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로 미 향
신록이 짙어가던 봄날을 맞던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잎이 지는 가을이 다가오고있었다. 노을이 붉게 타는 가을의 아침거리는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물결로 붐비고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중에 양복차림에 반백의 머리가 유표한 사나이가 눈에 띄운다. 시인민병원 구강과 과장 안석준이였다. 출근길에 오른 그의 심정은 밝지 못하였다. 그처럼 발걸음이 가볍던 출근길이 요즘은 왜 이렇게 돌부리가 들쑹날쑹한 비탈길을 걷는것처럼 불안하게만 느껴지는것일가. (어쨌든 신수민이가 문제야. 그가 온 다음부터 매일이다싶이 복잡한 일들이 제기되거던.…) 안석준의 마음속에 납덩이처럼 들어앉은 신수민으로 말하면 두달전 병원에 배치되여온 청년이다. 그가 처음 구강과에 나타났을 때 석준은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군사복무의 나날에 심신을 강철로 벼리고 의학대학을 최우등으로 졸업한 후 우리 병원에 배치되여온 그였기에 병원종업원 누구나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지 않았던가. 그는 대학시절에 벌써 학위까지 받았다. 그에 대한 석준의 기대는 얼마나 컸던가.… 허나 그 기쁨은 며칠 못 가서 연기처럼 사라지고말았다. 얼마전에 있은 일이였다.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하루사업조직을 하고 조회를 끝내려는데 뜻밖에도 수민이가 한가지 제기할것이 있다며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서 말하시오.》 어줍은 표정으로 쭈밋거리던 수민이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 병원에 와보니 대학에서 배우던것과는 달리 아직도…》 잠시 말을 끊었던 수민은 빙그레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욕망과 현실간의 거리가 너무도 멉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수민의 말에 석준은 물론 의사들도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도대체 저 동무가 무슨 소릴 하자는걸가? 다음말을 기다리는 뭇시선들이 그를 지켜보고있었다.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환자치료방법과 기술을 갱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례를 든다면 어제 어느 선생이 환자의 이발을 뽑아주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뽑지 않고 보존하면서도 얼마든지 치료해줄수 있다고 보는데…》 그 말에 수민이 지적한 《어느 한 선생》이 누굴가 하는듯 서로서로 묻는듯 한 눈길로 얼굴들을 쳐다보았다. 석준과장의 마음속에 무엇인가 쿵 떨어져내리는듯 하였다. 《수민선생!》 석준은 수민의 이름을 불러놓고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왕청같이 다른 의사들을 향해 말을 이었다. 《모두 수민선생의 의견을 참작합시다.》 석준은 이렇게 말해놓고도 자신을 걷잡지 못했다.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을가. 의도와 실천간에는 장벽이 있기마련이라는걸 아직 맛보지 못하고있는게 분명해. 아직 어려. 년한이 년한이지!…) 그로부터 며칠이 지나서였다. 출근한 의사들이 아침조회시간을 기다리는데 문이 열리더니 병원원장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과장선생! 어제 교원대학 녀학장선생의 앞이 두대를 누가 해주었습니까?》 《예? 교원대학 녀학장선생 말입니까?》 몇몇 의사들은 의아한 눈길로 서로 마주 쳐다보았다. 