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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98(2009)년 제1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단편소설
리 순 호
일터로 나갔던 아들이 방안에 들어섰다. 책상을 마주하고 앉아 새로 나온 염소기르기에 대한 책을 읽고있던 나는 안경너머로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군대에서 제대된지 2년… 그동안 농장원으로 일하면서 농사물계를 터득하느라 무던히도 애써온 아들이였다. 《왜… 무슨 일이 있었냐?》 나는 방안에 들어서서도 그냥 선채로 쭈밋거리고있는 아들에게 물었다. 《저… 아버지! 방금… 분조장으로 임명받았어요.》 《분조장으로 말이냐?!… 음…》 나는 놀라운 눈길로 아들의 모습을 이윽토록 지켜보았다. 《제대된지 두해밖에 안된 너를 분조장으로 임명하다니?!…》 《그런데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 두려운 생각만 앞서는게…》 아들이 내곁으로 다가와 앉으며 하는 말이였다. 《음… 누구나 처음에 일을 맡으면 그럴수 있지.》 나는 한동안 여러모로 생각하다가 30여년전에 내가 처음으로 농장 가금분조 분조장으로 일을 시작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1
제대될 때까지만 해도 땅크병이였던 내가 농장가금분조 분조장이 되리라고야 어찌 꿈엔들 생각했으랴.… 뜨락또르운전수가 되던가 아니면 구수한 낟알향기 넘쳐나는 전야에 깊이 뿌리내린 한다하는 농장원이 되리라 결심했을뿐이였다. 그런데… 제대된지 1년이 좀 넘은 내가 가금분조 분조장으로 임명되였다. 닭이나 오리, 게사니 같은 가금류를 길러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걱정이 산같았다. 해보았대야 군대에서 사관장을 할 때 잠간 해본 경험이 전부였던것이다. 나는 정미공장뒤에 새로 번듯하게 지은 가금사앞에 한동안 망연히 서있었다. 울타리저쪽에서는 닭들이 꼬댁꼬댁 고함을 지르고 다른쪽에서는 게사니들이 꽤악꽤악 승악을 부리는가 하면 오리들도 질세라 박박거리며 분주스럽게 돌아치는 곳, 이곳이 정녕 나의 일터로 되였단말인가.… 가금분조성원들은 부지런히 제 할일을 하고있었다. 40대의 닭관리공아주머니와 쉰살쯤 나보이는 오리관리공, 축산전문학교를 나왔다는 처녀오리관리공과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클듯싶은 게사니관리공… 이 사람들이 우리 가금분조성원들이다. 나는 이들과 함께 고기며 알을 생산하여 탁아소와 유치원 그리고 농장원세대들에 공급해야 하는것이다. 꽤 해낼수 있을가? 《거긴 누구요?… 아니, 명현…》 나를 띄여본 오리관리공이 놀라며 하는 말이다. 그 오리관리공이 농장적으로 소문난 《심노죽》임을 나는 아직 모르고있었다. 《여기 분조장으로 일하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럼 거기가… 우리 분조장으로 왔구만. 이보라구. 〈게사니〉,〈닭〉, 우리 분조장이 왔어. 빨리 나오라구요. 언제부터 온다온다 하더니…》 심창실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제먼저 분주탕을 피우며 관리공모두를 《몰아》내왔다.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나를 보며 모여온 가금분조성원들을 보자 갑자기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심창실아주머니가 제꺽 튕겨주었다. 《아유 참, 〈부임인사〉라는게 있잖수. 끌끌한 제대군인이 우리 분조장으로 왔으니 얼음에 박밀듯 가금사일이 쭉쭉 풀릴것 같수다. 하하…》 크게 떠들며 웃는 심창실이였다. 《우리 분조장이 꽤나 말이 없는 사람인 모양이지요?》 심창실을 내려다보며 속살거리는 게사니관리공의 탁성이 게사니우는 소리처럼 크게 들려와 하마트면 나의 웃음집을 흔들어놓을번 했다. 나는 정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전 아직 가금에 대해 잘 모릅니다. 많이 배워주십시오.》 《아 그렇잖으믄요. 서로 배워주구 배우면서 하는게지요. 그렇잖아? 봉옥아.》 남자들처럼 하하 웃는 심창실이였다. 나의 《부임인사》는 이렇게 끝났다. 이제부터는 새 일과가 시작된다. 아침모이를 먹이고나자 관리공들은 방목을 떠났다. 게사니는 산으로, 오리는 들로… 봉옥이와 함께 오리를 몰고나가던 심창실이가 《이보라구, 분조장!》하고 부르며 내곁으로 다가왔다. 《뭐니뭐니해두 먹이가 기본이라니까. 분조장은 항상 먹이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우. 먹이만 보장된다면야 오리를 만마리래도 기를수 있지.》 물론 알고있는 문제이다. 우선 먹이풀밭조성부터 해야 한다. 그전에 있던 먹이풀밭자리에 양어장이 크게 확장되다나니 아직 먹이풀밭이 적었다. 봄절기가 코앞인지라 서둘러야 했다. 《꽤악―》 갑자기 울리는 게사니 고함소리에 나는 펀뜻 정신을 차렸다. 덩지가 큰 수게사니 한놈이 앞에 서있는 내가 맞갖지 않은듯 올곧잖게 올려다보더니 별안간 기다란 모가지를 바싹 낮추며 《전투태세》를 취한다. 그뒤론 몸집이 좀 작고 모가지도 짧은듯싶은 세마리의 암게사니가 뚱기적뚱기적 걸어들어온다. 아마도 알낳으러 들어오는 모양이다. 수게사니는 그 암게사니들을 《호위》하며 알낳이장에까지 《모셔》다주는 임무를 수행하는것이였다. 《캬악―》 《아야, 이건 뭐야?》 불시에 달려든 수게사니가 다리를 물어뜯는통에 나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게사니한테 물린 자리가 얼얼해났다. 《호호호…》 뒤미처 나타난 게사니관리공 권명숙이 죽겠다고 배를 그러쥐고 웃어댔다. 《이것들이 새로 온 분조장도 몰라보는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나도 따라웃으며 아직도 얼얼한 다리를 문질렀다. 내앞을 지나 위풍당당히 알낳이장으로 들어가는 게사니들을 바라보았다. 이때 《명현동무!》하고 부르며 축산부원 황세철이 나타났다. 60나이가 다 됐는데도 나이에 비해 퍽 젊어보이는 축산부원이였다. 《어떻소? 꽤 해낼것 같소?》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몸만 궁싯거렸다. 《들어가보기요.》 그와 함께 나는 가금사를 돌아보았다. 닭, 게사니, 오리사며 먹이칸, 부엌, 창고… 《관리위원회에서는 리주민들의 식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우리 가금분조를 중요한 고리의 하나로 보고있소. 그만큼 동무의 임무가 중요하오. 여긴 알깨우기실이지?》 자그마한 방에 들어서며 하는 축산부원의 말이다. 그제서야 나는 그 방이 알깨우기실임을 알았다. 아직은 아무런 설비도 없는 곳이였다. 《동무가 선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알깨우기요. 농사에서 모가 기본이듯이 여기서도 같애. 씨붙임을 잘해야 싹트기가 잘 되는것처럼 알깨우기를 잘해야 많은 가금을 받아낼수 있거던. 처음 해보는 일이니 힘은 들겠지만 정을 붙이고 일해보자구.》 《정을 붙이라구요?》 나는 입속으로 외워보았다. 물론 맡은 임무이니 무조건 해내야 한다. 그렇지만 자기 일터에 정을 붙이고싶다고 해서 정을 붙이게 되는것은 아닌것이다. 문득 땅크의 거쿨진 모습이 떠올랐다. 운전대만 척 쥐고앉으면 마음이 아늑해지고 거친 산악을 톺으며 터뜨리는 뢰성에 더운 피를 끓게 해주던 나의 땅크였다. 그 땅크처럼 일터에 정을 붙일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과연 그렇게 될수 있을가?…
