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8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 전국군중문학작품현상모집 2등 당선작품 ○

 

단편소설

 

 

 

                                                                                                      김 혜 승                

 

고개넘어 령을 넘어 뻐스를 타고

도시처녀 리상촌에 시집을 와요

 

이 노래는 우리부부가 결혼식날 부른 노래이다.

도소재지의 신발공장에서 로동생활을 하던 내가 농촌지원기간 알게 된 한 농장청년에게 시집을 간 곳은 군소재지에서도 70여리나 떨어진 상덕마을이라는 깊은 산골이였다.

높은 산발밑에 오붓이 자리잡은 잠업마을, 푸른 뽕나무숲이 우거지고 맑은 시내물이 유정하게 흘러내리는 이곳에서 나는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도시에서 나서자란 아주머니에게는 뽕나무를 가꾸고 누에를 치는 일이 처음이겠는데 걱정마십시오. 우리 분조의 모든 분조원들이 도와줄테니 우리 일을 잘해봅시다.》

이곳에서 일하다가 농장관리일군으로 선거된 남편이 친형처럼 따르는 몸매 다부진 분조장 원섭이의 이 말은 생소한 잠업일에 어리둥절해진 나에게 한가닥의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이렇게 나는 난생처음 뽕나무를 가꾸고 누에를 치는 일을 하게 되였다.

천진한 중학교시절 동무들과 함께 입술이 보라빛이 되도록 잘 익은 오디를 따먹으며 뛰여다니던 뽕나무숲이 나의 일터로 될줄이야.…

그러나 잠업일은 나의 생각과는 달리 그리 쉽지 않았다. 난생처음 해보는 누에기르기는 나의 첫 잠업반생활에서 여러가지 일화들을 낳았다.

처음에는 누에들이 무섭기도 했다. 손으로는 만져볼 엄두도 내지 못하던 나였다. 뽕잎을 따가지고 잠실에 돌아와 잠시 다리쉼을 하던 나는 그 어떤 알지 못할 예감에 몸을 흠칫 떨었다. 누에들이 옷자락으로 기여오르고있었던것이다.

심장이 딱 멎는것 같았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악》소리를 지르며 기절하여 쓰러진 나때문에 진료소장이 침통을 들고 잠실로 달려올라왔다. 이 소식은 하루동안에 우리 분조는 물론 온 리에 날개가 돋힌듯 짜하게 퍼졌다. 이것으로 하여 나는 일화의 주인공이 되였고 그날 저녁 마을사람들의 저녁상우에 한떨기의 웃음꽃을 피웠다.

행복이 열매처럼 무르익어가던 결혼후 다음해였다.

나에게도 행복동이, 옥같이 귀한 딸이 태여났다.

옥같이 깨끗한 마음으로 나라를 받들라는 의미에서 우리부부는 딸애의 이름을 진옥이라고 지었다.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고운것은 잠자는 아기의 얼굴이라고 해야 할것 같다. 한알의 사과알과도 같은 동그란 얼굴, 빨간 앵두같은 입술, 살풋이 감은 두눈에 무엇이 어려오는지 해죽이 웃는 딸애의 얼굴을 들여다보느라면 모든 근심이 다 없어지는듯 하다.

(아이참, 아기도 꿈을 꿀가? 하다면 무슨 꿈을 꿀가.…)

이 애의 미래를 위하여 이 세상의 전부를 통채로 안겨주고싶고 저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주고싶은것이 어머니―나의 마음이다.

그러던 나에게 있어서 잠자는 딸애의 꿈을 지켜주는 어머니의 품보다 더 귀중함을 알게 하여주는 일들이 있었다.

고치생산사업소에서 가져온 누에알들이 어린 누에로 까나온 어느날이였다.

무척 상쾌한 아침이였다. 유정한 산골경치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듯 시루봉 중턱으로는 흰 비단필같은 젖빛안개가 서서히 흘렀다.

《오늘부터 진옥이 엄마는 분녀아주머니와 함께 어린 누에관리를 맡아주어야겠습니다. 어린애가 달렸지만 눈썰미가 있어서 맡기니 서로 마음을 맞춰 잘해주십시오.》

원섭은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숙한 그의 구리빛얼굴은 임무의 중요성을 더 강조하는듯 하였다. 키는 보통이였으나 다부진 몸매에 넘쳐나는 정력, 숱진 눈섭밑에 영채도는 눈이 정열로 불타는 30대의 사나이였다.