《과장선생이 잘 모르고있는게 아니요? 도대체 이발을 점착제로 붙여주는 법이 어데 있소? 출근시간에 학장선생을 만났댔는데 밤새 이몸이 조여들고 송곳으로 찌르는것 같아 한잠도 못 잤다는거요.》 안석준은 의아히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정말 우리 병원에서 치료해드렸답니까?》 《아니 그럼 학장선생이 거짓말을 하겠소? 처음보는 젊은 의사가 해주었다던데…》 원장은 싸늘한 눈길로 의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스쳐보았다. 석준과장이 원장으로부터 이런 지적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였다. 도대체 누가 이런 황당한 일을 저질렀을가. 한사람 한사람 그려보던 석준의 생각이 문득 신수민에게로 기울어졌다. 젊은 의사는 그밖에 없지 않는가. 석준은 주저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신수민선생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신수민? 아― 전번 월총화때 웃음거리가 되였던…》 기억을 더듬는듯 고개를 기웃거리는 원장의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병원적인 월사업총화를 하던 날이였다. 과별사업성과에 대해 자랑스레 말하던 원장의 시선이 무심중 맨 앞좌석에 앉은 수민이한테 멎었다. 회의 첫시작부터 고개를 수굿하고 앉아서 책을 들여다보고있는 그가 눈에 거슬렸던것이다. 회의분위기를 깰가보아 얼마간 자신을 눅잦히고있던 원장은 끝내 그를 불러일으켜세웠다. 《저 두번째줄 가운데 앉은 동무!》 했으나 수민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한본새였다. 곁에 앉아있던 녀의사가 보다 못해 조용히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순간 용수철튀듯 벌떡 몸을 솟구친 수민은 회의실이 떠나갈듯 《옛!》하고는 이어 큰소리로 말했다. 《이발치료는 보철식보다 이식방법이 훨씬 우월하다는것이 증명되고있습니다.》 수민은 손에 펼쳐들고있던 잡지를 내휘두르다말고 어깨를 쳐뜨리며 주위를 살폈다. 순간 왁자그르 웃음이 터지였다.… 《제가 학장선생한테 말해서 다시 치료해올리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학장선생이 오늘 과장선생한테 치료받으러 오겠다구 했소. 그렇더라두 신수민선생보고 다시 잘 치료해주라고 하시오.》 원장은 《신수민》이란 이름에 그루를 박아 말을 끝맺고는 인차 방을 나섰다. 《신수민》이라는 이름을 꼭 찍어 지시를 주는통에 석준은 기분이 잡치였다. 여느때 같으면 과장인 자기에게 치료를 부탁하군 하던 원장이였던것이다. 석준은 어쩐지 신수민이라는 《애숭이》때문에 자신의 존재가 무시당한것만 같았다. 게다가 아직도 출근을 안하고있는 수민에 대한 불만감이 가슴속에 서려올랐다. 불쾌감을 애써 누른 석준은 몇가지 사업포치를 한 다음 사업수첩을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합시다.》 아침조회가 끝나고 의사들이 치료실로 돌아가려는데 책을 한가득 담은 보따리를 무겁게 든 수민이가 방안으로 불쑥 뛰여들었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과장선생님, 새로 나온 의학원서들을 가져왔습니다.》 어지간히 무거워보이는 책보따리를 안고 숨가삐 뛰여온 그의 얼굴엔 팥죽같은 땀이 흘러내리였다. 새로 나온 원서라는 말에 호기심이 동한 의사들이 서로마다 책보따리에 손을 뻗치기 시작하였다. 석준은 그들을 보기가 민망스러워 오금을 박았다. 《치료시간 늦겠소.》 질책에 가까운 석준의 말에 의사들은 아쉬워하며 물러났다. 《수민선생은 좀 남소.》 방을 나서려던 수민은 엉거주춤 석준을 쳐다보았다. 석준은 방금전에 원장이 찾아왔던 사연을 말하고나서 매사에 주의하고 주위의 분위기에 자신을 맞출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를 주었다. … 줄곧 생각에 묻혀 발길이 어데로 향하는지조차 모르고 걷고있던 안석준과장은 불쑥 커다란 문이 앞을 막아서자 (엉?) 