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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청년문학》 주체98(2009)년 제2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명 옥 1
갑자기 검은구름이 낮게 떠돌던 하늘가에서는 종시 비가 퍼붓듯이 쏟아져내렸다. 생활의 숨결로 활기롭던 거리는 삽시에 굵은 비줄기속에 잠겼다. 이렇게 급작스레 비가 오는 때면 나는 남편과 딸에 대한 생각에 사로잡히군 했다. 그이는 지금 어떻게 하고있을가? 하고 마음속으로 물으면 언제나 포전에서 이 비를 맞으며 연구사업을 그냥 하고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비속을 그냥 걷고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비때문에 일을 못하겠소?》 귀전을 울리는 남편의 목소리이다. 일단 시작한 일은 끝이 날 때까지 열중하는 남편의 직심스러운 성미를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비를 맞고있을 남편, 머리며 얼굴, 목깃을 타고 흐르는 비물로 온몸이 물주머니가 되였을것만 같은 남편의 모습을 금시 눈앞에 보는듯 하여 나는 가슴속에 짜릿한 안타까움을 가득 품군 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비줄기를 가늠하며 하늘을 원망스레 쳐다보았고 우리 집 벽장속에 호젓이 걸려있는 남편의 우산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였다.… 딸 현이는 어떻게 하고있을가? 하고 생각하면 언제인가 유치원에서 오는 길에 우정 비를 흠뻑 맞고 파릿해서 집에 들어선 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 사람은 비도 눈도 맞아보아야 큰댔어요.》 그때 큰일이 난듯 놀라는 어머니를 보고 어린 딸은 장한듯이 말했다. 바삐 비물이 뚝뚝 떨어지는 딸애의 세타를 벗기던 나는 기가 막혀 따져물었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던?》 《해해해, 아버지가 대주었어요.》 눈비를 맞아보아야 해빛의 귀중함을 안다는것은 남편의 《생활철학》이다. 어린 딸은 아버지의 《생활철학》을 자기의 작은 발자국에 그대로 담으려 한다. 나는 딸의 오똑한 코를 꼭 눌러주며 웃고말았다. 《현이, 아이들은 비를 맞으면 안돼요.》 《왜 안되나요?》 딸애는 얼굴을 반쯤 쳐들며 물었다. 순간 나는 대답을 안하고 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딸의 영채도는 쌍겹진 두눈과 오똑 선 코마루는 고집스레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어쩜 제 아버지와 같을가! 나는 정색해서 당부했다. 《현이, 어머니의 말을 명심해요.》 딸은 금시 시무룩해서 고개를 숙이였다. 금방 렬차에서 내려 역기다림칸의 문앞에 선 나는 뽀얀 대기속에 시선을 잡힌채 우산을 펼쳐들고 바삐 오고가는 사람들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우산! 비가 오고 눈이 오면 펼쳐드는 저 우산속에 우리 집 우산은 종종 없을 때가 있었다는 생각으로 목이 메였다. 병원침대에 누워있는 남편의 모습이 그냥 머리속에 살아있다. 꺼져들어간 눈확, 수척해진 남편의 얼굴이다. 그런데도 남편은 무엇을 당부했던가. 《당신이 몹시 바쁠텐데… 왔구만.》 《미안해요.》 나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남편의 손을 두손으로 꼭 감싸쥐였다. 이제부터라도 안해답게 남편을 위하고 보살펴주고싶었다. 남편은 이윽토록 창문밖을 바라보았다. 《봄빛이 짙어가는구만.》 혼자소리로 조용히 뇌이는 소리가 나의 심중을 아프게 했다. 남편은 분명 나의 벼모들을 생각하고있었다. 다섯잎, 여섯잎을 내밀고 바람결에 하느적이며 한창 논벌에 나갈 준비를 서두르고있을 나의 벼모들이다. 《현이 아버지.》 나는 남편의 손을 꼭 잡은채 눈길을 쳐들지 못했다. 남편은 이윽토록 나를 지켜보았다. 《당신은 지금 얼마나 바쁜 때인지 모른단 말이요.》 남편의 눈길은 나에게 이렇게 질책하고있었다. 남편은 내가 잠시라도 잊고싶었던 연구사업을 상기시켰다. 나는 다년간 논벼 《ㄱ―1호》의 연구를 하고있다. 수많은 계통들과 선발된 개체들에 대한 생육조사와 비배관리 등 한시도 미룰수 없는 다망한 연구사업은 나에게 병원에서 머무르고있을 시간을 주지 않고있다. 그것을 의식할수록 나는 웬일인지 남편곁에 있고싶은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나는 얼굴에 느껴지는 남편의 시선을 외면했다. 《여보.》 남편의 부름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당신은 〈벼꽃〉이요.》 남편은 나의 생활의 전부로 된 《벼꽃》을 상기시켰다. 아 벼꽃, 나는 남편에게 늘 벼꽃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다. 벼꽃이 필 때의 기쁨과 벼꽃을 떠나있을 때의 안타까움을 쏟아놓았다. 그래 남편은 은연중 나를 《벼꽃》이라고 했다. 나는 머리를 떨구고 어깨를 떨었다. 《어서 연구지로 돌아가오.》 《…》 《그것이 나를 위하는 길이요.》 한참만에 남편의 눈길에 떠받들리여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입원실문을 나섰지만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남편을 두고 떠나자니 정말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다. 나는 담당의사를 찾아갔다. 《아주머니, 연구사동지는 과로로 쓰러졌습니다.》 《…》 《절대안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가정에서 꼭 깊은 관심을 돌리세요.》 나는 담당의사의 말에 가슴이 죄여듦을 느꼈다. 의사는 내가 연구사이기 전에 가정을 가진 안해이고 어머니라는것을 똑똑히 일깨워준것이다. 사실 마음속으로 늘 우려해오던 남편의 건강이였다. 남편은 최전연에서 군사복무를 하던 나날 적들의 무장도발책동을 막기 위한 치렬한 전투에서 총상을 입었다. 