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9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건 설 장 에 서
백 인 문
한낮의 태양이 폭열을 내뿜는다. 폭열은 조립공사를 갓 끝낸 18층짜리 살림집 만장에도 사정없이 덮쳐들었다. 벽돌축조를 하여 변두리를 담장처럼 둘러막은 만장은 마치 거대한 콩크리트도가니를 상상케 한다. 단 한점의 그늘도 없는 은회색의 콩크리트바닥에서는 눈이 시글도록 아지랑이가 피여오르고 세멘트냄새를 머금은 단내가 확확 내풍긴다.
점심시간이여서 만장은 휑하니 비여있었는데 얼마후 빨간색수지안전모를 쓴 애된 젊은이가 층계우로 올라서는것이 보였다.
둬달전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건설자가 된 복남이다. 발가우리하게 상기된 얼굴에 눈은 작을사하고 입술은 좀 두툼한편이였는데 오달진 몸집에서는 경량급중경기선수의 탄력이 느껴진다.
그는 만장에 올라서서 얼마동안 까딱 움직이지 않더니 별안간 추위를 탈 때처럼 으흑 진저리를 치고는 벽돌과 모래무지가 있는 곳으로 우뚤우뚤 다가갔다. 무덥기 짝이 없는 복골인지라 건설장에서는 점심시간을 여느 절기보다 길게 정했는데 그는 그 시간을 리용하여 오후작업준비도 해놓고 더우기는 제 손으로 직접 벽돌을 쌓아보고싶었던것이다. 벽돌축조는 그에게 있어서 처음 해보는 일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눈에 익힐대로 익혔거니와 자기네 조가 다른 조보다 뒤진것을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건설장의 모든 일이 그에게는 손에 설었다. 그러니 기능공들의 솜씨가 부럽지 않을수 없었다. 언제면 나도 저들의 수준에 오를수 있겠는가. 어떻게 해야 저들의 재간을 빨리 배워낼수 있겠는가. 불이 번쩍나게 일손을 놀리면서도 단방치기로 사개를 맞물려대는 벽돌축조작업광경을 볼 때면 자기도 혼합물을 혼합하는 삽이 아니라 축조공구를 쥐고싶어 손이 막 근질거렸었다. 그러나…
《여 복남이, 뭘 그렇게 멍청하니 보기만 하는거야. 빨리 혼합물!》
축조공이 사수라면 보장공은 탄약수와 같다고 하면서 그 일부터 착실히 배우라고 하던 경칠이라는 기능공의 독촉이였다. 나이는 복남이보다 다섯살밖에 더 먹지 않았는데 키가 크고 부쩍 여윈 그에게서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반갑지 않는 티가 났다. 어찌보면 복남이앞에서 우정 그런 티를 내는것 같기도 했다. 쩍하면 뒤짐을 지고 쩍하면 혀를 차고… 어른티를 낸다는것이 지나쳐서 늙은이티만 난다.
그래도 간혹 감정을 다잡고 《이왕이면 짬짬이 축조방법도 배워주면 안되는가요?》하고 볼부은 소리를 내비치면 시끄러워하는듯 한 목소리로 《아아, 덤빈다구 빨리 배워내는게 아니야. 건설에도 순서가 있거던, 산수를 알아야 대수공부를 시작할수 있는것처럼.》하고 말그루를 쿡 박아치우군 했다.
그러루한 말을 들을 때마다 북남의 발가우리한 얼굴은 아예 새빨개진다. 보통때와 별로 다름없이 울리는 목소리였지만 그속에 몹시 언짢아하는 색조가 비낀듯 했고 자기에게 던져지는 눈길도 철없는 애숭이를 바라볼 때와 류사한 그런 눈길이라고 생각되는것이였다.