하며 옴해있던 생각을 털어버렸다. 어느새 병원을 지나 다른 기관 정문앞에 다달았던것이다. 석준은 저도 모르게 뒤덜미가 후끈해지는것을 느꼈다. 뭇사람들의 눈길이 자기를 지켜보는것만 같았다. 황급히 되돌아나와 병원쪽으로 다급히 걸음을 옮기였으나 좀처럼 불안한 생각은 한곬에서 빠져나올줄 몰랐다. … 교원대학 녀학장이 구강과에 나타난것은 점심시간이 다되여서였다. 석준은 교원대학 녀학장을 잘 알고있었다. 원래 이발때문에 고생하던 학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석준의 치료를 자주 받군 했었다. 석준과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학장은 과장이 권하는 안락의자가 아니라 가까이 있는 나무의자를 끄당겨 앉더니 자못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떼였다. 《이자 오기 전에 원장선생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신수민이란 의사선생이 새 치료방법을 도입하느라고 그랬다더군요. 정말 우리 새 세대 의학자들이 얼마나 장합니까. 내가 키운 제자는 아니지만 교육자로서 긍지를 느끼게 됩니다. 열번, 스무번이라도 좋으니 그 선생에게 다시 치료받게 해주십시오.》 《아니 그럼 학장선생이 수민선생의 실험치료대상이 되시겠단 말씀입니까?》 석준은 딱한 표정을 지으며 정색해서 물었다. 물론 성공을 한다 하여도 그 기간에 당할 아픔이 얼마나 모진것인지 석준은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더구나 한개 대학을 책임진 학장선생을 수민의 실험치료대상으로 떠맡길수는 더욱 없었다. 《괜찮습니다. 원장선생한테도 그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고충이야 좀 있겠지만 그 이식방법이 성공하여 모든 사람들이 그런 방법으로 이발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럼 전…》 녀학장은 뒤말을 기다리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후 여러차례 신수민이 대학에 나가 이발을 치료해준다는것을 알고있었지만 그사이 일이 바쁘다 나니 구체적인 료해를 못하고있는 참이였다. … 또다시 지난날을 더듬어보던 석준은 빨간 《+》표식의 병원정문이 다가와서야 자기 정신으로 돌아와 사무실로 걸음을 옮기였다. 벌써 과의 의사들이 여러명 출근하여 아침청소를 하고있었다. 방해가 될가 조용히 구석쪽에 세워놓은 자기의 외기둥옷걸이에 가을외투를 벗어 거는데 그의 마음을 두드리며 전화종소리가 울렸다. (무슨 전화일가? 출근시간부터…) 석준은 송수화기를 들었다. 《과장선생이요? 나 원장이요. 수민선생이 출근했소?》 《아직…》 《출근하면 같이 내 방에 오시오.》 원장의 석쉼한 목소리는 여기서 뚝 끊어지고말았다. (신선생에게 또 무슨 문제가 제기되였는가?) 그가 온지는 이제 겨우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하루도 신수민의 이름이 화제에 오르지 않을 때가 없었다. 석준의 마음은 또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금순선생! 오늘 아침 수민선생이 출근하는걸 못 봤소?》 금순은 수민이와 한아빠트에서 사는 녀의사였다. 《예! 네거리까지는 같이 왔는데 갑자기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도서관쪽으로 아니, 도병원쪽으로 급히 달려가던데…》 무겁게 입을 연 금순은 마치 자기의 출근시간이 늦어지기라도 한듯 변명비슷한 어조로 조심스럽게 대답을 얼버무렸다. 《하여간 수민선생이 출근하면 원장방으로 보내시오.》 버릇처럼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던 과장은 누구에게라없이 이렇게 한마디 남기고 사무실을 나섰다. 원장방은 긴 복도를 지나 2층에 자리잡고있었다. 입원실을 돌아보던 의사특유의 오랜 관습으로 한걸음한걸음 조용히 길을 축내는 석준의 생각은 깊어졌다. 