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9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문  창

      1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회의가 끝난 후 집무실에 돌아오신것은 자정이 지난 때였다.

그이께서는 방에 들어가시자 곧추 집무탁앞에 가앉으시였다.

집무탁우에는 그이의 결론을 기다리는 각종 문건들이 그득 쌓여있었다. 맨우에 놓인 문건들은 모두 급변한 정세와 관련된것들이였다.

미제국주의자들은 며칠전에 《판문점사건》을 도발하고 항공모함을 비롯한 군사장비들을 끌어들여 남조선전역을 준전시상태에 들어가게 하였다. 미제는 매 시각 선전포고와도 같은 폭언들을 줴쳤다. 세계의 통신과 방송들은 조선에서의 새로운 전쟁발발을 예고하는 보도들을 연방 날리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활달한 필치로 가필도 하고 비준도 해주시며 문건들과 대책안들을 재빨리 보아나가시였다. 만수대예술단에서 새로 지어 올려보낸 노래를 들으시기 위해 벽가에 놓인 록음기도 틀어놓으시였다. 지방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록음기소리를 낮추고 수화기를 드신 그이께서는 보시던 문건에 시선을 계속 달리시면서 몇마디로 제기된 문제의 본질을 료해하시고 그 즉시 결론을 주시였다. 그이께서는 비상한 정력으로 한번에 두세가지의 일을 동시에 처리해나가시였다.

미제의 움직임에 대한 정세통보서를 보시는 그이의 안색에는 신중한 빛이 흘렀다. 도수를 높이는 적들의 발광에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수 없었으나 불에 날아드는 부나비를 보는 때처럼 가소로운 생각도 드시였다.

재빨리 정세통보를 다 읽고나신 그이께서는 자료통보서들에 눈길을 주시다가 사진첩을 발견하시고 그것을 뽑아내시였다.

사진첩은 동력화된 현대적인 유희기구들을 사진찍은것들이였다.

그이의 안광에는 금시 반갑고 기쁘신 미소가 어리였다.

유희기구는 그이께서 크게 관심을 돌리고계시는것들중의 하나였다. 그이께서는 벌써 여러달전부터 새 유희장건설을 구상하고 추진시켜오고계시였다.

년초 어느날 위대한 수령님께서 동평양지구에 새로 일떠세울 거리형성안을 보아주시였는데 그날 수령님께서는 뜻깊은 말씀을 하시였다. 지난해 다른 나라들을 방문하였을 때 어느 한 나라에서 현대적유희시설을 갖춘 유희장을 본 일이 있는데 우리 인민들에게도 그런 유희장을 갖추어주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랬으면 자신의 한가지 소원이 풀리겠다고 하시였다.

그 어디에 가시여서도 좋은것만 보시면 우리 인민들부터 먼저 생각하시는 어버이수령님의 그 뜨거운 심정을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즉시 풀어드릴것을 결심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수령님의 탄생기념일을 민족적대경사로 뜻깊게 맞는 해에 새 유희장을 인민들에게 선물할것을 계획하시고 그 작전을 펴나가시였다. 다른 나라들에 사람을 파견하여 유희장들을 보고오게 하시였으며 여러차례 해당 일군들과 마주앉아 우리 인민의 기백과 생활기호에 맞게 설계를 통이 크게 잘할데 대하여 귀중한 가르침을 주시였다. 한편 《판문점사건》이 있기 전인 지난달에 동력화된 현대적인 유희기구들을 구입하기 위해 그 생산에서 제일 발전했다고 하는 한 나라에 엄석민을 보내시였다.

그런데 그가 돌아온것이였다. 사진첩까지 만들어가지고 온것을 보면 거기에 찍힌 모든것들을 다 가져오기로 계약을 맺은것 같았다. 참말로 반갑고 기쁜 소식이였다.

그이께서는 만족하신 기분으로 사진들을 하나하나 보아나가시였다.