2
황세철부원이 돌아간 다음 나는 가금사를 나섰다. 비경지면적을 찾아보려는 심산에서였다. 이른 봄인지라 양지쪽에서는 새풀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패름이 도는 앞내가의 얼음도 한결 얇아졌다. 살살 스치는 바람에도 제법 훈훈한 기운이 서린듯 싶었다. 양어장쪽으로 향하던 나는 누군가 쿵당쿵당 뛰여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심창실이 땀에 떠서 달려오고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놀라와하자 심창실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하하하… 이 심창실이는 노상 뛔댕기는 사람이야. 일이 바쁜데 언제 걸어다닐새가 있어야지.》 그러고보니 그는 잠시도 서있지 못하는 성미다. 몇해전에 뜨락또르에서 내리자 걸어다니는게 성차지 않아하는 운전수의 타성에서부터 오는 습벽은 아닌지. 어쨌든 늘 뛰여다닌다. 헌데 사람들은 심창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 다 알고 혼자 일을 다 하는것처럼 떠들고다닌다는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수다스러움을 그가 관리하는 오리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보라구, 분조장! 나 얼른 시장에 갔다올려구 그래. 오전중으로 갔다온다니까. 하하…》 심창실에게는 웃음으로써 모든것을 대치하는 《특기》가 있는것 같았다. 《작업시간에 시장에 가다니요?》 내가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전에 벌써 그는 저쯤 뛰여가고있었다. 알을 낳은 게사니들을 몰고나오던 권명숙이 입을 비쭉거렸다. 《명화 어머닌 언제 봐야 저런다니까. 제 리속때문에 뛔댕기면서두 마치 오리때문에 바쁜것처럼.》 정말 그런 사람일가? 아직은 알수가 없다.… 저녁때가 되자 방목나갔던 오리, 게사니들이 모두 돌아왔다. 관리공들은 저녁모이를 주느라 바삐 돌아쳤다. 닭관리공이 작년 가을 메뚜기잡이를 많이 한 모양 아직도 떨구지 않고 알낳이닭들에게 그것을 먹이는것이 보였다. 그 메뚜기를 탐냈다가 퉁을 맞았는지 심창실의 나무람비낀 목청이 울렸다. 《아니 〈닭〉은 뭘 그다지 그러나. 우리 박박이들두 알을 많이 내자는건데. 한지붕아래서 살면서 울타리가 다르다구 제것만 제것이라믄 못써.》 아예 대꾸를 않는 닭관리공이였다. 그래도 심창실의 사설은 그치지 않았다. 《봉옥이하구 난 하루종일 오리꽁무니를 따라다니느라 다리맥이 다 빠져서 잠자리에 오줌 눌 형편이야.》 《아이참, 명화 어머닌 왜 자꾸 날 거들면서 그래요?》 눈이 좀 작은편이기는 하지만 목이 희고 상큼한 봉옥은 갸름한 얼굴이 딸기빛이 되여 심창실의 덜퍽진 잔등을 쾅쾅 두들겨댔다. 심창실은 젊었을 때에는 어지간히 매력이 있었을 류달리 검고 큰 눈에 웃음을 함뿍 띄우고 사랑스레 봉옥을 돌아보았다. 《너야 우리 가금사에 하나밖에 없는 채송화가 아니냐. 채송화는 뭐 아침에만 핀다믄? 우린 이젠 다 시든 호박꽃이야. 하하…》 하루일이 끝나자 나는 첫 작업총화를 지었다. 축산부원은 처음부터 단단히 그러쥐여야 드살이 센 관리공들을 다룰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첫 총화때부터 결함들을 꼬집고싶지 않아서 래일 할 일에 대해서만 강조했다. 총화를 마치려는데 불쑥 권명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말이 있어요.》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나도 그리 작은 키는 아닌데 거인처럼 올려다보게 되는 그를 대하니 아침에 마주섰던 수게사니가 련상되여 은연중 입가에 웃음이 그려졌다. 《명화 어머니가 오늘 작업시간에 10리나 넘는 시장을 다녀왔는데 왜 그냥 넘겨요?》 일은 난처하게 번져졌다. 휘발유같은 성미인 심창실이 불꽃이 튀기 바쁘게 확 불이 당긴것이였다. 《그래, 비판을 받자, 비판을 받자꾸나. 그래야 〈게사니〉 네가 씨원한게지.》 《저…》하고 말참녜하려는 봉옥을 쇠가마뚜껑같은 손으로 꾹 눌러놓는 심창실이였다. 《비판받을건 비판받아야 돼. 이보라구요, 분조장. 사정 보지 말구 두들겨팰건 두들겨패라구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왜 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유있는 웃음이 크게 번질번 한 《분쟁의 불》을 대번에 꺼버렸다. 심창실은 앉았지만 권명숙은 그냥 서있었다. 《한가지 또 있어요. 래일부터 한사람씩 떼서 먹이풀밭을 조성하자고 했는데 난 그렇게는 못해요. 보일락말락한 새풀을 찾아서 온 산판에 게사니가 널리는데 사람이 없이 어떻게… 계산할수 없이 많이 먹어서 게사니라고 부른다지 않아요.》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아침의 그 수게사니가 돌이켜지자 속이 와짝 끓어올랐다. 물론 그의 말이 옳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 주장을 내세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은 개운해지지 않았다. 토방에 앉아 얼마간 마음을 진정시킨 후 나는 방안으로 들어와 아래목의 이불을 제꼈다. 자그마한 함이 나졌다. 알깨우기통이였다. 우선 알깨우기부터 실험적으로 해보려고 점심참에 만든것이였다. 그안에는 수십알의 닭알이 들어있다. 하긴 천리길도 첫걸음부터 시작되는것이 아닌가. 해볼판이지. 나는 밖에 나섰다. 찬 밤바람이 끼얹어졌으나 추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가금사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낮에는 그렇게도 분주하던 곳이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따금 박, 끄억―하는 오리, 게사니의 《잠꼬대》소리만이 들릴뿐이였다. 심창실아주머니가 말했듯이 한지붕아래지만 서로의 성격을 맞추어내지 못하는 분조원들이다. 하지만 오리관리공들은 어지간히 맞추는듯싶다. 가만 보니 봉옥이가 심창실을 못내 존경하는것같다. 그런 관계로 되여야 할텐데. 서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옳아, 그렇게 되여야 해. 그래야 모든 문제가 풀릴수 있다. 정말로 얼음우에 박밀듯이… 어느새 떠오른 반달이 주위를 훤히 밝히고있었다.