수민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였다. 파도쳐 넘어간듯 굽실굽실한 머리, 너부죽한 이마, 먹으로 꾹 찍어놓은듯 한 진한 눈섭, 그밑에 사색이 이글거리듯 언제나 빛나는 두눈… 처음으로 부임인사를 하던 날 얼마나 마음에 들었던가! 딸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대번에 마음에 들어할 총각의사였다. 그런데 그 믿음이 부서졌다가 점차 날이 가고 달이 감에 따라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는 젊은이였다.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고 지어는 너무나도 엉뚱한 치료방법을 내놓고 옹고집을 부리는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어쩔수없이 말려들고 감심하는 때가 자주 있군 했다. 석준은 흘러내리지도 않는 허연 머리칼을 손빗질로 쓸어넘기며 저도 모르게 더딘 걸음을 놓았다. 련이어 여러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과장선생님! 어쩌다 차례진 재교육인데 어서 떠나십시오.》 얼마전 재교육문제가 제기되였을 때 수민은 제일처럼 기뻐하며 석준을 떠밀었었다. 《고맙소. 하지만 일이 너무 밀려서…》 《아무리 바빠도 발전하는 현실을 외면해서야 안되지 않습니까?》 그때 석준은 어쩐지 서운한 생각이 들었었다. 드문히 퇴근길에 같이 오를 땐 어떠했던가?! 《아이, 수민선생이군요. 선생한테 한번 치료를 받았더니 그처럼 고생하던 어금이가 전혀 쏘지 않는군요.》 《젊은 의사 이 사람, 우리 손주녀석 이쏘기가 이젠 딱 멎었네. 선생손은 정말 약손이라고 온 도시에 소문이 자자하네.》 지나가는 사람, 마주치는 사람마다 수민이 칭찬이였다. 석준이도 한때는 그런 칭찬을 많이 받았었다. 허나 지금은… 어쩐지 깊이 뿌리박았던 거목의 뿌리가 새로 내린 뿌리에 들리워 밀려나는듯 한감이 들었다. 석준은 흠칫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앞에 놓인 계단이 눈앞에 안겨왔던것이다. 《신수민선생은 어데 갔소?》 원장이 묻는 말이였다. 《예, 인차 뒤따라 올겁니다.》 원장의 말은 자못 심중하였다. 《오늘 아침 중앙구강예방원의 로학진박사선생이 오시겠다고 했소.》 《로학진박사선생 말입니까?》 석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혹시 며칠전에 수술한 그 문제때문에?… 석준의 속마음을 직감한듯 원장의 거쉰 목소리가 다시금 계속되였다. 《그렇소! 내 아무리 생각해봐두 마음이 놓이지 않아 옛날동창생인 로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댔소. 그 젊은 의사의 이식방법을 끈끈히 알아보더니 직접 내려와보겠다는군.》 (내가 과장구실을 똑바로 못한탓이지. 아니, 선배구실을 제대로 못한탓이야.) 로박사까지 펄쩍 놀랐다면 그 이식방법은 불을 보듯 뻔했다. 며칠전 바로 이 방에서 심중한 수술협의회가 있었다. 수술협의회는 새로 건설되는 돼지공장에 경제선동을 나갔던 도예술단의 이름있는 녀성독창가수가 공교롭게도 다쳐 하악골골절로 구급차에 실려온 일때문에 열린 비상회의였다. 원장방에서는 촬영필림을 놓고 구강과의 긴급치료협의회가 열리였다. 《제가 신속히 외과적수술을 하겠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석준은 더 긴 말이 오갈새가 없이 선뜻 자진하여 집도를 맡아나서려고 서둘렀다. 《저… 제 생각에는 환자가 무대에 나서야 하는 배우인것만큼 외과적수술로 그의 얼굴에 자그마한 흠집도 남겨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더우기 그가 인민들의 사랑받는 녀성민요가수라는것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뜻밖에 일어나 반박해나선것은 검은 눈섭을 지꿎게 추켜올린 신수민이였다. 그 말에 모두들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바깥으로 째지 않으면 다른 수술방법이 있소?》 