두사람씩 짝을 지어앉아 돌아가는 회전그네, 급한 경사와 구배길을 아찔아찔하게 달리는 관성단차, 여러 차량에 수십명씩 앉아 긴 궤도를 내닫는 관성렬차, 아이들이 타게 된 전기자동차…

그이께서는 모든 유희시설이 마음에 드시였다.

그중에서도 그이의 마음에 제일 드시는것이 관성단차와 관성렬차였다. 그것은 청소년들뿐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모험심과 대담성을 아주 잘 키워줄수 있을것 같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그 사진을 떼여드시고 이윽토록 들여다보시였다. 눈앞에 그것을 탄 우리 소년들과 청년들의 즐겁고 활기에 넘친 모습이 방불히 그려지시였다. 그이의 입가에 만족한 웃음이 저절로 떠오르시였다.

한 일군이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이께서는 사진을 내리우고 물으시듯 그한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이젠 3시가 넘었습니다.》 그 일군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알겠다고 눈으로 대답하고 물으시였다.

《엄석민동무가 왔구만! 언제 왔습니까?》

《예, 지도자동지께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가신 다음에 왔댔습니다. 저녁국제렬차로 돌아왔답니다.》

《그런걸 왜 진작 말하지 않았습니까?》

《급한 문제가 아니여서…》

《그가 혹시 사무실에서 그냥 기다리고있지 않습니까?》

《지도자동지께서 군사위원회에 가신걸 알려주고 집에 가서 푹 쉬라고 하였습니다.》

《잘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이렇게 말씀을 하시면서도 엄석민이 얼마나 섭섭하였을것인가를 생각하시였다. 그는 외국에 다니며 언제한번 사업보고를 하기 전에 집에 들어가본적이 없는 사람이였다.

전쟁시기의 정찰소대장이며 전후 강계청년발전소건설자인 엄석민은 그이의 사업을 처음부터 보좌해온 일군들중의 한사람이였다. 드레진 체구에 넓은 이마와 버들잎같이 굵은 눈섭을 가진 그는 생긴것과 같이 담대하였으며 림기응변을 잘하고 어떤 정황에서도 눈치를 보거나 당황함을 몰랐다.

그이께서는 그 어느때 보아도 솔직하고 진실할뿐아니라 행동에서 주저와 동요를 모르는 그를 못내 사랑하시였다. 그를 대외시장에 자주 내보내신것도 그래서였다. 그는 매번 그이께서 바라시는대로 일을 마무리하고 돌아오군 하였다. 그를 그처럼 믿으시기에 유희기구를 구입하는데서도 그를 파견하신것이였다.

그가 갔던 나라는 우리에게 시종일관 적대시정책을 써오고있는 나라였다. 개인실업가들이 우리와 무역을 못하도록 관세도 터무니없이 높이 붙였으며 여러가지 제한조치들을 실시하고있었다.

그런데 엄석민이 그 나라에 간 다음 《판문점사건》이 터졌다. 그것은 그러지 않아도 어려울 엄석민에게 더욱더 커다란 장애를 조성했을것이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라시는대로 일을 맺고 돌아오리라는것을 그이께서는 믿어의심치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적대국에 가있다가 돌아온 그를 제때에 만나주지 못한 마음의 무거움을 안으신채 곁에 서있는 일군에게 물으시였다.

《이 사진들을 보았습니까?》

《예.》

《이런 유희기구들을 가져다놓으면 수령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인민들은 또 얼마나 좋아하고… 오늘 오전에 설계일군들을 불러주시오. 도당책임비서들과의 협의회를 한 다음 만나보겠습니다. 전번에 설계초안을 보고 종합유희장규모가 작다고 지적해주었는데 어떻게 고쳤는지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그 일군이 나가자 시계를 보시고 통보서들을 앞으로 끌어당기시였다.

날이 샐 때까지 10건이상은 읽으실수 있었다.…

어느덧 새벽이 창문에 짙게 들어붙었던 어둠을 밀어버리며 집무실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한 일군이 다시 문간에 나타났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엄석민동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불빛이 그냥 있는데 지도자동지께서 집무실에 계시지 않는가고 물어왔습니다.》

《그러니 여태까지 집에 안 들어가고있었구만!》

그이께서는 즉시 송수화기를 드시였다.