복남은 그런 눈길은 상상해보기조차 싫었다. 그러나 기능이 없으니 어쩐단 말인가. 뭐니뭐니해도 기능 즉 실력을 갖추어야 했다. 한데 그 실력은 건설장에서 일하느라면 저절로 습득되는것이 아니였다. 그가 건설자가 된지도 이젠 두달이 넘었는데 여전히 조력공의 일감만 차례진다. 누구도 그 이상은 배워주려는것 같지 않다. 그가 보람차고도 거창한 이 수도의 10만세대살림집건설장에 달려나올 때 그저 조력이나 하자고 마음먹었던가. …
《복남아, 아버진 네가 건설자가 된것이 참 기쁘다. 나라에선 크게 한 일도 없는 우리가 누구나 다 부러워하는 이 만수대거리의 살림집에서 살도록 해주었는데 아버진 무엇으로 어떻게 보답해야 할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웠었다. 이젠 우리 집에도 건설자가 생겼구나. 일을 잘하거라. 인민들을 모두 이런 집에서 행복하게 살게 하시려는 우리 장군님의 뜻을 언제나 심장에 새기고말이다.》
복남은 남모르는 생각을 굳히고 굳히였다. 아버지처럼 나도 박사가 될테다. 건설부문에도 박사가 얼마나 많은가.
나도 현장에서 직심스레 배우고 또 배워 그 어떤 일에도 막힘이 없는 기능공으로, 나아가서는 그 어떤 집도 맘먹은대로 일떠세우는 유능한 건축가가 되고야말테다. 살기에도 좋고 보기에도 멋진 살림집들을 척척 일떠세우는 일은 얼마나 긍지로운것인가. 내 동무들이 모두 부러워하게 하리라!…
그러자면 시간을 아껴야 한다. 10년나마 걸린다던 수력발전소 언제쌓기를 그처럼 짧은 기간에 끝내고야만 희천의 군인건설자들처럼 속도에 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런데 뭐 덤비지 말라구? 덤비지 않으면 어느 하가에 배워낸단말인가.
(사람들이 없는 기회에 내 손으로 쌓아보자. 축조같은건 어렵게 생각할것두 없어.)
복남은 모래무지에 박혀있던 삽을 쑥 뽑아들고 혼합물통에 모래부터 채워넣었다. 그리고는 지대에 담겨진 세멘트를 퍼내기 시작했다. 주의하느라 했는데도 세멘트가루가 풀썩 일면서 바지가랭이와 신발등에 뽀야니 올라앉는다. 삽질을 하느라 허리를 숙인채로 발을 탁 굴렀더니 세멘트가루가 땀에 뜬 얼굴로 마구 달려든다. 쳇, 별것이 다!
그러나 별치 않은 삽질에도 숙련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래와 세멘트를 와락와락 혼합할 때에도 먼지 한점 일구는것 같지 않으니말이다.
복남은 혼합물에 물을 부어 맞춤하게 이긴 다음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 코끝이며 턱이며에서 뚤렁뚤렁 떨어지는 땀방울들을 털어버렸다. 그리고는 오전에 이미 세돌기를 축조해놓은 물탕크실작업장으로 다가갔다. 좀 더 가느라면 너덧돌기를 쌓아놓은 승강기실작업장이 있는데 복남이네 조는 물탕크실을 축조하게 되여있었다. 두 작업조는 경쟁을 선포하지 않았는데도 강한 승벽심을 내비치고있었다. 하긴 누군들 남보다 뒤떨어지는것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 없지는 않다. 그는 바로 복남이네 조장이다. 전태진, 스물아홉살, 키가 큰데다 몸집도 비교씨름군같았는데 잘 생긴 얼굴에서는 노상 연한 웃음발이 감돈다. 제대되여온지 한달도 안된 그는 무슨 일에서나 막힘이 없었다. 축조나 미장 같은것은 말할것도 없고 목공이나 용접공들의 일을 도와주는것을 보면 그 솜씨가 기능공들 못지 않게 잽싸고 미끈했다. 군사복무시절 적지 않은 중요대상건설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복남은 자기네 조장이 무척 부러웠다. 일솜씨도 부럽고 체격도 부럽고… 함께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친근감이 불어나면서 무엇이든 다 따라하고싶어졌다. 특히 그가 조장을 더 따르게 된것은 10년이상이나 아래인 자기를 꼭꼭 《복남동무.》라고 불러주기때문이였다. 그렇게 불러주었을 때의 친근감과 바로 그 동무다와지려는 자각은 비록 순간적인것이긴 해도 매우 강렬하게 품어지군 했다. 불만스러운것은 딱 한가지, 욕심 채울줄 모르는것이였다.