3
나는 알깨우기실이 불결한 상태여서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이제는 게사니알깨우기를 시작해야 할텐데 방도가 서지 않았다. 가금공장들에서 새끼오리나 새끼게사니를 받아다가 소극적으로 가금사양을 해오던 그전의 낡고 안일한 사업태도를 마스고 통이 크게 일판을 벌리려면 결정적으로 알깨우기를 우리 손으로 해야 했다. 그래서 게사니관리공네 집에서 게사니알을 깨우라고 맡겼는데 뜻밖에도 봉옥이가 반박해나서는것이였다. 《분조장동무, 알깨우기를 아무한테나 맡겨도 될가요?》 관리공들을 퇴근시킨 후 미진된 구석이 없는가 하여 가금사를 한바퀴 돌아보던 나는 그때까지도 들어가지 않고 기다리다가 조심히 내비치는 그의 물음에 어안이 벙벙해서 멈춰섰다. 《알깨우기는 온습도보장이 기본인데… 1℃차이가 얼마나 큰지 몰라요.》 나도 알고있는 문제이다. 그렇다고 우물쭈물하며 바재이기만 할수는 없었다. 대담하게 내밀어야 했다. 《게사니관리공을 믿어야지요.》 나는 봉옥이가 실정을 뻔히 알면서도 톡톡거리는것 같아 심사가 꼬여났다. 《알깨우기는 책임성이 높아야 하는데…》 호― 숨을 내긋는 봉옥이였다. 나의 기분을 눈치챈것 같았으나 그는 자기가 하고싶은 말을 다 하고야말았다. 《알깨우기일지를 써야 해요. 시간당 알의 온습도를 측정해서 기록해야 하거던요.》 《요구해야지.》 퉁명스러운 나의 대답이였다. 사실 그의 말에는 그른데가 없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봉옥을 데면스럽게 대해주었을가? 심창실아주머니랑 권명숙이 분조장이 잘다고 뒤욕을 한다고 한다. 참견을 안해도 오리, 게사니관리를 잘할수 있는데 잔소리가 많다는것이다. 헛참, 날더러 잘다니… 땅크를 다룬 날더러 말이다. 땅크처럼 윽윽 내밀지 못하는것이 속상하기만 하다. 일지를 쓰라고 하면 또 잔소리를 한다고 할테지. 그래도 요구해야 해. 뒤욕이 두려워 요구성을 늦출순 없어.… 그날도 나는 비경지를 찾아 먹이풀밭을 만드느라 혼자 비지땀을 흘리고있었다. 관리공들이 저마다 제 주장을 고집하니 사람을 떼기가 힘들었다. 땅크의 운전대를 쥐고 험한 산악을 치달으던 나로서는 좀처럼 정붙이기 힘든 곳이였다. 생명체를 다루는 일이다나니 머리속에서는 항상 근심이 떠나지 않는다. 게사니알깨우기가 제대로 되여야 할텐데.… 저녁녘인지라 날씨는 꽤나 쌀쌀했다. 부지런히 삽질을 해대던 나는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심창실이 달려오며 소리치고있었다. 《이보라구, 분조장― 큰일났네―》 나는 피씩 웃었다. 도무지 분주하지 않은 때란 없는 그다. 저런 심창실을 두고 누가 50을 넘긴 사람이라 생각하랴. 《아 큰일이 났다는데…》 가까이에 다가온 그는 단김을 훅훅 내뿜으며 두팔을 내저었다. 그의 거동을 봐선 진짜로 큰일이 난것 같다. 《아니, 왜 그래요? 무슨 일인가요?》 나는 다우쳐물었다. 《글쎄 오리 한마리가… 양어장에 들어갔는데… 죽을것 같네.》 《죽다니요?》 《살얼음장이 자꾸 깨져서 나오질 못하구… 맥이 다 빠져서…》 선뜩 가슴이 얼어붙는다. 그러니 정말로 큰일이 난것이였다. 살얼음을 헤치느라 맥을 뽑을대로 뽑은 오리가 사방 조여드는 얼음에 몰리워 양어장 한가운데서 꼼짝 못하고있는양이 선히 보이는것 같았다. 양어장의 물이 가슴은 넘을텐데 야단이 아닐수 없었다. 삽을 내동댕이친 나는 정신없이 양어장으로 달려갔다. 목에서 겨불내가 나도록 뛰였다. 양어장에 다달으니… 없었다. 벌써 얼음은 온 양어장을 뒤덮었는데 응당 그 가운데서 옴짝 못하고있어야 할 오리가 보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가? 나는 가금사로 달려들어갔다. 먹이통안의 먹이를 먹느라 헤덤비던 오리들이 기겁을 하며 달아나고 저쪽 울타리의 게사니들이 무슨 일이냐는듯 와짝 떠들며 고함지른다. 나는 마당을 휘둘러보았다. 대체 봉옥이는 어딜 갔어? 제잡담 부엌문을 잡아당겼다. 안으로 걸렸다. 이건 또 뭐야? 힘껏 당겼다. 《열지 말아요.》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벌컥 문이 열렸다. 다음순간 나는 망두석처럼 굳어지고말았다. 부뚜막에 널어놓은 아직 물이 뚝뚝 흐르는 처녀의 젖은 옷을 띄여본것이였다. 황황히 문을 닫았다. 낯이 확 달아올라 견딜수가 없었다. 황황히 돌아서 마당을 나선 나는 양어장뚝우에 가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벌렁 드러누웠다. 차츰 마음이 안정되는것 같았다. 나는 서쪽하늘가에 떠오르는 락조를 보았다. 제방뚝밑으로 사라진 해빛의 잔광에 붉게 물들여진 저녁노을이 땅우에도 선홍빛 꽃수를 놓고있었다. 쪽빛으로 드리워진 하늘가아래 덩실하니 들어앉은 리문화회관이며 동겸산기슭에 즐비하게 늘어선 문화주택들도 노을빛에 싸여 마치 아름다운 꽃송이들로 피여난듯싶었다. 나는 허거프게 웃었다. 일어나 앉았다. 이게 무슨 실수람, 이제부턴 봉옥을 어떻게 마주 대한담. 맹랑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화끈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손바닥으로 내리쓸었다. 놀라왔다. 봉옥이가 그런 처녀였던가. 주저없이 살얼음낀 깊은 물속에 뛰여들어 오리를 구원하는 그런 훌륭한 처녀였더란 말인가? 언젠가 심창실아주머니가 봉옥을 두고 채송화라고 하더니 참. 채송화! 채송화는 뿌리가 끊기운대도 다시 억세게 일어나 향기론 꽃을 피운다지. 비록 키낮아 홰불모양의 불꽃이나 다리아처럼 대번에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는 못해도 얼마나 아름다운 꽃인가. 그런 처녀를 여직 모르고있다니. 후― 더운숨을 내뿜었다. 눈을 꾹 감았다. 봉옥이가 날 어떻게 생각할가? 어떻게 대해줄가? 다음날 봉옥은 출근하지 않았다. 리해는 되면서도 서운했다. 속이 허우룩해남을 어쩔수 없었다. 온 하루 손에 일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알고보니 독감에 걸렸다는것이였다. 3일째 되는 날 나는 봉옥이네 집으로 향했다. 