《엄동무입니까? 수고했습니다. 사진을 다 보았는데 정말 수고했습니다! 그새 앓지는 않았습니까? 난 여전히 건강합니다. 외국에서 돌아와 몹시 피곤하겠는데 밤을 새우게 해서 안됐습니다.

사무실 장의자에서 코를 골면서 잤다구? 그럼 좋습니다. 지금 나한테 와주시오.》

이웃청사에 있는 엄석민은 얼마 안있어 나타났다. 그는 달려온 모양으로 높은 숨소리를 감추지 못하였다. 그는 그이께 안기듯이 다가와 인사를 올리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그와 인사를 나누시며 그의 얼굴을 재빨리 살피시였다. 그의 커다란 눈가위와 그 가녁에 깃들어있는 피곤의 그림자를 순간에 알아보시고 그의 가슴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대시였다.

《엄동무도 거짓말을 할 때가 있구만.》

《예?》

엄석민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눈길로 그이께 물음을 올리였다. 그랬다가 무엇때문에 그러시는지 깨달은듯 벌쭉 웃으며 가슴을 쭉 폈다.

《아직 이틀쯤은 밤을 새워도 끄떡없습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내가 속아봅시다. 자, 그럼 갔다온 이야기는 후에 듣기로 하고 함께 산보나 나갑시다.》

《예? 산보를 말입니까?!》

그이앞에서 티끌만큼도 자기를 감출줄 모르는 엄석민은 진한 눈섭을 흠칫하며 자못 놀라와하였다.

《대성산쪽에 나갔다 옵시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엄석민의 팔을 잡고 집무실을 나서시였다.

 

2

 

푸름푸름 새벽이 밝아오고있었다. 비행기활주로같이 넓은 길우에는 아직 엷은 어둠이 안개같이 깔려있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엄석민을 옆자리에 앉히고 손수 운전대를 잡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거리의 새벽단잠을 깨울세라 소리를 죽여 차를 천천히 몰아가시였다.

그이의 곁에 앉은 엄석민은 자신이 운전해올리지 못하는 송구함에 싸여 그이께서 먼저 무슨 말씀이 계시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그한테 시선도 주지 않으시고 곧추 앞만 내다보시였다.

거리에는 아직 인적이 드물었다. 다른 때같으면 주택의 창문들과 식당, 상점들에서 내비치는 불빛이 휘황할것이나 한줄기의 광선도 보이지 않았다.

놈들의 전쟁책동에 대응하여 불가림을 잘한 고층주택들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아침을 짓느라 그릇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거리에 흘러내렸다. 전투서렬에 나선 병사마냥 불을 켜지 않고 서있는 가로등주들과 높은 건물들에 길다랗게 드리운 미제의 새 전쟁 도발책동을 규탄하는 대형구호판들이 전쟁접경에 이른 정세의 국면을 느끼게 했다.

반쯤 열려진 창문으로 거리에 시선을 주고있던 엄석민은 스르시 고개를 돌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안색을 살피였다.

그이께서는 여전히 같은 자세이시였다.

(정세와 관련하여 무엇인가 깊은 사색을 하고계시는중이시다.)

엄석민은 그이의 이 새벽산보가 보통산보가 아님을 대뜸 느끼였다. 기어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발광하는 미제국주의자들에게 내릴 새로운 철추를 구상하시는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 간밤에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있었으니 적들의 책동을 일격에 짓눌러버릴 작전을 무르익히시는것이 분명하였다.

엄석민은 그이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숨소리마저 죽이였다.

그가 보건대도 이번의 미제놈들의 전쟁발광은 매우 심상치 않았다. 《푸에블로》호사건과 《EC―121》비행기사건때보다 몇배 더하였다. 놈들은 기어코 전쟁을 해보자는것 같았다. 엄석민은 갔던 나라에서도 그것을 강하게 느꼈고 조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각국의 통신들을 읽으면서도 그것을 진하게 감수하였다. 이번에는 위불없이 전쟁이 터질것 같았다. 그러한 예감속에서 자기의 이번 외국걸음이 무의미한것으로 되여버리지 않을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는 엊저녁에 만약경우를 생각하여 사진첩을 그이의 서기실에 맡기고 사무실에 돌아왔었다.