오늘 오전에 있은 일만 보아도 그랬다.
《조장동지, 왜 자꾸 저쪽조만 먼저 쓰게 합니까?》
복남은 기중기가 물어올리는 모래며 세멘트며를 죄다 승강기실작업조에서 먼저 쓰라고 하는것이 안타까와 입안에 바람을 잔뜩 물었다. 아침 첫시간에야 기중기신세를 지기가 여느때보다 어렵지 않는가. 숱한 작업조들이 너도나도 자기네 물동을 먼저 올려다달라고 보채는판인데.
《어허ㅡ 복남동무얼굴에 구름이 지내 낀것 같다?!》
전태진은 부러 두눈을 크게 떠보이고는 물탕크실축조도면을 펼쳐들었다.
구름? 남은 속이 상해 죽을 맛인데. 복남은 내친김에 소낙비를 한줄금 쏟아놓았다.
《저쪽조가 모래와 세멘트를 받았으니 이젠 우리 차례가 아닙니까. 그런데 또 저쪽조가 쓸 벽돌을 올리라고 하니…》
전태진은 도면에서 눈길도 떼지 않았다.
《벽돌뿐아니라 물까지도 올리게 해야 해. 그래야 작업을 시작할수 있으니까. 모래도 차례차례, 세멘트도 차례차례하면 두개 조가 다 축조를 늦게 시작할수 있거던.》
그런즉 조장은 승강기실작업조에서 축조를 먼저 시작하게 양보하자는것이 아닌가. … 맥이 탁 풀렸다. 그러나 인츰 반발심이 솟구쳤다. 더군다나 승강기실작업조에서 일하는 경칠이가 이쪽을 건너다보며 이따금 깨고소해하는듯 한 웃음을 짓는것이 비위를 쿡쿡 쑤셔놓았다. 복남은 두툼한 입술을 뿌죽 내밀었다.
《그렇다면 우리 조가 먼저 시작하지요. 뭐, 경쟁이나 같은데.》
전태진은 연한 웃음발이 감도는 얼굴을 들었다.
《경쟁이라… 복남동문 경쟁을 어떻게 생각하나?
《경쟁이야 경쟁이지요.》
《더 정확히 말하면?》
《음ㅡ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를 결판내는 겨루기라고 하겠는지.》
《그렇다?! 그럼 그 겨루기를 왜 하겠는가.》
《아, 그거야…》
복남은 뻔한것을 묻는 조장이 리해되지 않아 작을사 한 눈을 깜빡거렸다. 승리자의 기쁨! 그 기쁨을 위해 달릴 때의 희열과 긴장감!… 중학시절 축구경기장에 뻔질나게 나서군 하던 그는 승리자의 기쁨이 얼마나 환희롭고 패자의 수치가 얼마나 쓰거운것인가를 너무도 잘 안다. 승리, 오직 승리를 위해 그는 달리였다. 얼마나 이악하고 날파람있었던지 상급생들도 혀를 내둘렀다.
《복남인 경기 전기간 운동장을 탁구판의 공처럼 왔다갔다한다!》고…
《복남동무, 경쟁이란게 누가 앞서고 뒤지는가를 가르는 겨루기라는 말은 옳아. 그러나 그 경쟁을 하는 목적은 단순히 누가 우승의 꽃다발을 받는가 하는데만 있는게 아니지. 그건 바로 경쟁을 통해서 우리가 맡아하고있는 이 살림집건설을 더 빨리, 더 멋있게 끝내자는데 있는거야. 더 빨리 더 멋있게! 우린 항상 이것을 내다볼줄 알아야 해.》
복남은 자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나서 다시금 도면에 눈길을 박는 조장을 한동안 멀거니 바라보았다. 뭔가 뜻이 깊은 말이긴 하다. 그러나 어쨌든 이기고부터 보는게 좋지 않는가. 조장은 꼭 반장이나 직장장처럼 말한다. 조장이라면 응당 조의 욕심을 채워야 할텐데…
《복남아, 10만세대살림집건설장은 중학교보다 훨씬 큰 학교라는걸 명심하고 꾸준히 배우거라, 일솜씨도 배우고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씨도 배우고. 의식적으로 애써 배우지 않으면 절대로 남들을 따라앞설수 없다. 알겠니?》
첫 출근을 하는 날 아버지가 해준 말이였다. 그래서 아득바득 애쓰긴 하는데 아직도 요모양, 요꼴이다. 게다가 오늘은 다른 조에 뒤지기까지 하지 않았는가.