인민군대에서 사관장으로 복무하다가 제대되여 아버지가 일하는 잠업부문에 자원하여 왔다는 그는 일하면서 강계농림대학 잠업학부를 졸업하였다. 분조장이 된지는 비록 몇년밖에 안되였지만 그의 조직력과 사업의욕은 농장적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나는 근심이 앞섰다. 사실 내가 잠업일을 한다고 하지만 도시에서 갓 오다나니 아직 서툰것이 많았다. 겨우 한해 남짓이 일한 내가 누에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마치도 높은 령마루를 쳐다보는 길손의 심정이랄가.

따뜻한 정성과 최대의 집중력, 높은 열성이 안받침되여야 할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누에고치생산을 내가 꽤 할수 있을가.

《일없어. 진옥이 엄마. 진옥이 엄마는 잘해낼거야. 진옥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누에를 돌보면 돼.

손잡고 같이 잘해보자구.》

분녀어머니가 이렇게 말해서야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본때있게 해보리라는 나의 욕망은 하늘같았다.

열성적으로 뽕잎을 따다가 잘게 썰어서 어린 누에들에게 뿌려주며 분주히 돌아갔다. 습도가 내려가자 바께쯔에 물을 길어 바닥에 뿌려주었다.

이러는 나를 보며 분녀어머니는 흐뭇이 미소했다.

《진옥이 엄만 언제 봐야 이악쟁이야. 제 집처럼 누에방관리도 깨끗이 하고…》

나는 분녀어머니의 칭찬에 얼굴이 붉어지는것을 느꼈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다. 일을 못한다는 꾸중보다 그래도 일을 깨끗이 한다는 칭찬 한마디가 마음을 즐겁게 하여주고있는것이다.

(어마나! 내가 무슨 생각을… 아이들처럼 칭찬을 바라다니…)

그래도 어쨌든 좋았다. 이 과정에 나는 점차 누에를 치는 일에 익숙되여갔다.

분녀어머니는 끔찍이도 나를 위해주었다. 크지 않은 눈에 그윽히 풍기는 인정미, 처녀때는 총각들의 뭇시선을 퍼그나 끌었을 미모를 갖춘 녀성이였다. 그는 나의 집에서 몇채 건너 있는 집에서 살고있었다. 쉰고개를 바라보는 내외가 한적한 큰 집에서 살고있었다. 애오라지 곱게 키운 아들 하나를 내가 시집오는 해에 조국보위초소에 세웠다.

《진옥이 엄마, 청소는 내가 할테니 빨리 탁아소에 가서 진옥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라구.》

《괜찮아요, 어머니. 같이하고 가지요 뭐.…》

《아니, 내가 마저 하겠으니 빨리 가보라구. 진옥이가 엄마를 얼마나 찾겠나.》

나는 미안한 생각을 안고 탁아소로 달려갔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마을은 어둠속에 잠겨버렸다.

농장관리일군인 남편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저녁밥을 지어놓고 아이를 잠재우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 마음이 불안하였다. 오늘부터 잠자기에 들어간 누에들이므로 이 시기에 알맞는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층하가 생겨 누에들이 충실치 못한 고치를 틀게 된다. 잠자기는 단번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뽕을 자주자주 뿌려주어야 하는데 아이만 홀로 빈집에 두고 어떻게 간단 말인가.

나는 밖에서 개짖는 소리가 컹컹 들릴 때마다 남편이 오는가 하여 밖에 귀를 기울이였다.

8시… 9시…

(아이참, 왜 아직 안 들어올가.)

나는 안타까와 《호―》하고 숨을 쉬며 귀여운 딸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딸애는 잠에 들어있었다.

나는 살며시 일어섰다. 그런데 왜 그런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서면 당장 잠을 깰것 같고… 그렇다고 안 나갈수도 없고…

나는 안타까움으로 바재이는 마음을 안고 딸애를 바라보았다. 나는 강잉히 입술을 옥물고 문을 열고 나섰다. 집대문가를 나서려는데 갑자기 잠을 깬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듯 했다. 황황히 달려가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아이참, 딸애는 그냥 자고있었다. 딸애에 대한 생각에 옴한 나머지 착각현상이 일어난것 같았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였다. 나는 달음박질하듯 마을길을 벗어나 누에잠실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올라섰다.