그의 예견을 확증해주기라도 하듯 줄곧 말씀없이 천천히 차를 몰아가시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대성산유원지에 들어서자 엄석민에게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눈을 좀 붙일줄 알았더니 끝내 뜨고있구만.》하고 그이께서는 가볍게 웃으시고나서 이렇게 물으시였다.

《엄동무, 통신들을 보니 동무가 갔던 나라 출판물들이 이번 〈판문점사건〉과 관련하여 제일 떠들고있는것 같은데 실지 그 나라 사람들이 어떻습니까?》

《누구나 조선에서 전쟁이 일어날것으로 보고있습니다.》

《그렇다면 흥미있구만. 그래 어떤 측면에서 그렇게들 말합니까?》

그이께서는 가볍게 웃으시며 호기심을 보이시였다.

《미국사람들이 이번까지 가만있겠는가구 우려합니다. 세계앞에 〈푸에블로〉호사건때두 그랬구 〈EC―121 〉비행기사건때두 망신하였는데 이번에는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게라구 말입니다.》

《하하.》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럴듯하오. 그러니 이번에는 우리가 틀림없이 〈보복〉을 당한다 그 말이구만?》

가소롭다는듯 호탕하게 웃으시는 그이를 우러르며 엄석민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벙싯하니 미소를 따라 지었다.

《그런 속에서 이번에 엄동무가 정말 힘들었겠습니다.》

《예, 잘 응해주지 않아 애를 먹었습니다.》

《정말 수고했습니다.》

승용차가 어느 사이에 대성산마루에 이르렀다.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여 사계가 확 트인 산코숭이로 걸어나가시였다.

은구슬같은 이슬방울들이 그이의 신발을 적시였다. 머리우의 나무잎새들이 미풍에 한들거렸다.

그이께서는 허리언저리에 두손을 얹으시고 사위를 둘러보시였다.

사동벌의 문수봉너머에서 노을이 피여나기 시작했다. 모란봉의 거연한 웅자가 밤새 수도를 지켜낸 보루인양 자태를 드러내고 청류벽과 릉라도를 품에 안은 비단필같은 대동강이 노을을 머금기 시작하며 자기의 용용한 흐름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연하같이 서린 새벽 보라빛대기속에서도 진하게 검푸른 공원들의 나무숲과 가로수들, 그 록음바다우에 떠받들려있는 고층살림집들… 승벽내기로 우짖는 뭇새들의 울음소리가 아침의 고요를 흔든다.

록음방초 우거진 대성산골짜기에는 온갖 새들의 노래가락과 매미들의 귀따가운 음향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감개무량하신 안광으로 수도의 시가와 산아래의 골안을 이윽히 굽어보시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팔을 들어 골안의 식물원웃쪽을 가리키며 말씀을 떼시였다.

《엄동무, 저 식물원웃쪽에다 종합유희장을 앉히자고 합니다. 다른 나라의것들보다 부지가 어떻습니까. 작지 않겠습니까? 함께 부지를 보기 위해 이렇게 산보를 나오자고 했습니다.》

엄석민은 진한 눈섭을 저도 모르게 흠칫하였다.

너무나 뜻밖의 말씀이여서 자기의 귀를 의심하며 잠시 어리둥절하니 그이를 쳐다뵙기만 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그러한 엄석민이 도리여 놀라우신듯 그에게로 몸을 돌리시며 웃음을 지으시였다.

《왜 그럽니까?》하고 그이께서는 부드럽게 물으시였다.

《너무 상상밖의 일이 돼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말끝을 맺지 못하는 엄석민의 솔직한 대답에서 그의 심중을 꿰뚫어보시였다. 했으나 그에 대해서는 더 말씀을 하시지 않고 이미 물으신것에 대한 대답을 다시 요구하시였다.