물탕크실앞에 다달은 복남은 경기직전의 긴장감같은것을 느끼며 심호흡을 하였다. 그는 우선 이미 세돌기를 축조해놓은 벽돌우에 혼합물을 골고루 폈다. 그다음 벽돌 한장을 집어 혼합물우에 올려놓고는 두손을 다 동원하여 면을 맞추었다. 면을 맞추기 위해 띄워놓은 실을 손가락장갑이 자꾸 건드리자 그는 아예 그것을 벗어내치고말았다. 쳇, 남들은 통장갑을 끼고도 잘만 쌓던데.
한눈만 뜨고 벽돌이 실에 정확히 맞추어졌는가를 한번 더 살펴본 그는 두번째 벽돌장을 집어들었다가 얼른 놓아버렸다. 해볕에 달대로 단 벽돌장이 예상외로 뜨거웠던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맨손으로 집어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다. 쳇, 별것이 다 놀리네.
말꼭지를 뗄 때마다 쳇쳇거리며 벽돌 두장을 쌓고나니 온몸이 그대로 땀자루가 된듯싶다. 날씨탓도 있겠지만 긴장탓이 더 크리라.
팔소매로 이마의 땀을 뻑 문대던 복남은 《아차.》하는 소리를 내며 한쪽볼을 찡그렸다. 면맞추기에만 신경을 쓰다나니 벽돌과 벽돌사이에 혼합물을 붙이지 못했던것이다. 그는 두번째 벽돌장을 떼내여 기능공들이 하던것을 본따 축조칼로 혼합물 한덩이를 척 비껴바르고는 다시 제자리에 맞추어놓았다. 그리고는 벽돌과 혼합물의 부착이 잘되도록 축조칼로 벽돌을 톡톡톡 두드렸다. 사실 벽돌 두드리기도 그제서야 생각난것이였다.
후ㅡ 하고 복남은 긴숨을 내불었다. 고작 벽돌 두장을 쌓는데 10분쯤의 시간이 든것 같았다.
(이러다간 몇장 쌓아보지 못하겠어.)
그는 폭열이 잔등을 지져대는것도 잊고 부지런히 벽돌을 쌓아나갔다. 한장, 두장… 열장, 스무장… 처음보다는 확실히 손에 익는듯 했다. 왼손으로 벽돌을 집어들면 자연히 오른손의 축조칼이 혼합물을 떠서 이미 축조된 벽돌과 잇대일 부위에 척 비껴바른다. 그리고는 면과 높이가 맞추어지도록 가늠하면서 벽돌을 가락맞게 톡톡톡 두드린다. 제딴에도 제법이라는 생각이 슬쩍슬쩍 든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어느새 왼손가락들은 혼합물투성이가 되였다. 혼합물이 흘려질가봐 왼손으로 서슴없이 막아냈기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는 맨손이라는것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허ㅡ 이것 봐라. 아주 대단한데!》
감탄인지 비난인지 모를 말소리가 갑자기 잔등을 후려갈겼다. 일에만 몰두하고있던 복남은 못할 짓을 하다 덜미를 잡힌 사람처럼 흠칫 놀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굳어졌다. 뒤돌아보지 않아도 경칠이라는것을 알수 있었다. 쳇, 하필이면 이 사람 눈에 제일먼저 띄울건 뭐람.
