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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98(2009)년 제5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단편소설
박 웅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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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난지 이게 몇해만인가? 최고사령부 작전일군인 함영호장령으로서는 거의 30년만에 찾는 고향이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전선동부로 달릴 때마다 차창가에 반겨주는 고향산천을 바라보며 지나치긴 했어도 이렇게 시간을 내여 찾아가기는 처음이였다. 그것도 장군님께서 직접 고향에 다녀오라고 하시여 가게 된 길이였다. 미제가 《반테로》전쟁의 미명하에 《악의 축》으로 지명한 나라들에 대한 강도적인 《선제공격론》을 제창하면서 남조선과 그 주변에서 광란적인 합동군사연습소동을 벌리고있는것으로 하여 조선반도정세가 극도로 긴장한 때였다. 그리하여 함영호에겐 이여의 다른 생각이 끼여들 틈이 없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군사문제도 아닌 별도의 과업을 주어 함영호로 하여금 고향인 신명에 다녀오도록 하시였다. 신명에 가자면 군소재지를 뒤에 둔 문암봉을 빤히 건너다보면서도 생양리 초입까지 올라가서야 인입선으로 떨어진다. 옛 생양다리를 건너 낯익은 산천이 안겨들수록 함영호의 감회는 깊어만 갔다. 소학교 2학년때 여기서 만경대혁명학원으로 떠났다. 아버지가 조국해방전쟁의 1차진격에서 돌아오지 못한 영웅이라고 그렇게도 떠받들어주던 문암동사람들과 리일군들, 학교선생님들, 저 남강에서 발강둥이로 물장구치던 송아지동무들과 헤여지던 생각이 났다. 자기를 바래주던 할머니와 어머니, 성미가 꽤나 씨원스럽던 뒤집 김병기 작은아버지도 모두들 환히 웃는 얼굴들이였으나 눈가엔 맑은 눈물이 맺혀있었다. 방학때 고향을 찾으면 둥글모자와 팔소매, 곤색바지에 뻘건 줄이 박힌 학원복을 그쯘히 입은 자기를 마을사람들은 얼마나 반갑게 둥둥 떠받들어주었고 아이들은 또 얼마나 부러워했던가. 졸업후 줄기차게 흘러온 군관생활, 먼저 할머니, 어머니를 모셔온 다음 안해를 맞아들인 새살림, 군사대학을 졸업하고 부대지휘관을 거쳐 오늘은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사업하는 최고사령부 작전일군으로 되기까지의 드바쁜 나날속에 어느덧 고향생각은 까맣게 잊혀지고말았었다. 남조선과 오끼나와, 괌도 그리고 미국본토에서까지 우리 나라를 겨냥한 방대한 침략무력과 그 작전적기도에 대한 해부학적인 분석, 우리의 륙해공군무력의 전략전술적타격력에 대한 연구, 작전자료와 각종 작전부호속에 묻혀 고향에 대한 추억이나 향수 같은것은 깃들일 여지가 없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처음 전선길에 올라 고향을 지나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장군님께서는 뜻밖에도 함영호가 잊었던 고향의 쪽대문을 열어주시였다. 《저기가 영호동무의 고향이 아니요? 늘 지나다니며 봐도 산세가 장엄하고 기묘하거던. 저 산벼랑들을 푸르게 장식한건 고양나무가 아니요?》 《그렇습니다.》 함영호는 애틋한 생각에 잠기며 대답올렸다. 《차라리 영호동무에겐 〈고향나무〉라고 하는게 더 좋을것 같구만. 산벼랑들에 억세게 뿌리내리고 사철 푸른 참 인상적인 나무란 말이요.》 회양목이라고도 하는 저 고양나무는 결이나 속청이 없이 굳어서 예로부터 도장목으로 쓰인다. 사철 푸르고 아담한 단지모양을 이루는 떨기나무여서 지금은 혁명사적지들에 많이 옮겨졌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받아안고보니 정말 고양나무는 변함없는 고향의 모습처럼 새삼스럽게 안겨왔고 《고향나무》라고 부르고싶은 상징적의미를 떠올리기도 했다. 《영호동무, 여긴 산골이여도 큰 강을 끼고있으니 물고기들도 많겠구만.》 《예, 뚝지, 꺽지, 모래무치, 쫑개… 그리고 메기, 누치도 올라옵니다.》 《물고기잡이를 해봤겠소?》 《반두질을 했습니다.》 《좋은 추억을 가지고있구만.》 장군님께선 그 추억이 소중하신듯 즐거운 미소를 지으시더니 더 묻지 않으시고 남강류역과 문암봉쪽을바라보시였다. 차는 어느덧 신명굴을 빠져나가고있었다. 문득 함영호에겐 흰눈덮인 백두밀영고향집과 겨울에도 얼지 않고 용용히 흐르는 소백수가 떠올랐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주소도 없는 천험의 백두산오지, 한겨울에도 너무 추워 산새도 깃들지 못하는 천연원시림을 찍어 다듬어세운 귀틀집에서 탄생하시였고 백두산의 눈보라와 빨찌산의 총성을 자장가처럼 들으며 성장하시였다. 