과로하면 총상을 입은 허리가 뻘겋게 부어오르면서 그 아픔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 그런 때도 남편은 연구사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남편을 위해 다심한 정성을 쏟아붓지 못하고 나는 연구사업을 한다고 바쁘게 뛰여다녔다. 우리는 연구사들이였던것이다.… 《나는 이미 연구사를 그만두었어야 했어. 아, 모두 내 잘못이야.》 나는 괴롭게 자신을 질책했다. 이제부터라도 남편을 정성껏 위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여 남편이 바라는 연구지가 아니라 연구소에 들어오는 길이다. 비는 그냥 태질을 하며 쏟아졌다. 모든것을 금시 삼켜버릴듯 한 이 비줄기에 나의 괴로움을 씻어버릴수는 없을가. 나는 비속을 바라보았다. 불시에 남편의 엄한 눈빛이 생각났다. 순간 나는 흠칫 굳어졌다. 남편은 순간도 연구사업을 중단하는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문에 병원을 떠난 내가 아닌가. 그런데 나는 지금 어디에 와있단 말인가! 연구소에 온 나의 처사가 옳은것인가. 나는 천천히 머리를 가로저었다. 언제인가 집에서 있었던 일이 가슴아프게 떠올랐다. 그때 연구소에서 최근에 나온 과학잡지들을 열심히 탐독하던 나는 날이 어두워서야 머리를 들었다.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허둥지둥 연구소의 정문을 나섰다. 아침에 딸 현이가 외우던 학부형회의시간이 퍽 지났던것이다. 현이가 눈물이 가랑가랑해서 정문가에 서있었다. 《어머닌 거짓말쟁이예요. 엄마가 아니예요.》 현이의 울음섞인 목소리였다. 나는 딸에게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이때껏 딸을 위해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재작년 6. 1절날도, 새학년도입학날에도 나는 연구지에 나가있었다. 인민반장이 맛있는 음식을 가득 해가지고 현이의 유치원에 갔었다. 현이가 주눅이 들가봐 사람찾기경기에도 달려나가 1등을 했다고 한다. 개학날에도 학용품과 토끼무늬책가방을 마련해가지고 현이의 손목을 잡고 학교에 갔다. 개교식이 있은지 보름이 지나 집에 돌아온 나는 딸애의 가슴에 달아주었던 빨간 꽃송이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현이는 이렇게 자라고있었다. 나는 현이의 머리속에 새겨져있을 어머니로서의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책을 읽고 시험포전에서 벼모들과 함께 있고 벼꽃이 필 때 기쁨을 느끼고, 그래서 딸은 《벼꽃》엄마라고 했을것이다. 나는 짜릿한 아픔에 못이겨 주저앉았다. 그날 저녁 연구지로 떠나는 남편의 차비를 꼼꼼히 해주고난 나는 옷을 입는 남편을 이윽히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놓았다. 《아무래도 전 연구사를 그만둘가 해요.》 《갑자기 그건 무슨 소리요?》 경대앞에서 옷을 입던 남편은 의아해서 돌아섰다. 안해의 얼굴을 찬찬히 여겨보던 남편은 심중해진 낯으로 거듭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소?》 나는 선뜻 대답을 못했다. 남편의 섬광같은 눈빛을 외면한 나는 방바닥에 깐 네모난 문양의 레자에 시선을 멈추었다. 남편이 언제인가 연구포전으로 선포한 문양이였다. 레자문양을 놓고 우리는 자주 포전의 품종배치와 연구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군 했다. 나는 눈길을 들었다. 《가정에서 제가 너무 구실을 못하는것 같아요.》 《…》 《당신앞에, 현이앞에 죄를 짓는 심정이예요.》 《참, 당신두. 별소리를 다 하누만.》 《…》 《필요없는 신경을 쓰지 말고 연구사업에 전심하오.》 남편은 빙긋 웃으며 나의 어깨를 꼭 잡았다놓았다. 나는 옷을 입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색이 바래기 시작한 남편의 닫긴양복이 나의 눈길을 아프게 했다. 중키의 다부진 몸체에 어울리는 옷을 벌써 마련하였어야 했다. 그래놓고보면 나는… 뭇사람들이 얼마나 나를 욕했을가. 저이는 섭섭할 때가 얼마나 많았을가. 현이의 말이 옳았어. 나는 저도 모르게 어성을 높여 말했다. 《아니예요. 당신은 제 심정을 다 몰라요.》 남편은 저으기 놀라 말없이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남편을 마주보았다. 《전 가정에서 안해이고 어머니예요.》 《…》 《나라사정이 어려운만큼 가정에서 어머니로서, 안해로서의 임무는 더욱 중요한 문제로 나서요. 이 사정은 저로 하여금 깊이 생각하고… 모든것을 결심하게 했어요.》 묵묵히 나의 설명을 여겨듣던 남편이 물었다. 《그러면 당신의 논벼 〈ㄱ―1호〉는?》 《…》 나는 대답을 못했다. 남편의 찌르는듯 한 강렬한 눈빛이 허둥거리는 나의 눈길을 지꿎게 좇았다. 바로 남편의 그 물음을 막기 위해 나는 구체적인 사정을 털어놓았었다. 그러나 남편은 주저없이 내가 그처럼 두려워하던 문제를 끄집어냈다. 《당신은 연구사요.》 《…》 《오늘 현실은 당신의 논벼 〈ㄱ―1호〉가 하루빨리 다수확품종으로 되기를 기다리고있소. 이것을 순간도 잊지 마오.》 남편의 당부는 나의 심장을 비수처럼 꾹 찔렀다. 그 아픔에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꺼내놓았다는 생각으로 얼굴을 들지 못했다. 남편은 잊으려 했던 공민의 자각을 똑똑히 인식시켜주었다. 《고난의 행군》을 하는 어려운 속에서 국가에서는 허리띠를 조이며 애지중지 공부시켜 연구사로 의젓이 내세워주었다. 보답, 바로 그 자각때문에 이때껏 모든 어려움을 참고견디며 열심히 연구사업을 해오던 나날들을 더듬어보는 이 순간 나는 욕망만으로는 할수 없는 나의 연구사업을 생각했다. 연구사든 교원이든 의사이든 모든 녀성에게는 가정이라는 피할수 없는 짐이 얹혀져있다. 어깨우에 가정과 연구사업이라는 짐을 걸머지고있는 안해의 마음을 과연 저이가 알가. 내가 왜 육종연구사가 되였을가.… 나는 처음으로 내가 주저없이 선택했고 변함없이 사랑했던 육종연구사의 직업을 놓고 자신을 후회하였다. 나는 머리를 떨구었다.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져 손등을 점점이 적시였다. 남편은 담배를 꺼내 피웠다. 후― 내뿜는 담배연기가 남편의 가슴에서 붙는 불길처럼 나에게 안겨왔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가던 길은 끝까지 함께 가야 하오.》 