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8(2009)년 제4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단편소설

 

맑 은  아 침

고   병   삼                      

 

1

 

최고사령부의 시계는 밤 3시를 가리키고있었다.

끊임없이 울려가고 울려오던 전화소리도 뜨음해졌다. 고르로운 발자국소리만 잠시 방안을 울리더니 문득 창문가에 밝은 빛이 어린다.

깊은 사색에 잠겨 방안을 거니시던 경애하는 김일성동지께서는 창문가에 발걸음을 멈추셨다.

하늘에 쭉쭉 선을 그으며 창문에 와서 번쩍거리던 탐조등빛은 옛성터를 지나 저 멀리 포연이 서리여 바다같이 보이는 도시를 으스름하게 비치였다.

장군님께서는 멀리 창밖을 바라보신다.

탐조등빛은 불타고 허물어진 거리의 굴뚝들이며 부서진 벽돌쪼각 그리고 뿌리뽑히고 밑둥이 잘리워 넘어진 가로수들을 어슴푸레 비쳐보이였다.

미제침략자들은 이 도시에 수십만t을 헤아리는 폭탄을 떨구었고 이밤도 하늘을 썰고 돌아치며 다시는 일떠서지 못할것이라고 떠벌이고있다.

…상처입은 도시는 복수의 일념으로 숨쉬고있었다. 폭음속에서 아군의 고사포들이 쿵쿵 불을 뿜어올린다.

준엄한 여름이였다. 사람들은 전쟁밖에 다른것을 생각할수가 없는 때였다. 전선동부의 ××고지에서는 이밤도 가렬처절한 싸움이 벌어지고있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시선을 옮겨가시더니 이쪽벽을 반나마 가리운 조선지도앞에서 발길을 멈추셨다.

장군님께서는 온 조국땅을 한품에 안으실듯 한 표정으로 조선지도를 바라보시며 오래동안 서계셨다.

아까부터 저쪽에서 기다리고있던 부관은 쉬실 때가 지났다고 장군님께 말씀드리고싶은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주무시는 시간이 하루에 두세시간도 못되신다. 밤늦게까지 일을 보시고도 새벽 3시면 꼭 일어나셨던것이다. 더구나 이즈음은 그냥 이렇게 밝히시는 때가 많으셨다.

부관은 벌써 그 몇번이고 장군님께로 조용히 다가갔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전략상문제를 두고 사색의 바다를 건느시는듯 한 장군님을 방해하는것 같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부관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구고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이윽고 다시 그 문이 소리없이 열리였다. 부관은 발자국소리를 죽이며 또다시 들어왔다.

장군님께서는 모든 전선에서 소리치고 일어나 이글이글 화염의 선풍을 내뿜게 할 명령을 내리실것 같은 안광을 지도우에 멈추시고계셨다. 그러나 부관을 보시자 곧 너그러운 표정이 되시는것이였다.

《전선동부에서 무전이 왔소?》

《못 받았습니다.》

《못 받았다.… 7번동무가 자리에 있소?》

《네, 있습니다.》

《…그런데 동무는 왜 자지 않소? 들어가 좀 쉬오.》

그이께서는 부관의 안색을 살피시며 조용히 말씀하셨다.

《날이 다 밝았습니다.…》

《그러니… 어서 들어가 자라고 하지 않소.…》

《…저는 피곤하지 않습니다.…》

《지칠줄 모르는건 좋은 일이지.… 트루맨이나 릿지웨이 같은 놈이 동무를 지치게 만들수야 없지. 하지만 잠이 너무 밀리면 안되오.》

그이께서는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그런 자애로움이 넘쳐나시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셨다.

부관은 언제나 장군님의 마음을 헤아릴수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군사과학이 말하지 못한 그런 전략과 전술을 탐구하시며 작전지도우에 정신을 집중하시면서도 어떤 정황에서나 얼굴에는 조금도 그늘을 안 지으시는것이였다.

이밤을 새우시며 또 어떤 구상을 하시는것일가?

한치의 땅을 두고서도 가슴이 죄여드는 지휘관의 체험이 있는 부관은 생각이 많았다. 전쟁 첫날부터 전선에 나가있던 그는 얼마전에 최고사령부로 소환되여왔던것이다. 그는 일찌기 항일무장투쟁때부터 어버이장군님의 품속에서 자라난 군사간부들중에서 가장 젊은 세대에 속하는 한사람이였다. 몇해만에 다시 장군님의 몸가까이에서 일하게 된 그는 지나온 로정에서 잊을수 없는 일들을 자주 돌이켜보게 되면서도 금시 새로 뵈옵는듯 새로운 세계를 매일같이 느끼며 생활을 새로 시작하는것 같았다.

부관은 다시한번 위대한 장군님께 주무실것을 말씀드리고싶었지만 그이께서는 틈을 주시지 않으셨다. 다시 작전지도우에 시선을 멈추신다. 이렇게 새벽을 맞으시면서도 장군님께서는 하루일을 갓 시작하신 때처럼 얼굴빛이 환하셨다.

