾는 길은 하나
수령님만 따르면 반드시 이긴다는…
머리를 숙이고야 다닐수 있는
이 작은 갱도에서
결단코 머리숙일줄 모르는
조선의 자주존엄이 지켜졌나니
오늘도 그 사연 전하는
키낮은 갱도를 나서
내 지금 해빛 웃는 마당에 나섰어도
마음은 어찌하여 자꾸만
자꾸만 뜨거움에 젖는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