이것은 일생을 약속하던 그날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였다. 꼭 오늘을 두고 한 말처럼 생각되였다. 나는 급히 눈가의 물기를 닦았다. 《현이 아버지, 내가 괜히… 미안해요.》 《우리 이겨내기요.》 남편은 그날처럼 나의 작은 두손을 꽉 움켜잡고 흔들었다. 《아무리 힘든 일도 마음먹기탓이요.》 《…》 《나는 당신을 믿소.》 나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다시는 사랑의 약속을 잊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남편은 안해의 연구사업을 돕기 위해 여러모로 애썼다. 자기의 연구지에서 돌아올 때면 꼭 논벼 《ㄱ―1호》의 연구지에 들려 제기되는 일들을 말없이 도와주군 했다. 물론 연구지주변의 농장마을일군들과 여러 사람들 그리고 우에서 내려온 일군들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때문에 이렇게 주저하고 망설이고있을가. 불시에 자기자신에 대한 불만감으로 몸을 떨며 나는 비옷을 입고 성큼 비속에 들어섰다. 기다렸다는듯 비줄기들이 사정없이 몸을 덮쳤다. 나는 물을 걷어차며 걸었다. 문뜩 몸을 사정없이 후려갈기던 비줄기가 느껴지지 않아 나는 눈길을 들었다. 연분홍빛우산이 나의 머리우에 펼쳐져있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우산을 씌워준것이다. 순간 온몸에 엄습해들어오던 찬기운을 느낀 나는 몸을 떨었다. 《그러다 감기 들겠어요.》 뜻밖에도 인민반장이 근심스럽게 마주보고있다. 그는 입고있던 비옷을 벗어 비옷을 걸친 나의 어깨우에 덧씌워주었다. 그 비옷은 더 크고 좋은것이였다. 나는 미안하여 그 비옷을 벗으려 했다. 《전 다 젖었어요.》 《그래도 그냥 입고있어요.》 반장은 꼬박꼬박 비옷의 단추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나의 어깨를 꼭 껴안으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어서 가자요.》 나는 인민반장이 들고있는 보따리속의 장화와 우산을 보고 대뜸 연구소에서 자재과장을 하는 남편을 위해 걸음걷는다는것을 알았다. 이렇게 비가 오면 안해의 마음은 어느새 남편에게 가있는것이다. 《현이 아버지가 걱정되지요?》 나의 낯빛을 살피던 반장이 물었다. 나는 저도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떨구었다. 《제가 잘못해서… 현이 아버지가…》 《…》 반장이 놀라서 걸음을 멈춘채 물었다. 《지금 현이 아버지한테 다녀오는 길인가?》 나는 입술을 떨뿐 대답을 못했다. 《현이 아버지가 너무 무리했어.》 인민반장이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다음에는 나도 인민반장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2
나는 머리속에 계속 갈마드는 가정부인의 의미를 생각했다. 무릇 사람들은 녀성이라면 남편과 아이들이 기다리는 집을 생각한다. 사람들의 가슴가슴에 이름할수 없는 포근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 가정! 하루하루의 웃음과 기쁨, 희망과 미래가 샘솟는 가정을 위해 녀인들은 자기의 정성을 송두리채 바치면서도 무엇인가 부족한듯 항상 마음을 쓴다. 남편과 아이들은 녀인의 그 헌신성을 너무도 응당한것으로 받아들이며 때로 투정질도 한다. 그래도 녀인들은 자기의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듯 남몰래 속을 태우고 마음쓴다. 그렇다. 녀성들의 무한한 헌신성이 끝없이 바쳐지고있는 곳, 바로 그곳은 가정이다. 녀인은 가정에서 사랑의 샘이다. 그래서 녀성의 모습은 사회와 가정앞에 그토록 아름다운 꽃으로 노래되고있는것이 아닌가. 녀성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것이 아닐가!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자 이때껏 애써 누르고있던 결심이 굴뚝처럼 솟았다. (그래 내가 연구사를 그만둔다고, 가정을 위해 산다고 누구도 비난을 퍼부울 사람은 없어. 바로 가정부인이기때문에.) 나는 이렇게 연구사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다. 서해곡창지대에서의 염기와 비바람, 병해충에 잘 견디며 비료시비량이 적은 다수확품종을 육종하기 위해 나는 박사원을 졸업하고 연구소에 배치받은 그해부터 다년간 진지한 연구사업을 해왔다. 바로 그때문에 연구소에서는 나의 제기를 받자 난감해하며 선뜻 동의해주지 못했다. 《정말 방도가 없겠소?》 소장은 이마를 짚고있던 손을 내려 가볍게 책상을 다독이며 기대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러나 나는 말없이 서있었다. 오랜 침묵끝에 소장은 힘들게 결론했다. 《하여튼 알겠습니다. 다시 토론을 해봅시다.》 소장방을 나선 나는 걸음을 내딛지 못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내가 벼꽃을 버리다니.)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은채 일어서지 못하였다. 가슴을 에이는 아픔을 어쩔수 없었던것이다. 나는 논벼 《ㄱ―1호》의 연구를 위해 온넋을 바쳤다. 고심어린 그 나날들을 더듬는 순간 목이 메였다. 나의 가슴속에 언제나 피여있던 벼꽃들이였다. 한참후 육종연구실로 돌아온 나는 그동안 해온 연구사업일지들을 한권한권 쌓아놓으며 마음을 간신히 다잡았다. (나에게는 연구사인 남편이 있다. 남편은 과학연구사업에서 나보다 국가에 더 큰 리익을 줄수 있는 능력있는 연구사이다. 그래 그이를 잘 돕는것은 연구사업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였기때문에 나는 이런 결심을 한것이야. 이젠 그 생활속에서 나의 기쁨, 나의 만족을 마련하자!) 나는 이렇게 자신을 위안했다. 그날처럼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할 때 연구소정문을 나선 나는 천천히 걸으며 거리를 살폈다. 층높은 살림집의 수많은 창문마다 불빛이 넘쳐나고있었다. 범상하게 스쳐지나던 불빛에도 새로운 의미를 담고싶었다. 