그러니 자기는 전승의 환희가 넘친 락원의 봄언덕에서 얼마나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왔는가. 함영호는 그때 장군님께서 《고향나무》와 강고기이름들을 물어주시며 고향에 대한 자기의 애착을 되살려주셨고 그것을 소중히 품고 살도록 하여주셨다는것을 퍽 후에야 깨달을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해후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신 야전차는 또다시 전선동부를 향해 달리였다. 《영호동무, 동무네 고향에서는 아직도 산살구를 자랑하오?》 《저, 그건 저도 잘…》 함영호는 머뭇거리며 자신있게 대답을 올리지 못하였다. 문득 만경대혁명학원시절 장군님을 모신 훈련휴식참에 고향자랑을 하다가 꼴먹던 생각이 떠올랐다. 사과를 먹으며 저마다 제 고장 과일자랑을 벌려놓았는데 황주내기는 사과자랑, 성천내기는 약밤자랑, 길주태생은 배자랑, 통천출신은 감자랑… 그런데 함영호는 《우리 신명산골에는 돌배, 머루, 다래, 쪽가래, 산살구가 유명해.》하다가 와― 웃음통이 터지는 바람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빛좋은 산살구도 명산물인가, 하하…》 순간 함영호는 하필이면 왜 산살구까지 입에 올렸던가 하고 후회하며 얼굴을 붉혔다. 산은 산마다 산살구가 하도 많고 그 꽃이 구름처럼 피여나 절경을 이루니 그에 대한 애착이라도 있었기때문이였을것이다. 《동무들은 영호동무가 말한 그 돌배맛과 향기가 얼마나 기막힌지 모를거요. 이제 산살구가 참살구로 변할때가 있을거란 말이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그때 이렇게 영호를 곤경에서 구원해주시였던것이였다.… 《영호동무, 신명의 산들도 피해를 입은게 알리오. 산불이 났던 자리는 아직도 탈모증에 걸린것 같소. 그런데 그 자리엔 나무를 심어야 하겠는데 부대기를 일군단 말이요. 낟알이 귀한 때니 그럴수도 있겠는데… 영호동무 생각은 어떻소?》 《빨리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봅니다.》 함영호는 강건너 나무가 듬성듬성한 골짜기를 아프게 바라보며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대답올렸다. 그 골짜기 비탈면 아래켠엔 생땅을 파제낀 자리가 꺼멓게 보였다. 《이왕 저렇게 된바치고는 쓸모없는 나무대신 수종이 좋은 나무로 완전히 개조하잔 말이요. 화가 복이 되게!》 함영호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늘쌍 절감하는 장군님의 사랑이였다. 그 사랑이 고향의 산발에 난 흠집까지도 말끔히 걷어내고 저 산을 더 훌륭하게 가꿔줄 빛발을 비쳐주는것이 아닌가. 《영호동무, 언제 봐도 이쪽은 해가 들지 않는 음달인데 왜 마을이 거기에 붙어있습니까?》 관적산이 키짝처럼 드리운 그늘속에 잠긴 유랑동마을이 차창가로 서서히 흘러가고있었다. 《아마 이쪽 농토를 부치자고 그런것 같습니다.》 《그랬을테지. 한겨울엔 노상 해가 들지 않으니 가을엔 고추와 무우오가리 같은것을 일찍 널어 말리우고 장작도 남먼저 패서 가리는게 알린단 말입니다.》 함영호는 놀랐다. 자기는 례사로이 보아온 낯익은 마을의 산그림자여서 일찍 지붕에 널어놓은 무우오가리나 장작낟가리 같은것은 눈여겨본적이 없었던것이다. 장군님의 세심하신 관찰은 여기서 끝난것이 아니였다. 《영호동무, 방금 지나오면서 그 앞강에 놓은 쇠바줄다리를 봤소?》 《예, 출렁다리였습니다.》 함영호는 인츰 대답올렸다. 《옳소, 그 말이 비슷하오. 출렁다리… 바람이 불면 흔들거리는 다리를 사람들이 위태롭게 건느더란 말이요.》 가슴이 찌르르 마쳐왔다. 바람부는 날 그 출렁다리를 사람들이 건느는것을 유심히 본적이 없었던것이다. 그러니 자기 향토에 대한 감각이 매우 무디다고 보실수 있다는 생각에 온몸이 옹송그려짐을 느꼈다. 《아마 군에서 힘이 모자라 남강에 다리를 못 놓았을거요. 그러니 저 산봉우리뒤에 있는 군소재지를 빤히 건너다보면서도 차들이 곧장 못 들어가는데 얼마나 에돌아야 하오?》 《한 25리는 돌아야 합니다.》 《25리라, 계산해보시오. 시간, 기름랑비… 적지 않을겁니다. 그걸 빤히 알면서 그냥 돌아다닌다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요.》 거친 산, 음달마을, 출렁다리와 에도는 길을 두고 마음쓰시는듯 그이께서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그이의 말씀을 들으며 차를 천천히 몰던 운전사는 산굽이를 돌아서자 속도를 놓았다. 《그런데 어디나 살구꽃이 구름처럼 피여났거던. 저 마을을 보시오. 온통 꽃속에 묻혀 아름답기 그지 없소.》 장군님의 음성은 한결 밝아지시였다. 함영호는 마을마다 활짝 핀 연분홍살구꽃들이 다행스러웠다. 《산살구꽃인가?》 분명 자기더러 물으시는 말씀인데 함영호는 무슨 살구꽃인지 대답을 드릴수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그이께서는 아마도 만경대혁명학원시절의 그 《산살구》이야기를 상기하실것이였다. 