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6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장수산 열두굽이

박 원 성

 

정오가 가까와지면서 하늘에서는 불볕이 더 따겁게 쏟아져내렸다. 길옆의 아카시아잎사귀들이며 강냉이잎사귀들이며 콩잎사귀들이며 하는것들은 모조리 끓는 물에 데쳐낸듯 후줄근히 늘어졌다. 길은 화독처럼 화끈 달아서 더운 열을 훅훅 뿜어댄다. 그 길로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있었다. 의자등받이에 약간 기대앉으신 그이께서는 새로 출판된 화첩을 한장한장 번지고계시였다.

화첩에 실린 우리 나라 명산들에 꾸려진 유원지들과 명소들, 절간들을 하나하나 여겨보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눈길을 멈추시였다. 장수산을 소개한 사진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이윽토록 사진을 들여다보시였다. 장수산에서 유명한것은 열두굽이계곡이다. 장수산 열두굽이 총거리는 30리… 그 30리구간에 펼쳐진 굽이굽이 계곡들은 돌들이 천줄기, 만줄기로 조화롭게 엮어져있고 벼랑끝에서 비단필이 흘러내리듯 쏟아지는 폭포들은 《황해금강》의 절경을 한껏 노래하고있다.

열두굽이가 시작되는 입구에는 절벽우에 묘하게 지은 현암이라는 절간이 있다. 구름아득히 절을 매달아놓은것 같다고 하여 《다람절》이라고도 부른다. 우리 인민의 슬기와 지혜, 애국심을 긍지높이 자랑하는 현암의 사진을 보시는 그이의 눈앞에는 수십년전에 장수산에서 만났던 강호진이라는 한 로인의 모습이 방불히 그려지면서 그가 신명이 나서 들려주던 현암전설이 상기되시였다.

…장수산 열두굽이계곡에 들어선 범이와 달미라고 부르는 오누이는 이미 약속한대로 재주겨루기를 시작하였다. 그 재주겨루기란 장수산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치를 더 돋굴수 있는 멋진 집들을 짓는것이였다. 오누이는 나라에 이름났던 목공의 후손들이였다. 누이동생인 달미는 장수산으로 들어가는 첫 입구의 아찔하게 높이 솟은 벼랑끝에 집터를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빠 범이는 왜서인지 집터를 잡지 못하고 장수산 열두굽이를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기만 하였다. 장수산의 경치를 더 아름답게 돋굴 방도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모양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범이는 일곱굽이에서 한참동안 굳어진듯 서있다가 사라졌다. 달미는 자못 궁금해졌다.

(오빠는 어디에 집을 지을가. 내가 짓는 집이 오빠보다 못해서는 안되겠는데…)

달미는 집을 짓는데 모든 정성을 다했다.

범이는 달미가 현암을 다 지은 한해후에야 나타났다. 그런데 오빠는 뜻밖에도 전장으로 떠날 차림새를 하고있었다. 달미는 눈이 둥그래졌다.

《오빠, 웬일이예요?》

범이는 화살전대를 추슬러메며 말했다.

《저 섬나라 오랑캐놈들이 또 기여드는 모양이다. 아까 보니 저 남쪽에서 봉화가 오르더구나.》

달미는 너무도 뜻밖에 닥친 일이여서 멍하니 오빠를 쳐다보기만 했다.

《어쩜 그렇게 갑자기… 집은 어떻게 하구…》

범이는 다가와 달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나라를 지키고야 명산도 있고 우리의 재주도 빛나는거란다.》

이윽고 범이는 달미가 지은 현암을 기쁘게 바라보았다.

《네 재주야말로 참으로 훌륭하구나. 나보다 낫다.》

오빠의 칭찬에 달미는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물었다.

《오빠는 더 멋진 집을 지었겠지요? 어디에 있어요?》

범이는 우중충한 골짜기를 따라 굽이굽이 치달아오른 장수산 열두굽이를 바라보며 대답하였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귀인이 내려오면 보일게다. 그때 그 귀인을 따라가 집을 구경하거라.》

범이는 떠나갔다.

달미는 현암에서 살며 손꼽아 기다렸으나 오빠는 전장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귀인이 나타나지 않아 오빠가 지은 집도 볼수가 없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이윽해서야 마지막까지 다 보신 화첩을 접으시며 앞자리에 안은 최철규에게 말씀하시였다.

《난 우리 나라 명산들의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고 심신이 거뜬해지군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명산들이 모두 명실공이 인민을 위한 유원지로 꾸려졌기때문입니다. 장수산유원지도 잘 꾸렸습니다. 그런 훌륭한 유원지에 들어가 온갖 새들의 지저귐소리를 들으며 휴식의 한때를 즐겁게 보낸다면 쌓였던 피로들이 다 풀릴겁니다.》

최철규는 갑자기 눈굽이 쩌릿해지는것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그이께서 지금 막중한 피로에 잠겨계신다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최철규였다.

《정말 이번에 장군님께서 너무 과로하시였습니다. 오늘 낮온도가 30도를 썩 넘어섰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시며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떡이시였다.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거던.… 곡식들이 피해를 입지 말아야겠는데…》

최철규는 목이 메여올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자신의 건강이 아니라 또 농사걱정부터 하시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 빨리 한두시간만이라도 시원한 그늘속에서 휴식을 하셨으면…)

최철규는 이 시각 장수산으로 달리는 차가 너무 더딘것만 같이 생각되였다.

어제 아침부터 최철규는 이 날씨때문에 속을 태우고있었다. 요즘 서해안의 기온이 급격이 높아져 가만히 걸어다녀도 숨이 가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는데 그 불가마속같은 곳으로 어떻게 장군님을 모시고 다닌단 말인가.

최철규는 서해지구의 여러 인민군부대들을 시찰하게 되신 그 일정계획을 다음기회로 미루어주실것을 장군님께 안타까이 말씀올렸다. 물론 일정계획에는 장수산유원지에 대한 현지지도가 올라있지 않았다.

《장군님, 서해안의 기온이 점점 더 높아지고있습니다.》

최철규는 어제 저녁 조선중앙통신사에서 올라온 자료까지 상기시켜드리였다. 그 자료는 요즈음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아시아의 일부 지역들에서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자 여러 정부수반들이 크릠의 얄따지방을 비롯한 이름난 휴양지로 앞을 다투어 찾아가고있다는 내용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최철규의 속마음을 헤아려보신듯 조용히 웃으시였다.

《그러니 나더러 피서지로 갔으면 좋겠다는 소린데, 그런데 마음을 쓰지 마시오. 그 어떤 열풍이 몰려와도 내가 설 자리는 전선이요.》

그길로 서해안의 여러 인민군부대들을 시찰하시고 숙소에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일군들과 밤늦도록 사업을 토의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일군들이 돌아가자 최철규를 따로 부르시였다.