원장의 말에 모든 시선들이 수민에게 박혔다. 숨소리마저 잦아든듯싶었다. 《안으로 이몸을 절개하고 골절부위를 고정하는 방법으로 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신수민은 앞탁을 곧게 짚고선 두팔처럼 자기 주장을 굽힐 자세가 아니였다. 한순간 집도를 누가 하는가가 아니라 수술을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심중한 문제가 두갈래의 곬으로 갈라졌다. 석준은 관자노리에 힘줄이 뻗치도록 어금이를 꽉 깨물고 자기 생각에 잠겼다. (창조적인 주장인가? 아니면 인기적인 반박인가?) 그와 이러루한 의견충돌이 몇번 있었으나 이렇게 큰 수술을 눈앞에 두고 정면에서 부딪쳐보기는 처음이였다. 《흠집을 안 내는거야 좋지! 허나 골절된 하악골의 정확한 부착과 또 예상치 않았던 염증까지도 눌러놓을 그 무슨 대책이 있소?》 주도세밀하고 침착한데 습관된 기술부원장의 말마디들은 모든 사람들을 납득시킬 기술적문제를 담보할것을 요구하고있었다. 《그렇습니다. 골절된 하악골이 조금이라도 편차되여 부착되는 경우 그 어떤 외상적흠집이 아니라 배우의 얼굴형태가 변형될수 있다고봅니다.》 안석준의 이 론거는 더더욱 심각성을 고취시켰다. 그러나 신수민은 자기의 실천적담보를 콤퓨터모의수술로 의사들을 납득시켰으며 드디여 집도자로 선정되여 짧은 시간내에 성과적으로 수술을 끝냈다. 수술후과도 매우 성공적이였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는 그후에 제기되였다. 하악골이 골절되며 부서져나간 녀배우의 앞이 두대를 보철방법으로가 아니라 이식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신수민의 주장이였다. 《물론 보철식으로 하면 건강에는 지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가 불밝은 무대에서 노래부르는 가수인것만큼 그의 보철이발은 입을 벌릴 때마다 불빛에 반사되여 관중들의 시야를 자극할것이며 그 성악적울림에 있어서도 보철식은 어딘가 제약을 받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신수민의 주장에는 아직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한 과학적문제들이 깔려있어 딱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 있었던것이다. 로학진박사는 승용차로 제시간에 도착했다. 인차 수술협의회를 할 때처럼 관계부문 성원들이 제자리들을 차지했다. 그때에야 이마우에 송골송골 땀방울을 함뿍 담고 신수민이 급히 원장방에 들어섰다. 《이 동무가 신수민동무입니다.》 원장이 로박사에게 그를 소개했다. 로박사는 대뜸 그를 알아보았다. 그가 학위론문을 발표할 때 로박사가 심사성원으로 참가했던것이다. 그를 대견하게 쳐다보며 한마디 물었다. 《우리 조선녀성들을 더 아름답고 깨끗한 모습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하면서 강한 점착제에 의한 이발이식을 주장하던 동무로구만.》 석준은 그제야 수민이 교원대학 녀학장의 이발이식을 처음으로 해본 일이 아니였음을 직감했다. 그럴수록 마음이 더더욱 초조해졌다. 이제 그 문제까지 상정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것이다. 책임한계는 언제나 웃사람부터 따지는 법이다. 심장이 옥죄여옴을 어쩔수 없었다. 손수건을 꺼내여 땀을 말끔히 닦고난 수민은 앉을념을 않고 로박사의 앞으로 바투 다가섰다. 《처음에는 실패했습니다. 몇번 실패를 거듭했지만 끝내 성공했습니다. 교원대학 학장선생의 앞이가 그것을 확정적으로 담보하리라고봅니다.》 《그렇단 말이지. 성공했으면 좋은거구…》 로박사는 그에 대해서 더는 말을 끌지 않았다. 그리고는 아량있게 앞탁중심에 그를 눌러앉혔다. 안석준은 다소 마음이 가라앉는듯싶었다. 한동안 침묵이 흘러서야 원장이 기본협의회문제의 첫 꼭지를 뗐다. 《다른건 론하지 맙시다. 그래 선생은 녀가수의 부서진 앞이 두대를 이식방법으로 하자는 주장인데 새로운 이발재료가 개발되기 전에는 불가능하다는것을 알고있소?》 