문득 부관은 남호두와 미혼진 그리고 동강의 우등불에 비치신 장군님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다. 우등불에 얹은 주전자에서는 김이 피여오르고 밀림에는 새벽빛이 서리는데 털외투를 어깨에 걸치시고 나무등걸에 앉으셔 조국광복회강령을 작성하시던 장군님께서는 그밤도 오늘과 같은 표정이시였다. 부관은 가슴뜨거운 생각에 잠겨 쉬시라는 말을 다시 입밖에 내지 못한채 방을 나갔다.

장군님께서는 전선을 눈앞에 그려보시며 군사위원회에 제기하실 새로운 전략적방침을 세우고계셨다.

펜을 쥐신 장군님의 손길은 어느덧 움직여나가신다.

…전선동부, 전선중부, 전선서부… 전선과 후방, 조선의 힘을 더욱 굳게 묶어세워 최후승리의 결전에로 힘있게 불러일으키는 그러한 글발들이 종이우에서 힘있게 살아서 뛰는것만 같았다.

(우리 지휘관들은?…)

장군님께서는 모든 전선에 있는 군단장, 사단장, 련대장, 대대장 그리고 낯익은 초급지휘관들을 머리에 그려보시다가 믿음에 찬 표정을 지으신다.

그이께서는 다시 전선에서 보신 전사들을 생각하시며 그들곁에 서보신다. 보통병사들과 영웅들의 가슴을 어루만져보신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받으러》 간다면서 저 락동강계선에서부터 불비속을 뚫고들어온 나어린 병사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시던 일이 생각되시여 입가에 미소를 그리시였다.

《후방은?》 이런 글자를 남기시고 방안을 거니셨다. 밤도와 철교를 복구하는 모습들, 전시생산에 일떠선 로동자들, 보탑을 쥐고 밭갈고 씨를 뿌리는 녀성들이 떠오르고 그들의 신심에 찬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장군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여 책과 자료들을 보시다가 밀어놓으셨다. 적들의 움직임을 눈앞에 그려보시며 생각에 잠기셨다.…

그이께서는 미제의 군사전략의 본질과 약점, 적들의 기도를 명철하게 통찰하시고 그들을 타승할 령활한 전략전술적방침을 제시하시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전쟁만이 아니라 이미 익혀오신 다른 구상들이 눈앞에 펼쳐지는것이였다. 창문가에 서시여 페허로 된 도시쪽을 바라보시면서도 창조의 의욕을 어찌할수 없으신것이였다. 전선의 고지에 서계실 때나 승용차에 앉으셔 달리실 때나 방안을 거니시거나 그 매 걸음마다에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두고 생각하시는 위대한 장군님이시였다. 장군님께서는 항일무장투쟁시기로부터 지금까지 이러한 창조의 나날을 걸어오셨던것이다.

장군님께서는 펜을 드시고 전선과 후방의 각 부문에 내리실 지시들을 써나가시였다.… 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니 발자국소리가 무겁게 들려왔다. 방안에 다시 들어온 부관은 한손으로는 옷매무시를 고치는데 다른 손에는 무전변신지가 쥐여져있었다.

홍수에 철교며 길이 끊어진것이 채 복구되지 못했다는것, 놈들이 대병력을 증강하여가지고 ××고지에 올라 아군진지를 뚫으려고 시도하고있다는것, 전전선에 걸쳐 적이 공세를 취하려고 한다는것… 무전변신지를 받으신 순간에도 장군님께서는 표정을 조금도 다르게 하시지 않으시고 작전지도로 시선을 옮겨가셨다. 1211고지며 ××고지를 지켜보시는 장군님의 얼굴을 탁상등이 환하게 비치였다. 장군님께서는 붉은 연필로 지도우에 화살을 쭉 그으신다. 금시 모든 전선을 돌격에로 소리치며 일떠서게 하실듯 붉은 선을 쭉쭉 그으시고는 다시 일어나신다.

이윽고 장군님께서는 명령서를 부관에게 내주시며 말씀하셨다.

《각 군단에 무전을 치오.》

놈들을 한놈도 올려놓지 말라는 명령이였다. ××전선에서는 배비변경을 신속히 하고 공세를 취할 시간을 얻으면서 적의 배후를 칠것.…

가지가지의 명령이 큼직큼직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09번동무를 부르시오. 그에게 이것을 지시하오.》

장군님께서는 책상우에 또 다른 종이를 내여놓으신다.

유자녀학원 학생들의 건강상태를 보고할것, 마감단계에 들어선 모란봉지하극장건설에 500명의 로력을 더 보장해줄것, ××과학자들에게 실험기구를 다 보내주었는가, 전선에서 뽑아오는 대학생들을 받을수 있게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요구하는 비품들을 보장해줄것, 오후 2시에 도시건설설계일군들을 불러올것.…

부관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설계란 말에 부관은 더욱 어정쩡해졌다.