초조한 마음을 안고 산굽이를 돌아서던 나는 잠실뒤 언덕너머 골짜기에서 모닥불을 발견하였다.

누가 이 늦은 저녁에 불을 피우고있을가.

나는 의문을 안고 잠실을 지나 모닥불이 피여오르는 곳으로 종종걸음을 옮겼다. 펑퍼짐한 한쪽에는 통나무며 서까래, 덕대감들이 쌓여있는데 누군가가 허리를 굽히고 열성적으로 삽질을 하고있었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어린 누에들때문에 가설막이 부족되여 분조에서는 장정로력들로 가설막자재를 마련해놓았다. 이제 터만 닦으면 한나절에 와닥닥 세울수 있었다.

삽질을 하는 사람은 일에 정신이 쏠려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것도 몰랐다. 웃옷을 벗고 속옷바람으로 다기차게 삽질을 해대는 모습이 불빛에 환하게 보였다. 벌써 가설막터를 절반이나 닦았다.

(낮에는 뽕밭 김매기를 하고 또 이 저녁엔…)

나는 착잡한 생각속에 잠시 서있었다. 이때 등을 돌려대고 일하던 그가 이쪽으로 돌아섰다. 불빛에 원섭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니 분조장이…

《분조장동지…》

그에게로 다가간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허리를 펴며 원섭은 환히 웃었다. 어렴풋한 불빛에 하얀 이만 특이하게 알린다.

《진옥이 엄마가 어떻게 여길 다 왔습니까?》

《잠실 누에들을 오늘 저녁엔 제 혼자 보기로 했어요. 분녀어머니의 아들이 낮에 표창휴가를 와서…》

《아참, 그렇지. 내가 그 생각을 못하고…》

원섭은 뒤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데 누에들은 어떻게 되였습니까?》

《누에밥을 주려고 올라오댔는데 여기에서 불빛이…》

《그럼 잠실에 들어가지 못했겠구만요. 자, 나 하고 같이 갑시다.》

원섭은 흙무지에 삽을 꽂고나서 앞서 걸었다.

《진옥이 아버진 들어왔습니까? 오후에 군에 자재실러 간다고 했는데…》

그제서야 나는 남편이 들어오지 못한 원인을 알았다.

《들어오지 않아서 지금껏 기다리다가 진옥일 재워놓고…》

《뭐요? 그럼 빨리 가봐야겠구만요.》

원섭은 이렇게 말하고나서 걸음을 다그쳤다.

잠실문을 열고 들어선 원섭은 잠박들을 살펴봤다.

《뽕밭김을 매면서 보니 뽕잎은 지난해보다 멋있게 폈습니다. 그렇지만 누에수가 많아서 재배뽕만으로는 안될것 같습니다. 그러니 관리공들이 잡도리를 잘해야 하겠습니다.》

원섭의 말을 들으며 나는 진옥이만 생각하던 나머지 어린 누에들의 밥주는 시간이 퍽 늦어진데 대한 가책을 느끼였다.

우리는 누에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쏙닥, 쏙닥…》

뽕을 써는듯 뽕을 갉아먹는 소리가 울렸다.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어느덧 누에가 석잠 자는 시기가 왔다.

아침밥을 지으려고 일어나려는데 딸애가 먼저 깨여나 떨어지지 않으려고 칭얼거렸다. 여느때같으면 아직 자야 할 시간인데 오늘 아침은 왜 그런지 정상이 아닌듯싶었다.

(혹시 어제 밤 포단을 차던지고 자더니 감기라도 든것이 아닌가.)

딸애의 머리를 짚어보니 손에 열이 있는듯 한 감이 있었다. 나는 서둘러 아침밥을 지어놓고 진옥이를 둘쳐업었다. 이날따라 진료소에는 왜 그리도 사람들이 많은지…

한참후에 나는 소장앞에 진옥이를 안고 마주앉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30여년간 이곳 마을 진료소에서 일해온 그는 청진기를 들고 깐깐히 진찰하였다. 한동안 딸애를 진찰하던 그는 귀에 댔던 청진기를 벗어놓으며 허리를 폈다.

《아주머니, 일없습니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소장을 나는 의아하여 쳐다보았다.