병문안을 하려는것이였다. 봉옥이네 집이 가까와올수록 속이 두근거려 견딜수가 없었다. 만나면 뭐라고 할가? 무례한이라고 욕할테지. 아예 상대조차 안하려 할수 있어. 그래도 만나야 해. 나는 가슴을 쭉 펴고 대문을 열었다. 봉옥을 찾으며 마당으로 들어섰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던 봉옥이가 《어마나!》하고 얼른 숨어버린다. 맥이 탁 풀렸다. 안에서 울리는 목소리. 《잠간만 기다리세요.》 약간의 시간이 흘러서야 방문을 열어주는 봉옥이였다. 《미안해요.》그러고보니 이부자리를 치우고 옷을 입느라 지체시켰던 모양이였다. 속이 훈훈해남을 느끼며 방으로 들어섰다. 걷어올렸던 팔소매를 꼼꼼히 내리우며 아래목을 권하는 봉옥이였다. 나는 발갛게 상기된 처녀를 흘끔 쳐다보았다. 《앓는다더니 좀 어떻소?》 《아이, 이젠 다 나았어요.》 몹시 수집어하는 봉옥이였다. 내앞에 무슨 종이인가를 내놓았다. 《저… 어제 동성에 있는 우리 외삼촌한테 가서 떠온 알깨우기통도면이예요. 2중벽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솜이나 벼겨를 다져넣으면 알깨우기실의 온도조건이 좀 불비하다고 해도 능히 알깨우기를 정상화할수 있다더군요.》 도면을 들여다보는 나의 가슴은 저도 모르게 뭉클해졌다. 걸린 문제를 풀기 위해 앓는 몸으로 왕복 수십리길을 다녀온 그였다. 그런걸 난… 《저… 전번에 명화 어머니가 시장에 간건 영양이 나쁜 엄지오리한테 돼지비게를 사먹이려고 그랬던거예요. 명화 어머닌 좋은 어머니예요.》 속이 또다시 뭉클 젖어든다. 고마운 눈길로 봉옥을 쳐다보았다. 천천히 도면을 접었다. 이런 때 조기천의 《휘파람》시의 구절이 떠오르는것은 무엇때문일가? … 보고는 다시나 못 볼듯 가슴속엔 불이 붙소 보고도 또 보고싶으니 참 이 일을 어찌하오 … 4
《분조장동무, 알깨우기통안의 온도가 왜 오르지 않을가요? 이상해요.》 알깨우기실에서 오리알들을 살펴보고있던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권명숙을 돌아보았다. 《온도가 오르지 않다니요?》 게사니알을 넣은지 20일이 훨씬 넘었으니 알자체의 열로 온도가 부쩍 오를 때이다. 그런데… 나는 권명숙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갔다. 방안에 들어서니 더운 열기가 확 끼얹어졌다. 숨이 꺽 막혔다. 마치 한증탕같았다. 탁, 탁… 부엌에서는 장작불 튀는 소리가 들려왔다. 온도가 오르지 않으니 냅다 달구어대는 모양이였다. 이 정도면 방안온도가 너무 높은데… 왜선지 속이 덜컥했다. 급히 알깨우기통의 뚜껑을 열었다. 온도계를 보니 36℃를 조금 넘어서고있었다. 이상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일지를 좀 보자요.》 내가 요구하자 권명숙은 몸둘바를 몰라했다. 《어쩌나, 며칠 쓰다가 그만두었는데.》 나는 아연해서 권명숙을 쳐다보았다. 속이 부글부글 괴여올랐다. 일이 바쁘다고 자주 와보지 못한것이 후회되였다. 나는 게사니알들을 꺼내 통뚜껑우에 놓고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별안간 알속에서 꽝! 하고 요란한 《폭발》이 일어났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파편처럼 사방으로 휘뿌려졌다. 《이크!》나는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고 권명숙은 《어마!》하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방안에 꽉 서리는 악취로 하여 내장이 벌컥 뒤집히는것 같았다. 썩은 게사니알속에 가스가 차다못해 《폭발》한것이였다. 권명숙의 얼굴이며 나의 옷에도 온통 썩은 게사니알의 잔해가 묻어있었다. 응당한 세례였다. 나는 앞이 새까매졌다. 게사니알깨우기가 이렇게 녹아나다니. 권명숙이도 입술이 파래서 바들바들 떨었다. 《책임적으로 봤는데… 한주일전에 피곤해서 깜박 잠들었다가 몇시간만에 본적이 있는데 그때… 40℃밖에 안 올랐길래 일없는가 했더니…》 나는 횡설수설하는 그를 망연히 쳐다보았다. 검열해보니 80%의 알은 그때 눈감고 삶은것이고 나머지는 오늘 눈뜨고 삶아죽인것이였다. 너무나도 기가 막힌 현실앞에서는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밖으로 나왔다. 태양은 엷은 구름장들속에서 간신히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있었다. 꺼겅― 동겸산쪽에서 장끼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터벌터벌 걸음을 옮겼다. 가금사에 다달으니 봉옥이가 기다리고있었다. 《오리알들이 자꾸 시퍼렇게 변해요.》 소랭이에 담은 변해버린 알들을 보여주는 봉옥이였다. 나는 멍청히 내려다보았다. 오리알은 왜 또 자꾸 이 모양으로 되는것인지 알수 없었다. 이러다간 오리알까지도 몽땅… 가슴이 섬찍해진다. 안타까왔다. 나때문에 가금사의 한해《농사》가 망할것 같아 더럭 겁이 났다. 아무래도 난 재목이 못되는 모양이야. 이제라도 못하겠다고 제기해야 옳지 않을가? 《보라구요. 알깨우기란 헐치 않아요.》 언제 따라왔는지 소랭이안의 죽은 알들을 만져보던 권명숙이 흠칫 손을 움츠리며 하는 말이다. 좋지 않은 눈길로 돌아보던 봉옥이가 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산소부족현상이 아닐가요?》 《산소부족현상?》 나는 고개를 버쩍 들었다. 수백알이나 들어있는 알깨우기통, 꼭꼭 막아놓은 공기구멍, 방안의 온도가 낮다나니 알깨우기통에 이불까지 콱 덮어놓지 않았는가. 그럴수도 있다. 《방안온도를 부쩍 높이구 공기구멍들을 열어놓자구.》 《그러다가 나처럼 몽땅 삶지 않겠어요?》 《그래도 해야지요.》 손놓고 앉아있을수는 없었다. 이렇게 10여일이 지나갔다. 《우리 분조장이 꼭 알을 품은 어미닭 같구만.제바루 돼가나?》 이따금 호기심을 안고 들여다보는 심창실이였다. 《3일이면 까나올겁니다.》 