얼핏 마을뒤산에 또 한뙈기의 부대기밭이 드러났다가 사라졌다. 그 순간 함영호에겐 군의 일군들에 대한 불만이 솟구쳤다. 일을 어떻게 했기에 산에 나무는 심지 않고 거기에 부대기까지 일구게 한단 말인가. 이 도로를 건설할 때 힘들어도 제창 남강에 다리를 놓아 인입선을 낼것이지 쇠바줄다리나 겨우 놓고 5리길을 25리나 에돌아다니게 하다니… 군당책임비서나 군인민위원장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혹시 부닥친 난관앞에 주저앉아 참고 견디자고 《동면》하는 일군들은 아닌지. 그런 일군들은 안변청년발전소 물길굴전투장 같은데 들어가봐야 정신을 차릴것이다. 야전차는 어느덧 맑은 생양천을 낀 달해산성절벽을 감돌아 달리고있었다. 그길에서 철령을 넘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최전연 감시소에 오르시여 적정과 부대들의 전투임무수행정형을 구체적으로 료해하시였다. 여기서 진행된 작전협의회에서는 뜻밖에 전연초소마을 하나가 론점에 올랐다. 마을앞에 천연기념물인 900년 묵은 느티나무가 있어 느티나무마을… 양지바른 산기슭 과일나무숲속의 돌기와집들, 그앞의 기름진 들… 적들이 빤히 바라다보는 삼엄한 최전연이여도 우리의 철벽의 요새를 믿고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는 오붓한 마을이였다. 작전일군들은 그 마을뒤산에 새로운 포진지를 전개해야 한다고 했다. 함영호에겐 작전지도우의 검은 구형반점 몇개와 느티나무라고 생각되는 독립수표식이 류달리 크게 눈에 안겨왔다. 《그렇습니다. 작전적실리로 볼 때 이 마을 하나가 큰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적의 근접타격환에 들어있는 마을로서 유사시에는 우리의 대응화력진지로 되여야 합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놀라우신 시선으로 함영호장령을 쳐다보시였다. 그러시고는 말없이 쌍안경을 드시고 몸을 돌리시며 그 마을을 찾으시였다. 느티나무가 보이였다. 봄갈이 휴식참인듯 그늘속에 사람들이 모여들고있었다. 뒤동산엔 살구, 복숭아의 연분홍꽃구름이 덮이고 하얀 울타리를 두른 돌기와집들과 그 오래뜰에서 다니는 토종닭들의 울깃불깃한 몸뚱이들이 보였다. 무한히 자유롭고 평화롭고 근면한 인민의 행복한 삶이 적들의 면전에서도 끄떡없이 용의주도하게 흘러가고있는 아름다운 마을이였다. 그날 저물녘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작전일군들을 데리시고 뒤골짜기에 자리잡은 포구분대를 찾으시여 병사들의 화력복무훈련을 보아주시였다. 침실과 세목장, 식당과 일일창고까지 친어버이사랑으로 일일이 보아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중대군인들의 씩씩한 예술소품공연을 보아주신 그 딱딱한 나무침대에 그냥 앉으신채 군인들과 담화를 나누시였다. 먼저 앞자리에 선 병사들의 고향을 물어주시는데 세번째 병사의 대답에 함영호는 흠칫했다. 《저의 고향은 신명군입니다.》 담찬 목소리의 임자는 키는 작아도 가슴이 쩍 벌어지고 암팡스럽게 생긴 병사였다. 《동문 박달나무처럼 단단한데 키가 좀 작구만. 혹시 거기 음달마을에서 자라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유랑동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병사의 오돌찬 모습을 눈여겨보시며 그의 두터운 손바닥도 만져보시고 명포수의 자랑을 떨쳐 고향에 편지도 보내주라고 고무해주시였다. 돌아오시는 길에서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오늘 중대군인들이 부른 〈병사가 고향을 얼마나 사랑했는지…〉하는 노래는 들을수록 좋습니다. 정다운 고향과 이어진 병사들의 정서를 참 잘 그려냈거던.… 그런데 합창시에서 그 신명내기 병사가 〈우리의 뒤에는 양지바른 산기슭, 아름다운 고향마을이 있다〉고 읊는 구절은 잘 어울리지 않더란 말이요.》 그이께서 지금 그 키작은 병사가 자란 음달마을을 두고 깊이 생각하시는것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산골은 원체 산그늘이 깊어 어쩔수 없다고 봅니다.》 《그래?!》 함영호의 대답으로 그이의 사색은 더 깊어지시였다. 산골이여서 그럴수밖에 없다?… 이런 사고가 작전일군들의 직업적인 타성은 아니겠는가. 그들은 이 땅의 인명과 온갖 재부들을 각종 부호로만 익히고있다. 전연감시소에서도 이 젊은 장령은 그 오붓한 느티나무마을을 작전적으로 무시해도 된다고 주장하지 않았는가. 물론 전술적으로는 타당할수 있었다. 허나 작전일군들이 군용지도의 무수한 부호들속에 묻혀 실무에 빠지는것은 간과할수 없으시였다. 《영호동무, 해빛이 잘 드는 집에는 의사가 드나들지 않는다고 했소. 우리 남강에 다리를 놓아주고 음달마을을 양지쪽으로 옮겨줍시다.》 