언제나 불이 꺼져있었을 우리 집 창문을 생각했다. 이제부터 불빛이 넘치고 딸의 웃음과 글읽는 소리가 넘치는 창문이 될것이다. 과연 그 창문이 나의 기쁨과 만족이 되여줄수 있을가!… 집앞에 이른 나는 3층의 우리 집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뜻밖에도 불이 환히 켜져있다. 그 창문을 잠시 올려다보았다. 《이제야 오누만.》 현관앞에서 인민반장이 반갑게 마주 나왔다. 나를 무척 기다리고있은듯 했다. 반장이 차려놓은 밥상앞에 마주앉은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어쩜 반장은…》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우리 가정을 성의껏 돌보아주고 현이를 맡아키우다싶이 하는 반장앞에 나는 머리를 숙이였다. 《참, 래일은 일요일인데 우리 인민반에서 모내기를 도우러 농장에 나간다네. 바람도 쏘일겸 함께 나가자구.》 나의 착잡한 마음을 생각해서 반장이 그럴것이다. 나는 선뜻 머리를 끄덕이였다. 정말 이 생각 저 생각 다 잊고 하루종일 온몸이 지치도록 모내기를 하고싶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튿날 인민반원들과 함께 모내기에 나갔다. 마을어귀에 키높이 자란 느티나무에 매달린 고성기에서 점심시간을 알리는 방송소리가 뽕뽕 울렸다. 모내는기계들이 푸른 모를 논판에 꽂아가고있지만 적기를 놓칠세라 이른아침부터 모줄을 넘겨라, 줄이 삐뚤어진다, 포기수를 보장하자 하고 법석 끓으며 승벽을 내여 모를 꽂던 가두녀인들은 벌써 점심시간이 됐다고 왁자그르했다. 《아휴, 벌써 점심시간이네.》 《난 아까부터 배가 고팠어.》 《모내기가 힘들어 그럴거야. 아마 〈삼수갑산〉은 혼났을거야.》 《그러게 요즘 세대주가 아침마다 점심밥을 직접 싸준다지 않아요.》 《그게 정말이예요?》 《정말 아니믄.》 《어마나, 무뚝뚝한 지배인동지가… 아휴, 기딱 막혀라.》 《쉿, 듣겠다.》 《야, 내가 다 들었어. 그건 죄다 사실이야. 흥, 아닌보살들 말아. 아무리 지배인이래도 제 색시이상 있는줄 알아.》 《호호호.》 녀인들은 까르르 웃어댔다. 《삼수갑산》은 혀를 쯧쯧 찼다. 모두 그 모양이 우습다고 또 한바탕 웃었다. 《자, 이젠 식사들을 하자요.》 모춤을 여기저기 뿌리던 반장이 논판에 대고 소리쳤다. 《예에―》 《나가자요.》 모두 웃고 떠들었지만 어지간히 지친듯 흙에 잔뜩 게발린 발들을 뜨직뜨직 뽑으며 허리들을 탁탁 두드리며 논두렁에 올라선 녀인들은 줄레줄레 보뚝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금방 손에 들었던 모춤을 말끔히 꽂고 풀어진 모춤들을 다시 묶어 논물에 잠그고난 나는 맨나중에야 논판에서 나왔다. 이미 손과 발을 깨끗이 씻었으나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했다. 남편의 입원과 연구사업포기, 이것이 나의 마음을 움켜잡고 잠시도 놓아주지 않았던것이다. 나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지었다. 《현이 엄마아― 빨리 오라요오.》 《현이 엄마아―》 벌써 뚝에 빙 둘러앉은 녀인들이 손짓을 하며 저마끔 소리치고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 떡은 현이 엄마것이예요.》 《삼수갑산》은 (삼수에서 시집왔다고 해서 붙인 이름) 그릇에 가득 담긴 송편을 그대로 나의 앞에 내놓았다. 나는 당황해서 뒤로 물러앉았다. 《아니 이러지 마세요.》 《모를 잘못 내는 나때문에 얼마나 수고했어요. 내앞까지 꽂아주느라고 곱은 힘들었지요?》 《삼수갑산》의 진정에 넘친 말이였다. 나는 정말로 딱했다. 모를 몇춤 꽂아준것이 무슨 큰것이라고 이럴가. 구원을 청하듯 반장을 쳐다보았다. 반장은 자기가 가져온 점심밥을 내놓으며 따뜻이 권했다. 《어서 들어요.》 《이것도 잡숴보라요.》 여기저기서 저마끔 자기가 가져온 음식들을 내놓았다. 나의 앞은 풍성한 식탁이 되였다. (내가 무엇을 했다고 모두 이렇게 할가.) 《그저 마음뿐이야. 늘 연구사업을 하느라고 끼니나 제대로 했겠어요.》 반장이 내앞으로 가까이 음식들을 밀어놓으며 마음을 썼다. 나는 끝내 눈물을 떨구었다. 누군가가 저가락으로 쥐여준 송편떡을 눈물과 함께 삼켰다. 한동안 정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것은 녀인들의 세계가 아닌듯 했다. 누군가가 말문을 열었다. 《〈삼수갑산〉이 시집올 때 송편떡 먹던 생각이 나누만.》 《정말, 벌써 십년이 지났구만요.》 《그때 내가 꽃보라를 뿌려주었어. 그런데 하얀 첫날옷을 입고 눈이 쌓인 마을길을 걸어오는데 꼭 눈독이 걸어오는것 같았어요.》 《그게 사실이예요?》 《본인에게 물어보라요.》 《삼수갑산》은 시치미를 떼고 받아넘겼다. 《사실이야, 죄다. 그런데 얼굴은 춘향이처럼 고왔어.》 《어마나.》 녀인들은 일시에 부르짖었다. 그리고 모두 입을 싸쥐고 웃었다. 그래도 《삼수갑산》은 떡만 맛있게 먹었다. 나도 한순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삼수갑산》은 나에게 한쪽눈을 찡긋해보였다. 《정말이야. 시집올 때 왜 몸이 자꾸자꾸 나는지 정말 뚱보였어. 너무 속이 상해 맹물만 먹는데도 그냥 뚱뚱했어. 그래 이담에 버들개지처럼 날씬한 딸을 낳았으면 했지.》 《그래서 영순이가 날씬하고 곱게 생겼구만요.》 《호호호.》 《삼수갑산》은 두눈이 작아지도록 소리내여 한참 웃었다. 《우리 딸을 보고 모두 곱다고 하지. 그렇지만 공부를 잘해서 정말로 곱다니까.》 《녀자는 공부는 좀 못해도 곱게 생기고 쭉 빠지면 뽑혀요.》 《모르는 소리.》 《삼수갑산》은 정색해서 둘러앉은 녀인들을 쭉 둘러보았다. 《대학에 보내겠어. 그래서 연구사를 시키겠어.》 《하필 연구사를 꼭 시키려 해요?》 《가정부인에게는 연구사직업이 어울리지 않아요.》 저마다 한마디씩 참견했다. 《삼수갑산》은 눈을 흘겼다. 《현이 엄마, 말 좀 해요. 정신들이 번쩍 들게.》 녀인들의 눈길이 일시에 나에게 모아졌다. 나는 낯이 확 달아올랐다. 이미 연구사를 그만두려고 결심한 내가 무엇을 말하겠는가. 나는 얼굴을 붉힐뿐 대답을 못했다. 《삼수갑산》은 찡긋 눈시울을 좁히더니 계속했다. 《모두 생각을 해보라요. 현이 엄마가 자기만을 위해서 숱한 고생을 하며 연구사업을 하고있겠어요? 바로 우리모두를 위해서지요. 정말이지 우리는 과학의 덕을 모두 보지요.》 