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9(2010)년 제4호에 실린 글
나는 대지에 편지를 씁니다
안 효 심
지금 나는 편지를 씁니다
이슬차며 포전으로 나가는 새벽에도
하루일 마치고 돌아오는 저녁에도
미곡벌 넓은 대지에 편지를 씁니다
날마다 정성다해 가꾸는 벼포기들은
한자한자 내가 쓰는 편지의 글자들인듯
네모반듯한 포전들은
그대로 내가 쓰는 편지의 종이장들인듯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라
서툴고 힘겨웠던 일도 씁니다
이악스레 돌피를 잡으며
김매기에 앞장섰던 그 일도 씁니다
지금은 장군님 어디에 계실가
저 멀리 전선길 하늘가 바라보며
눈가에 고이던 그리움의 눈물이
내가 쓰는 편지의 《종이》를 적셨나니
장군님 다녀가신 영광의 포전에
진정을 기울이고 구슬땀 묻어가며
봄내 여름내 찍어가는 발자국들이
내가 쓰는 편지에 어려있나니
땅이 꺼지도록 실릴 이삭의 바다
이것이 내가 쓰는 편지
키워주고 내세워주신 아버지장군님께
이 딸이 드리는 보답의 인사
아 나서자란 평양을 떠나
미곡벌에 자원해오던 날
농사를 잘 짓고
장군님께 꼭 쓰리라던 나의 편지
어찌 펜으로만 씌여진다 하랴
이제 풍요한 가을이 오면
또다시 미곡벌에 오시여 환한 미소 지으실
장군님을 그리며 나는 편지를 씁니다
량심의 땀방울로 대지에 편지를 씁니다
(청년작업반 농장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