《래일일정에 장수산유원지도 포함시켜야겠습니다.》

《예?》

최철규는 자기가 잘못 듣지나 않았는가 하여 그이를 우러렀다. 장군님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장수산은 언제부터 동무가 가보자고 하던 곳이 아니요. 예까지 왔다가 그냥 갈수가 없지.》

《알았습니다. 그렇게 일정을 짜겠습니다.》

《그렇다고 처음 예견했던 일정을 변경시키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최철규는 환성을 올리고싶도록 기뻤다.

장군님을 장수산유원지에 모시고 휴식의 하루를 보낸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다른 일정은 하루나 한겻쯤 미루면 되는것이다.

흥분에 사로잡힌 최철규는 어떻게 인사를 올리고 나왔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그 강호진로인의 소원이 풀리게 되였구나.)

장수산은 오래전부터 최철규와 인연이 깊은 산이였다. 최철규는 군대에 있을 때 장수산과 지맥이 잇닿은 어느 한 고지에서 복무한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평양에서 내려와 장수산에 자리를 잡았다는 강호진이라는 사람을 만나본적이 있었었다. 강호진은 수십년전 장군님께서 장수산에 가셨을 때 길안내를 해드렸다고 했었다. 지금은 그 로인의 아들이 장수산유원지관리소 지배인사업을 맡고있다. 지배인 강종무는 몇년전까지만 하여도 어느 한 구분대의 정치지도원을 하던 사람이였다. 최철규가 강종무의 편지를 받은것은 달포전이였다.

《…철규동지, 우리가 위대한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장수산유원지건설착공식을 하던 때가 어제같은데 이제는 드디여 완공이 되여 이곳 장수산계곡마다에 탐승객들의 웃음소리 넘치고 꽃향기가 가득찼습니다.…》

편지의 첫 문장부터 최철규의 명치끝을 찌르르하게 훑어내렸다. 그처럼 간고했던 《고난의 행군》시기 장수산유원지 종업원들과 재령군인민들이 돌격대를 뭇고 시작한 유원지건설은 수년간의 치렬한 전투끝에 드디여 완공되였다. 그런 까닭에 감회는 류달랐다.

《…웃음도 많고 노래도 많은 장수산 열두굽이를 탐승객들과 함께 오르내리는 우리들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어째서 그처럼 어려운 〈고난의 행군〉시기에 유원지건설을 하도록 하시였는지 심장으로 절감하군 합니다. 철규동지, 우리는 이번에 장수산 열두굽이에서 제일 경치좋은 일곱굽이에 〈장수각〉을 지어놓았습니다. 언제인가 우리 아버지가 그처럼 간절히 바라던 그곳에 말입니다. 철규동지도 우리 아버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습니까. 위대한 장군님의 사업을 보좌해드리는 철규동지가 우리의 절절한 심정을 장군님께 꼭 아뢰여주십시오. 여기 황해남도땅에 오시면 꼭 장수산유원지에 들리시여 〈장수각〉에서 피로를 잠시나마 푸실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것은 저 한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재령군 아니, 온 나라 인민들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최철규는 강종무의 마음속 목소리가 담긴 편지를 들고 장군님께서 계시는 집무실로 찾아갔다. 최철규는 강종무의 편지와 함께 장수산유원지완공소식을 그이께 보고드리였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무엇인가 물으시려다가 그만 두고 눈길을 창문밖으로 보내시였다. 강종무의 편지는 그이께 너무나도 많은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하였던것이다.

원래 명산들을 인민의 유원지로 꾸리는 사업은 수령님께서 생존해계실 때부터 해오던 일이였다. 그런데 뜻밖에 수령님을 잃고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반공화국고립압살책동과 상상도 못했던 엄혹한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나라의 경제형편이 일시 어려워지면서 유원지건설이 중지되다싶이 되였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나라형편이 아무리 어렵고 곤난하다 해도 명산들을 유원지로 꾸리는 사업을 더욱 힘있게 내밀어야겠다고 결심하시였다.

사람들이 명산에 가보게 되면 우리 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하는것을 더 잘 알게 되고 그것을 사랑하는 애국심도 더욱 커지게 될것이며 명산을 꾸리는 과정을 통하여 래일에 대한 신심과 락관을 더 확고히 간직하게 될것이다.

장군님께서는 인민군지휘성원들을 부르시여 자신의 결심을 말씀하시고 우선 구월산과 정방산에부터 전투력있고 건설경험이 풍부한 조선인민군군부대들을 파견할데 대한 명령을 하달하시였다. 미제와 그 주구들이 군사분계선너머에서 우리 공화국을 어째보겠다고 피를 물고 날뛰고있을 때 전투장구류들을 갖춘 인민군병사들이 전호가를 떠나 명승지들로 행군해갔다. 수수천년 고요속에 잠들고있던 구월산과 정방산이 들끓기 시작했다. 날마다 몰라보게 면모가 일신되여갔다. 신심이 생긴 재령군인민들이 자기들도 자체의 힘으로 장수산을 인민의 유원지로 꾸리겠다고 떨쳐나섰다. 그들이 그때 맹세한대로 드디여 유원지건설을 완공했다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 인민이다.

《고난의 행군》시기 우리 인민은 이렇게 살아왔다. 그들은 언제나 어두운것을 싫어했다. 고난속에서도 밝은 래일을 그려보며 웃으며 살아왔다. 노래 한곡 불러도 온 세상이 다 듣게 큰소리로 부르며 억척같이 살아왔다.

장군님께서는 창문가에 서시여 강종무네가 살고있는 장수산쪽을 바라보시였다.

그 어려운 때에 자체의 힘으로 유원지를 건설하자니 곤난은 얼마나 많았겠는가. 식량도 떨어지고 세멘트, 강재도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을것이다. 그래도 그들은 사생결단의 의지로 장수산을 인민의 명산, 아름다운 유원지로 꾸리고 지금은 거기에 와서 휴식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을 편지로 보내왔다.

장군님께서는 최철규를 향해 돌아서시였다.

《참, 고마운 동무들입니다. 편지를 읽을수록 힘이 솟습니다. 장수산유원지관리소 일군들과 재령군인민들이 장수산을 인민의 유원지로 꾸리느라고 수고를 하였는데 우리 한번 꼭 가봅시다.》

그렇게 약속하신 장군님이시였다.…

지금은 낮 2시, 길가의 나무잎사귀들은 여전히 후줄근해진채로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승용차는 장곡리를 지나 장수산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에 접어들었다. 별안간 얼마 멀지 않는 강냉이밭에서 장꿩 두마리가 놀란듯 하늘공중 날아오르더니 인차 반원을 그으며 수림속으로 곤두박혔다. 차창밖을 바라보시던 장군님의 눈가에 미소가 피여올랐다.

《저놈들이 우리 차소리에 놀란 모양이군.…》

최철규가 빙긋 웃었다.