모두 정색해진 표정으로 《삼수갑산》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내가 처녀때 우리 농장에 녀성연구사가 와서 연구를 성공하여 정보당 소출을 더 내는 새 감자종자를 심었는데 정말이지 두배의 수확을 거두었어요. 생각들을 해보라요. 그 연구사가 우리 농장에 얼마나 큰 리득을 주었는가를. 우리는 그 연구사를 보배처럼 떠받들었어요. 어찌 그러지 않겠나요. 우리 농장이 잘살게 되여 어버이수령님과 우리 장군님께서 기뻐하시였는데.… 명절날에도 늘 작업복을 입고 포전에서 살던 그 녀성연구사가 감자산앞에서 기쁨에 눈물짓던 모습을 난 지금도 잊을수 없어요. 고향을 떠나온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그 연구사를 잊지 못해요.… 전번강연회에서 이야기한것처럼 위대한 장군님께서 밝혀주신 종자혁명을 담당한 과학자들의 임무가 크고 중요하지요. 현이 엄마를 나는 제일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현이 엄마를 볼 때마다 그 감자연구사를 생각하고 우리 딸애에게 늘 그 이야기를 해주군 해요. 공부를 잘해서 그 감자연구사처럼, 현이 엄마처럼 나라를 위하는 녀성연구사가 되라구 노래처럼 외워요. 나는 딸을 온 나라가 다 아는 과학자로, 얼굴도 으뜸가는 미인으로 키우겠어요.》 모두 입을 하 벌리며 딱딱 소리를 냈다. 《하늘같은 욕심이 꽉 차있었으니 몸이 저렇게 뚱뚱했지.》 한참만에 누군가가 혼자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소리에 《삼수갑산》은 의젓하게 대답했다. 《선군시대 어머니들의 욕심이예요.》 《어쩜 그런 멋있는 소원을 가지고있었을가.》 《정말 훌륭해요.》 모두 열광적으로 박수를 쳤다. 계속되는 박수갈채속에 반장의 흥분된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 우리 어머니들처럼 긍지높고 행복한 녀성들은 없을것이예요. 우리 장군님의 총대감을 키우고 나라의 재부를 창조할 인재를 키우고 바로 조국의 미래가 녀성들의 품에서 마련되지요.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땀흘리며 일을 하고. 이것이 지금 우리 선군시대 녀인들의 모습이예요.》 모두 조용해서 반장의 말에 머리들을 끄덕이였다. 반장의 말은 어쩐지 나의 페부를 찔렀다. 최전연에서 군인가족생활을 하다가 온 반장은 늘 나에게 자기를 돌이켜보는 말을 했다. 언제인가 반장은 깊은 산중에서 조국의 초소를 지켜가는 병사들의 어머니로 불리우며 살던 군인가족생활을 그립게 추억했다. 그 추억을 안고 한해에도 수많은 돼지를 키워 건설장에 보내주고있다. 지금 반장의 그 생활이 나의 가슴속에 그 무엇인가 가득 채워주는것을 느꼈다. 그러자 나의 처사가 리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수 없는 가정사정으로 여겼던 연구사의 사임이 자꾸 마음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나는 저도 모르게 호― 하고 긴 한숨을 내쉬였다. 다음날 선행작업인 모뜨기까지 말끔히 하고야 일이 끝났다. 모내기와 모뜨기에서 서로 앞서겠다고 승벽을 내며 이악스럽게 뛰여다니던 녀인들은 일이 끝나기 바쁘게 앞서거니뒤서거니하며 퇴근길에 올랐다. 아마도 가정의 저녁을 위해서이리라. 나는 반장과 맨 나중에야 작업장을 떠났다. 거리에 들어서니 퇴근길을 걷는 사람들로 사뭇 붐비였다. 우리는 가로수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길가녁으로 나란히 걸었다. 《힘들었지. 하루 머리쉼을 하라구 같이 나오자했었는데…》 반장이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호― 하고 가는 한숨을 내쉬며 반장을 마주보았다. 《전 연구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어요.》 뜻밖인듯 반장이 굳어졌다. 찬찬히 나의 얼굴을 살폈다. 나는 실망으로 어두워진 반장을 외면하였다. 그리고 자신없이 변명했다. 《면목이 없어요. 저로서는…》 반장의 침묵앞에 나의 목소리는 계속 울리지 못하고 꺼져버렸다. 반장이 나의 손을 꼭 잡았다. 《현이 엄마가 현이 아버지때문에 그러는줄 알아요.》 《!…》 《그렇지만 나는 현이네 가정이 연구사를 떠난 그 어떤 행복도 있을것 같지 않아요.》 《저도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러나 방도는 없잖아요.》 《현이 아버지는 오직 현이 엄마의 연구사업성공만을 바랄거예요.》 《…》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반장의 말은 겨우 진정되였던 나의 마음속 고충을 파헤쳐놓았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단호히 말했다. 《현이 아버지는 저보다 조국에 더 필요한 사람이예요. 저의 모든것을 다 바쳐서라도 현이 아버지를 위할수 있다면 전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남편을 위해 바치고싶었던 나의 진정이였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지 않았다.
3
뜻밖에도 남편이 돌아왔다. 병원에서 안정치료를 받아야 할 남편이 불쑥 집에 들어섰을 때 나는 놀랐고 불안으로 뛰노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좀 어떠세요?》 남편은 대답이 없었다. 낯빛은 어두웠고 늘 열정을 담고 빛을 뿜던 두눈은 시종 아래로 향해진채 있었다. 나의 연구사업포기문제때문일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러자 마음은 불안스레 쿵쿵 방아를 찧었다. (이제 섭섭해서 이야기하겠지. 그러나 앞으로 꼭 리해하시겠지.) 나는 애써 자신을 다잡았다. 그러나 남편은 말이 없었다. 그것은 나에게 참을수 없는 고통을 주는듯 했다. 차라리 욕이라도 사정없이 쏟아부었으면. 나는 참지 못하고 말을 건늬였다. 《조금 기다리세요. 제 이제 인차…》 남편이 처음으로 눈길을 들었다.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언제나 섬광같은 빛을 뿜던 남편의 눈빛은 그 무엇을 잃은듯 초점이 없었다. 《좀 앉소.》 나는 조심히 마주 앉았으나 눈길을 들지 못했다. 그러나 줄곧 나에게 향해져있는 남편의 시선을 온몸으로 느꼈다. 《나는 믿지 않고있소.》 