군사위원회가 있은 다음에 과학자들을 만나시고 그뒤에 설계일군들을 만나시겠다는것이였다.

어떤 불리한 정황에서나 장군님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면 힘이 나고 앞이 확 트이는것이였지만 너무나도 뜻밖이였다.

전선의 포화가 가렬한 이러한 때 어떻게 설계까지 생각이 미치실가? 부관은 깊은 생각에 잠겨 방에서 나갔다.

조용히 닫기는 문소리가 났다.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창문가로 가시여 카텐을 올리셨다. 폭연과 안개와 비구름에 덮여 바다의 물결속같은 도시우에 아침해발이 쏟아졌다. 부서진 기와장과 벽돌쪼각들을 불그레한 빛이 어루만진다. 저 멀리 산너머 해빛에 물든 포신을 추켜든 고사포에서는 아직도 시뻘건 포화가 날아오르며 연기가 피여나는것이였다. 거리쪽에서는 폭탄이 떨어지며 땅이 진동하고 흙먼지가 솟아오른다.

문득 어디선가 방울을 굴리는듯 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뜰에 선 무궁화나무가지우에서는 새들이 해돋이를 노래하듯 울어예고 저쪽 언덕밑 농가에서는 글읽는 아이의 랑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 산 백두산 어느만큼 솟았나

        구름우에 솟았지 삼천리에 솟았지

 

옹근 한세기를 체험하신듯 한밤을 밝히시고도 어린이의 글읽는 소리를 들으신 장군님께서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시며 잠시 서계시였다.

가로수가 우거져 새들이 날아들며 아이들이 즐겁게 뛰놀 학교가 일떠설 도시를 그려보시는 장군님의 얼굴에는 밝은 빛이 떠돌고 자애가 넘쳐흐르는것이였다.

 

2

 

한낮때가 지나서 네명의 설계일군들이 최고사령부로 들어갔다.

그때 위대한 장군님의 방에서는 군사위원회가 막 끝난 뒤여서 장령들이 나오고있었다.

부관은 설계일군들보다 먼저 응접실에 와서 기다리고있던 과학자들을 장군님의 방으로 안내하고 나왔다. 저쪽 무전실에서는 무전수들이 군사위원회에서 하신 장군님의 말씀을 전파로 날리느라고 바삐 키를 두드리고있었다.… 설계일군들은 자기들이 작성한 평양시복구건설전망설계도를 책상우에 펼쳐놓고 부관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기다렸다.

네사람중에서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로설계가가 말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난 겨울에 벌써 저희들에게 설계할 과업을 주시고 우리 설계집단을 꾸려주셨습니다.》

부관은 면도한 자리가 푸릿한 볼을 쓸면서 생각에 잠겼다. 겨울동안을 군부대에서 보낸터이라 그는 그것을 모르고있었다.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지난 겨울에 벌써 건설을 생각하신 장군님이시였다. 부관은 또 한번 놀랐다. 느낌과 충격이 더욱 새삼스러워지는것이였다.

《우리들로서는 대담하게 구도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성이 있겠는지.…》

《장군님께서 보실 설계도를 두고 제가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설계도를 찬찬히 살펴보던 부관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놀라움과 감탄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전쟁이라는 준엄한 현실을 생각하면 건설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데다가 너무나도 화려하고 아름차게 설계된것 같아서 도면을 그린 설계일군자신들도, 그것을 보는 부관도 꿈만 같아 놀라와지는것이였다.

지금은 전쟁이다. 온 심장으로 원쑤를 미워하고 오늘의 운명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여념이 없을 때다. 과연 이 전쟁은 언제 끝나는가? 설계가 지금부터 필요한것인가? 앞으로 재더미우에서 이런 도시를 세울 물리적힘은 어데 있는가?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수도 있다.…

이윽고 장군님께서 계시는 방문이 열렸다.

안경을 낀 후리후리한 키의 로박사가 나오고 그뒤로 여러 사람이 따라나왔다.

부관을 따라 설계가들이 방안에 들어서자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마주 걸어나오셨다.

《오시기 수고들 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만면에 웃음을 가득 담으시고 설계가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며 자리에 앉히셨다. 설계가들중에는 견장이 달렸던 자리가 또렷한 군복을 입은 젊은 청년도 있었다.

《군대에서 제대돼왔소?》

그 청년을 유심히 보시던 장군님께서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으셨다.

《그렇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젊은 설계가는 차렷자세를 하고 군대식으로 대답을 올렸다. 장군님께서는 웃으시며 자리에 앉으라고 말씀하셨다.

《설계를 좀 봅시다.》

설계가들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설계도를 원탁우에 펼쳐놓았다.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장군님의 밝은 표정에서 설계가들은 힘을 얻었다.

그들은 모두가 대담하게 구도하고 힘차게 선을 그은 집체적창조물을 장군님께 보여드리는 기쁨이 가슴가득히 차올랐다. 머리가 흰 로설계가가 집단을 대표해서 자신있게 설계도를 설명해드린다.