《괜찮아! 잘 쌓았어! 우리가 여태 대단한 축조명수의 재간을 몰라보고있었구만.》
경칠은 뒤짐을 지고 훌쭉한 배를 내밀사 한채로 서서 복남이가 쌓은 벽돌장들을 일별하고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괜찮아》를 조금도 표현하지 않고있었다. 꾹 다문 입술을 삐주름히 내밀고 입귀는 잔뜩 처뜨린데다 찌긋하게 뜬 눈은 오른쪽을 볼 때에도, 왼쪽을 볼 때에도 전혀 펴지지 않았다.
《확실히 괜찮아. 그만하면 면도 미끈하고 몰탈두께도 고르롭고.》
경칠은 시큰둥한 자세로 한동안 서있더니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벽체앞에 다가섰다. 그는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듯 하다가 벽돌 한장을 툭 떼여냈다. 무심결에 그러는줄 알았는데 또 한장, 또 한장… 련속 떼여냈다.
복남은 영문을 알수 없어 어리둥절해있었다. 그러다가 제 살점이 뜯기는것만 같아 신음소리같은것을 내질렀다.
《아, 아ㅡ니? 왜 그래요?》
경칠의 늘어진 대답이 날아왔다.
《〈왜 그래요?〉가 뭐야. 널 위해서지. 이렇게 망칙스레 쌓은건 사람들이 보기 전에 제꺽 없애치워야 해. 넌 내가 30분쯤 먼저 올라온걸 다행으로 여겨.》
그는 혀까지 쯔쯔 차며 손을 더 재게 놀렸다. 사정없이 떼여낸 벽돌장들이 꼴볼견스럽게 나딩굴었다.
복남은 그냥 서있을수가 없었다. 저희네 조의 일이나 잘할것이지 내가 한 일에 무슨 상관인가. 그리구 또 무엇때문에 마구 헐어내는가. 그는 온몸에 축구공같은 탄성을 주며 경칠이와 벽체사이에 탁 들어가배겼다. 새빨개진 얼굴과 씩씩 내부는 숨에서는 열기가 화끈화끈 내풍겼다. 안전모는 어느새 뒤통수에 가 걸렸다.
《왜 그러는지 말해주어야 알게 아니예요.》
경칠은 한발 물러서서 버릇대로 뒤짐을 지더니 찌긋한 눈으로 복남이를 비자루질하였다.
《이 친구가 오늘 굉장히 대담해졌는걸. 혼자서 제멋대루 벽돌을 쌓지 않나 또 당장 누굴 둘러메칠것처럼 씩씩거리지 않나.》
그는 복남이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삽자루처럼 긴 팔을 벽체로 쭉 뻗쳤다.
《여! 벽돌을 이렇게 쌓은걸 본적이 있어?》
그의 숨소리도 어지간히 높아졌다.
복남은 입만 하 벌렸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단말인가.
경칠은 또다시 혀를 쯔쯔 차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기까지 했다.
《에에, 보구두 모르는걸 대주면 알겠는지.》
제켠에서 더 안타깝다는듯 한숨을 내불려던 그는 노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날아오자 일순 굳어졌다.
《경칠동무!》
언제 올라왔는지 전태진조장이 그들의 옆에 서있었다. 노상 감돌던 연한 웃음발이 싹 걷혀지니 그의 얼굴은 무척 엄해보였다.
《동문 재세를 하자는거요?》
《아, 무슨 말을 그렇게…》
《그럼 왜 속시원히 대주지 않는거요?》
《그건 저…》
낑낑 갑자르던 경칠은 땀이 흐르는 잔등에 작업복이 달라붙어서인지 긴 팔을 들어올려 목덜미뒤의 옷깃을 몇번 추슬렀다. 그러더니 헤식어보이는 웃음을 서물서물 피워올렸다.
《그건 귀에 쏙 박히게 대주기 위해서지요. 그러자면 상대방의 애가 바작바작 탈 때까지 기다리는게 좋습니다. 흠흠해있다가 물어보는 사람한테 아무리 대주어야 잊어먹기 쉬우니까요.》
경칠은 자기의 철학에 대한 평가를 내려보라는듯 빙그르르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기중기팔을 먼눈으로 바라보았다. 전태진은 어이가 없는지 한찰나 쓴웃음을 짓고나서 경칠을 향해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난 이 건설장에 떡심을 풀고 흠흠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보오. 그런 건달군은 우리 주위에서 배겨낼수 없기때문이요. 동무가 혹시 이전에 그런 과정을 거쳐 기능을 터득해내게 된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누구나 다 무엇을 하나 배워도 또 무슨 일을 하나 해도 희천의 속도에 발맞추려 한다는걸 알아두어야 할거요.》
경칠은 게면쩍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한채 복남이를 흘끔 돌아보았다.
