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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97(2008)년 제9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담 시
대동강의 랑만
김 은 화
오늘도 화판을 펴놓은 화가 한폭의 그림 마주하고 사색을 더듬네 미풍에 실려오는 모란봉의 꽃향기 푸른 잎새 드리운 수양버들가지도 화가의 생각 깨칠세라 조용히 흐느적이는듯
대동강의 풍치를 화폭에 담으며 한생을 살았다는 오랜 화가 어인 일인가 화판에 선뜻 붓을 못 대고 저리도 바재이며 모대기는것일가…
맑고 푸른 대동강에 사색을 실어보며 쉼없이 흐르는 물결만 바라보는데 어디선가 정답게 울리는 우렁우렁한 목소리 ―로인님, 무슨 그림을 그리십니까?
문득 고개를 돌린 화가 깜짝 놀라 황황히 옷매무시 바로잡으며 정중히 인사올리며 말씀드린다 ―장군님, 저… 대동강의 풍경화를…
―아, 그렇습니까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좀 봐두 일없겠습니까… 화가는 누리는 영광 너무 커 몸둘바를 모르는데 장군님 몸소 그림을 보아주신다
두둥실 떠가는 유람선에선 행복의 노래 울려나오고 유보도에 피여나는 웃음꽃들은 청류벽 최승대우에 송이구름으로 펼쳐진듯…
―로인님, 정말 그림을 잘 그렸습니다 그런데 로인님은 대동강의 풍치를 한두번 그린것 같지 않습니다 순간 화가는 송구스러운듯 저어하며 잠시 머뭇거리다 말씀드리였다 ―장군님 제 한생 대동강을 그리며 머리가 세였습니다 ―그렇습니까 로인님은 정말 행복한 화가입니다
아, 헤아려주시는 그 은정에 목메이는 화가 너무도 황송하여 어쩔줄 모르는데 장군님 소탈하게 물으시였다 ―그런데 무슨 고심이 있어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 생각을 굴리십니까?
화가는 스스럼없이 말씀드렸다 ―장군님, 저… 그림의 제목이…
―그림의 제목이라?… 장군님 빛나는 안광으로 그림을 보시더니 ―그런데 로인님 이 그림에 꼭 있어야 할 생활이 빠졌습니다 저 반월도 맞은편엔 낚시군이 있어야 합니다 낚시군이 없는 오늘의 대동강풍치야 허전하지 않습니까
화가는 가슴이 뭉클 격정이 솟구쳐올랐다 그렇다, 낚시군이 있어야 한다 낚시군의 모습이 없는 대동강의 풍치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화가의 심정을 헤아려보신듯 장군님께서 말씀하시였다 ―그러면 이 대동강에 얼마나 랑만이 넘치겠습니까 제 생각엔 이 그림의 제목을 《대동강의 랑만》이라고 다는것이 좋겠습니다
아, 대동강의 랑만 맴돌던 사색의 분수가 뜨겁게 솟구쳐올라 화가의 가슴을 세차게 울려주는 말씀 대동강의 랑만! 너무도 황홀하여 장군님 우러르며 두손 마주하고 말문을 열지 못하는데
―그럼 로인님 좋은 그림을 많이 그리십시오 우리 대동강의 그림을 말입니다 장군님께서 화가와 인사를 나누시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신다
―아, 장군님 화가는 허리굽혀 큰절을 드리고 감격에 겨워 할말을 찾지 못한채 높뛰는 가슴안고 장군님을 우러른다
우리 장군님 걸어가시는 거룩한 자욱우에 대동강의 랑만, 시대의 랑만이 뜨겁게 굽이치여라 아침해가 찬란히 솟아올라 흐르는 물결우에 천만구슬을 뿌리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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