나의 대답에 심창실은 희한해했고 권명숙은 고개를 기웃거렸다. 《까나오긴 꽤 까나올가? 난 밤낮없이 지켜앉았는데두 녹았는데.》 나는 빙그레 웃을뿐이였다. 그 대답은 내가 아니라 알에서 까나온 새끼오리들이 할것이다. 그날 밤. 나는 봉옥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닭기르기》책을 보고있었다. 근 한달째 낮에는 먹이풀밭에서 일하고 밤에는 까나올 알을 지키다나니 피곤이 무섭게 몰리였다. 나는 두눈을 부릅뜨고 글줄을 더듬었다. 고기생산용장수닭이며 알낳이명수 만수닭, 품기 좋아하는 토종닭, 토종닭이라… 마침 눈앞에 토종수닭 한놈이 나타났다. 울담밑의 오수구멍을 빠져나온것이였다. 아뿔사, 신수사나운 지렁이가 걸려들었구나. 꾸꾸꾸꾸… 지렁이를 쪼았다놓았다하며 암닭들을 부르는 수닭이다. 헌데 달려오는 암닭은 없다. 어떻게 된거야? 돌아보니 엉? 하하… 뿔이 한발이나 돋고 허연 수염까지 척 드리운 염소《할아버지》가 오수구멍을 빠져나오려는 암닭에게 뿔질을 해대지 않는가. 철이 없기란 참. 끄윽― 격분하여 경종을 울리는 수닭이다. 왜 그러느냐는듯 노랑눈으로 수닭을 피끗 돌아보고난 염소는 오수구멍으로 갸웃이 대가리를 내미는 암닭에게 다시금 뿔질을 해댄다. 질겁한 암닭의 꼬꼬댁소리가 울담저쪽에서 울린다. 순간 푸득 날아든 수닭이 염소《할아버지》의 코등을 호되게 쫏는다. 저런, 버릇없이. 깜짝 놀라 껑충 뛰여오르는 염소의 엉뎅이를 다시금 힘껏 쪼아준다. 그만에야 염소는 혼쌀이 나 줄행랑을 놓고 암닭들은 태연히 오수구멍을 빠져나온다. 하하하… 나는 배를 그러안고 웃어댔다. 재미있는 구경을 나혼자 한것이 아쉬워 주위를 둘러보는데 찬바람이 선뜩 날아들었다. 에이 추워, 눈을 번쩍 뜨니 문가에 봉옥이가 서있었다. 《무슨 일이예요? 왜 혼자 웃어요?》 놀라웁게 나를 바라보는 봉옥의 눈이 이때처럼 커보인적은 없다. 《내가 웃었나?》 《웃었어요. 숨넘어갈듯 괴상하게.》 《뭐?!》 (꿈을 꾸었구나.) 화들짝 놀란 나는 황황히 알깨우기통안의 온도부터 보았다. 42℃였다. 녹았구나. 눈앞으로 별찌들이 날아들었다. 막 머리칼을 쥐여뜯고싶을 지경이였다. 깜박 졸은것이 30분이나 경과한것이였다. 봉옥의 낯빛도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봉옥동무, 찬물!》 나는 알들을 몽땅 꺼내놓았다. 봉옥이답지 않게 철철 흘리며 떠온 바가지의 물을 입에 물었다가 달아오른 오리알들에 푸푸 뿌려주었다. 찬물보라가 끼얹어지자 웬일인지 알들이 흠칠흠칠 흔들리운다. 이건 또 무슨 현상이람. 그러니 알들이 죽지 않았다는 소리가 아닌가. 내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서는 견딜수가 없었다. 오리알 한개를 꺼내여 공기방쪽을 톡톡 깼다. 《어쩌자는거예요?》 질겁하는 봉옥이였지만 나는 깨진 껍데기를 조심히 뜯어냈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얇은 속까풀을 뒤집어쓴 알속의 새끼오리가 할딱할딱 숨을 쉬고있지 않는가. 《살았구나! 봉옥동무, 살았소!》 나는 눈물겹게 부르짖었다. 알들에는 다음날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새끼오리가 까나오는 날은 우리 가금사의 《명절》이였다. 황세철축산부원이 달려오고 관리공들이 알깨우기실 문앞을 떠날줄 몰랐다. 삐약 삐약… 알깨우기통속에서 울려나오는 가냘픈 생명의 울음소리는 일시에 사람들을 격동시켰다. 《명현동무, 해냈구만. 수고했소.》 나의 손을 꽉 잡아주는 황세철부원이였다. 어느사이 꺼냈는지 갓 까나온 새끼오리를 두손으로 받쳐들고 입맞춤을 한 심창실이 큰소리로 하하 웃어대고 봉옥은 노란 대가리를 들어보겠다고 애를 쓰는 그놈의 목에 앙증스러운 제비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박수가 터졌다. 그날 저녁 권명숙이 나를 잡아끌었다. 《우리 집으로 가자구요. 일이 있어 그래요.》 무슨 일인가 하여 따라가니 권명숙은 소박한 정성이 깃든 음식상을 챙겨놓고 농마국수까지 올려놓는것이였다. 《하 이거 오늘은 어찌된 일입니까?》 《호호… 성공을 축하해서 내가 성의를 좀 보인거예요.》 권명숙의 요란한 과찬에 낯이 간지러울 지경이였다. 《남들이 다 하는걸 우린 지금에야 시작이 아닙니까.》 《시작이 절반이라지 않아요.》 이러며 내앞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는 권명숙이였다. 《분조장, 그새 내 분조장이 눈에 안 차뵈서 갈구리를 걸었는데 리해해줘요.》 《갈구리가 어째서요. 그 갈구리에 고기풍년, 알풍년을 걸어봅시다.》 《내 그래서 우리 분조장이 좋다는거예요. 갈구리가 펴이면 권명숙이 아니지. 호호… 분조장이 시키는 일은 뭐나 다 하겠으니 날 믿어줘요.》 웃음끝에 묻어나오는 진심이다. 속이 짜르르해난다. 권명숙에게도 이런 다심한 구석이 있었던가. 인간이란 이래서 아름다운것일가. 향기없는 꽃이 없듯이 미덕이 없는 인간이란 없는것이다. 성격에 따라 그것이 다르게 나타날뿐이다. 권명숙에게는 제때에 자기를 깨달을줄 아는 좋은점이 있다. 이런 좋은점은 앞으로 아름다운 미덕을 낳기 마련이다. 나는 이것을 확신한다. 《어, 덥다.》 나의 말에 권명숙이 방문을 열자 싱그러운 풀향기와 향긋한 들꽃향기로 어우러진 그윽한 봄향기가 집안가득 흘러들었다. 좋은 저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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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공들은 이른새벽부터 저녁늦게까지 방목을 하느라 여가시간이 없이 지내야 했다. 때는 모내기철인지라 들에만 나가면 쑤셔먹을것이 있는 모양인지 새끼오리나 새끼게사니들은 제법 멱주머니를 볼록하게 채워가지고 들어오군 했다. 새끼마리수가 많아지고 벼모내기가 끝나감에 따라 방목지가 줄어드니 먹이문제가 긴장해졌다. 병아리나 새끼오리를 부쩍 추세우자면 물고기배합먹이가 필요한데 내가 반두나 글겡이로 잡아오는 얼마 안되는 미꾸라지로는 어방도 없었다. 