《그보다도 너무 더워서 수림을 찾아가는것 같습니다. 새들도 이런 날씨에는 해볕에 온몸을 드러내놓기가 베찼던가봅니다.》

《허허허, 최동무는 확실히 단수가 있습니다. 새들도 해빛을 피해 그늘속으로 찾아가는데 우리도 빨리 가서 좀 쉽시다 하는 뜻이겠지요. 허허허. 운전사동무, 최동무의 소원대로 빨리 장수산에 가닿을수 있게 속도를 높이라구.》

최철규는 그만 가슴이 뭉클해졌다. 무엇인가 뜨거운것이 자꾸만 솟구쳐올라왔다.

정말 그처럼 소원하던 그 시각이 찾아오는것인가? 저앞에서 《장수산 2㎞》라고 흰 바탕에 붉은색으로 새겨쓴 표말뚝이 다가왔다.

장군님께서는 차창유리를 활짝 열어놓으시였다. 심산골을 둘러싸고 련련히 늘어선 높고낮은 산봉우리들이 그이를 마중하여 달음쳐오는듯 하였다. 노르끼레한 밤꽃들이 다발이 되여 머리우에 뿌려지는듯 주위는 온통 감미로운 꽃향기로 그윽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감회깊은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저 높은 하늬봉을 보니 우리가 장수산팀승길을 개척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겨울이였습니다, 눈이 많이 왔댔고…》

그날의 일들이 어제 있은 일처럼 선히 떠올라 장군님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였다.

…그날 장군님께서는 몇명 안되는 수행원들을 이끄시고 이른아침에 장수산계곡에 들어서시였다. 간밤부터 시작된 눈은 잠시도 멎을줄 모르고 계속 내려와 쌓이고있었다. 열두굽이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은 달구지 한대가 겨우 다닐만큼 비좁은데다가 눈이 쌓이고쌓여 자칫 운전대를 잘못 틀었다가는 골짜기밑으로 굴러내릴수 있었다. 운전사는 눈발의 설핀 틈새로 보이는 길흔적을 겨우 찾으며 한치한치 톺아올랐다. 이때 눈사태가 아찔한 벼랑을 따라 불의에 쏟아져내려 길을 막아버렸다. 뜻밖의 정황에 당황한 운전사는 어쩔바를 모르다가 황급히 차문을 열었다. 어떻게 길을 열수 없겠는가 해서였다. 하얀 눈은 산처럼 쌓여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저… 길이 아예 막혀버렸습니다.》

운전사가 난감한 어조로 말씀드리자 장군님께서는 헌헌히 웃으시였다.

《너무 속을 쓰지 마오. 명산을 돌아보자고 일부러 왔는데 차라리 잘되였소. 걸읍시다.》

《안됩니다. 이 눈길에 어떻게…》

수행원들이 황급히 만류했지만 장군님께서는 또 웃으시였다.

《명산을 제대로 보자면 걸으면서 보아야 하오. 자, 날 따라오오.》

그이께서는 숫눈우에 성큼성큼 자욱을 찍으며 앞장서 걸으시였다. 눈사태가 미치지 못한 길가녁도 무릎까지 푸푹 빠졌다. 주먹같은 호함진 함박눈은 계속 펑펑 내리고있었다. 수행원들이 길을 열어드리려고 황급히 옆으로 해서 나가려다가 그만 눈구뎅이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장군님께서는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 끌어올려주시면서 가볍게 탓하시였다.

《나를 따라오기만 하라는데 그러누만. 자, 또 걷기요.》

산천의 아름다운 설경에서 봄, 여름, 가을의 풍치를 상상해보시며 눈길을 헤치시던 그이께서는 현암을 떠받들고있는 벼랑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한손을 허리에 얹으신채 현암을 향해 눈길을 드시였다.

현암은 정면6간(11. 2메터) 측면 3간(6. 35메터)의 겹처마합각집이였다. 높이 솟은 바위를 축대로 삼고 주추돌우에 놓인 흘림기둥우에는 익공식두공이 얹어졌다. 모서리두공우에는 네모난 나무토막을 달아 장식하였다. 마루도리는 조각선이 굵고 섬세한 련꽃무뉘화반대공에 떠받들려있는데 대공의 좌우에는 활개가 있어 건물의 오랜 맛을 돋구어주었다. 건물에는 은근한 모루단청을 입혀 자연의 경치와 어울리였다. 민족의 슬기와 재능이 느껴지는 건물이였다. 가슴속에 차오르는 선조들에 대한 긍지와 자랑을 체험해보시며 현암과 그를 둘러싼 주변의 벼랑들과 나무숲을 둘러보시던 장군님께서는 문득 현암을 오르내리는 돌계단에 비질자리가 나진것을 발견하시였다. 그이의 안광은 번쩍 빛나시였다.

장군님께서는 수행원들에게 그 비질한 자리를 가리키시였다.

《보오, 여기에 주인이 있구만.》

장군님께서는 마음이 후더워짐을 느끼시며 걸음을 옮기시였다. 눈오는 이 아침에, 누구도 보지 않는 이 외진 곳에 와 눈을 쓸었다는 그자체가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는것이였다.

눈발이 점점 성글어지기 시작했다. 눈이불을 쓴 소나무숲이며 기묘한 바위며 산봉우리들이 설펴지는 눈발속으로 선명히 바라보였다.

《장수산은 확실히 겨울풍치도 멋있습니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장수산을 봄에는 〈홍악〉, 여름에는 〈청악〉, 가을에는 〈풍악〉, 겨울에는 〈백악〉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니 사계절풍치가 다 아름답고 독특하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장군님께서는 눈덮인 주변의 경치를 일일이 살피며 감개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일행이 일곱굽이에 이르렀을 때였다. 유축진 골안에서 흰 연기가 솟아오르고있었다. 길가에 얼마 멀지 않은 안침진 곳에 흰눈을 소담하게 떠인 아담한 집 한채가 나타났다. 집옆에 세워놓은 구새굴뚝에서는 흰 연기가 몽골몽골 피여오르는데 지붕우에도, 나지막한 돌담장우에 얹은 곱새이영우에도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눈이 두툼히 덮여있어 마치 동화그림에 나오는 집을 련상케 했다.

《저기 집이 있구만. 우리 잠간 들려 앉았다갑시다.》

장군님께서는 헉헉 가쁜숨을 몰아쉬며 따라오는 수행원들을 돌아보며 빙그레 웃으시고는 방금전에 눈을 친듯 한 좁은 길을 따라 그 집으로 향하시였다. 흰눈은 한송이, 두송이 천천히 날아내려 깨끗이 비질까지 한 길우에 꽃잎같은 무늬를 수놓고있었다.