장군님께선 달빛이 어린 차창밖의 건너편 산을 살펴보시며 말씀하시였다. 그이의 말씀에 함영호는 또다시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그리고 무척 고마우면서도 미안스러웠다. 《고향이란 참 남다른 애착이 가고 한생토록 왼심을 쓰게 되는 고장이지. 그래서 월미도용사들도 최후의 순간엔 고향의 푸른 들, 한줌의 흙이 목숨보다 귀중한줄 알았다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소. 아마 동무의 아버지도 그랬을거요.》 함영호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확이 확 달아올랐다. 그이의 말씀속에는 어떤 경우에도 아버지세대들처럼 고향을 잊지 말고 고향앞에 지닌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고귀한 철리가 담겨져있었다. 좀전에 최고사령관동지를 맞이하여 병사들이 터쳐올린 열광적인 환호가 이제 어버이장군님의 말씀을 받아안고 감격에 목메일 고향사람들의 환호성으로 이어져 끝없이 메아리치는것만 같았다. 그후 어느 여름날. 최고사령부에서 위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적들의 새로운 도발음모에 대처한 작전협의가 끝났을 때였다. 《자, 이젠 좀 휴식합시다. 그리고 영호동문 가까이 오시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작전도에서 물러나 집무탁으로 가시여 문건 하나를 집어드시고 말씀하시였다. 《동무네 고향 신명에서 아주 흥미있는 일이 생겼소. 그 고장이 유명한 살구고장이 됐다는거요.》 《?!》 함영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건 빛좋은 산살구얘기가 아니란 말이요.》 함영호는 어쩔수없이 소년시절처럼 어줍은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그이께서는 크게 웃으시며 말씀하시였다. 《영호동무, 거기 도당에서 보고된 이 자료를 좀 보시오. 신명군엔 지금 아주 크고 단 살구가 퍼졌는데 한알이 평균 73g, 최고 100g짜리도 있다오. 우량한 새 품종이여서 도적으로 퍼뜨릴 결심이라고 하오. 동문 그걸 알고있소?》 함영호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장군님께서는 그 순간 고향의 내막을 감감 모르는 젊은 장령이 측은하게까지 보이시였다. 적항공모함과 핵탄두들, 전략폭격기와 정찰위성들, 방대한 침략무력의 거점들과 책략들에 대비한 우리의 지체없는 섬멸적타격밀도만을 계산하며 주도세밀하게 작전을 짜고있는 일군들… 그들에게 과연 느티나무마을의 회화적정서를 감수해볼새가 있었으며 고난속에서도 억세고 아름답게 솟아나는 고향마을들이 얼마나 억척같은 전쟁억제력으로 되고있는가를 한가슴에 안아볼 기회가 있었던가. 작전임무가 바빠도 그를 고향에 한번 보내야 한다. 애국을 떠난 우리의 작전, 애국을 떠난 우리의 선군은 있을수 없지 않는가. 《그래서 말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또 철령을 넘기에 앞서 영호동무가 한발 먼저 떠나 신명에 들려 그 살구출처를 좀 알아보라는거요. 늘 일만일이라고 해왔는데 이번에 고향땅을 한번 밟아보시오. 다른 생각은 말고. 알겠습니까?》 그 문건까지 넘겨주시며 다정히 말씀하시는 장군님의 심중을 아직 함영호는 미처 다 헤아릴수 없었다.
2
벌써 남강 한복판까지 듬성듬성 휘틀에 싸인 교각이 일떠서고 강건너 문암봉기슭엔 새 살림집 벽체조립이 한창인듯 맞들이를 든 사람들이 북나들듯 하고있었다. 아무렴, 장군님의 말씀을 받아안았겠으니 얼마나 사기충천했으랴. 하면서도 함영호는 왜 그런지 산골사람들이란 덜퉁스럽게만 생각되였다. 제힘으로 보란듯이 군을 꾸려서 최고사령관동지께 기쁨을 드리지는 못할망정 계속 불미스러운것만 보여드리여 마음쓰시게 하고 부담을 더해드리니 면구스러운 생각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우리의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어떻게 수호해주시는 후방이고 어떤 기적적인 지략으로 침략의 먹장구름을 막아주시는 산촌의 평온인줄 알기나 하고있는가. 무엇인가 군의 일군들에게 웨치고싶은 생각이 치밀어올랐다. 그래도 변함없는것은 유정한 산천이였다. 떨기떨기 고양나무포기들을 껴안은 담바위가 왼쪽차창가에 흘러갔다. 벼랑가의 숲속엔 연분홍의 병싸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여났다. 잣나무숲을 허리에 두른 방하산이 다가왔다. 작은 실개울인 갈마천까지도 돌제방을 일매지게 쌓은것을 보니 국토관리를 알뜰히 하는것이 알렸다. 양덕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세거리를 지나니 읍거리가 시작되였다. 