평양중심부의 형성, 도로망 등 큰것과 작은 세부들이 점과 선으로 눈앞에 부감되여 소리치며 일떠서는것 같아 설계가들은 흥분하였다. 두팔을 펴시며 원탁을 짚고 서신 장군님께서는 설계도를 세심히 보셨다. 침묵이 흘렀다.

장군님께서는 설계가들의 표정을 살피시며 조용히 물으셨다.

《수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설계를 할 때 어떤 립장에 섰습니까?》

《장군님께서 대담하라고 하신 말씀을 명심했습니다만… 현실성이 없이 지나치게…》

로설계가의 말에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심중한 표정을 지으셨다.

《현실성이 없이 지나치게라니?… 내 보기엔 지나치지도 대담하지도 못했던것 같은데… 립장이 뚜렷치 않구, 무엇보다도 신념이 덜 느껴집니다.》

《…》

《이 전쟁에서 우리는 벌써 이겼다!… 이런 립장에 설 때라야 인민을 위해 좋은 설계를 미리 만들어놓을수 있을것입니다. 물론 나는 동무들이 신심을 잃었다구 보진 않습니다. 그러나 가렬처절한 싸움이 눈앞에 벌어지고 눈에 보이는것은 파괴뿐인 이런 때 그런 정신에 서지 않는다면 창조하는 정열로 숨쉴수 없습니다. 우리 인민이 벌써 이겼다는것은 최고사령부의 보도나 적을 소멸한 종합전과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최근 전선형편은 매우 간고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으로 이겼다고 말하는가? 전쟁의 불길속에서 시간마다 자라나고있는 인민의 힘을 볼줄 아는데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전선과 후방을 지도하시는 길에서 보시고 느끼신 모든것을 다시금 눈앞에 그려보신다. 인민들의 심장을 파악하신 장군님께서는 전쟁의 불길속에서도 더는 지체할수 없는 많은 문제들을 찾아내시고 포치하셨다. 인민을 위한 과학문화의 력량들을 보존하고 성장시키며 인재를 양성하고 인간의 재능을 꽃피워주기 위해서도 조치를 취하셨다. 비날론연구를 촉진시키신것도 조선을 미래에로, 미래에로 전진시키시려는 장군님의 열정과 그 과학적예견성에서 나온것이였다. 전쟁의 불길속에서도 전진운동은 계속되여야 하고 파괴를 이기는 창조력을 가져야 하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아까도 과학자들을 접견하시고 연구사업의 전망을 열어주시였다.

깊은 사색에 잠기신 장군님께서는 인민들의 목소리며 아이들의 글읽는 소리가 다시금 들려오는듯 느끼시며 이 나라 이르는 산기슭마다에 옮겨앉은 집들을 그려보시는것이였다.

《…밤이면 등화관제를 해서 불빛을 볼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 그 어데를 가나 아이들의 글읽는 소리는 들립니다. 동무들은 이 소리를 들을 때 래일이 내다보이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좋은 학교를 지어주고싶고 세상에서 제일 좋은것을 만들어주고싶어야 합니다. 인민들은 벌써 새 학교를 지을 생각을 하고있습니다. 인민들의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셨다. 한 장령이 들어온것이였다. 차렷자세로 선 장령은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고서 종이장을 최고사령관동지께 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종이장을 보시더니 인차 포장을 친 저쪽으로 들어가신다. 전화종이 찌릉찌릉 울렸다.

《××군단장동무요?…》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전선동부에서만이 아니라 서부에서도 조련치 않은 싸움이 벌어지고있었다. 설계가들은 군사상문제를 알수는 없었지만 이미 해방시킨 그 지역에서 한치의 땅도 내여주어선 안된다는 장군님의 명령이 가슴을 들먹거리게 하는것이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나오시더니 아무 일도 없으신듯 평온한 음성으로 말씀을 계속하셨다.

《어째서 우리가 전쟁을 하면서 도시와 공장을 설계하고 지하극장을 건설하고있습니까? 재난으로 마음들이 거칠어질수 있습니다. 이 거칠어진 마음들에 새싹을 틔워줘야 하고 상처를 아물게 해주어야 합니다.

싸움에서 승리한 인민들에게 지체없이 좋은 집을 지어주고 세계에 떨칠 예술을 창조할 문화시설두 세워야 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 새로 태여날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탁아소를 빨리 세워주어야 합니다. 싸움이 끝난 때 가서 서두는건 우리 공산주의자들의 사업방법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과 우리 로동계급이 문명한 세계로 가는 길을 전쟁이 멈춰세울수는 없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또 말씀을 맺으실수 없으셨다.

어제밤 철교가 복구되여 긴급한 군수물자를 실은 렬차가 전선으로 떠났다는 전화가 왔던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렬차를 오늘 밤중으로 닿게 하라고 지시하시였다.