대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대문가에 서신 장군님께서는 정겨운 눈길로 잠시 마당안을 둘러보시였다. 부엌문앞 벼짚나래로 원추모양의 옷설미를 해씌운 김치움앞에서는 꽁지를 동그랗게 말아올린 깜장강아지가 날아내리는 눈송이를 신기해서 올려다보다가는 좋아라 깡충깡충 눈우에서 뜀박질을 하고 그옆 솔가래기단들이 무둑무둑 쌓인 헛간앞에는 나무로 만든 토끼장안에서 하얀 토끼들이 뛰노는것이 얼씬얼씬 들여다보였다. 꼭 닫긴 방문에는 창호지를 발랐는데 앉아서 밖을 내다볼수 있게 아래부분에 손바닥만한 유리를 붙여놓았다. 흙매질을 한 토황색 바람벽기둥에는 종자인듯 팔뚝같은 강냉이이삭들과 수수이삭들이 한타래씩 걸려있고 그아래 토방우에는 장난꾸러기아이가 방금까지 타다가 들어와 아무렇게나 던진듯 눈투성이썰매와 썰매촉들이 널려있었다.

장군님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계십니까?》하고 찾으시였다.

《뉘신지요?》

부엌문이 열리면서 그앞에서 먹이를 쫏던 일여덟마리 어미닭들이 푸드득 풍겨나고 부엌안에서 흰 타올수건을 쓴 마흔은 넘겼을 녀인이 나왔다. 한 수행원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장군님께서는 그를 제지시키며 평양에서 장수산을 보러 왔노라고 겸허하게 말씀하시였다. 인정미가 흐르는 그이의 말씀에 남다른 인품을 느꼈는지 녀인은 감심한 표정을 지으며 안에 대고 소리쳤다.

《종무 아버지, 평양에서 손님들이 오셨어요.》

방문유리로 내다보았는지 그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리며 후리후리한 키에 얼굴이 칼칼하게 생긴 50이 거의 되였을 사나이가 얼굴에 웃음을 활짝 피운채 뛰여나왔다.

《멀리서 오셨구만요. 이 추운 아침에… 어서 들어가십시다. 어서…》

처음 만났는데도 구면인듯 손잡아이끌며 설레발을 치는데서 사람을 구리워하는 그의 속마음이 헤아려지신 장군님께서는 가슴이 쩌릿해옴을 느끼시며 성큼 토방우에 올라서시였다.

방안에 들어서보니 아래목 벽에는 어버이수령님초상화가 정중히 모셔져있고 웃벽에는 금시 피여난듯 하얀 바탕에 활짝 핀 함박꽃을 수놓은 옷보가 드리워져있어 한결 아늑한감을 주었다. 뒤벽에는 사진액틀이 걸려있고 웃벽과 뒤벽사이 구석에는 누런 메주덩이들이 새끼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농촌집의 독특한 정서를 자아내고있었다.

집주인은 방안에 들어가자 웃목에 있던 질화로를 방가운데 가져다놓으며 어서 몸부터 녹이시라고 권했다.

장군님께서는 수행원들에게 불을 쪼이라고 이르시고는 먼저 사진액틀앞으로 다가가시였다. 가족사진과 친척, 친우들의 사진인듯 한 크고작은 사진들이 일여덟장 붙어있는데 유표한것은 집주인이 조국해방전쟁때 찍은듯 한 사진들이였다. 군복을 입은 한줄배기 집주인이 역시 한줄배기 다른 병사와 어깨를 겯고 찍었는데 막역한 사이인듯 그 병사의 독사진은 따로 제일중심에 붙어있었다.

《아직 조반전이겠는데… 변변치는 못하지만 이거라도 먼저 좀 드시면서 기다려주십시오. 이제 곧…》

구수한 냄새가 풍겨와 돌아보시니 집주인이 부저가락으로 화로의 숯불을 헤집고 묻어놓았던 감자알들을 굴려내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사려깊은 미소를 지으며 사양하시였다.

《아침은 우리들이 준비해온것이 있으니 따로 하지 마십시오. 인차 떠나야 합니다.… 애가 있는것같은데 감자는 그 애에게나 주실걸 그랬습니다.》

《우리 애는 늘 먹습니다. 오늘 아침에두 감자를 배불리 먹구… 방금전에두 호주머니가 불룩하게 가득 넣아가지구 나갔습니다.》

집주인은 서글서글하며 부엌사이문을 열고 쪽상에 소금접시와 동치미를 좀 들여보내라고 소리쳤다.

이윽고 사진들을 일일이 다 보신 장군님께서는 화로앞에 앉아 까밋까밋 탄 감자 한알을 들고 껍질을 벗기며 물으시였다.

《애는 어디 갔습니까? 종무라고 하던것 같던데…》

《그 앤 너무 벌차서… 늦게 본 외아들이라 어자어자하며 키웠더니 그저 제마음대로입니다. 새벽부터 나가 썰매를 타다 들어오더니 방금전엔 가을에 만들어단 새집들에 새들이 들어갔나 보겠다고 나갔습니다. 밤새 눈이 와서 새들이 갈데가 없기때문에 틀임없이 들어갔을거라나요, 허허허. 온 산판을 다 싸다니다 한낮이 되여야 들어올겝니다.》

《여보!》

부엌사이문이 열리며 주인을 찾는 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이 쪽상을 들여왔다. 얼음이 둥둥 뜬 동치미가 사발들에 넘치게 담겨있고 가운데는 소금접시가 놓여있었다.

《이거 아무것도 없어서…》

장군님께서는 면구스러워하는 주인의 마음을 풀어주시려 환히 웃으시며 방금 껍질을 벗긴 하얗게 가루가 이는 감자를 소금접시에 꾹꾹 찍으시였다.

《감자는 이렇게 소금에 찍어먹어야 별맛입니다. 거기에 이런 쩡한 동치미까지 곁들였으니 오늘 우리가 횡재를 한셈입니다, 허허허.》

장군님께서는 한 수행원이 가져온 건음식봉지를 아들애에게 주라고 밀어놓으시고 구운 감자를 달게 드시였다.

《주인님은 여기서 사신지 얼마나 오래되였습니까?》

집주인은 어줍게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전쟁이 끝난 다음다음해부터입니다.》

장군님께서는 10년이 넘도록 이 깊은 산속에서 살아오고있는 이들에게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것 같아 조용히 물으시였다.

《고향은 어디입니까?》

《평양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였습니까?》

집주인은 얼굴을 붉히며 또 어줍게 웃었다. 왼손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머밋머밋거리다가 슬며시 사진액틀을 올려다보았다.

《사실 이 장수산은 저의 군대때 동무의 고향입니다. 김정국이라고… 저 여덟굽이에 있는 석동마을에서 살았는데 전쟁때 절 구원하구 희생되였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불시에 가슴이 뭉클해옴을 느끼시며 그 독사진을 올려다보시였다.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전우의 고향에 왔구나.

