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100(2011)년 제8호에 실린 글

 

   단 편 소 설

새로 온 지배인

                            허 영 익

 

군인민위원회에서 부원으로 일하던 유진호가 화학공장 지배인으로 임명되였을 때 머리를 기우뚱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30대에 이른 그가 지배인사업을 감당해내겠는가 하는 우려감때문이였다. 하지만 그것은 공연한 걱정이였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그는 공장을 현대화하여 얼마전에는 생산을 시작했던것이다. 오늘은 군적인 참관사업까지 진행되였다.

이쯤 되고보니 종업원들속에서는 유진호에 대한 칭찬이 연방 쏟아져나왔다.

《실력이 일을 한다더니… 정말 간단치 않군요.》

《글쎄말이예요. 이젠 정말 두려울게 없어요.》

공장에 펼쳐진 놀라운 현실을 두고 누구보다 기뻐한것은 생산문제로 해서 늘 가슴앓이를 해온 생산부원 박찬보였다.

그래서 오늘은 유진호와 마주앉아 지나온 한해를 추억하고싶은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히게 되였다. 하고싶은 말이 많았다.

찬보는 퇴근시간이 되기 바쁘게 접수실에 틀고앉았다. 길목을 지켰다가 조용히 집으로 데려갈 심산이였다. 헌데 아무리 기다려도 진호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조급한편인 찬보는 궁싯거리며 창문을 넘겨다보았다.

지배인실의 창문에서는 여전히 불빛이 흘러나오고있었다. 하늘가득히 쏟아져내리는 함박눈의 뽀얀 연무속에 안겨오는 그 불빛을 찬보는 무심히 볼수가 없었다.

(허허… 오늘도 늦어질셈인가.)

찬보는 느슨한 미소를 띄우고 그 불빛을 점도록 바라보았다.

한순간 그의 눈앞에는 유진호가 지배인으로 배치되여오던 때의 일이 방불히 떠올랐다.

 

×

 

지배인이 새로 온다는 소식을 들은 찬보는 일요일의 휴식도 미루고 공장에 나왔다.

지배인에게 제출할 자료들을 종합하기 위해서였다. 로력실태며 설비상태, 생산정형을 종합해나가던 그는 손을 멈추고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

새해공동사설을 받아안던것이 어제같은데 벌써 반년이 되여오고있었다. 그런데 요즘 생산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있었다.

어디서나 혁명적대고조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고있는 때에 생산실적이 떨어지고있는 사실은 찬보에게 있어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이곳 화학공장은 자그마한 지방산업공장이지만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몫을 맡고있는 공장이였다. 지난 시기 공장에서는 수십여종의 기초화학제품들과 화학일용품들을 생산하여 군내 인민들의 수요를 원만히 충족시켜왔었다.

일시적인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부터 생산지표를 줄였는데 그것마저도 원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있는 형편이였다.

이런 때 지배인이 새로 임명되여온다는것으로 해서 찬보의 마음은 다소 안정되였으나 한켠으로는 불안도 없지 않았다.

(어떤 사람일가? 사업경험이 풍부하고 활동성이 있는 사람이여야 할텐데. …)

찬보는 새로 오는 지배인이 풍부한 경험과 조직적수완을 가진 로련한 일군이기를 바랐다. 오랜 기간 생산부원으로 일해왔고 한동안 지배인사업까지 대리로 해온 그에게 있어서 일군의 능력은 곧 공장의 능력이라고 생각되였다.

똑똑똑…

찬보의 생각을 깨뜨리며 문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예.》

의혹짙은 눈길로 출입문을 바라보던 찬보는 어리둥절해졌다. 공무작업반에서 수리공으로 일하는 김명선이 들어섰기때문이였다.

《자네가 웬일인가?》

《한가지 도움받을 일이 일어서 왔습니다.》

명선이 슬금슬금 찬보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기계분야에 조예가 깊은데다가 기술이 높은것으로 해서 사람들에게 떠받들리우는 재간둥이청년이였다. 식료가공설비라든가 가정용전기제품들에 이상이 생길 때면 사람들은 그의 손목을 잡고 이끌었는데 그때마다 그는 선선히 응하군 했었다.

남들이 다 휴식하는 때에 공장에까지 찾아나온것을 보면 긴요한 사정이 있는듯싶었다.

《나한테?》

《예, 아무래도 전 공장에서 나가야 할것 같습니다.》

찬보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지난 시기에도 몇번 그런 말을 해온 명선이였는데 이번엔 아마 단단히 결심한것 같았다.

《생각을 고쳐하는것이 좋지 않을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 남는게 없어.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야지.》

《난 우물을 파도 물이 나올만 한 곳에서 파자는겁니다. 좀 생각해보십시오. 여기서 내가 할 일이 도대체 뭡니까?》

찬보는 생각을 더듬었다. 그에게 남다른 기술이 있는것만은 사실이지만 공장에서 크게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럼 명선을 알맞춤한 곳으로 보내주는것이 옳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으나 곧 머리를 가로저었다. 지배인이 없는 때에 함부로 결심할 문제가 아니였기때문이였다.