모든것이 이 방에 집중되고있었다. 장군님께서는 한초의 시간도 여유가 없으셨다. 모든것이 긴박한것뿐이였다. 조선이 이기느냐 하는 운명을 건 절박한 물음에 승리의 대답을 주셔야 하는 장군님이시다.… 설계가들의 숨소리는 높아지는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고나서 말씀을 이으셨다.

《설계가 매우 소극적인것 같습니다. 우리 인민의 기백이 덜 느껴집니다. 승리한 인민의 사상과 기백을 담은 심장부로 이 도시는 일떠서야 합니다. 우리 인민은 이 전쟁의 불길속에서 세계에 새로운 시대가 태여나게 할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예지에 빛나는 안광을 세계지도로 옮겨가시였다. 부관이 들어와 무슨 말인가 전해올리자 장군님께서는 더욱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셨다.

《미국놈들이 코대를 세우던 시대는 끝장나게 될것입니다. 모든 대륙에 타번질 혁명의 불길과 세찬 폭풍은 우리 땅에서 시작되였소, 우리 땅에서… 우리는 할 일이 많습니다. 남이 열발자국 가면 우리는 백발자국을 달려야 하오. 전쟁속에서도 그런 싹이 보이고있소. 우리는 남보다 먼저 사회주의로 들어서야 한다는 정신으로 살며 싸워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설계가들에게 놈들이 다시는 일떠서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 도시를 일떠세울 넋을 불어넣어주시였다.

설계가들은 숨을 몰아쉬였다.

전쟁승리와 삶과 미래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최고사령부의 이 집, 바로 위대한 장군님에게서 용솟음쳐나오고있다는 생각으로 하여 로설계가는 숭엄한 감정에 잠겼다.

가슴을 찢을것 같은 자책의 입술만 깨물던 그는 위대한 사상이 체내에 들어오는것을 느끼며 머리를 들었다.

방안은 물을 뿌린듯 조용하였다.

장군님께서는 가라앉은 음성으로 다시 말씀하셨다.

《둘째로 결함은 조선맛이 덜 나고 조선의 기상이 뚜렷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백두산을 이 나라의 이마 아니, 머리라고 할수 있을가? 그렇소, 백두산을 머리라고 할수 있지. 그리고 세 바다 동해, 서해, 남해는 날개처럼 펼쳐져있습니다. 원쑤를 처박는 억센 날개처럼 말입니다. 그렇다면 금강산은 얼굴이지, 그렇지 않습니까? 난 때때로 우리 나라 삼천리강산을 머리에 그려보면서 이렇게 혼자생각에 잠겨보기도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설계가들을 바라보시며 미소하시였다.

《우리 인민들은 평양을 심장이라고 이릅니다. 심장이 중요하지!… 심장이기때문에 지리적으로도 그렇구, 정신적으로도 그렇구, 물질적으로도 그렇구 우리의 귀중한 모든것이 상징되게 건설돼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고 벽에 걸린 조선지도를 바라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마치 백두산정에 오르시여 천지를 굽어보시던 때처럼 모든것을 꿰뚫을듯 바라보신다.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백두의 우뢰소리, 천지의 푸른 물의 파문, 밀림의 설레임소리, 눈보라, 눈보라, 눈우에 찍힌 자국, 저벅저벅 발구름소리 그리고 흰갈기를 날리며 기슭을 치는 세 바다의 파도소리도 들으시며 눈앞에 그리시는것이였다. 화산처럼 불길에 싸이고 허리에 포연을 휘감고도 그 아름답게 빛나는 얼굴을 세계에 높이 쳐든 금강의 봉우리를 어루만져보시는것 같은감을 느끼셨다.

장군님께서는 몸을 일으키시였다.

《동무들이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라 이럴수 있습니다. 나는 동무들이 할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의것이 있습니다. 우리의것을 가지고 자기 머리로 사고하고 제힘으로 일어서고 제발로 걸어나가야 합니다. 자기 힘을 믿고 기운을 내야 합니다. 내 말이 리해됩니까?》

《장군님! 새로 시작하겠습니다.…》

로설계가는 가슴에서 불뭉치같은것이 치밀어올라 목이 꽉 메면서 말을 더 할수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럼 구체적인것을 의논해봅시다.》

장군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데 또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문안에 들어와 주저하고있는것을 보자 말없이 생각에 잠겼던 부관이 급히 마주나가 변신지를 받아쥐였다.

《담배나 붙이면서 좀 기다려주시오.》

장군님께서는 변신지를 보시며 조용히 말씀하셨다.

설계의 앞날과 조선혁명의 승리를 위해 어느 한순간도 쉬임없으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장군님이시다. 악을 쓰며 달려드는 적들의 흉계를 매 순간 간파하시고 단매에 때려눕힐 대책들을 세우시면서도 전사들의 상처의 아픔까지 돌보시는것이였다. 그러시면서도 도시와 공장설계까지 구상하시는 장군님앞에서 설계가들은 가슴속에 뜨거운것이 차오르는것을 어쩔수가 없었다.