《다른 나라에 가서 많이 보았겠는데 그래 유희장부지가 작지 않겠습니까?》

《예. 작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의것들보다 훨씬 큽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유희장들은 대체로 도시주변들판에 있어 풍치도 이 대성산에 가져다댈바 못됩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유희장건설을 힘있게 내밀어봅시다. 이제 유희장까지 앉히면 이 대성산유원지가 정말 인민들의 문화휴식터로 손색이 없을겁니다. 큰 식물원도 있지 동물원도 있지 고구려시기의 력사유적들도 많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더없이 만족하신듯 손가락을 꼽아가시였다. 그러시고는 두팔을 넓게 벌려 대성산전체를 끌어안듯이 하시며 기쁨을 걷잡지 못하시였다.

《식물원과 동물원, 고구려의 옛성터와 남문을 돌아본 다음 유희장에서까지 마음껏 즐기고나면 늙은이들도 10년은 더 젊어질것입니다. 그래 엄동무는 그 관성단차라는것을 타보았습니까?》

《관성단차 말입니까? 타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 나라에서 타보지 못했습니까?》

《보기만 해도 어찔어찔합니다.》엄석민은 그이의 부드러우신 눈길앞에 솔직했다.

《허허, 강계청년발전소 건설장에서 처녀를 지켜 곰과 싸웠다는 엄동무가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그이께서는 믿기 어려운듯 고개를 가로저으시며 유감을 표시하시였다.

《이제 유희장이 다되면 우리 한번 같이 타봅시다. 사진을 보니 관성단차와 관성렬차는 청소년들에게는 물론 어른들한테도 대담성을 키워줄수 있는 아주 좋은 유희시설입니다.

높은 공중에서 달리는데다 속도가 매우 빠르고 구배가 심하여 한번 타고나면 모든 겁이 다 없어질것입니다.》

긴장한 정세는 안중에 없으신듯 유희장에만 심취되여계시는 그이를 우러르며 엄석민은 저절로 생각이 깊어지였다.

보통사고로써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이였다. 어느 중요한 공장기업소나 큰 건설장에 대한 현지지도라면 또 몰랐다. 그런데 유희장이라니…

지금과 같은 정세하에서 그 누구든지 뒤로 밀어놓을수 있는 대상이였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다르시였다. 유희장건설을 두고 다른 때보다 더 마음을 쓰고계시는것 같았다.

석민이로서는 참으로 놀랍고 리해가 선듯 가지 않았다.

전세계가 조선에서의 새로운 전쟁발발을 우려하고있는 이 시각에 그이께서는 어떻게 그처럼 유희장에 대해 생각하실수 있는것인가?

자기로서는 백번 고쳐산다 하여도 그이의 이 담력의 깊이를 다 알수 있을것 같지 않았다.

한편 그것을 자감할수록 자기가 그이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죄의식을 강하게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는 앞으로 관성단차를 함께 타보자고 하시는 그이의 말씀에 이르러 금시 심장이 멎는듯 하였다.

그는 그이께서 그처럼 말씀하시는 관성단차와 관성렬차를 수입계약에 물리지 못하고 겨우 회전그네와 전기자동차를 비롯한 여섯가지만 주문하고 돌아온것이였다.

엄석민은 등골에 축축하니 땀을 느꼈다. 관성단차까지 다 해결한것으로 알고 기뻐하시는 그이께 무슨 말을 어떻게 올려야 할지 캄캄하기만 하였다. 그렇다고 그냥 입을 다물고 서있기만 할수도 없었다. 그는 그이의 너그러우신 품을 생각하고 용기를 가다듬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 깃든 어두운 고뇌의 그림자를 어느새 그이께서 먼저 알아보시였다.

《엄동무, 왜 그럽니까? 이번에 혹시 관성단차와 관성렬차 같은것을 못 해결해가지고 온게 아닙니까?》하고 그이께서는 걱정스레 먼저 물으시였다.

《예. 다… 해결 못했습니다.》엄석민은 머리를 떨구었다.