《이제 새 지배인이 오면…》

찬보가 말끝을 채 맺지 못한채 굳어졌다.

출입문쪽에서 문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른살가량 나보이는 청년이 들어섰기때문이였다.

《안녕하십니까?》

《예, 어디서 왔습니까?》

찬보는 청년이 자기의 아들맞잡이로 어려보였으나 깍듯이 례의를 표시했다.

《유진호라고 합니다. 이 공장에 배치받았습니다.》

《우리 공장에?! 거참 흥미있는 일이군. 한켠에선 나가겠다구 찾아오구 한켠에선 배치를 받아오구. …》

느슨한 미소를 머금고 진호의 모습을 쳐다보던 찬보는 주춤거렸다.

(혹시 새로 온다는 지배인이?! 설마…)

찬보는 가볍게 부정해버렸다. 그런데 청년의 모습에서는 막 대할수 없게 하는 기품같은것이 느껴졌다. 가벼운 미소가 어려있는듯 한 구리빛얼굴이며 사색적인 눈동자며 부드러운 목소리에서 일군의 체취를 느낀 찬보는 어망결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혹시…》

진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예, 제가 지배인으로 사업하게 되였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생산부원 박찬봅니다.》

찬보는 황황히 진호의 앞으로 걸어갔다. 마주서니 싱싱한 젊음이 확 안겨왔다.

(젊긴 젊었군.)

자기는 그 나이에 겨우 작업반장을 했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찬보는 새삼스러운 눈길로 진호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보았다.

《앞으로 많이 도와주십시오.》

그때까지 안절부절 못하고 서있던 명선이 황급히 나가버렸다.

《저 동문 누굽니까?》

《공무작업반에서 일하는 수리공인데 다른 공장으로 보내달라고 저러지 않습니까.》

진호는 말없이 출입문쪽을 바라보았다.

《가끔 있는 일이지요. 공장이 제구실을 못하다보니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군 합니다. 하지만 뭐 일없습니다. 한두사람이 없다구 될 일이 안되겠습니까?》

진호는 묵묵히 찬보의 말을 들으면서 벽에 걸린 생산계획도표며 창문가에 놓인 화분이며를 하나하나 일별해보았다.

찬보는 새로 온 지배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기의 기대와는 달리 너무 젊은데다가 그 어떤 능력이나 수완 같은것도 엿보이지 않았다. 지금 생산계획을 미달하고있는 중요한 원인은 원료보장을 따라세우지 못한데 있었다.

찬보자신도 이 문제를 풀어보자고 발끝에 불이 일도록 뛰여다녔으나 종내는 손을 들고 나앉고말았다. 얼마간 들어오는 원료로 힘들게 생산을 이어가고있었다.

찬보는 가벼운 한숨을 내그으며 품들여 준비한 공장실태자료를 진호앞에 내놓았다.

한동안 자료를 뒤적이던 진호가 가볍게 밀어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럴것없이 함께 돌아보는것이 어떻습니까?》

《그게 좋겠군요.》

찬보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넓게 트인 구내를 가로질러 생산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진호가 한손으로 코를 가리우는것을 얼핏 보았다.

생산환경에 익숙된 사람들은 잘 느끼지 못하는 자극성냄새를 처음 오는 사람들은 강하게 느끼게 된다는것을 생각하면서 찬보는 빙그레 웃었다.

(이제 저 냄새가 몸에 푹 배느라면 진짜배기일군이 되겠지.)

찬보는 중요생산공정들을 돌아보면서 설비들의 명칭이며 작용원리며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었다.

진호는 이따금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설비들의 기술적특성에 대해서 묻기도 하였으나 이렇다하게 자기의 생각을 꺼내지는 않았다.

퍼그나 시간이 흘러 밖으로 나왔을 때에야 진호는 《전반적인 설비들이 낡았구만요.》하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공장을 돌아본 소감이 좋지 않은듯 했다.

《아직은 뭐… 그것보다 원료가 더 걱정입니다. 하여간 지배인동문 그저 로력관리만 맡아주시우. 생산은 내가 안고 뛸테니.》

말끝을 맺는 순간 찬보는 아차 하고 자기의 실책을 깨달았다. 젊은 지배인에게 신심을 준다는것이 훈시한듯 한 느낌이 들었던것이다.

(헛허… 이제는 이런 버릇을 고쳐야 할텐데…)

찬보는 속으로 자신을 꾸짖었다. 다행히도 진호는 그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것 같았다.

《그동안 수고가 많았겠습니다.》

《뭐 별루 수고랄것두 없지요. 생산이 잘돼야 하겠는데.》

진호가 눈길을 들어 찬보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착잡한 생각이 뒤엉킨 지배인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찬보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니 생각이 많을테지. 내가 곁에서 잘 도와줘야겠어. 늙은 소가 길을 안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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