《…》 《당신이 연구소에서 퇴직하겠다는것은 거짓말이지?》 나는 이미 대답할 용기를 잃고있었다. 침묵만 지켰다. 《음…》 남편은 불시에 머리를 싸쥐며 신음소리를 냈다. 《사실이였구만.》 《…》 《나는 믿을수가 없었소. 당신을 나자신처럼 믿었댔소. 그런데…》 《현이 아버지.》 나는 남편의 말을 멈춰세웠다. 뚝뚝 끊어지는듯한 남편의 말을 그냥 듣고있기가 두려웠던것이다. 눈물을 머금고 사정하듯 말했다. 《용서하세요. 그리고 리해해주세요.》 《…》 《전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그렇게밖에 할수 없었어요.》 《믿음과 사랑이 없는 가정의 행복은 시든 꽃과 같소.》 순간 나는 머리를 들었다. 모욕감으로 낯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안해의 진정을 이렇게도 몰라준단 말인가. 나는 흑― 느꼈다. 가슴속에서 설음같은것이 자꾸 고패쳤다. 남편은 눈을 감은채 한동안 그린듯이 있었다. 잠시 굳어진듯 하던 남편이 힘들게 말을 했다. 《미안하오.》 무엇이 미안하다는것일가, 안해의 심정을 리해하였다는 소리일가, 제발 그래주었으면. 《나때문에, 당신이 나때문에 그런 결심까지 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괴롭소.》 내가 그처럼 바라던 남편의 말이였으나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괴로움으로 이그러진 남편의 수척해진 얼굴을 차마 그냥 볼수 없어 나는 눈길을 떨구었다. 남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우에서 책과 안경을 넣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어디 가세요?》 《기다리지 말고 먼저 쉬오.》 나는 남편이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집을 나선다는것을 알았다. 그래서 남편의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눈물에 젖은 눈길로 남편의 모습이 보이지않을 때까지 바래웠다. 그렇지만 그 순간부터 나는 남편을 기다렸다. 언제 들어올가. 초조한 마음으로 벽시계를 올려다보며 안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텔레비죤중계도 끝나고 두시간이 더 지났으나 남편은 들어오지 않았다. 왜 못 들어올가. 나는 집을 나섰다. 별들이 깜빡깜빡 조을고있는 밤하늘아래 대지는 잠자듯 누워있었다. 고요한 밤거리의 정적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8년간의 가정생활을 해오는 나날속에 오늘과 같은 날은 없었다. 연구사업과 성공, 바로 이 공통성으로 하여 우리 부부는 언제나 집을 떠나있고 바쁘게 살았지만 누구보다도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듬뿍 안고 살았다. 어느 가정이나 행복을 바란다. 행복, 가정의 행복, 우리 가정의 행복은 무엇일가, 윤택한 생활?! 아니, 그것은 아니야, 그렇다면 서로의 위하는 마음일가,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그래 연구사업의 성공…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남편이 바라는것이였다. 문뜩 지금처럼 깊은 밤 거리를 함께 걸으며 남편과 사랑을 속삭이던 그 시절이 선히 떠올랐다. …그날도 지금처럼 깊은 밤, 은쟁반같은 둥근달이 둥실 떠가던 밤이였다. 《그래서요?》 《내가 동무를 그토록 사랑하는것은…》 남편은 갑자기 말허리를 뚝 끊고 나를 보았다.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남편을 쳐다보았다. 나의 눈빛과 마주치자 남편은 나의 귀에 대고 더운 입김을 뿜으며 고백했다. 《동무가 과학을 안고 살기때문이요.》 《어마나?!》 《왜 그렇게 놀라오?》 《그러면 저보다 과학을 사랑한다는것이지요?》 《과학이자 곧 동무요.》 《동문 정말 명백하지 못해요. 만약 내가 과학자가 아니라면요?》 나는 속이 발끈해서 따졌다. 남편은 히죽이 웃으며 나의 앞을 떡 막았다. 그 바람에 나도 걸음을 멈추었다. 우리는 마주 섰다. 《음, 그러면 말이요. 똑똑히 새겨두오. 동무를 과학세계로 모셔오겠소.》 《호― 참.》 《왜? 믿어지지 않소? 두고보오. 우리는 꼭 과학을 사랑하며 살것이요. 한생을 과학과 함께. 어때, 멋있지?》 나는 열정으로 불타는 남편의 눈길앞에 머리를 끄덕이였다. 조금도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육종가로서 한생을 연구사로 살것을 마음먹었다. (그래, 우리의 사랑은 곧 과학이야. 그것을 떠나서 우리의 래일을 생각지 못할거야.) 남편은 여전히 나와 마주선채 뒤걸음으로 걸으며 물었다. 《이젠 동무의 차례요. 솔직히 말하오. 나의 무엇을 귀중히 여겼는지.》 나의 앞을 그냥 막고있는 남편, 나의 마음을 알고싶어하는 남편에게 벼꽃을 안겨주고싶었다. 벼꽃은 나의 마음속에 항상 피여있는 꽃이였다. 그러나 말은 왕청같이 나갔다. 《전 동무의 우산을 귀중히 여겨요.》 《우산?!》 남편은 눈이 둥그래서 반문했다. 나는 놀라는 남편을 보고 입가에 손을 가져가며 소리내여 웃었다. 《어서 말하오.》 《생각나세요? 우리가 새로운 연구과제를 받아안던 그날 저녁을 말이예요.》 《글쎄.》 남편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것을 잊다니… 나는 열심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갑자기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데 앞에서 글쎄 동무가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걷고있겠지요. 비발은 점점 더 굵어지는데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걷는 동무를 보기가 민망했어요. 전 동무의 머리우로 우산을 가져가며 같이 쓰고 가자고 했어요.》 《그래서?》 《정말 생각이 안 나요?》 《어서 계속하오.》 남편은 빙긋빙긋 웃으며 이야기를 재촉했다. 나는 남편이 그날을 낱낱이 기억하고있으면서도 우정 그런다는것을 알았다. 《됐어요.》 《계속하오.》 《좋아요. 그런데 동문 우산밖으로 나가며 사양했어요. 그러자 전 동무의 머리우로 우산을 가져갔어요. 