《분조장, 걱정말라구요. 이 심창실이가 다 한다니까.》 방목을 떠나며 심창실은 이렇게 장담했지만 걱정하지 않을수 없는 일이였다. 나는 서해제방뚝너머 간석지판에 무진장한 갈게를 대용사료로 써볼 생각이 들었다. 곧 갈게잡이준비를 갖추었다. 결심은 천천히 해도 실천은 빠를수록 좋은것이다. 이때 마대배낭을 진 권명숙이도 따라서는것이였다. 《같이 나가자요. 저 혼자 잘난체 하는 명화 어머니를 봐선 이러고싶지 않은데… 어찌겠나요. 이 일도 우리 가금사일인데.》 《고맙습니다.》 나는 그와 함께 바다로 나갔다. 갓 물이 찐 감탕판에는 해바라기를 나온 갈게들이 한벌 깔렸다. 우리가 들어서자 갈게들이 일시에 구멍속으로 잦아들었는데 마치 온 간석지판이 흔들리는것 같았다. 《히야, 굉장하군요.》 《아유, 그러다 턱 떨어지겠어요.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구 날래 잡아넣어야 제것으로 돼요.》 우리는 밀물이 시작될 때까지 갈게잡이를 했다. 수확은 괜찮았다. 온몸이 감탕투성이가 된채 무거운 갈게마대배낭을 지고 들어오면서도 나는 코노래를 불렀다. 《자연먹이감이 이렇게 많은줄 미처 몰랐군요.》 그런데 가금사에 돌아오니 뜻밖의 일이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수백마리나 되는 새끼오리들이 갓 모를 낸 논판에 뛰여들어 뿌리를 쑤셔대는 바람에 적지 않은 면적의 포전이 녹아났다는것이였다. 물론 농장원들이 제때에 발견하고 다시 모를 내긴 했지만… 격분한 그곳 분조장이 농장관리위원회에 제기한것이다. 심창실은 낯이 꺼매서 앉아있었다. 늘 남자들처럼 호함지게 웃으며 헌걸차게 뛰여다니던 그가 김빠진 뽈모양이 되여 쭈그리고앉은 모양이 측은하기 그지없었다. 《어미오리방목을 나간 봉옥동문 아직 안 들어왔는가요?》 고개만 끄덕이는 심창실이였다. 《그런데 어쩌다 그렇게 됐는가요?》 《나도 일을 하자던노릇이 그만…》 《아니 명화 어머닌 혼자 일을 다하는것처럼 떠들어대더니만 왜 그런 일을 저질러요, 예? 이제 보라요. 모진놈 곁에 앉았다 앉은벼락 맞는다구 우리 분조장이 욕을 먹지 않나.》 권명숙이 꿱하는 탁성으로 열을 올리자 심창실이도 지려 하지 않았다. 《글쎄 나도 일하자다 그렇게 됐다질 않아. 〈게사니〉 네가 우리 새끼오릴 위해서 갈게잡이를 나갔다길래 나두 게사니풀을 좀 할가해서 딴눈팔다 그렇게 됐구나.》 그러고보니 심창실이만 나무람할 일이 못되였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었다. 방목지가 적어지는 조건에서 실리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다나니 서로 도와준다는 노릇이 오히려 일만 저질렀다. 그 일로 하여 관리위원회에 불리워가서 호된 추궁을 받았다. 관리공들은 맥살이 나서 일어설념을 못했다. 나는 속이 답답하여 견딜수 없었다. 마음의 울타리만 없앤다면 모든 일이 저절로 풀리리라던 나의 생각이 잘못된것이였던가. 아니다, 우린 아직도 너무 쉽게 일하려 하고있다. 먹이걱정을 하면서도 그 해결을 위해 밤을 팬적이 몇번이나 있었던가. 군사복무시절, 땅크와 함께 흘러온 그 나날들에 과연 내가 어떻게 살아왔던가. 아무래도 비긴장해졌어. 제대병사인 내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가 일을 쓰게 못했습니다. 먹이가 부족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아직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습니다. 원칙은 알곡먹이가 아니라 자연먹이를 기본으로 해서 고기와 알생산을 정상화하는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결심은 낮에는 방목을 하고 밤에는 갈게잡이전투를 벌리자는겁니다. 전투를 말입니다.》 나는 《전투》라는 말에 다시한번 그루를 박았다. 모두가 찬성이였다. 다만 심창실이가 《에그, 책임자는 나때메 추궁까지 받았는데두 밤낮 전투를 벌리자는군.》하고 혀를 찼을뿐이였다. 그날부터 그야말로 전투가 벌어졌다. 낮에는 방목을 하고 밤에는 홰불방망이를 추켜들고 갈게를 따라 발목까지 푹푹 빠져드는 감탕판을 내달렸다. 일은 힘들었지만 새끼오리들이 하루가 다르게 뭉실뭉실 커가는 재미에 피곤한줄 몰랐다. 사료칸에는 잘 말리운 갈게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은 아침부터 구질구질 비가 내렸다. 저녁때가 됐을 때도 멎을줄 몰랐다. 가금사에 모여앉은 관리공들은 나만 쳐다보고있었다. 이런 날에도 굳이 갈게잡이를 나가야 하나 하는 기색들이였다. 하긴 내가 이들을 너무 혹사시켰다. 하루밤쯤이야 못 쉬우랴. 점도록 비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이윽해서야 돌아섰다. 《오늘 밤은 그만둡시다. 모두들 지쳤을텐데 하루밤 푹 쉬십시오.》 그날 밤 나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눈을 감았다. 그러나 어째선지 잠들수가 없었다. 잠자리에만 들면 업어가도 모르게 곯아떨어지군 하던 나였다. 그런데 이밤엔 웬일인가. 시간이 흐를수록 정신이 새록새록 맑아지는것이 이상스러웠다. 눈앞에선 갈게판이 떠날줄 몰랐다. 잠들어보려고 애쓰던 나는 끝내 일어나앉았다. 하긴 내가 갈게잡이를 《전투》라고 명명했었지. 궂은날이라고 해서 전투를 피할수야 없지 않는가. 준비를 갖춘 나는 집을 나섰다. 어느 사이 비는 멎고 마을길로는 끈끈한 밤안개가 뭉글뭉글 굴러다니고있었다. 나는 봉옥을 데리고 나갈가하다가 그만두었다. 내색은 않지만 그도 어지간히 지쳤을것이다. 하루밤만이래도 쉬우자. 간석지판에 나오니 해무가 끼여 몇걸음앞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날이 흐려서인지 갈게도 그리많지 못했다. 그래도 부지런히 잡아넣느라니 차츰 짐이 무거워졌다. 작은 개고를 건너 여기저기 뛰여다니던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아차! 제방뚝이 어디던가? 