《그럼 내가 본 사진들은 어떻게 된겁니까?》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유희기구들을 전부 찍은것인데 찾으실것 같아 가져왔습니다.》

《사진이야 백장인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들이 주문을 더 받아주지 않아 그랬습니다.》

엄석민은 그 나라에 가서 있었던 일을 보고드렸다. 그 나라의 유희기구회사들은 왜서인지 처음부터 주문을 잘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여러번 면담을 제기하였으나 회사사장들은 전혀 얼굴을 내밀지 않았고 역원들도 매번 그와 마주앉을 때마다 값이 눅은 일반유희기구는 주문받으면서도 관성단차나 관성렬차같이 고급하고 비싼것은 외면하군 하였다.

《그래 그들이 무엇때문에 그런것 같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엄석민의 보고를 들으시고나서 의문에 차신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때문인것 같습니다.》

《적대시?》그이께서는 리해가 가시지 않는듯 반문하시였다. 《그 나라 정부는 그렇다치고 실업가들이야 무엇때문에 그러겠습니까?》

그러시고는 잠시 생각해보시듯 동안을 두었다가 다시 물으시였다.

《〈판문점사건〉이 일어난 후에 면담을 계속했댔습니까?》

《이미 년불로 계약한 여섯가지마저 취소시키자고 하기때문에 관성단차랑은 두세번 더 해보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모든것이 리해되신듯 더 묻지 않으시였다. 무엇인가 실망하시는듯 한 안색으로 석민의 넓은 어깨와 팽팽한 앞가슴을 보시다가 평양시내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사동벌너머에서 아침노을이 타올랐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한동안 그쪽을 향해 서계시다가 엄석민에게로 다시 돌아서시였다.

《엄동무, 한가지 물어봅시다. 이전에 곰과 싸워 이겼다는것이 사실이긴 합니까?》

유희기구를 전부 해결해가지고 오지 못한것으로 하여 커다란 죄책감에 싸여있던 석민은 뜻밖의 물으심에 고개를 들었다. 그이께서 왜 갑자기 그것을 물어보시는지 의아하기만 하였다.

그러한 그를 보시고 그이께서는 미소를 띄우시였다.

《외국출장에서 돌아와 밤을 새운 동무에게 사업적인 이야기만 시켜 안되였습니다. 산보를 나왔으니 즐거운 얘기나 합시다. 어디 곰과 싸운 얘기를 들어봅시다. 그래 어느만 한 곰과 싸웠습니까?》

《예… 한 백키로쯤 되겠는지.…》

《어서 말하시오.》그이께서는 호기심을 보이며 재촉하시였다.

《저…그때 저와 우리 집사람은 수로공사장에서 일했댔습니다.》

엄석민은 그이의 미소에 끌려 긴장해졌던 마음을 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때 저는 굴진공을 하고 집사람은 압축기운전공을 했습니다. 합숙과 갱사이의 거리가 15리여서 우리는 매일 함께 출퇴근을 하였습니다. 그날도 압축기에서 일을 도와주다가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퇴근하였는데 얘기에 정신을 팔다가 가까운 앞에 곰이 나타난것을 미처 보지 못하였습니다. 발견했을 때는 벌써 도망칠 거리가 못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른 갈라지며 누워 죽은척 하자고 했습니다. 곰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녀자들이란… 글쎄 곰이 다가가지도 않았는데 냅다 뛰지 않겠습니까. 곰이 그를 보고 쫓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벌떡 일어나 곰을 따라가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엄석민은 그이의 요구여서 응하긴 하면서도 게면쩍은 생각이 들어 실한 목을 손바닥으로 문다지였다.

《그래 그다음 어떻게 되였습니까?》

《정말 이런 얘기를 무슨 다…》

《흥미가 있습니다. 어서 마저하시오.》

《그러시다면… 제가 뒤따라가며 소리치니 곰이란 놈이 뚝 서서 앞발을 쳐들고 소리나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습니다. 그때 저는 뒤로부터 달려들어 곰의 목을 두팔로 꽉 끌어안았습니다. 곰은 소리를 지르며 발악했지만 전 팔을 절대 놓지 않았습니다. 집사람한테서 소식을 듣고 사람들이 뛰여왔을 때까지 그렇게 곰과 맞붙어가지고 돌아갔습니다. 어찌나 곰의 목을 세게 끌어안았던지 곰이 사람들한테 맞아 쓰러진 후에도 겨우 풀었습니다.》

《정말 담이 보통아니였댔구만. 하긴 사랑은 죽음도 이긴다니까.… 그런데 그런 담력이 이제는 다 없어진게 아닙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가볍게 소리내여 웃으시였다.