《정국동무는 늘 이 장수산을 자랑하군 했습니다. 다람절전설도 들려주고 매 굽이마다 있는 명소들에 대해서도 눈에 보는듯이 이야기해주군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전쟁에서 이기면 고향에 돌아가 폭격에 불탄 장수산을 이전보다 더 잘 꾸려놓겠다고 이야기하군 하였습니다. 그런데 글쎄 습격전투에 나갔다가 그만… 정국동문 내 손을 꼭 잡고 〈호진이!〉, 저의 이름이 호진입니다, 강호진. 그 동문 〈호진이! 내 우리 장수산을 본때있게 꾸려보자고 했더니… 이렇게… 난〉하고는 더 말을 못했습니다. 제대되자 전 먼저 정국동무의 고향에 들렸다 가려고 석동마을로 향했습니다. 정국동무가 말하던 그 다람절이랑 명소들을 보며 걷노라니 자꾸만 전우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나왔습니다. 더구나 폭격에 파헤쳐지고 불타버린 자리들이 군데군데 남아있는것들을 보자 원쑤놈들에 대한 증오와 함께 장수산을 이전보다 더 잘 가꾸겠다던 전우의 그 말이 가슴을 쾅쾅 울리는것 같았습니다.

렇게 두굽이에 이른 저는 더욱 놀랐습니다.

정국동무가 귀중한 민족문화유산이라면서 단청이 어떻고 건축형이 어떻고 하며 자랑하던 그 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것이였습니다. 큼직한 폭탄구뎅이만 남아있는데 거기엔 물이 반쯤 고여있었습니다. 물웅뎅이엔 개구리들만 첨벙첨벙 뛰여들고…

말 가슴에서 불이 이는것 같았습니다.

곱굽이에선 또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곱굽이를 지나는데 웬 사람들이 나무를 막 찍는게 아니겠습니까. 깜짝 놀라서 뛰여가 물어보니 자기들은 군에서 지시를 받고왔는데 급히 쓸데가 있어서 그런다는것이였습니다. 보다보다 그런 맞춤한 나무는 처음 보았다면서… 전 그만 억이 막혔습니다. 당장 쫓아버렸습니다. 정국동무네 집에 가보니… 부모님들은 전선원호에 나갔다가 놈들의 폭격에 다 잘못되였다는것이였습니다.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전 여기에 남기로 결심했습니다. 전 군유적관리소에 적을 두고

군님께서는 가슴이 후더워옴을 느끼시며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그때부터 강동지는 전우의 념원을 꽃피우면서 여기서 사시였군요. 새소리, 짐승울음소리만 들리는 이 외진곳에서… 장수산을 가꾸면서… 10여년을

호진은 얼굴을 붉히며 떠듬거렸다.

《아직은… 마음뿐입니다. 제딴에는… 이 명산을 지켜보자고 그러기는 하는데

군님께서는 미더운 눈길로 그를 보시며 도리머리를 하시였다.

《우린 이 추운 눈오는 날에도 이른아침에 현암에 나와 계단을 쓸어놓은것을 보고 여기에 진정한 주인이 있다느것을 알게 되였습니다. 그건 비록 작은 일같지만 애국자만이 할수 있는 일입니다.》

호진은 애국자라는 호칭에 몸을 흠칫하기까지 했다. 과연 뉘시기에 자기의 작은 일을 보시고도 이런 과분한 치하를 주시는것인가 하는 표정이였다. 강호진의 주름진 눈가엔 또다시 눈물이 핑 고여오르고 울대뼈가 자꾸만 오르내렸다.

군님께서는 강호진의 마음을 헤아려보시며 말머리를 돌리시였다.

《여기 장수산에 사람들이 많이 옵니까?》

호진은 눈을 슴벅이며 말씀올렸다.

《그리 많이 오는 축은 아닙니다. 그저 이 주변 사람들이 명절날에나 좀…

군님께서는 짐작은 하셨댔으나 정작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허전해오시였다. 이 훌륭한 명산을 두고도 우리 인민들속에서 탐승이 생활화되지 못하고있다는 현실이 마음에 걸리였다.

산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야 더 빛나는 법이다. 아름다운 조국강산은 명실공히 우리 인민의 생활과 복리증진에 적극 이바지되여야 한다. 그것은 사람들의 애국심을 키워주는데서도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것이다. 우리 일군들은 마땅히 명산들에 대한 탐승을 적극 장려해야 할것이다. 탐승도로들도 닦고…

래서 더더욱 이 한겨울의 추위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탐승길개척에 오르신 장군님이시였다.

윽하여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강호진이 황황이 따라일어서며 말코지에 걸었던 누비솜옷을 벗겨입었다.

《이 장수산을 돌아보시겠다니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군님께서는 웃으시며 쾌히 승낙하시였다.

《그렇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우리가 오늘 참 좋은 주인을 만났습니다.》

은 이미 눈이 멎고 찬바람이 솔솔 불고있었다. 강호진은 앞장서걸으며 성수가 나서 설명해드리기 시작했다.

《원래 장수산은 꿩이 많고 산생김새가 꿩과 류사하다고 하여 〈치악산〉이라고 불렀습니다. 공기가 좋고 물이 맑은데다가 효능이 높은 약초들이 많아 대체로 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감기 한번 앓지 않고 장수하였다고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미소를 지으며 긍정하시였다.

《그러니 〈치악산〉이 장수산으로 된게 아닙니까.》

두굽이로 오르는 언덕받이는 온통 하얀 눈이 뒤덮여있었다.

군님께서는 숫눈길을 걸으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강동지는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있습니다. 강동지 같은 애국자들이 있어 우리 나라의 명산들이 지켜지고있는것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나라의 모든 명산들을 더 잘 꾸리고 유원지를 만들자고 합니다. 이 장수산도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명산으로 전변시켜야 합니다. 난 강동지를 믿습니다. 앞으로도 이 명산을 잘 지켜주십시오.》

호진의 눈빛은 젊은이들처럼 번쩍 빛났다. 그는 큰 숨을 한번 들이키고나서 힘있게 말씀드렸다.

《알겠습니다.》

군님께서는 이날 근로자들의 장수산탐승과 관련하여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로부터 얼마후 열두굽이가 자리잡은 장수산기슭에는 《장수산유원지관리소》라는 현판이 붙은 아담한 건물이 일떠섰다. 강호진은 그곳 유원지관리소 지배인으로 임명되였다.

는 아들이 제대되여온 날 이렇게 당부하였다.

《얘야, 나는 위대한 장군님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탓에 장수산에 오시였던 그이를 잘 모시지 못했었다. 겨우 구운 감자 몇알에 소금밖에 대접해드린것이 없구나. 이 나라 백성치고 나같은 얼뜨기가 어디 있겠느냐. 너도 알지만 장수산은 우리 장군님께서 지켜주신 명산이다. 장군님께서 장수산에 다시 오시면 좋은 집에서 잠시라도 편히 쉬실수 있게 집부터 한채 잘 지어야겠다. 집터로는 일곱굽이가 제일 마땅한 곳이다. 그곳은 옛날부터 산삼이 많은 곳이고 록용수 같은 〈300년수〉가 사시절 솟구치고있다. 앞에는 수리개낭이 막혀있어 장엄하고 량옆으로는 폭포가 쏟아져내리니 주변경치를 관망만 하여도 십년은 젊어진다는 곳이다. 우리 마음 합쳐 하늘이 낸 귀인을 잘 모시자꾸나.》

호진은 자기가 직접 나서서 《장수각》터를 잡았다.…

군님께서 타신 승용차는 어느덧 《장수산유원지안내도》앞에서 멎어섰다.