길 량옆의 아담한 소층집들, 풍만한 아지를 펼친 살구나무가로수들, 너럭바위아래에 있는 《책방》이라고 쓴 건물도 맵시있고 군인민병원도 멋들어지게 지었다. 저 덩지 큰 건물은 분명 문화회관인데 제법 현대식체모를 갖추었다. 전후의 초라했던 옛모습은 도무지 찾을길이 없었다. 군당정원에 들어서니 역시 살구나무들이 청사를 뒤덮었다. 자기 방에서 반겨주는 책임비서는 부목을 한 오른팔을 가슴아래 겯고있었다. 사내다운 억센 기상이나 눈빛은 부드러웠고 너붓너붓한 이새가 서글서글한 인상을 주었다. 함영호는 인사를 나누고 마주앉으며 찾아온 용건을 간단히 말했다. 《그러니까 그 살구출처를 보고드려야 한단 말입니까?》 책임비서 임성철은 모자에 누런 금줄띠를 두르고 큰별 하나를 어깨에 얹은 젊어보이는 장령과 마주앉으며 그의 용건에 마음이 긴장해져서 이렇게 반문하고는 의자를 끄당겨앉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도 사실 몇해전에 여기 부임해오면서 첩경살구가 흔한 고장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6월말에 선암리에서 도적인 풀베기경기가 있었습니다. 도안의 시, 군 책임일군들이 다 왔는데 농장에선 마침 살구수확기여서 그걸 손님들에게 대접했습니다. 헌데 글쎄 모두가 이렇게 크고 맛있는 살구도 있는가고 감탄을 하는게 아닙니까. 도당책임비서동무가 그 반영을 심중히 들었는지 한지함 준비해달라구 해서 알알이 골라 실어보냈는데 장군님께까지 보고될줄은…》 임성철은 흥분된 기색이면서도 미안한 어조로 설명하는것이였다. 《그전엔 산살구만 있던 고장이였는데…》 《그러믄요.》 임성철은 장령의 말에 이의없이 동감을 표시했다. 《책임비서동무가 험한 산골에 와서 고생이 많겠습니다. 강하천제방이랑 군소재지를 꾸린것을 보니 일을 많이 한게 알립니다. 팔까지 부상당하신걸 보니…》 《하 이거 일할줄 모르는 둔재다나니…》 임성철은 면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왼손으로 부목을 댄 오른팔굽을 가볍게 받들어올렸다. 《그 살구출처를 해명해줄만 한 사람을 만나게 해줄수 없겠습니까?》 그러자 임성철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이상한데요. 살구를 올려보낼 때 도당책임비서가 그 출처를 꼼꼼히 묻길래 문건으로 함께 보냈는데요.》 함영호에게는 순간 뇌리를 치는 그 무엇이 있었다. (그렇다면 장군님께서 살구출처를 아시면서도?! 혹시 이 함영호를 고향에 보내시려고…) 함영호는 놀라움과 의혹에 싸이며 어쨌든 장군님께서 주신 과업이니 수행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임성철은 권하던 담배갑을 거두며 대답했다. 《예, 그럼 읍농장으로 갑시다. 거기 그럴만한 로인이 있습니다. 과수반장을 오래 하다 년로보장을 받은 사람입니다.》 《책임비서동문 바쁘신데 일보십시오.》 《아니, 우리 장군님께 보고드리는 일인데 제가 어떻게 앉아있겠습니까.》 임성철은 오른팔을 잡고 먼저 일어섰다. 승용차는 장령과 책임비서를 뒤자리에 나란히 앉히고 읍농장으로 달렸다. 문암봉을 돌아서니 낯익은 마을이 안겨왔다. 저앞벌에서 조금 나가면 남강이고 그 건너 산그늘이 진 마을앞으로 큰 도로가 뻗어갔다. 대형뻐스들과 승용차들이 그 산탁을 자르며 살같이 달리는 풍경은 전혀 새로운것이였다. 그전부터 기름졌던 문암벌의 푸른 논판둘레로 강냉이숲이 검푸르게 솟아나고있었다. 함수석미장에 하얀 띠를 두른 벽체가 합각지붕을 떠이고있는 리문화회관앞에 차가 들어서자 어느새 련락을 받은듯 젊은 사람과 머리 흰 로인이 다가섰다. 자기를 리당비서라고 소개하는 젊은 사람이 아바이를 내세우며 인사했다. 그러자 함영호는 대번에 아바이를 알아보았다. 《작은아버지, 제 앞집에 살던 영호입니다.》 《예? 앞집의 누구라구요?》 김병기로인은 손등으로 불이 나게 눈을 비비더니 놀랍고 희한한 눈길을 들어 장령을 쳐다보았다. 《제 함영호입니다, 작은아버지.》 장령은 자기 소개를 거듭하며 아바이의 두손을 덥석 잡았다. 책임비서와 리당비서는 눈이 둥그래졌다. 《원, 이런 반가울데라구야. 책임비서동무, 우리 함진택영웅의 아들이 왔습니다. 아하 야!》 김병기는 그 유표한 넙적턱을 흔들며 떠들썩했다. 조용히 왔다가려고 했던 함영호는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임성철이 다시 장령의 손을 잡았다. 《장령동무, 이거 다시 인사해야 하겠습니다. 함진택영웅이야 우리 군의 자랑인 전투영웅이 아닙니까. 이거야말로 반가운 손님이 아니라 기다린 주인이 오지 않았습니까.》 뜻밖의 상봉으로 회관뜰안은 화기에 넘쳤다. 아버지보다 나이가 두살 아래인 김병기는 전쟁이 일어나자 아버지와 함께 전선에 나갔다. 전쟁이 끝나자 혼자 돌아온 그는 영호를 영웅의 아들이라고 떠받들어주며 무던히도 왼심을 써주어서 소년은 작은아버지로 부르며 따랐다. 이어 그들은 정원에 멍석같이 넓은 그늘을 편 살구나무아래에 놓은 걸상들에 앉았다. 무더워지는 날씨였으나 그늘은 서늘했다. 임성철이 담배를 꺼내들자 함영호가 얼른 자기 담배갑을 꺼내 한대씩 권하고 김병기에겐 불까지 켜드렸다. 