작전상의 명령을 주시고 천천히 걸어나오시던 장군님께서는 걸음을 돌려 다시 전화기앞으로 가신다. 눈앞에 어린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6번동뭅니까? 유자녀학원 원아들의 옷을 실은 자동차가 뛰고있소?… 뛴다!… 아주 좋습니다. 영양제는?… 속히 보내주시오.…》

가슴속에 참아오던것이 끝내 터지고말았다.

설계가들속에서는 흐느낌소리가 났다.

군복입은 설계가는 입술을 떨며 머리를 숙인다. 로설계가도 끝내 참아내지 못했다. 그는 숨쉴수도 말할수도 없었다. 그것은 장군님의 어버이사랑만이 아니라 온 우주를 살펴보시는듯 한 그이께 쏠리는 경건한 마음때문이였다.

장군님에게서 우리 시대의 귀중한 모든것이 끊임없이 빛을 내여뿜고있음을 그는 직감으로 느꼈다.

제도판앞에서 늙어온 로설계가에게는 화가의 안목이 있었다. 엄해보이다가도 부드럽고 너그러워지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장군님의 안광과 표정을 어느 한순간 포착했다가는 놓치고 그저 큰 모습, 큰 예지앞에서 그는 황홀해 앉아있었다.

이윽고 장군님께서는 박물관에 있는 17세기 무명화가의 그림을 례증하시면서 말씀하셨다.

《평양이 고구려의 도읍으로 된것이 427년이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금년으로 1524년이 되는 셈이지요? 동방의 높은 문화를 가졌던 고구려는 문물과 인재도 겸비했었지요. 무예에 능한 장군들도 많이 났고 수, 당을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이 평양은 미국놈들의 침략선 〈셔먼〉호도 녹여내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17세기 무명화가의 그림은 우리 나라가 하늘소를 타고다니던 시대를 말해줍니다. 거기에다 일제의 침략을 받았습니다.… 해방전 평양시는 비문화적이고 기형적인 도시였습니다. 불합리한 점이 많았지요.》

장군님께서는 지난 시대를 돌이켜보시면서 말씀을 이으셨다. 해방후 민주수도로 발전한 평양, 집중적인 폭격을 받으면서도 사수된 영웅적인 도시라는것을 말씀하셨다.

장군님께서는 설계도에 그려진 모란봉과 대동강을 따라 선을 그으시며 큰거리가 쭉 뻗어야 한다고 하셨다.

《숨이 탁 트이게 만듭시다. 식민지적기형성을 퇴치하구 근로자들을 위한 문화시설들과 위생시설들을 충분히 예견해야 합니다. 교통망과 교육문화시설들을 현대적으로 건설하는데 중심을 두어야 하오. 대동강에는 다리를 몇개 더 놓을것을 예견하고 유보도를 잘 꾸리며 전승기념관도 예견하시오. 아이들에게 줄 궁전도 좋은 자리에다 더 크게 하고 극장도 날아가는 학의 날개처럼 처마를 뻗치고 조선식으로 하면 어떻소?

대학도 몇십층으로 지읍시다.… 도시중심부를 여기로 옮기는것이 좋겠소.… 중심부에는 광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연필로 중심부와 동서의 륜곽을 그리시면서 오래동안 설계가들과 의견을 나누셨다.

《이것은 참으로 거창합니다.》

로설계가는 가슴이 넓어지고 힘과 신념에 넘쳐 말씀드렸다. 해방전세월에 인민의 집을 지으려는 그의 지향은 한갖 꿈이였다. 한때에는 실업자로 돌아다닌 그였다. 그런데 오늘 전쟁의 불길속에서도 이런 아름찬 일을 맡은 몸이 된 로설계가는 자꾸 목이 메였다.

《전망설계를 만든 다음 세분도도 그리시오. 주택과 큰 건물설계도 만들어보시오. 공장설계를 전문하는 동무들은 지금 현지에 나가있지요? 들어오면 또 큰 과업을 주겠소. 각 도소재지 복구건설총계획도도 작성해야겠소. 기술자들을 더 주겠소.

설계를 할 안전한 집도 마련해주고 모든 조건을 보장해주겠소.… 저녁때 7번동무를 불러오시오.…》

《알았습니다.》

자기의 전생애를 처음부터 다시 돌이켜보듯 깊은 생각에 잠겼던 부관이 말하였다.

장군님께서는 설계가들의 안색을 살피셨다.

《그래 가족들은 다 무고합니까? 뭐 불편한 점이 있으면 제기하십시오.》

《아무 걱정 없습니다.》

로설계가가 대답을 올렸다.

《그럴리 있습니까. 동무는 몸이 불편한것 같군. 얼굴색이 좋지 않습니다!》

《일없습니다, 장군님.》

얼굴이 갸름한 설계가의 대답이였다.