 

×

 

수산유원지관리소 지배인 강종무가 위대한 장군님께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경애하는 장군님, 건강하십니까? 뵙고싶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손을 들어 답례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시였다.

《어글어글한 눈은 꼭 아버지를 닮았구만. 내가 처음 장수산에 왔을 때는 산새들이 새집에 들었는가 보러 나갔기때문에 만나지 못했지. 그후에 왔을 때에는 인민군대에 입대해서 만나지 못했고…

이께서 추억깊은 이야기를 꺼내시자 강종무는 격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왈칵 눈물을 쏟았다. 두 어깨를 떨고있는 강종무의 등을 두드려주시며 그이께서는 약간 갈린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이 장수산을 꾸리느라 얼마나 수고를 했소. 내 그래서 왔소.》

《장군님―》

강종무의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래, 제대는 언제 됐소?》

강종무는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으며 정중히 대답올렸다.

《1996년도에 제대되였습니다.》

《구분대정치지도원을 하였다지. 다친 다리는 일없소?》

강종무는 저으기 놀라는 기색이였다.

장군님께서 자기 경력을 다 알고계시는데 감격해진 그는 또다시 눈물이 글썽해져서 목메인 소리로 대답올렸다.

《이젠 다 나왔습니다.》

강종무는 어린애처럼 그이앞에서 오른발을 굴러보기까지 하였다.

《상처자리가 다 나았다니 마음이 놓이지만 열두굽이를 오르내리자면 여간 뻐근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몸을 돌보면서 일하라구.》

《…》

《제대되여 아버지가 섰던 초소를 지키는것은 아주 잘한 일이요. 어디가나 제대군인들이 한몫 하거던.》

안내도앞에서 해설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즐거운 미소를 지으시며 현암앞을 지나 두굽이에 있는 2층정각으로 향하시였다.

해볕은 점점 따가와졌다. 어디서나 더운 열기가 확확 풍겼다. 무더위를 더는 못 참겠다는듯 곳곳에서 매미들이 맴맴맴 귀따갑게 울어댔다.

정각이 세워진 언덕받이로 오르시는 장군님의 옷깃이 땀에 젖어들었다. 점점 언덕받이는 가파로와졌다.

최철규는 얼른 장군님을 따라서며 간절히 말씀올렸다.

《장군님, 차를 타시고 곧장 〈장수각〉으로 가셨으면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최철규를 돌아보시며 고개를 저으시였다.

《난 경치나 구경하자고 온게 아니요.》

《장군님!》

《자, 어서 오릅시다. 우리 인민들이 힘들게 건설한 유원지인데…》

얼굴에 비오듯 흐르는 땀을 훔치며 그이를 안타까이 우러르는 최철규의 가슴은 미여지는듯 아팠다. 하루도 쉬임없이 전선길을 달리시고 어제 밤에 이어 오늘 이른새벽에 길을 떠나셨으니 그이도 인간이신데 어찌 힘들지 않으시랴. 더구나 이 무더위에 경사급한 길을 걸어서 오르시며 경치나 구경하자고 온것이 아니라고 하시는 말씀에 최철규는 목이 꽉 메여올랐다.

그렇다면 장군님께서 이 장수산에 오신것은?…

무엇인가 둔중한것이 흉벽을 쿵 하고 치는것 같았다. 최철규는 호흡이 빨라지는것을 느꼈다. 자기의 계획이 다 수포로 돌아가고말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최철규는 강종무가 정각에서 해설을 끝마치면 어떻게 하든 장군님을 모시고 꼭 《장수각》으로 곧장 가리라고 마음다졌다.

정각우에 오르신 장군님께서는 두손을 허리에 얹으시고 만시름을 잊으신듯 환하게 웃으시며 경치를 부감하시였다.

하늘에서 비단필이 내리드리운듯 끝없이 흘러내리는 세심폭포는 장쾌한 소리를 내고있었다. 폭포수는 환하게 웃는 녀인의 복스러운 얼굴같은 《웃음바위》를 지나 《룡소》로 흐른다. 저쪽 아찔한 낭끝에서 춤추듯 흔들거리는 소나무는 그네뛰는 녀인의 열두폭치마처럼 안겨온다. 파도세찬 바다를 헤가르며 달리는듯 한 《거북선바위》는 또 얼마나 위용있는가.

장군님께서는 물길을 따라 아담하게 일떠선 봉사매대들과 휴식터를 그윽한 시선으로 일별하시였다.

《정말 멋있소. 아주 잘 꾸렸소. 마치 동화세계에 있는 궁전에 들어선 기분이요. 계곡미에서는 장수산이 〈녀왕〉이라더니 〈녀왕〉칭호를 받을만 하오.》

그이께서는 수행원들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동무들은 장수산을 왜 〈황해금강〉이라고 하는지 아오?》

최철규의 옆에 선 한 일군이 대답올렸다.

《서해의 금강산이라고 하여 〈황해금강〉이라고 합니다.》

《그건 옳소, 내 여기 장수산에 깃든 이야기를 하나 하겠소. 고려시기 이웃나라 사람들이 금강산을 보는것이 평생소원이여서 금강산구경을 떠났다고 하오. 그들은 배길로 우리 나라에 왔고 그길로 금강산을 찾아 걸었소. 어느날 장수산골안에 들어선 그들은 아름다운 경치에 현혹되여 제대로 걸음을 옮길수가 없었소. 장수산 열두굽이를 돌아본 그들의 감탄은 절정에 이르렀소. 이곳이 바로 금강산의 만물상이로구나, 정말 멋있구나 하고 감탄만 하던 이웃나라 사람들은 〈금강산을 구경했으니 평생소원이 풀렸다.〉하고 만족해하면서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고 하오. 그들은 자기 나라에 돌아가 금강산을 탐승했다고 요란하게 자랑했다는거요.

보시오, 동무들! 우린 세상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이런 명산들을 가지고있는 긍지를 느껴야 하오.》

《장군님, 우린 장군님의 뜻을 받들고 이 명산을 인민의 유원지로 더 잘 꾸리겠습니다.》

강종무가 힘차게 결의다졌다.