《어머닌 무고하신가?》 김병기가 물었다. 《예, 이젠 팔순이 돼오는데도 아직 정정합니다.》 《기쁜 일이구만. 책임비서동무, 우린 저 과수원마을의 앞뒤집에서 살았수다. 어머닌 그때 탁아소보육원을 했는데 아이들을 끔찍이나 귀해했수다. 그리구 돌문기슭 왕밤나무는 해방후 영호의 아버지가 주동이 돼서 우리 민청원들이 심었구요. 그래서 지금도 그 밤을 따먹을 때마다 아이들까지도 영웅이 심은 나무란걸 잊지 않는답니다.》 멀리 흘러간 시절의 젊은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회억을 되살려주는 아바이의 이야기는 새삼스러웠으나 함영호로서는 시간이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작은아버지, 이 신명에 소문난 살구나무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걸 알고싶어서 왔는데 좀 말씀해주십시오.》 《이 왕살구 말인가?》 김병기는 담배를 깊이 빨아들이키고는 하얗고 연한 연기와 향기를 맛스럽게 내뿜더니 살구나무우듬지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젠 이 나무를 얻어온지도 스물대여섯해 된다네. 어버이수령님께서 우리 농장에 오시여 여긴 산골이니 산을 잘 리용해야 잘살수 있다고 하시면서 저런 산비탈에도 층층 살구, 배, 밤나무를 심으라고 하셨는데 그땐 새 과일종자를 구하기가 힘들었네. 그런데 누가 자강도에 가면 좋은 살구품종이 있다는 말을 듣구 과수분조장을 하는 중환이를 데리구 이른봄에 떠났지. 거기 가니 시의 어느 변두리에 과수시험장이 있다지 않겠나. 찾아가니 울타리를 삥 둘러쳤는데 얼씬 들여놓지도 않더구만. 그래서 정문을 지키다가 나이지숙한 한사람이 나오길래 붙잡구 통사정을 했네. 했더니 다시 들어가 세 아지를 따가지고 나와서는 아직 시험품종인데 잘 접해보라구 하지 않겠나. 그래 새움이 빠끔히 트기 시작한 눈을 봐가며 잘라서 배낭에 싸넣고 부리나케 천리길을 왔네. 그걸 열두그루의 산살구에 접했지. 3년만에 꽃이 피더니 아, 이렇게 추리알만 한 노란 살구 27알을 익혔지. 그 맛이 참 꿀맛이 아니겠나. 이게 진짜 참살구로구나 하구 무릎을 쳤네. 그 씨를 심어 모를 키워내서 접하구 또 접했지. 소문이 나니 너도나도 하는걸 줄창 지키다싶이 해서 저 뒤골짜기 과수원에 퍼쳤다네. 그다음엔 아예 나무모밭을 만들어가지구 달라는대로 다 주기 시작했네. 그래서 이젠 집집에까지 온 군에 퍼져서 살구는 정말 실컷 먹는다네.》 수첩을 꺼내 적기까지 하던 함영호는 감동어린 눈길을 들었다. 《작은아버지가 참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그게 뭐라구.》 로인은 그런 칭찬은 질색인듯 손을 내젓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내보니 이 살구나무는 사람의 인생과 맞먹는것 같아. 세상에 나서 한두그루만 심으면 늙어죽을 때까지 실컷 따먹을수 있으니까. 이 나무를 좀 보라구. 거의 30년이 돼오는데두 청춘기라네. 자락자락 열린것이 한창 익을 땐 이게 바루 노래에 나오는 〈황금나무〉로구나 하구 절로 감탄하게 된다우.》 로인이 말을 끝내고 얼굴주름살을 펴며 환희롭게 쳐다보는 살구나무우듬지를 모두 목을 젖히고 바라보았다. 수확을 흠뻑 내고도 기진한 기색은 조금도 없이 푸르싱싱한 잎새들이 미풍에 설렁이고있었다. 가슴털이 노랗고 꽁지가 자주색인 메새 두어마리가 삐쭁거리며 가지사이를 포롱포롱 날았다. 함영호는 여기서 살구출처는 명백해졌다고 생각했다. 이제 농업과학원과 자강도에 알아보면 확정될것이였다. 장거리전화는 군당에 들어가 할 생각을 하고 올해농사작황을 두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는 일어섰다. 《책임비서동무, 새 마을과 남강다리건설장을 돌아보고 떠나겠습니다. 작은아버지, 전 시간이 없어서…》 《원, 이렇게 불시 떠나다니.》 김병기는 놀라운듯 눈을 크게 뜨고 막아서려 했다. 《꼭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작은아버지, 부디 안녕히 계십시오.》 작별인사를 받은 로인은 여간만 섭섭해하지 않았다. 두눈을 슴벅이며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망연히 서있었다. 과수원앞의 새 마을 건설장과 남강다리건설장은 온 군이 떨쳐나선듯 법석 끓고있었다. 책임비서와 리당비서는 장군님의 말씀을 받아안은 감격과 그 말씀을 결사관철하기 위해 돌격대원들이 안변청년발전소 군인건설자들의 혁명적군인정신을 따라배우면서 기세가 한층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세멘트, 강재도 우에서 다 보장해주니 빠른 시일안에 완공할수 있다고 했다. 군에서 발전소도 건설하는 이야기를 할 때 리당비서는 책임비서가 그 암반굴착작업을 하다 부상당했다는것을 귀띔해주기도 했다. 