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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97(2008)년 제10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단 상
기 념 수 표
허 영 아
멀고먼 취재길에 잠간 쉬여가고싶어 나는 길옆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버릇처럼 품안에 손을 넣어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들었다. 뚜껑을 번지자 맨 첫장에서 기다린듯 스승의 목소리가 울린다. 《수업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현실에서 더 많이 배우시오. 담임선생으로부터.》 다음장 또 다음장으로 잊지 못할 동무들의 글발이 밟혀온다. 《장군님께서 아시는 문필가가 되자. 혜심으로부터.》 《우리 서로 헤여져가지만 장군님을 받드는 선군혁명동지로 언제나 함께 살자. 리은희.》 《나는 총대로, 동무는 붓대로 선군의 한길을 꿋꿋이 걸읍시다. 대학시절의 벗―영운.》 자자구구를 더듬는 나의 마음은 울렁이기 시작한다. 마치 잊지 못할 대학졸업의 그날로 다시 돌아간듯… 졸업때면 늘쌍 있군 하는 하나의 즐거운 계기로 우리가 서로 주고받은 기념수표! 그때에는 헤여지는 아쉬움이 더 커서 스승과 동지들이 적어준 기념수표의 의미를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였다. 단지 서로 잊지 말자는, 추억하자는 그리움의 약속으로만 받아들이였다. 그런데 요즈음 내가 찾아야 할 취재대상이 점점 많아질 때 버릇처럼 이 글발들을 더듬어보는것은 무엇때문일가. 그리움때문일가, 추억때문일가. 아니다, 우리가 나눈 기념수표의 의미는 평범하지 않다. 그것은 힘이며 의지이며 맹세이다. 위대한 장군님을 따라 큰 걸음을 내디디자는, 장군님을 따르는 그 길에서 한걸음도 떨어지지 않는 선군혁명동지로 살자는 우리들의 뜨거운 약속의 세계가 바로 이 기념수표들에 있다. 지금 교단에 선 은숙이, 정든 수도를 멀리 떠나 전연마을 아이들의 선생이 된 그의 품안에도 이런 글발들이 숨쉬고있으리라. 지금 조국보위초소에서 성스런 복무의 자욱자욱을 새겨가고있는 청남동무, 그의 땀배인 군복앞주머니에도 우리들이 주고받은 이런 글발들이 간직되여있으리라. 기념수표! 이것은 한생을 위대한 장군님을 따라 정보로 걸어가자는 우리들의 약속이며 교정에서 자래운 꿈과 지식을 강성대국건설장 가는 곳마다에서 열매로 주렁지워 조국앞에 진 성스러운 의무를 다해가자는 진정의 맹세이다. 때문에 우리는 어디 가나 힘들지 않다. 영원한 동지애의 세계, 약속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어디서나 힘이 나고 신심에 넘친다. 때로 나는 이 글발들에서 전화의 날 원쑤의 화구를 몸으로 덮은 영웅들의 모습도 본다. 그들의 가슴속깊이에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이런 당부가 깃들어있지 않았던가. 1970년대 중엽, 이 땅에 미제의 새 전쟁도발책동으로 전쟁의 검은구름이 몰려오고있던 그 준엄한 시기에도 펜을 총대로 바꾸고 떠나던 우리 청년대학생들의 배낭속에도 기념수표가 적힌 소중한 수첩이 들어있었다. 《자, 여기에 남겨줘.…》 《고마워, 잊지 않겠어.》 이렇게 말하며 모교의 선배대학생들은 얼마나 깊고 뜨거운 믿음의 정, 동지애의 세계를 몇자의 글발속에 뜨겁게 담았던가. 그러고보면 시대앞에, 혁명앞에 다지는 우리의 약속은 평범하지 않다. 그것은 단순한 그리움이나 추억으로 되새길 약속이 아니였다. 우리들의 약속―기념수표는 미래에로의 참다운 지향이다. 그 미래가 곧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안아오시는 강성대국이기에 우리들의 발걸음은 곧 강성대국에로의 힘찬 진군으로 되는것이다. 하물며 지금 나의 이 걸음이 우리 장군님께서 아시고 내세워주시는 미더운 시대의 주인공들을 온 세상에 자랑하기 위하여 찾아가는 길인데 어찌 순간인들 주저하랴. 다시 출발! 마음속으로 이런 신념의 구령을 내리며 나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앞으로! 오직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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