가슴이 철렁해졌다. 선자리에서 한바퀴 빙 돌아보았으나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수가 없었다. 장벽처럼 막아선 해무로 하여 쉼없이 방향을 가리켜줄 등대불조차 보이지 않았다. 차츰 당황해났다. 무연한 감탕판인 여기서는 지형지물에 의한 방위판정조차 할수 없었다. 등골로 땀이 쭉 솟았다. 이제는 밀물시간이 거의 됐을텐데 야단이 아닐수 없었다. 동쪽이라고 짐작되는 곳을 향해 허둥지둥 내달렸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어푸러지며 뛰고 또 뛰였다. 걸핏하면 나딩굴었고 감탕판에 코를 박았다. 나이든 사람들의 말마따나 혼이 빠져서일가? 뛰고 또 뛰여도 서해제방뚝은 나지지 않았다. 방향을 잘못잡은것이 틀림없었다. 돌따서서 또 뛰였다. 귀살적게 막아서는 갈숲을 헤치다가 후닥닥 날아나는 새의 날음소리에 놀라 흠칫 멈춰서기도 했다. 그러던 나의 앞에 넓고 깊은 개고가 나타났다. 이건 또 뭐야? 이런 개고를 건는적은 없었는데. 바다로 더 깊숙이 들어온게 아냐? 차츰 해무는 걷히고있었으나 별은 보이지 않았고 방향은 묘연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홰불마저 죽어버렸다. 기름이 떨어진것이였다. 솨― 개고를 따라 밀물 들어오는 소리가 나의 정신을 앗아갔다. 아, 이제는 마지막이로구나. 남모르는 이런 곳에서 값없이 생을 마친다고 생각하니 억이 막혔다. 제대될 때 헤여진 중대동무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눈앞을 스쳤다. 사회에 나가서도 땅크병의 솜씨를 보여주라고 당부하던 그들이였다. 그래, 범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똑똑히 차리고있으면 죽지 않는다고 했는데, 무슨 수가 없을가? 밀물소리는 점점 더 높아지고있었다. 솨― …무우― …요오― 밀물소리와 다르게 가냘프게 토막토막 들려오는 류다른 소리였다. 정신을 가다듬었다. 《…요오―》 착각인가? 분명 사람소리같은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심장이 흠칠 요동침을 느꼈다. 뽀얀 해무의 장막을 뚫고 희미하게, 그야말로 간신히 비치여오는 솜털같은 불빛을 본것이였다. 온 정신을 집중하여 주시했다. 틀림없는 불빛이였다. 《…동무우―》이제는 거의 확정적으로 들려오는 부름소리. 아, 봉옥이구나! 《분… 조… 장… 이요… 어디… 있수?…》 저건 심창실아주머니 그리고 권명숙관리공이랑, 닭관리공의 목소리도 들린다. 대답하려 했으나 목이 꽉 잠겨 말이 나오지 않는다. 볼이 뜨끈해졌다. 불빛을 향해 내달렸다. 《저기 사람이 아니요?》 《분조장 같아요.》 《분조장동무!》 반기며 달려오는 우리 사람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불덩어리로 마구 목구멍을 지지는것 같았다. 가까이에 다달은 그들은 마치 죽은 사람을 살려내기라도 한듯 기뻐 어쩔줄 몰라했다. 펀뜻 정신이 든 심창실이 소리쳤다. 《언제 이러고있을새가 없어. 빨리 뚝으로.》 아닌게아니라 바다물은 벌써 발목을 넘어서고있었다. 우리는 아득히 바라보이는 희미한 불빛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보니 분조성원모두가 떨쳐나와 제방뚝우에서 방향을 잡아주고있는것이였다. 《빨리빨리, 서로 어깨를 결으라구.》 심창실의 《명령》이였다. 바다물은 사정없이 덮쳐들고있었다. 작은 개고에 들어서니 물이 가슴을 넘었다. 물살이 어찌나 빠른지 발이 허양 들리웠다. 하마트면 봉옥이가 그 물살에 밀리워 떠내려갈번 했다. 그러면 끝장이다. 나는 봉옥의 한손을 꽉 감아잡았다. 다른 손으로는 심창실의 어깨를 그러쥐고. 이렇게 악전고투하여 간신히 제방뚝에 올랐을 때 우리는 녹초가 되여 쓰러졌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급하면 갈게마대를 내던질게지.》 나의 어깨에서 갈게마대배낭을 벗겨내며 혼자소리처럼 이구동성으로 중얼거리는 분조원들이였다. 《분조장동무, 너무해요. 어쩌면 사람의 간을 그렇게까지 말리울수가 있나요, 네?》 눈물에 젖은 권명숙의 질책이 왜 이다지도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주는것일가? 《분조장동문 우릴 뭘로 아는거예요? 분조장동무의 그런 개인영웅주의가 무슨 필요가 있냐 말이예요. 우리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요? 그러다 잘못되기라도 하면 우린 흑…》 두손으로 얼굴을 싸쥔 봉옥이가 세차게 어깨를 들먹인다. 나는 불덩어리같은것을 꿀꺽 삼켰다. 《분조장, 날 욕하라구. 추궁까지 받은 분조장은 밤잠을 못 자고 감탕판을 헤매는데 추궁을 받게 만든 당사자인 이 심창실이는 나살이나 건사했다는게 잠이 오지 않아 눈을 머룩머룩 뜨고 속으로 바재면서두 냉큼 일어날념을 못했으니 망녕이 들어두 단단히 들었지. 봉옥이가 분조장네 집에 가보지 않았더라면 어찌될번 했나. 멍청이같은 우릴 데리러 왔으니망정이지… 흑!》 솨, 철썩! 비발이 휘뿌리워진다. 갈기를 추켜들고 사납게 달려들었다가는 제방뚝에 부딪쳐 부서지는 검푸른 바다물이 발밑에서 출렁거린다. 《제 혼자 문세가 환하구 제 혼자 일을 다하는것처럼 놀면서 화난만 빚어낸 이 심창실이를 콱 때려주게. 그래야 속이 시원할것 같네.》 나는 두눈을 슴벅거렸다. 가슴이 젖어들어 입을 열수가 없었다.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가. 얼마나 훌륭한 우리 사람들인가.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있는 나자신이 행복스럽게 생각되기는 처음이였다. 각이한 성격속에 불덩이같은 마음을 지닌 이런 사람들이 일하고있는 나의 일터가 이렇게 소중하게 생각되기는 처음이였다. 나는 심창실의 손을 꾹 잡았다. 《절 용서하십시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두볼로는 더운 눈물이 흐르고있었다.