그 바람에 비바람은 나의 옷을 순간에 적셔놓았어요. 그때에야 동무가 저를 보며 미안해하더군요. 그리고 저의 손에서 우산을 앗아내여 저의 머리우에 씌워주었어요. 전 동무에게, 동무는 저에게 서로 마음쓰다나니 우린 다 옷이 푹 젖었어요. 우들우들 떨며 가까스로 호실에 들어서는 저를 보고 동무들이 깜짝 놀랐어요. 〈우산이 망가져서…〉 묻지도 않는 말을 하며 호실에 들어선 나는 다음순간 혀를 깨물었어요. 제꺽 나의 우산을 받아 한쪽구석에 펼쳐놓던 동무들이 이상해서 나를 바라보았으니까요. 우리 호실 동무들은 의미있게 눈길들을 마주쳤어요. 〈우산은 망가지지 않았는데 아이참 우리 연구사님은 물주머니 되였네 말 못해 말 못해 가슴속의 비밀 정말 말 못해〉 〈그런게 아니야. 아니라는데.〉 〈그런데 얼굴은 붉은단풍잎 되였으니 속상하지.〉 나는 황황히 소랭이를 들고 쫓기듯 세면장으로 달려나갔어요. 유쾌한 웃음소리가 등뒤에서 울리고 나는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그때 동무의 모습이 선히 떠오르더군요. 지금 나의 행동을 보면 무엇이라고 생각할가 하고 물으니 전 붉어진 얼굴을 들지 못했어요. 그날 밤 온몸이 오슬오슬 떨렸어요. 몸살이 왔던거예요. 담요를 쓰고 밤새껏 앓았어요. 끝내 이튿날 연구소에 출근하지 못했어요. 뜻밖에 동무가 약을 가지고 찾아왔어요. 우산의 비밀을 알게 된 동무들이 웃으며 동무를 맞아들이던 생각이 나지요? 나는 어쩔줄 몰라하는데 동무는 명령조로 비판하더군요. 〈그렇게 약골이 되여 과학탐구의 먼길을 어떻게 걸어가겠습니까.〉 그 말에 아픔은 어디론가 달아났어요. 나는 약이 올라 대들었어요.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래요.〉 〈아 됐습니다.〉 〈이제 한 그 말을 취소하세요.〉 동무가 한쪽눈을 찡긋하며 말했어요. 〈앞으로 동무의 벼꽃이 취소해줄것입니다.〉 나는 그만 기가 막혀 말을 못했어요.》 《하하하.》 남편은 소리내여 웃었다. 맑고 청청한 웃음소리는 그때 나의 가슴속 기슭에 파도처럼 물결쳤었다. 나도 행복을 약속하며 웃었다.… 나는 우뚝 막아선 건물앞에서 놀라 생각에서 깨여났다. 어느새 연구소의 정문앞에 이른것이다. 고요한 정적속에 파묻힌 연구소청사를 올려다보았다. 2층의 육종연구실에 불빛이 넘쳐나고있었다. 남편의 방이다. 지금 무엇을 하고있을가? 나는 선뜻 연구소의 정문에 들어서지 못하고 남편의 눈빛같은 불빛을 이윽히 지켜보며 그 자리에 오래도록 서있었다. 그 시각 남편은 나의 두툼한 연구사업일지들을 한장한장 펼치고있었다. 그리고 안해가 중도반단한 연구과제를 놓고 고심하며 자기가 맡아 끝까지 완성할것을 결심하고있었다. 그러나 연구소에서는 남편의 제의를 승인하지 못했다. 그것은 남편의 건강과 지금 맡고있는 과제도 아름찼기때문이였다. 남편이 다년간의 고심어린 연구끝에 육종해낸 새 품종의 콩종자를 다수확품종으로서 하루빨리 전국에 도입해야 할 문제가 나서고있었다. 특히 협동농장들과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당의 콩농사방침을 높이 받들고 더 많은 수확을 낼수 있는 콩종자를 수많이 요구하고있었다. 남편은 누구보다 무거운 연구과제를 맡고있었다. 그런데 안해가 포기해버린 연구과제까지 자진해서 맡으려 하고있었다. 연구소에서 끝내 승인하지 않자 쪽지를 남겨놓고 총총히 연구지로 떠나가버렸다. 내가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된것은 며칠이 지나서였다. 나는 억이 막혀 그 자리에 주저앉은채 일어서지 못했다. 남편이 그렇게 할줄은 몰랐다. 차라리 나의 뺨을 때렸어도 이렇게 분하고 억울하지 않을것이다. 나는 고민했다. 믿음과 사랑이 없는 가정, 안해의 사랑을 외면해버린 남편, 안해의 연구사업포기를 스스로 자신의 잘못으로 생각하며 연구지로 떠나간 남편, 안정하고 치료를 받지 않으면 영영 일어서지 못할수도 있다는것을 알면서 스스로 어려운 길을 택한 남편.… 나는 누구보다 남편을 잘 알고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너무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끝내 나는 쓰디쓴 눈물을 쏟았다. 아, 내가 그처럼 소중히 안고산 가정과 사랑은 순간에 사라지고 빈 껍데기만 남은것 같은 생각으로 나는 괴로왔다. 남편은 가정을 희생시켰다. (아, 그이는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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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나는 연구소의 소장을 찾아갔다. 소장은 반색하며 마주 다가왔다. 《그렇지 않아도 동무의 의견을 듣고싶어 찾으려던 참입니다.》 소장은 그동안 남편이 제기한 논벼 《ㄱ―1호》의 연구문제와 남편의 연구과제 그리고 앞으로의 건강문제 등을 진지하게 터놓았다. 남편은 이미 연구소에서 토론하고 다른 연구사를 선정하였으나 절대로 논벼 《ㄱ―1호》를 내놓을수 없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남편의 건강을 위해 여러번 입원해야 한다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나는 소장에게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아, 현이 아버지는 어쩌면… 내가 논벼 《ㄱ―1호》를 다시 맡는다면, 그것은 곧 가정의 희생을 의미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남편을 위하여 가정을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연구소를 나섰으나 나는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였다. 그러자 남편의 처사가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줄곧 안타까움에 모대기던 나는 인민반장을 찾아갔다. 그에게라도 남편에 대한 원망을 실컷 토설하고싶었다. 《어서 들어오세요.》 나는 반장의 손에 이끌리여 방안에 들어가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나의 어두운 낯빛을 유심히 살피며 반장이 물었다. 나는 그간의 있었던 일들을 숨김없이 다 이야기하였다. 반장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가로 다가갔다. 