《?…》

지난날의 회상으로 하여 얼마간 기분이 풀렸던 엄석민은 그이께서 무엇인가 중요한 말씀이 있으리라는것을 감촉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엄석민의 팔굽을 잡고 승용차가 있는 길쪽으로 걸음을 떼시며 말씀을 꺼내시였다.

《엄동무, 미제놈들이 지금 몹시 갈개긴 하지만 우리한테 감히 덤벼들지 못합니다. 갈개는것은 원래 그놈들의 버릇이 그런것이고 이번에 〈판문점사건〉을 계획적으로 조작해가지고 그 도수를 높이는것은 한번 허장성세를 부려보느라고 그러는것입니다. 설사 덤벼든다 해도 무서울것이 없습니다.

수령님께서 계시고 우리 당과 인민이 있는데 뭐가 무서울게 있습니까. 자기 당, 자기 인민의 힘을 믿으면 그 어떤 적도 무서울것이 없습니다.

적들의 발광이 심할수록 우리는 시작했던 일들을 더 줄기차게 내밀어야 합니다. 그러다가 놈들이 정 갈갤 때 한번 따웅하고 소리치면 됩니다.…》

그이의 확신에 찬 우렁우렁하신 목소리가 메아리를 일으키며 대성산의 고요한 아침을 깨우듯 흔들었다.

그이의 말씀은 석민의 가슴에도 세차게 메아리쳤다. 그 어떤 정세의 변화에도 바위처럼 끄떡하지 않으시는 그이의 굳센 의지와 신념이 그의 흉벽을 세차게 두드리였다.

그이께서 지니신 담력이야말로 얼마나 이 새벽과 같이 무한대하고 자신의 위업에 대한 확신으로 충만되여있는것인가! 그러한 담력을 이 세상에 그 누가 또 지닌적이 있었던가.

실로 잊을수 없는 새벽이였다. 이것은 인류사에 영원히 기록될 새벽이라고 엄석민은 생각하였다.

그는 온몸에 차오르는 자신심과 그 어떤 걷잡기 어려운 세찬 충격을 느끼면서 그이의 앞으로 한걸음 힘차게 나섰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하고 그는 말씀드렸다.

《제 다시 갔다오겠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관성단차랑 다 사오고야말겠습니다.》

《됐소! 난 엄동무가 꼭 그렇게 나오리라 믿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고무하시듯 엄석민의 팔굽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시였다.

 

3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계획하셨던대로 이날 아침 첫시간에 도당책임비서들의 협의회를 지도하시였다.

도당책임일군들은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기념일을 민족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로 맞이하기 위해 당조직들앞에 나서는 과업을 밝혀주시는 그이의 말씀을 신심에 싸여 받았다.

그이께서 사회주의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일대앙양을 일으킬데 대하여 말씀하시고났을 때였다.

부관이 회의실 옆문으로 조용히 들어와 그이께 한통의 문건을 올리였다. 도당책임일군들은 무슨 급한 문제일가고 생각하면서 숨을 죽이였다.

문건에 시선을 달리시던 그이께서 도당책임일군들을 향해 량해를 구하시였다.

《동무들, 협의회를 잠간 중단합시다. 다른 한가지 중요한 문제를 먼저 토론해야겠습니다.》

그러시고는 서기에게 엄석민이 있는가고 물어보시고 그를 들여보내라고 하시였다.

방에 들어선 엄석민은 그이께 다가가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방금전에 받은 전보내용을 말씀드렸다.