《저도 그것을 알고있습니다.》 수민은 빠른 말씨로 응대했다. 안석준은 수민의 그 자세가 너무도 당돌하고 무랍없는 행동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숱한 사람들앞에서 저리도 도고할수 있는가!) 모두들 수민의 지나친 욕망을 조소하는듯싶었다. 오직 로박사만이 벗겨진 이마를 짓수굿하고 오가는 말들을 심중히 듣고있었다. 수민은 옷주머니에서 종이봉투 하나를 꺼냈다. 《자, 보십시오. 이것이 우리 나라에 흔한 원료와 자재를 압착하여 만든 수산화물계통의 새로운 이발이식체입니다. 그 강도를 시험해보느라고 오늘회의에 늦어진데 대해 량해해주십시오. 아마 그 발전되였다고 하는 나라의 이발보다 1. 5배는 더 굳고 윤기도 더 있을겁니다.》 순간 장내는 물을 뿌린듯 조용해졌다.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 침묵을 깨뜨리며 수민의 떨리는 목소리가 애원하듯 울려나왔다. 《선생님들! 아직 치료경험이 부족한 제가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러나 절 믿어주십시오. 우리 식 이발이식을 꼭 해내겠습니다.》 두눈을 지긋이 감고 무엇인가 생각을 달리던 로박사가 두주먹으로 앞탁을 소리나게 짚으며 일어났다. 드디여 모든것을 판결할 때가 온듯싶었다. 로박사의 눈에서는 불덩이같은것이 이글거렸다. 석준은 로박사가 저렇게 흥분한것을 처음 보았다. 그리고는 자기의 마음속에 찬서리가 내리는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 과학은 결코 동정으로 살수 없는것이다.)
석준은 좌중을 둘러보았다. 모두들 심각한 표정들이였다. 이윽고 로박사가 한걸음, 두걸음 수민의 앞으로 다가섰다. 수민의 눈가에 흐르던 미소도 순간에 얼어붙은듯 했다. 《젊은 의사선생!》 로박사의 말은 여기서 동강이 났다. 그 부름소리가 절규인지 책망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한순간이 천년같았다. 석준도 원장도 모든 사람들이… 그다음엔 모두 자기 귀를 의심했다. 로박사의 다음말이 너무도 뜨겁게 울렸던것이다. 《신선생, 고맙소. 정말 큰 일을 해냈소. 그렇게 되면 미용적으로만이 아니라 기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구강치료에서 큰 혁신을 이룩하게 될것이요. 내 백발이 되도록 그렇게 모대기면서도 못해놓은 일을 동무가 해냈구만. 대단해, 장하오. 동무는 확실히 나보다 앞섰소. 나만이 아니라 여기 원장선생이나 과장선생을 비롯해서 앞서달리던 우리모두를 따라앞서달리고있소. 암, 앞서구말구…》 《선생님, 과분한 말씀입니다. 우리 장군님께서 이끄시는 고마운 사회주의보건제도와 그 제도를 앞장서 받들어온 선생님들의 업적이 없었다면 제가 어떻게…》 수민은 로박사의 과찬에 어쩔줄 몰라했다. 《지난날에는 우리가 앞서달렸다고 할수 있지. 하지만 뒤선에 섰던 선수가 속도를 낼 때에는 자리를 비켜줄줄도 알아야 해. 지금이야 과학의 시대, 정보산업의 시대가 아닌가! 제때에 자리를 비켜 앞선 선수를 적극 떠밀어주는거야 응당한 도리지!》 석준은 로박사의 그 말이 꼭 자기를 념두에 두고 한 말같아 머리를 들수가 없었다. 그래도 구강에서는 시적으로 1인자라고 자처하며 모든것을 눈아래로 보아왔던 자기였다. 때문에 신수민의 발견을 두고 한갖 젊은이의 욕망으로 생각하며 《직선로》에서 탈선할가보아 마음써왔던것이다. 부끄러웠다. 돌이켜보면 신수민이 가는 길이 얼마나 빠르고 옳았던가. 그가 더없이 돋보이였다. 위대한 장군님의 사상과 령도를 최첨단과학과 기술을 겸비한 높은 실력으로 받드는 사람이야말로 시대의 선구자로 응당한 존대를 받아야 할것이 아닌가! 석준은 오늘까지 과장인 자기가 과에서는 제일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러나 이 순간 그는 과에서 제일 앞서가는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 바로 평범한 보통의사 신수민이라고 세상에다 소리치고싶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