《끼니를 제때에 하고 몸을 돌보면서 일하시오. 지금은 어려울 땐데… 우리 다같이 모든것을 이깁시다. 의지와 신념으로 말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잠시 무거운 표정을 지으셨다가 군복입은 설계가의 그 애티나는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더니 입가에 그윽히 미소를 그리시며 물으셨다.

《동무는 장가를 들었소?》

《…》

《왜 안 들었소? 전쟁이 끝난 다음에 들겠다는게지? 그래, 애인은 있소?》

장군님의 음성은 너무나도 친근하여 젊은이는 마치 그이의 몸가까이에서 오래 살아온것 같은 감정에 젖어들었다.

장군님앞에서는 솔직해야 된다는 생각이 든 그는 붉어진 얼굴을 들지 못하고 대답을 드렸다.

《전선에 있습니다.》

《음, 그렇소?… 앉아서 말하시오. 그래 전선에서 뭘하오? 간호원이라… 애인을 전선에 두고 후방에 있자니 괴롭겠군.… 어느 전선이요?》

《전선동부입니다.》

《어서 앉소.》하시며 장군님께서는 잠시 눈길을 내리셨다.

전선에서 보신, 전화에 얼굴이 그을었어도 눈들이 별빛처럼 반짝이던 처녀들중에 젊은이의 애인이 있기라도 한듯 눈앞에 그려보시는것이였다.

《승리한 날에 만나면 얘기두 많구, 좋을테지…》하시고 장군님께서는 웃으시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설계가들도 따라일어섰다.

장군님께서는 설계가들의 손을 쥐여주셨다.

설계는 새롭게 시작해야 하건만 머리가 탁 트이는 기분이 되여 최고사령부를 나가는 설계가들의 발걸음은 힘찼다.

이 전쟁에서 벌써 우리가 이겼다! 이런 목소리가 쾅쾅 울려와 부풀어오르는 가슴을 설계가들은 걷잡지 못했다.

대담한 구상과 건축학적인 령감이 로설계가의 머리속에서 날개를 퍼덕이였다. 재더미로 된 도시도 새롭게 보였다.

전쟁의 불길속에서 태여날 이 도시의 모든것, 아직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머리속에서 구상되고있는 이 모든것을 그려보면서 그들은 걸어가고있었다.

부관은 그들이 걸어가는쪽을 오래도록 바라보고있었다. 그의 눈길은 번뜩이였다. 자기로서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뜻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제기되는 문제들을 풀려고 애쓰지만 장군님에 대한 충실성이 아직도 부족한때문에도 마음이 아픈것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것,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것에서 큰것을 보시며 전쟁의 불길속에서도 얼마나 많은것을 구상하고계시는가!

부관은 일찌기 항일무장투쟁시기부터 장군님의 품속에서 자라왔건만 아직도 자기는 그이의 위대함을 다는 모르고있는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위대한분의 곁에서는 언제든지 새생활을 시작한 때처럼 행복감과 무한한 힘이 가슴가득히 차오름을 느꼈다.

그는 이날 어렵고 바쁜 일들을 더욱 능숙하게 처리해나갔다. 평양시복구건설설계가 전사들속에서 큰 힘을 일으킨것을 그가 안것은 그뒤였다.

 

3

 

미제침략군은 이날 밤도 폭격을 계속했다.

그러나 폭격속에서 모란봉지하극장이 준공되여 교향곡 《수령을 위하여! 승리를 위하여!》가 연주되였다.

그 장중한 조선의 음악이 울려퍼진 연주회의 밤이 지새여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올무렵에도 최고사령부에 계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송수화기를 드시고 작전지도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계셨다. 눈앞에는 포연에 덮인 1211고지가 우렷이 떠올랐다. 하늘과 땅, 바다, 이 무한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립체적인 현대전의 온갖 움직임을 작전지도우에 그려보시는것이였다.

적들이 전선서부로 공격해올 때 장군님께서는 전선동부를 생각하셨다. 적들은 대대적인 증강을 하고 서부에로 기동을 보이지만 사실은 동부로 주력을 돌려서는 1211고지를 돌파하고 량쪽으로 자르려는 전술이라는것을 미리 간파하신 위대한 장군님이시다.

장군님의 작전에 의해서 1211고지는 견지되였고 지금도 가렬한 싸움이 벌어지고있었다.

《군단장동무, 건강하오?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소. 이제는 모든 전선에 걸쳐 총공세를 취할 때가 온것 같소. 장훈이야! 불러볼 시간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잘칵잘칵 초침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면서 팔목시계를 보시고는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곡사포로 갈기고있다!… 좋소! 우익을 치고 면상을 친다!…》

호탕하게 웃고나신 그이께서는 전사들을 자애로운 눈으로 그려보시였다.

《…1211고지를 사수한 전사들, 그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보배들입니다. 그 전투원 한사람한사람이 다 귀중한 혁명전우들입니다. 힘껏 돌보시오.