《그 나라에서 주문받았던 여섯가지 유희기구마저 계약을 전부 취소한다는 전보가 왔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랬지만 그의 말은 도당책임일군들의 귀에까지 다 들리였다. 유희기구라는 말에 그들은 저마다 놀람과 의아함을 숨기지 못하고 서로들 마주보았다. 그리고는 묻듯이 엄석민한테로 시선을 모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방금 보신 문건을 집어들고 흔드시며 엄석민에게 물으시였다.

《그래서 그 나라에 다시 갈것을 포기하고 딴데 가보겠다는겁니까?》

《부서에서 토론이 있었는데 그 나라에 다시 가자면 정세가 완화된 다음에나 가야지 안될것 같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고개를 가로저으시는것으로 엄석민의 말을 단호히 부정하시였다.

《동무들이 왜 내 심정을 그리 몰라줍니까? 나는 명년에 수령님의 탄생기념일을 맞으며 온 나라 어린이들과 학생들에게 고급옷과 학용품일식을 수령님의 선물로 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명년에 현대적인 유희장도 건설하여 인민들에게 선물할 결심입니다.

그런데 적들의 발광이 심하다고 흔들려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다른 나라에 가서 새로 교섭한다거나 정세가 완화된 때를 기다려 그 나라에 가서는 명년에 유희장건설을 완공할수 없습니다.》

그이의 말씀은 매우 절절하시였다.

한 도당책임비서가 키를 우뚝 솟구며 일어섰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그 유희시설들이 어떤건지 저희 도에서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를 뒤따라 다른 도당책임비서들도 련이어 일어났다.

엄석민은 그들쪽에 고마운 눈길을 보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그들을 미덥게 보시였다.

《우리 로동계급이 물론 해낼수 있을겁니다. 난 그걸 믿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시작해서는 시일을 보장하기 곤난합니다. 설계를 하고 장비를 갖추자면 시간이 걸립니다. 다량생산할것도 아닌데 사오는것이 더 빠르고 낫습니다. 수령님께 기쁨을 드리고 인민들을 위해 우리가 자금을 마련해왔는데 그것을 아꼈다가 어데다 쓰겠습니까.》

그이께서는 이렇게 리해시켜주시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그러시고는 길게 생각할것도 없으시다는듯 말씀하시였다.

《대성산에서 결심했던대로 그 나라에 그대로 당장 가야겠습니다. 가서 겸장을 쳐야겠습니다.》

《예? 겸장말입니까?》

《내가 보건대는 계약했던것마저 취소시킨것이 단순히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때문만이 아닌것 같습니다. 미제놈들의 전쟁책동에 겁을 먹고 그러는것 같습니다. 돈을 충분히 가지고 가시오. 가서 우리가 유희기구를 년불로 사는것이 아니라 즉시지불로 그것도 일식으로 몽땅 사가기 위해 왔다는것을 크게 광고하시오.》

《알았습니다!》

엄석민은 신심이 차올라 힘찬 대답을 드리며 그이를 우러렀다. 그는 그이께서 지니신 이 세상 그 누구도 따를수 없는 거대한 정신력과 그것으로 하여 그 어떤 불의의 장애도 단칼에 쭉 갈라헤치시는 그이의 비범하신 용단을 다시금 커다란 흥분속에서 받아안았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그를 문밖까지 바래워주시였다.

《한번 가서 통이 크게 해보시오. 곰까지 잡은 담을 어데다 쓰겠습니까.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석민의 어깨를 잡고 거듭 당부하시였다.

《이번에는 문제없습니다!》

엄석민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가슴을 쭉 펴보여드리고 떠났다.

×

10여일후 엄석민이 간 나라의 통신과 신문, 방송들은 세계를 향해 경이에 찬 보도를 날리였다.

《북조선은 판문점사건에 유희기구 구입으로 대답》

《북조선은 자기의 드팀없는 신념을 다시금 과시》

한편 엄석민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령도자로 모시고 사는 긍지를 가슴뿌듯이 느끼며 자기의 숙소로 앞을 다투어 찾아온 유희기구회사 사장들과 가진 만족스러운 면담결과를 조국에 전화로 알리였다.

주체81(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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