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9호에 실린 글  

 

       시

이삭에 묻혀 기쁨에 묻혀

안 경 실

  

이제는 몸에 밴 습관인가봐

분조포전 돌아보는 하루일과는

이렇게 휴식일에도

이삭이 보고파 들에 나온 아바이

 

잘 익은 이삭이 하도 흐뭇해

점도록 바라보며 한대 붙여물었다가

메뚜기 뛰노는 논뚝을 베고

그만에야 드르릉 궂잠에 드셨네

 

문화주택 제집의 아래목에 누운듯

온 한해 쌓인 피로 여기서 다 푸시나봐

어쩌면 키워준 이삭이 뒤설레이며

마음놓고 쉬라고 속삭였나봐

 

이 벌은 알거야

눈보라 세차던 정이월 그밤에도

들에 낸 마지막거름무지까지

다 돌아보고야 마음놓던 그 마음을

 

끼니를 번질 때도 한두번 아니였지

논물을 덥히느라 보도랑 넓히며

점심참도 잊고서 벌에 있다가

집안사람 지청구도 많이 들었지

 

흘린 땀이 알알이 구슬같이 영글어

흐뭇한 벼바다 펼친

이 벌을 꿈속에도 걷고있는듯

잠결에도 아바인 웃고계시네

 

벼이삭에 실려오는

우리의 행복을

꿈에서도 아바이는 보시는가봐

조국의 밝은 앞날 보시는가봐

 

두루미 좋아라 귀전을 날아예도

논두렁 궂잠에서 깰줄을 모르시네

이삭에 묻혀 기쁨에 묻혀 들가에 든 잠은

세상 제일 좋은 꿀잠인가봐!

(함경남도 홍원군 원덕리 농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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