《경칠동무, 내 말에 의견이 있다면 저녁에 따로 만나서 듣겠소.》
《의견이야 뭘. 아참, 이 정신 봤나. 먼저 올라와 혼합물을 듬뿍 혼합해놓는다는게 그만… 에에, 복남이때문에 밑지기만 했군. 원래는 저 친구한테 벽돌축조하는걸 좀…》
자기네 조의 모래무지로 멀어져가는 경칠을 바라보며 전태진은 연한 웃음발을 띄웠다.
《복남동무, 이걸 자세히 봐. 저 친구가 왜 우둘렁거렸는지.》
복남은 두눈에 정기를 모았다. 그러나 그는 코등까지 찡그려올리며 눈을 감고말았다. 인츰 다시 떠보니 헨둥하게 나타났다. 혼합물두께와 벽체면을 맞추는데 너무 옴하다나니 아래돌기와 웃돌기 벽돌들의 사개를 전혀 맞물려주지 못한것이였다.
하지만 그것을 다 떼여내자니 안타까운 심정도 없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잘 쌓으면 일없지 않을가요. 저쪽조를 기어코 따라잡아야 할텐데.》
한숨섞인 복남의 말을 묵묵히 듣고있던 전태진은 막내동생을 타이르듯 조용히 말하였다.
《그런 식으로 속도를 내는건 량심이 없는 행동이야. 우린 오직 희천의 속도만을 안고 달려야해. 희천의 속도란 어떤 속도인가. 그것은 천년을 책임지고 만년을 보증하자는 티없이 깨끗한 애국의 심장들이 창조해낸 속도이지. 천년책임, 만년보증! 얼마나 훌륭한 심장들의 웨침인가!》
전태진은 복남이와 함께 제대로 쌓지 못한 벽돌들을 마저 들어내고 사개물림방법을 조리있게 설명해주었다. 10센치메터폭의 축조때에는 단순하지만 20, 30, 40센치메터폭의 축조때에는 궁냥을 해야 한다, 그런 때에는 사개를 어떻게 물려주어야 하는가. 그는 혼합물을 쓰지 않고 벽돌장들만 쌓았다 허물었다 하면서 방법을 하나하나 대주기도 하고 복남이가 제 손으로 쌓아보게도 하였다.
사개물림방법도 한가지가 아니였다.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었다. 그 방법은 시공조건에 따라 축조공이 편리하게 활용해야 했다.
복남은 머리를 기웃거리기도 하고 방금 대준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 쑥스러워하기도 하면서 한동안 씨름질에 열중하였다. 마침내 그는 허리를 펴고 땀을 훔치였다. 그의 얼굴은 온통 웃음으로 차있었다.
《조장동지, 이젠 알았어요. 벽돌축조쯤은 별치 않은걸로 여겼댔는데 여기에도 묘리가 있군요.》
전태진은 자기의 목에 걸쳐있던 수건을 벗어 복남이한테 내밀었다.
《이제 그 묘리를 손에 익히기만 하면 축조쯤은 역시 별치 않은것이라는걸 알게 돼. 모를 땐 감탄만 하댔는데 알고보면 그저 그런것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미장도 같애. 문제는 그런 묘리를 터득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는데 달려있어.》
미장도 같다?! 복남의 작을사 한 눈이 반짝 빛났다. 정말이지 그는 솜씨있는 미장공들을 볼 때 몹시 감탄하군 했다. 그들은 미장칼로 혼합물을 밀어붙이는것이 아니라 솔로 풀칠하듯 했던것이다.