함영호가 건설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지나다니면서보니 산림피해가 알린다는 말을 비쳤더니 임성철은 매우 죄송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무모밭을 배로 늘구고 창성이깔, 잣나무, 수종이 좋은 나무모들을 키우는데 붉은단풍나무종자는 아직 구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함영호는 다시 군당에 들어가 장거리전화로 살구출처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떠나면서 책임비서에게 작별인사로 부탁의 말을 했다. 《책임비서동무, 군을 잘 꾸려 우리의 최고사령관동지께 기쁨을 드려주기 바랍니다.》 함영호는 서둘러 떠났다. 그는 속도를 놓은 차안에서 고향의 새 모습을 두고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든것이 부족한 어려움속에서도 혁명적군인정신을 따라배우며 군소재지도 보란듯이 꾸리고 발전소도 건설하며 애쓰고있는것이 알렸다. 특히 작은 실개천에까지 일매진 제방을 쌓고 도로를 반듯이 닦은것을 비롯하여 나무모밭확장 등 국토건설에서도 많은 일자리를 내고있었다. 책임비서도 분명 헌신적인 일군 같았다. 산골사람들 성미대로 모두가 근면하고 소박하고 솔직했다. 어떻게 하나 제힘으로 제 고장을 남 못지 않게 꾸리려는 열망과 열의가 뜨겁게 안겨왔다. 고향사람들은 장군님께서 머나먼 전선길에서도 각근히 보살펴주시는데 무한히 고무되여 군을 새 세기 사회주의선경으로 꾸려갈 확고한 신념과 불굴의 기상으로 충만되여있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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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산에 단풍이 짙어가는 그해 가을이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또다시 전선동부로 달리는 차에 함영호를 곁에 앉히시였다. 분명 전사의 고향을 지나며 귀중한 말씀을 주시리라는것을 예감하지 않을수 없었다. 지난 여름 고향에 갔다가 철령을 넘어 군부대에 먼저 도착하였을 때였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반가와하시며 물으시였다. 《영호동문 언제 도착했소?》 함영호는 두시간전에 도착했다고 대답올렸다. 《아니 왜 그렇게 빨리 왔소? 오래간만에 찾은 고향인데…》 함영호는 살구출처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자기 잘못부터 아뢰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전 이번에 정말 많은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제 그동안 고향을 잊고 살았습니다. 살구출처를 알아보니 고향사람들이 얼마나 뜨거운 향토애를 지니고 일했는가를…》 함영호는 고개를 푹 꺾었다. 《됐소. 고향의 물과 공기, 산천이란 그렇게 제 근본을 잊지 않게 해주는 법이요. 사실 그 살구는 일찌기 수령님께서 저택정원에 심어 가꾸시던것이요. 수령님께서는 그때 크고 단 살구가 감빛이 난다고 그 품종을 감살구로 이름을 지어주시였소.》 함영호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어버이수령님께서 키우신 감살구가 자강도를 비롯한 북부산악지대에 퍼졌다가 지금은 중부지구, 특히 신명지대에서 한창 열매를 맺는것이였다. 자기가 군사임무에 여념이 없는 사이 감감 잊고있었던 옛 학원시절의 산살구이야기를 잊지 않으시고 고향의 자랑을 알게 해주신 장군님의 다심한 사랑에 목이 메였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러한 함영호의 심중을 환히 들여다보시며 미소를 지으시였다. 《자강도에까지 가서 세 아지를 얻어다 퍼뜨린 그 사람들이 공로자가 아니겠소. 그런 숨은 노력가들이 있기에 신명은 살구고장이 됐거던. 년로보장자라도 그런 공로자들은 평가해주어야 합니다.》 장군님의 말씀을 받아안은 함영호의 생각은 바닥없이 깊어만 갔다. 자기는 왜 그들의 숨은 공로를 높이 보지 못했던가. 더더구나 잊지 못할 작은아버지에게 죄스러웠다. 그러니 덜퉁한 시골뜨기는 바로 자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책임비서가 발전소를 건설하며 부상까지 당했단말이지. 그 발전소에 가봤소?》 《거기까진 미처…》 《가볼걸 그랬소. 어쨌든 신명사람들이 군을 꾸리기 위해 애쓴다니 기쁘오. 무엇보다 나무모밭을 늘이고 나무모를 대대적으로 키운다니 얼마나 좋은 일이요. 그렇게 해야지. 산에 있는 나무를 떠다 옮겨심는 방법으로는 안됩니다. 단풍나무종자는 내가 얘기해줄터이니 영호동무가 직접 보내주시오. 어려서 떠났으니 고향에 심은 나무도 없을게 아니요.》 《그렇습니다.》 《노래에도 있지 않소. 