6
《아이, 내가 늦었네.》하고 아침에 제일먼저 나타난 사람은 봉옥이였다. 손에는 과일나무모가 들려있었다. 오늘 가금사앞뜰에 과수나무 다섯그루를 심기로 약속했었다. 오리사양관리에 대한 책을 들여다보고있던 나는 고개를 들며 빙그레 웃었다. 《어마나, 멋있네.》 봉옥은 책상우에 놓여있는 내가 그린 곰이며 꿩 조각도안들을 띄여보자 탄성을 질렀다. 나는 동해의 몇백년 묵은 거부기며 달리기명수 산토끼도 모두 우리 가금사마당으로 《불러》올 심산이였다. 그리고 알깨우기며 병아리사양관리 등 모든 공정을 우리 가금사의 실정에 맞게 더욱 합리적으로 꾸릴 결심이였다. 우리 가금사를 더 멋있고 아름답게 꾸릴 공상이 나의 마음을 흥띄웠다. 《우리 가금사가 꽤나 조용하다. 누가 없나? 아이구 목이야, 머리우에걸 좀 내려놓자구 그래.》 마당에 들어서면서부터 아부재기를 치는 사람은 권명숙이다. 《이건 뭐예요?》 머리우의 임을 받아주며 묻는 봉옥이였다. 《가루분토지 뭐겠나.》 뒤따라 닭관리공이 들어서고 마지막으로 심창실이 뛰여왔다. 《오늘두 내가 제일 꼴찌구만.》 이러며 들고온 술통을 내려놓는 심창실이였다. 《이건 술이 아니예요?》 봉옥이가 놀라와하자 하하 웃는 심창실이였다. 《나무를 심을 때 술 한병씩만 부어주면 모살이가 잘돼.》 그들은 내가 그려놓은 조각도안들을 보자 연송 감탄하며 북적 떠들었다. 《이거 우리 가금사가 굉장히 희한해지겠다.》 《우리도 세상에 소문내보자요.》 《우리 가금사는 차차 별세상이 돼가는데 내 머리카락 희여지는게 아쉽다.》 심창실이 이러며 흰 머리카락이 다문다문 섞인 머리를 우습강스럽게 쓸어넘기는 바람에 폭소가 터졌다. 나는 가슴이 무둑해짐을 느꼈다. 어제까지 명절공급용으로 매 세대당 오리며 게사니, 닭알공급이 전부 끝났다. 가금사덕을 크게 본다며 기뻐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일한 보람이란 얼마나 큰 삶의 희열을 안겨주는것인가.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속에 가금사를 보란듯이 꾸리자고 열을 올리는 우리 사람들이다. 《어이구, 이거 잡도리가 대단하구만.》 언제 나타났는지 얼굴에 함뿍 미소를 띄우며 황세철부원이 마당에 들어섰다. 조각도안들이며 과수나무모들을 여겨보던 그는 정겨운 시선을 나에게 돌렸다. 《명현동무가 가금사에 단단히 정을 붙였군그래.》 뒤더수기를 긁적이던 나는 별안간 쿵! 흉벽이 울림을 느꼈다. 그러니 내가 나의 일터를 사랑한단 말인가? 땅크처럼! 언제부터?!… 나는 새삼스러워지는 눈길로 가금사를 둘러보았다. 나의 일터!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일터를 사랑한다. 나 역시 나의 일터를 사랑한다. 나의 총대― 땅크처럼 사랑한다. 그 사랑의 정이 저절로 생겨난것이였던가. 누가 가져다주었던가. 아니였다. 돌이켜보건대 일터에 대한 사랑이란 땀의 창조물이였다. 땀을 바친만큼, 그 열매가 큰만큼 더더욱 사랑하게 되는것이 일터였다. 그렇다, 일터에 대한 사랑은 땀으로 창조하여야 한다. 자기의 일터를 운명을 같이하던 총대처럼 사랑하고싶다면 심장의 더운 피와도 같은 진한 땀을 그 일터에 바쳐야 하리라. 그러면 자기 일터에 대한 사랑은 땀의 열매로 하여 마를줄 모르는 샘처럼 끝없이 끝없이 솟아흐르리라. 아, 나의 일터! 나의 집이고 고향이고 조국인 나의 일터! 이런 일터를 사랑하지 않고 꽃피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참다운 애국자로 될수 있으랴… 얼마후 나무심기가 끝나자 관리공들은 또다시 방목을 떠났다. 게사니는 산으로, 오리는 들로… 일터를 더욱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터로 꾸릴 마음안고 방목을 떠난다. 우리 관리공들은 자기들의 노력과 수고에 대하여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원치 않는다. 그것은 나날이 풍족해지는 그들의 살림과 그늘없는 웃음속에 우리의 땀도 깃들어있음을 크나큰 긍지와 자부심속에 느껴안는것이 더 큰 행복으로 되기때문이다. 이런 생활로 이어지고 이런 생활로 더욱 이채로와질 나의 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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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얘기가 끝나자 아들은 나직하게 말했다. 《알겠어요, 아버지!》 나는 아들의 말에서 그 어떤 결심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았음을 느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창문을 활짝 열어제꼈다. 들향기를 실은 전야의 봄바람이 페부를 자극했다. 나는 농사차비로 들끓는 넓은 벌 한끝을 이윽토록 바라보며 후덥게 달아오른 아들의 두손을 힘껏 잡았다.…
(평안북도 염주군 신정협동농장 농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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