그의 눈길이 멀리 남쪽하늘가를 오래도록 바라보고있었다. 《난 현이 아버지를 병사시절부터 잘 알고있어요. 현이 엄마, 현이 아버지는 그렇게밖에는 달리 살수 없는 사람이예요.》 《…》 《우리 주인과 현이 아버지가 전투에서 부상당하지 않았으면 그들은 영원히 초소를 떠나지 않았을것이예요.》 《…》 《적들과 코를 맞대고있는 최전연의 병사들이 무엇을 생각하고있는지 아세요. 찬눈비를 맞으시며 자기들의 초소에 찾아오시였던 경애하는 장군님만을 생각하고있어요. 그래서 낮에도 밤에도 눈이 오고 찬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우리 장군님의 안녕만을 바라며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치는거예요. 그 나날에 우리 병사들이 맞고있는 눈비를 합치면 아마도 큰 산을 이룰거예요. 우리의 병사들은 그 시절을 잊지 못해요.》 《…》 《언제인가 현이 아버지는 우리 집에 왔을 때 오성산의 눈비를 맞으며 근무를 서며 한밤을 지새우던 나날을 추억하였어요. 그때의 그 시절로 한생을 살고싶다고 하였어요.》 《…》 《나는 늘 우리 주인이나 현이 아버지의 마음을 따르고싶은 심정이예요.》 나는 눈길을 떨구었다. 그 순간 나는 한 가정을 위해 살려는 나의 리기심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랬다. 내가 가정보다 조국의 재부를 먼저 생각하였더라면 논벼 《ㄱ―1호》의 연구를 서슴없이 포기하지 않았을것이다. 나는 남편이 늘《벼꽃》이라고 다정히 불러주던 목소리가 그리웠다. 《벼꽃》! 나의 《벼꽃》. 비록 순간에 피였다 스러져도 자기를 바쳐 가장 값있는 열매를 맺는 《벼꽃》. 남편은 내가 조국에 향기를 주는 《벼꽃》이 되기를 바랐던것이다.… 나는 이튿날 남편이 있고 나의 벼모들이 기다리는 연구지로 떠나려고 집을 나섰다. 배웅나온 반장이 렬차에 오르는 나에게 보약단지와 우산을 주었다. 《꼭 현이 아버지에게 대접해요. 그리고 비가 오면 이 우산을 쓰라구. 부탁이야.》 그 순간 나는 우리 집 벽장에 걸려있는 남편의 우산을 생각했다. 남편은 언제나 오성산에서 맞던 눈비를 생각하였을것이다. 그래서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연구사업부터 먼저 생각하며 잊고다니였다. 나도 그이의 뒤를 따라 눈이 온다고, 비가 내린다고 우산밑으로 찾아들어가지 않고 굳세게 걸어가리라 마음먹었다. 렬차가 떠나자 반장은 손을 흔들어주었다. 나도 손을 흔들고싶었으나 그린듯이 서서 반장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았다. (반장어머니 그리고 인민반의 여러분, 저를 믿어주세요. 꼭 성공을 믿어주세요.) 나는 이렇게 포기하였던 연구과제를 다시 하게 되였다.… 남편은 그 다음날 자기의 연구지로 떠나갔다.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러나 웃으며 남편을 바래웠다. 남편은 나에게 당부했다. 《비가 오면 꼭 우산을 쓰오.》 《비도 눈도 맞아보아야 큰댔어요.》 《허참, 그건 무슨 소리요.》 《됐어요. 제 걱정은 마시고 꼭 건강을 돌보세요. 그리고…》 나는 다음 말을 삼켰다. 자꾸 약해지는 마음을 어쩔수 없었다. 역시 나는 안해이고 어머니인것이다. 남편은 이윽히 나를 지켜보았다. 《걱정마오. 나는 절대로 쓰러지지 않소.》 《알아요.》 《꼭 우산을 쓰오.》 나는 말없이 머리를 끄덕이였다. 한 가정의 행복만을 위해 우산을 펼치고싶어하던 나에게 조국의 재부를 위해 우산을 활짝 펼치자고 부탁하는 그 목소리를 나는 심장속에 깊이 간직하였다. 이튿날 연구소에서 전화가 왔다. 새 품종의 콩을 성공하여 국가에 막대한 리익을 준 남편에게 당에서는 감사를 보내주었으며 건강을 위해 귀중한 보약들을 안겨주었다는것이다. 나는 연구포전의 나의 벼모들앞에서 눈물을 쏟았다. 끝없이 솟구치는 눈물을 어쩔수 없었다. 《조국이 귀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고싶소.》 이것은 남편의 마음속 고백이였다. 그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를 나는 지금 페부로 느끼고있다. 그렇다. 조국을 위해 바치는 삶은 언제나 행복하고 영원한것이다. 나는 나의 한생을 벼꽃과 함께 살것을 마음먹었다. 우리부부는 그 길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지어 목숨까지 바쳐야 해도 주저없이, 후회없이 그 길을 떳떳이 갈것이다. 그 길에서 조국의 과학자로서의 나의 삶은 《벼꽃》으로 피여있을것이다. 남편은 나에게 다정히 속삭이였다. 《연구가 성공하는 날 꽃보라속에 우리 가족사진을 찍기요.》 나는 기쁜 마음으로 그날을 마중하자고 굳게 약속하였다. 남편은 한가지 약속을 더 하였다. 《우리 둘이서 한장 더 찍기요.》 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머리를 끄덕이였다. 나는 행복속에 그날을 그려보았다. 멀지 않아 연구가 성공하는 날 독자들은 우리 가정에 진심으로 아름다운 축하의 꽃보라를 아낌없이 뿌려주리라고 믿는다. 우리는 그 꽃보라를 조국이 우리 가정에 주는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귀중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랑을 알기에는 나의 생각이 너무도 모자랐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나의 연구가 성공하였을 때 우리 과학자부부를 온 나라가 다 알도록 해주시였다. 그리고 우리부부는 박사가 되였다. 박사증을 가슴에 품고 행복의 절정에 나란히 서있는 우리부부! 우리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아시는 연구사부부였다.… 벼꽃은 잠간 피였다 진다. 그래서 벼꽃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남아있지 않는다. 그러나 벼꽃이 마련한 구수한 낟알향기는 누구나 기쁨속에 소중히 안아본다. 벼꽃이 풍기는 향기! 자기를 바쳐 그토록 귀중한 향기를 풍기는 벼꽃! 그 꽃을 나는 언제나 안고 살것이다. (강원도 원산시 명석동사무소 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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