《나두 꼭 기능공이 되고야말겠어요. 그저 오늘처럼 대주기만 하십시오. 그렇게 차근차근 대주는데야 누군들 배워내지 못하겠습니까.》
복남은 거의 차렷자세에 가까운 몸동작을 취하며 턱을 쳐들었다.
전태진은 얼굴에 연한 웃음발을 띄우고 복남의 안전모를 바로 씌워주었다.
《차근차근 대주는 사람도 물론 있어야지. 하지만 본인의 노력이 기본이야. 오늘 일만 보아도 그렇지. 동무가 맘먹고 달라붙지 않았더라면 축조방법을 래일에 알게 되겠는지, 래달에 알게 되겠는지 가늠할수 없을게거던. 배워주기를 기다리기만 하는건 안일한 태도라고 봐야 해.》
복남은 얼굴을 활딱 붉혔다. 그러면서도 두덜거려지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두 뭐 조장동지처럼 척척 대주는줄 알아요?》
그는 비밀이라도 터놓은듯 주위를 휘ㅡ둘러보았다.
《뭐라구?》
전태진은 귀를 강구는 동작을 해보이다가 별안간 큰소리로 하하 웃어댔다. 그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모래무지옆에서 혼합에 여념이 없던 경칠이도 머리를 기우뚱하고 이쪽을 건너다본다.
복남은 울상에 가까운 얼굴이 되고말았다. 오후작업시간이 거의 되였으니 다른 사람들도 올라올텐데… 그는 층계쪽에 흘끔흘끔 곁눈을 던졌다.
전태진은 시작할 때처럼 별안간 웃음을 그치더니 다소 낮으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말하였다.
《배우겠다는 결심을 일단 굳혔으면 배워줄 사람들의 성미를 탓하지 말아야 해. 별의별 성미가 다 있을수 있지. 그러나 복남동무의 진심을 알게 되면 너나없이 힘껏 도와줄거야. 이자 경칠동물 봤지? 그가 먼저 올라온건 동무와 함께 벽돌축조를 해보려는데 있는것 같애. 작업조가 서로 다른데도 말이야. 그러니 첫눈에 반겨맞아주는 사람만 좋다고 할수 있겠어? 하루빨리 높은 기능을 지니고싶어하는 복남동무의 노력속엔 곁을 잘 주지 않는것 같은 사람한테서도 허심하게 또 이악하게 배울줄 아는 자세, 그러루한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싫은 감정을 반드시 이겨낼줄 아는 의지도 키워야 해. 어때, 내가 오늘 좀 다사해진건 아닌지. 어쨌든 꼭 새겨둬, 본인의 노력이 기본이라는걸!》
복남은 머리가 좀 뗑해지는것 같았다. 그는 여태 이런 말을 들은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이 깊어지게 하는 조장의 말이다. 사람은 혹시 이런 말들을 들으며 어른으로 돼가는게 아닐가.
《사람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구만. 복남동무, 오후엔 바싹 채자구. 아침시간에 밑진걸 무조건 봉창해야지. 자, 자기 위치롯!》
복남은 혼합물통이 있는 곳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까 그가 혼자서 이겨놓은 혼합물이 예상외로 많이 남아있었다. 됐어, 이것이면 첫 작업을 보장할수 있겠어.
물탕크실을 바라보니 조장이 축조공들앞에서 무슨 말인가를 손세까지 써가며 하는것이 보인다. 아마 승강기실작업조를 따라앞서기 위한 치밀한 조직사업일것이다.
복남의 눈앞으로는 자기에게 알기 쉽게 깨우쳐주던 조장의 얼굴이 엇바뀌며 흘러갔다. 경쟁, 속도, 일본새, 축조방법… 정말이지 오늘 많은것을 배웠다. 아니, 오늘이 다 지나간것은 아니다. 이제 또 무엇을 배우게 되겠는지…
《조장동지, 난 차근차근 대주는것이 더 기본인것 같아요.》
복남은 고집스레 이 말을 씹으며 맞들이들에 혼합물을 힝힝 떠옮겼다. 혼합물에서 물기가 맹렬히 증발해서인지 세멘트냄새가 훅 풍겨온다. 아직은 폭열이 수그러들지 않은 모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