〈심어 가꾼 한그루 나무도 없이 참다운 애국을 어이 말하랴〉…》 그 순간 놀랍게도 함영호의 가슴속에선 번개치고 우뢰가 울었다. 아버지가 심었다는 그 왕밤송이들이 가시돋힌채 자기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며 후두두 떨어졌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어찌하여 긴장한 정세속에서도 시간을 쪼개시여 자기를 부디 고향으로 떠밀어 보내주셨던가. 그는 용기를 내여 그이앞에 한걸음 나섰다. 《최고사령관동지, 저는 이제 비로소 저를 왜 고향에 다녀오도록 하셨는지 깨닫기 시작한것 같습니다.》 《그렇소? 작전일군이라 해서 이 땅의 마을 하나, 나무 한그루도 군용부호로만 봐서는 안되지 않겠소?》 《그렇습니다. 전 그때 최전연 느티나무마을을 그렇게밖에 보지 못했드랬습니다.》 《됐소, 됐소. 그건 바로 동무네 고향이 가르쳐준거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함영호의 목소리가 너무 절통하게 울리여 환히 웃으시며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야전차는 어느덧 도화동을 지나 동굴을 나섰다. 해빛에 번쩍이는 남강과 풍요한 앞벌을 거느리고 과수원속에 묻힌 문암동이 한폭의 그림처럼 안겨왔다. 아닐세라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말씀하시는것이였다. 《보시오. 남강에 다리를 놓고 음달마을을 양지쪽으로 옮기니 얼마나 좋소. 올해농사도 잘된것 같구 평양과 통하는 큰길이 환히 열리니 말그대로 사회주의선경이요. 이젠 그 신명내기병사도 〈양지바른 고향마을이 뒤에 있다〉고 당당하게 시를 읊을수 있게 됐단말이요.》 그이께서는 매우 기쁘신듯 몸을 한번 추스르시며 변모된 산천을 흐뭇이 바라보시였다. 운전사가 차를 천천히 몰아갔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또 말씀하시였다. 《그전에 여기서 평양에 가려면 한나절이나 뻐스를 타고 양덕역에 나가서 또 기차를 타고가야 했겠는데이제는 큰 도로에 인입선까지 곧추 열리니 좋아하겠소.》 《그렇습니다. 신명사람들은 길에 대한 마지막소원까지도 다 풀렸다고 합니다.》 함영호의 목소리도 기쁨에 떠있었다. 《그래…》 《이제는 집마당에서 뻐스를 타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그날로 구경할수 있게 되였습니다.》 《그게 얼마나 좋소. 길을 열어주면 그렇게 문명의 대문도 열리는 법이거던.》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매우 만족하시여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태평양 남서부의 유명한 섬나라인 피지에는 암환자가 한명도 없는데 그 비결은 살구를 많이 먹는데 있다고 합니다. 보나마나 신명사람들도 오래 살거요. 그렇지 않소?》 《예, 100돐상을 받은 로인들이 여러명 된다고 합니다.》 《그것 보시오. 살구고장이 어디 가겠소. 그래서 말이요, 저 양지바른 산기슭에 일떠선 멋들어진 마을과 새 다리이름을 좀 생각해보잔 말입니다. 그전엔 과일나무가 많은 집이나 마을을 〈배나무집〉, 〈감나무집〉이요, 〈밤나무골〉, 〈살구재마을〉이라고 하지 않았소. 그러니 저 새 마을은 감살구동산에 솟았으니 〈감살구마을〉, 저 다리는 감살구고장으로 들어가는 다리이니 〈감살구다리〉라고 하잔 말입니다.》 《최고사령관동지, 고맙습니다.》 《허허, 영호동무가 고향의 인사까지 대신해주누만.》 함영호는 가슴이 그들먹해지고 눈확이 확 달아올랐다. 만경대혁명학원시절 신명의 산살구가 참살구로 될 때가 있을것이라고,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그때 벌써 오늘날 전사의 고향을 내다보시지 않았는가. 《감살구마을》, 《감살구다리》… 이제는 오고가는 세상사람들이 모두 놀랍게 쳐다보는 고향산천에 펼쳐진 사회주의선경, 그것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잠시라도 겹쌓인 피로를 푸셔야 할 쪽잠마저 잊으시고 보살펴주신 선군장정의 전선길에서 태여난것이였다. 그이께서는 이렇듯 고향을 잊었던 전사에게 고향을 되찾아주시고 부럽도록 꽃피워주시여 그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선군의 의지로 간직하도록 애국의 심장을 키워주신것이였다. 작전지도우에 각이한 부호로 새겨지는 무수한 등고선들과 절벽들, 발전소와 과수원과 마을들, 그 어느 독립수까지도 자기의 뜨거운 피줄처럼 살아오르는듯 했다. 그 어떤 원쑤가 감히 이 땅에 침략의 검은 화살표를 그을수 있으며 느티나무 한그루, 감살구나무 한아지라도 감히 건드릴수 있단 말인가. 작전도의 무자비한 화살표들이 이 땅을 노리는 적들의 아성으로 비발치듯 날아가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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