더운 밥과 더운 국을 먹이도록 해야 합니다.… 콩나물은 잘 기르오? 싸리나무광주리가 좋지… 좋습니다.…》

다음순간 장군님께서는 불을 내여뿜는듯 한 시선을 작전지도우에 멈추시고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1211고지를 계속 철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여오르려는 침략자들을 처넣을 함정골을 만들어놓으시오.… 그래 그건 군사위원회에서 내가 제기한대로 하시오. 그물을 넓게 치구 숨을 못 쉬게 죄여들어가면서 본때있게 갈기시오.… 그래선 안되오. 화력을 집중하시오.… 그건 아주 좋소. 결심대루 그렇게 하시오. ××전선에도 공격명령을 주었소.…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거기 군단에서 대학생들을 더 추천하시오.… 전쟁이기때문에 필요합니다. 더 보내시오. 그리고 여기선 또 한가지 일이 있소.새로운 평양을 설계하오.

뭐라구요?… 힘이 난다구? 그럼 그렇겠지! 군인들속에서 설계기술자들을 뽑아보내시오. 많을수록 좋습니다. 예비부대에서 보충하고…  식량과 탄알은 곧 도착할것이요.… 전사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송수화기를 놓으시고 그냥 전화기를 만지시던 장군님께서는 천천히 방안을 거니시며 초연내가 풍기는 모든 전선을 또다시 눈앞에 그려보셨다. 전파는 끊임없이 전선으로 날아갔다. 군단들에서 사단으로, 련대로, 대대로, 중대로 날아갔다. 레시바를 낀 무전수들의 어깨는 물결치고 눈동자는 새별처럼 빛났다. 무전변신지를 쥐였거나 송수화기를 든 모든 지휘관들의 심장은 한덩어리로 불타올랐다. 전파는 삽시간에 고지로 날아가 전사들의 귀에 들어갔다.

《평양시건설을 설계합니다!》

《평양을 설계한답니다.》

××고지의 전호와 갱도속에서도 한결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물을! 탄알을! 하며 고지를 사수하던 전사들의 눈동자는 빛났다. 전사들은 포연과 불길에 싸인 전호마다에서 다시 머리를 쳐들었다. 철갑모들이 번뜩였다. 초연에 그을은 얼굴들에서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들이 밝은 빛을 띠고 번뜩인다. 상처입고 쓰러졌던 전사도 머리를 들었다. 이마에 엇비스듬히 붕대를 감은 전사도 서리발같은 눈으로 다시 총을 들었다.

수령을 위해 돌격 앞으로! 평양시를 세우기 위해 돌격 앞으로! 공장을 세우기 위해, 용광로의 쇠물을 뽑기 위해, 새삶과 미래를 위해 돌격 앞으로! 심장마다에서 울려나온 웨침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침노을에 물든 고지마다에서 화산이 터진듯, 군단포, 사단포들이 포문을 열었다. 시뻘건 포화가 적의 머리우로 날아갔다. 원쑤들의 피와 시체로 덮인 골짜기를 내려다보며 전사들은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다.

함성이 터지는 고지아래서 기슭을 치는 시퍼런 물갈기가 미제침략군의 찢어진 군복에서 떨어진 견장이며 군화따위를 먼바다로 떠밀어가고있었다.

이날 새벽 군단장들은 전사들의 심장에 인 파동과 사기충천하여 용맹을 떨치게 한 사연을 전투보고와 함께 최고사령부에 무전으로 보내왔다.

《…그럴테지.…》

장군님께서는 무전변신지를 보시다 책상우에 놓으시며 환한 얼굴로 전사들의 모습을 그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곧 전선시찰을 떠날 차비를 갖추시고 방을 나서시였다. 이윽고 부관들과 수원들이 주런이 선 나무숲아래에서 승용차들이 발동을 걸고있었다. 류달리 맑은 아침이였다. 저쪽 농가에서는 아이들의 글읽는 소리가 들리고 새벽안개속에서 조밭후치질을 하는 농민들의 음성이 소방울소리와 함께 들려왔다.

《좋은 아침인데… 무덥겠군. 전사들의 등엔 땀이 배겠군. 전선은 불이 일겠소.》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군복입으신 허리에 두손을 짚으시고 부관에게 말씀하셨다. 바래우는 사람들을 향하여 손을 군모우로 쳐드시며 입가에 미소를 띠우신 장군님께서 승용차에 오르셨다. 승용차는 포연을 헤치면서 새벽길을 달려갔다. 배웅하는 사람들은 전선을 향해 달려가는 승용차를 바라보며 생각하는것이였다.

… 인민의 힘을 한몸에 지니신 위대한 수김일성장군님께서 계시기에 조선의 힘은 그리도 강한것이다.…

가까와오는 전승의 날을 내다보면서 위대한 장군님의 구상에 따라 일떠설 모든것을 머리속에 그려보며 그들은 그냥 서있었다.

승용차는 길우에 바퀴자국을 찍으면서 멀리 산굽이를 돌아갔다. 해빛에 차창이 번쩍하였다.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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