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6호에 실린 글
날보고 노래를 짓는대요
리 명 옥
나는 미루벌에 태를 묻고
꽃신자욱 포전길에 꼭꼭 찍으며 자라나
아버지 어머니처럼
미루벌을 가꾸는 처녀분조장
사계절 벌에서 눈비에 젖고
해종일 오곡을 키우며 바빠도
애써 가꾼 곡식포기 커가는 기쁨에
열매익는 가을만을 안고사는 마음
아마도 그래서인가봐요
소년궁전무대에서 노래부르던
그날처럼 고운 목청 뽑지 않아도
분조원들 나의 노래 제일이라함은
봄날에는 정을 다해 모를 키우고
긴긴여름 호미날로 북을 돋구며
알알이 총알같이 익히는 이삭마다
가을이면 낫가락 춤추듯 휘둘러대니
정말이지 미루벌은 그대로 《오선지》
계절맞춰 바꿔잡는 농쟁기는 《붓》이 아닐가요
기름진 땅, 알찬 이삭은 노래가 되고
스치는 바람결은 그 노래를 합창하는듯싶거던요
그러니 모두가 날보고 노래를 부른다나봐요
줄대같이 실한 모 살랑일적엔 봄노래
흥치며 이삭팰 땐 처녀의 노래
풍요한 가을날엔 흥겨운 농악소리 울린다 해요
솟는 해 뜨는 달을 머리에 이고
할일 많아 콩콩 뛰며 쉴새없어도
내가 짓는 이 노래 강성대국 진군가로
더 높이 더 크게 울려가기에
정말이지 날보고 명가수래요!
(황해북도 곡산군 서촌협동농장 농장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