《그래야지. 지배인동무, 장수산에 탐승객들이 많이 찾아오나?》

《예, 재령군은 물론이고 도내 인민들이 일요일과 명절날을 계기로 많이 찾아오고있습니다. 이번 봄명절에는 장수산골안이 사람들로 하얗게 덮였댔습니다.》

《인민들이 장수산에 와서 놀고간다면 좋은 일이요. 인민들이 많이 찾아와서 즐겨야 장수산유원지를 꾸린 보람이 있는거요.》

정각을 내리신 장군님께서는 세굽이에 있는 《자라바위》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뽀족한 두바위가 서로 간격을 두고 하늘높이 솟아있는데 그 새짬에 자라모양의 바위가 끼여있었다. 토끼를 찾으려고 바위우에 올라섰던 자라가 장수산의 경치가 하도 아름답고 장쾌하여 저도 모르게 어깨춤을 추다가 미끄러져 굳어졌다는 전설이 깃든 《자라바위》…

장군님께서는 두손을 앞가슴에 엇걸으시고 《자라바위》를 이윽토록 바라보시였다.

《정말 자라가 신통하구만. 저것이 진짜 명소요. 명소는 한눈에 알아볼수 있는것이라야 하오.》

그이께서는 장수산유원지를 찾아온 탐승객들이 《자라바위》를 보며 떠들썩하게 탄성을 지를 모습들이 눈앞에 방불히 떠올라 미소를 지으시였다. 인민들이 웃고 즐기는데서 자신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시는 그이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네굽이를 지나 휴식타가 마련된 다섯굽이에 이르시였다.

《장군님, 저 바위는 〈독수리바위〉입니다.》

강종무가 신명이 나서 높이 솟은 산봉우리 정점에 있는 바위를 가리켜드렸다.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드시였다. 독수리가 날개를 접고 앉아있는듯 한 바위가 그이의 눈가에 비껴들었다. 최철규를 비롯한 수행원들은 아직도 《독수리바위》를 찾지 못한듯 고개를 기웃거리며 여기저기 쳐다보았다.

《허허허… 동무들이 아직〈독수리바위〉를 찾지 못하고있으니 독수리가 얼마나 서운해하겠소. 저 산정점을 보오. 바위에 흰점이 보이지 않소?》

장군님께서 손수 손을 드시고 흰점이 박힌 바위를 가리켜주시였다.

《그옆에는 사자가 있구만. 사자 말이요.》

《예?》

《저기 〈독수리바위〉옆을 자세히 보오. 소나무 한그루가 있는 웃쪽 바위 말이요. 갈기를 날리며 앉아있는 사자같지 않소?》

장군님께서 가리키신쪽을 바라본 강종무가 환희에 차서 웨쳤다.

《옳습니다. 사자모양과 신통합니다, 장군님.》

《그야말로 명소들이요. 자, 또 돌아봅시다.》

장군님께서는 또다시 걸음을 옮기시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지배인동무, 나는 〈고난의 행군〉시기에 유원지를 꾸리느라고 많은 고생을 한 유원지관리소일군들과 재령군 인민들에게 최대의 감사를 주고싶소. 자기보다 나라와 인민을 먼저 생각하는 동무들과 같은 애국자들이 많기에 우리 당과 강하고 우리 나라가 흥하는거요.》

그이께서 발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달아오른 길바닥에서 후끈한 먼지가 폴싹폴싹 일었다. 그이의 존안에도 땀발이 내배여있었으나 그이께서는 조금도 아랑곳 않으시였다.

이 장수산을 정말 얼마나 훌륭히 꾸리였는가. 보면 볼수록 눈굽이 달아오르고 목이 메여오르신다.

길은 마치도 원래부터 존재해온듯싶다. 먼 옛날 전설속의 오누이가 현암을 짓던 그때부터 있었던듯 새로 낸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길옆의 바위들과 나무들과 풀숲이 자연의 모습그대로이다. 나무줄기 하나, 풀포기 하나 다치지 않았다. 그러자니 오죽이나 힘들었겠는가.

발파를 하면 좀 쉬울수도 있었겠지만 순전히 함마오 정대로 벼랑을 뜯어내고 등짐으로 흙을 날라다 폈으리라. 이 잠관을 놓을 땐 또 얼마나 많은 땀이 흘렸겠는가. 모든것이 부족한 때에…

그런 고난속에서 꾸려놓은 유원지여서 더더욱 귀중한것이다. 철규동무는 차를 타고 가자고 자꾸만 나를 바라보군 하는데… 철규동무, 이런 길을 내가 어떻게 차를 타고 훌 지나가버릴수 있겠소.

난 그렇게는 못해, 아무리 힘들어도 그렇게는 못해.

자, 걸읍시다. 우리 인민들이 흘린 피땀 마지막한방울까지 다 찾아내여 보석처럼 빛내여줍시다.

일행은 마침내 일곱굽이에 이르렀다. 사방 바위벼랑으로 둘러막혀 안온한감을 자아내는 공지에 《장수각》이라고 쓴 건물 한채가 나타났다. 하늘에서 내려온 흰구름덩어리인듯 단층으로 된 《장수각》은 온통 새하얗다. 온 천지가 눈부신 광채로 번쩍이는듯 했다.

탐승객들의 밝게 웃는 눈처럼 반짝이는 창문들, 그밑 화단에 있는 꽃밭에는 백일홍, 천수국들이 활짝 피여있었는데 꿀벌들이 붕붕거리며 날고있었다.

《〈장수각〉이 아주 멋있습니다. 하늘에서 구름에 태워 내려보낸 집같습니다.》

최철규는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는듯 했다. 척 보기만 해도 《장수각》이 마음에 흠썩 들었다. 이제는 장군님께서 이 《장수각》에서 잠시나마 땀을 들이며 쉬시게 된것이다.

철규는 감사의 눈길로 강종무를 돌아보았다. 강종무도 자못 흥분한듯 한 눈길로 《장수각》을 쳐다보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청청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장수각〉은 보기만 하여도 기분이 상쾌합니다. 바람은 또 얼마나 신선합니까. 명당자리에 〈장수각〉을 앉히였습니다. 저 집이 현암전설에 나오는 오빠가 지었다는 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명상에 잠기신듯 한 그이의 말씀에 최철규는 가슴이 그들먹해지는것을 느꼈다. 현암전설에 나오는 오빠가 지었다는 집이 선군시대에 와서 자기 자태를 드러낸것 같았다. 강종무가 흥분하여 말씀올렸다.

《장군님, 전설속의 그 신비한 집이 하늘이 낸 귀인을 모시려고 수백수천년을 기다려오다가 오늘에야 나타난것 같습니다.》

《허허허, 전설속의 집이라. 아니요, 이 집은 선군시대의 창조물이요. 동무들은 선군시대의 새 전설을 창조한 애국자들이고… 자, 그럼 들어가봅시다.》

대리석기둥이 떠받들고있는 현관채양밑을 지나 열려있는 문안으로 들어서신 장군님께서는 무춤 걸음을 멈추시였다. 천정에서 비치는 구슬등과 바닥에 깔린 보석들이 일시에 빛을 뿜어 방안은 온통 찬란한 무지개빛으로 채색되여있었던것이다. 눈부신 빛발들을 하나하나 음미해보시듯 주의깊게 바라보시는 그이의 눈가에는 만족한 미소가 피여나시였다.

《평양산원의 홀에 깔아놓은 그런 보석들이구만, 건설자들의 정성이 헤아려집니다. 건물도 1등이고 방안도 역시 최고의 최고입니다. 창문에 그물망을 댄 덧창문까지 달아놓았으니 방안이 깨끗하고 통풍이 잘되여 일부러 랭풍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될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평생소원이 풀린듯 행복의 웃음을 짓고있는 강종무의 손을 꼭 잡으시였다.

《이렇게 훌륭하게 지은 〈장수각〉에 내가 이미전에 와보았어야 할걸 그랬습니다. 이 좋은 집을 그동안 나때문에 문도 열지 않고있었다니 얼마나 아쉽습니까.》

강종무는 웃음머금은 목소리로 어린애마냥 말씀올렸다.

《〈장수각〉은 장군님을 기다리고있었습니다.》

《내가 오늘 장수산에 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다시한번 각안을 둘러보시고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시였다.

《〈장수각〉내부를 일부 고쳐야 할것 같습니다.》

《?》

최철규도 강종무도 긴장해서 그이를 우러렀다. 강종무는 얼른 수첩을 펼치고 원주필을 뽑아들었다.

《이 〈장수각〉은 시공은 잘하였는데 설계에 결함이 있습니다. 우선 나들문부터 넓혀야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야겠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자면 문부터 시원히 넓혀야 합니다.》

강종무는 일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얼핏 최철규를 쳐다보았다.

최철규도 당황해서 잠시 어쩔바를 몰라하는 표정이였다.

《그리고 저 창문쪽에는 청량음료매대를 크게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앞의 쏘파는 들어내고 많은 사람들이 앉아 쉴수 있게 긴 걸상도 놓아줍시다.》

장군님께서는 활달하게 손세를 쓰시며 많은 사람들이 쓰기 편리하게 무엇무엇을 어떻게 고쳐야겠다고 일일이 가르쳐주시였다. 그러시고는 두손을 허리에 얹으시고 만족하여 웃으시였다.

《그렇게만 하면… 이제 장수산을 탐승하는 사람들이 이 〈장수각〉에 들려 청량음료나 장수샘을 마시면서 아름다운 산천경개를 마음껏 부감할수 있게 될것입니다. 피곤도 쭉 풀리고…》

만시름을 잊으신듯 환히 웃고계시는 장군님을 격정에 넘쳐 우러르던 최철규가 머밋머밋거리다가 죄스러운듯 한 어조로 조심히 말씀드렸다.

《저… 장군님, 사실 이 집은 장군님께서 오실 때마다 드시여 조금이라도 피로를 푸시게 하려고 이곳 인민들이…》

강종무도 한발 나서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간절히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장군님을 이렇게 모시는건 우리 아버지의 한생의 소원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재령인민들도…》

장군님께서는 인자하게 웃으시였다.

《난 그 마음이면 됩니다. 이런 좋은 집은 응당 우리 인민들이 써야 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것들은 다 우리 인민이 쓰게 하자는것이 나의 소원이고 결심입니다.》

《장군님!》

최철규는 가슴속에서 북받치는 격정을 더는 참아낼수가 없었다. 강종무가 흐느낌을 삼키며 떠듬떠듬 아뢰였다.

《장군님, 저희들은 저녁이면 포근한 잠자리가 있고 끼니나마 제집에서 편히 앉아 따끈한것을 먹고 살지만 장군님께서는 늘 전선길에서 사시지 않습니까. 장군님께서 이 장수산에 오실 때만이라도 편히 쉬실수 있게…》

《고맙습니다. 그러나 나는 인민들과 함께 있는것이 더 좋습니다. 그럼 또 떠나봅시다.》

《예?》

수행원들도 강종무도 깜짝 놀랐다.

(또 떠나시다니, 그럼 조금도 쉬지 않으시고 가신단 말인가? 이 더위에?)

최철규가 황황히 장군님을 막아나섰다.

《장군님, 여기서 잠시라도 쉬여주십시오. 지금 장군님은… 너무도 과로하신 몸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웃으시며 도리머리를 하시였다.

《오후일정이 긴장하지 않습니까. 이젠 떠나야 합니다.》

최철규가 울먹울먹하며 말씀드렸다.

《그럼 장군님께서… 여기에 오신것은…》

장군님께서는 또 웃으시였다.

《철규동무가 가자고 하지 않았습니까, 허허허. 사실 내가 여기 온것은 이 장수산을 꾸리느라 고생을 한 우리 인민들의 땀을 빛내주고싶어서였습니다. 여기 재령인민들이 얼마나 큰일을 했습니까. 이런 인민이 있어 우리 나라는 그 어디나 명산으로 빛나는것입니다.》

강종무는 끝내 오열을 터뜨리고말았다.

《장군님―》

수행원들도 한결같이 목메인 소리로 불렀다.

장군님께서는 강종무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시며 수행원들을 둘러보시였다.

《그러지들 마시오. 동무들은 누구보다도 내 심정을 잘 알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인민, 제일 훌륭한 우리 인민을 위하여 더 많은 일을 해야 하겠는데 시간이 모자라는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나는 우리 인민들에게 또 하나의 훌륭한 문화휴식터를 마련해주게 된것만으로도 대단히 기쁩니다. 옹근 하루를 푹 쉰다 해도 이보다 마음이 거뜬하지는 못할것입니다.》

《장군님―》

최철규는 땀으로 옷깃을 적시시며 또다시 뙤약볕속으로 걸어나오시는 장군님을 눈물속에 우러렀다. 아까 장수산으로 장군님께서 가시자고 하실 때 잠시라도 편히 모시게 되였다고 좋아했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하는 자책감에 가슴이 미여지는듯 했다. 인민들의 땀이 스민 곳이여서 한굽이한굽이 그리도 정깊이 보고 또 보시며 뙤약볕도 마다않고 걷고 또 걸으신 장군님. 인민들에게 또 하나의 훌륭한 문화휴식터를 마련해주게 되였다고 그리도 기뻐하시며 장수산 열두굽이를 다 돌아보시고 또다시 인민을 찾아 떠나시는 우리 장군님. 아― 아― 우리 장군님은 바로 이런분이시다. 오직 인민만을 위해 자신을 깡그리 바치시는분… 바로 그 사랑속에 장수산 열두굽이뿐이 아닌 온 나라가 인민의 무릉도원으로 펼쳐지는것이 아니겠는가. 온 나라가 이 장수산 열두굽이처럼…

장군님께서 타신 차는 또다시 굽이굽이 령길을 달리고있었다.

한낮의 태양은 중천에서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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