《아직도 열이 있는것 같은데… 일없겠습니까?》

《괜한 걱정입니다. 잠자는 아이들이 그럴 때도 있습니다. 잘 놀수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할수도 종종 있습니다.》

《선생님, 그래도…》

《허허… 누구나 첫아이때는 그렇게 보인답니다. 걱정마십시오.》

아이를 안고 나오며 의무실 시계를 보니 벌써 10시다.

(어쩌나, 시간이 벌써…)

나는 탁아소로 다급히 갔다. 그러나 아이를 탁아소에 맡기고 가자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모성애의 감정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우리 진옥이가 씨원치 않은데 좀 잘 봐주세요.》

보육원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진옥이 엄마, 걱정말아. 아이는 귀할수록 굳세게 키워야 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가까스로 돌려 잠실로 황황히 올라가는데 저앞에 원섭이 마주 내려오는것이 보였다.

그의 다급한 발걸음, 좋지 않은 얼굴색…

원섭이 가까이 오자 나는 묻는듯 한 그의 얼굴을 일별하고나서 미안한 어조로 말했다.

《진옥이가 열이 있는것 같기에 진료소에…》

《그러면 그렇다고 련락을 해야지요.》

원섭은 무정하다고 할만치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눈물이 왈칵 나왔다.

(어쩌면…)

진옥이를 낳을 때의 일이 불쑥 생각났다.

음지쪽 산비탈은 희끗희끗 눈이 쌓여있는데 양지쪽 뽕나무밭은 벌써 자기의 거뭇한 모습을 듬성듬성 드러내놓았다.

만물이 소생하는 이 봄날! 나에게도 새 생명의 출생을 알리는 진통이 시작되였다.

진료소장이 급히 달려오고 이어 분조원들이 우리 집 대문이 닫길새없이 모여들었다.

《안되겠소. 태아가 거꾸로 놓였구만.》

《그럼 어떻게 합니까?》

원섭이 다급히 물었다.

진료소장은 안경을 벗어 손등으로 닦더니 긴숨을 내쉬였다.

《이런 상태에서 더 지체하면 산모까지 잘못될수 있소. 군병원에 빨리 가야 하오.》

이곳은 산골이여서 지나다니는 차들도 얼마 없었다. 그런데 이 밤중에 산모를 어떻게 후송한단말인가.

《아이구, 야단났구나.》

분녀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절망감이 깃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원섭이가 소리없이 일어서서 나갔다.

나는 고통에 모대겼다.

한시간이 좀 됐을가.

푹 내려쓴 털모자에 성에가 가득 불리운 원섭이 다급히 들어서서는 《자, 갑시다.》 하며 나를 이불로 꽁꽁 싸서 쳐들었다. 그러면서 덜퉁한 성미 그대로 두덜거렸다.

《이 친구 하필 이런 때 비료받으러 가서 날 고생시킬건 뭐람.…》

《아이구, 그래서 분조장이지요.》

분녀어머니가 나를 부축하고 따라나서며 한마디 하였다.

길가로 나오니 화물자동차 한대가 전조등을 켠채로 서있었다.

나이지숙한 운전사가 운전칸문을 열면서 말했다.

《산모를 운전칸에 태웁시다.》

하여 분녀어머니가 나를 안고 운전칸에 올랐고 원섭은 적재함에 올라탔다.

자동차는 발동을 걸더니 쏜살같이 달렸다.

운전사가 버릇처럼 담배를 입가에 가져가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이자 그 사람이 이 아주머니의 세대주요?》

《아니, 우리 분조장이예요.》

분녀어머니가 대답했다.

《그 사람 하마트면 오늘 밤이 마지막날이 될번 했소. 길 한복판에 갑자기 뛰여들어 막는 법이 어디 있소? 하도 산모가 급하다고 하기에 리해했지.》

나는 가물거리는 의식속에서 이런 소리를 들었다.

그러니 분조장은 나를 위해 이 밤중에 길가에서 한시간동안이나 기다렸단 말인가.

군병원에 도착하니 그날 직일은 내과의사였다. 원섭은 산부인과 의사의 집을 찾아 떠났다. 나이 지숙한 산부인과 과장이 급하게 달려왔다. 전문과 의사들의 고심어린 노력속에 나의 살붙이 진옥이가 출생의 고고성을 터뜨렸다.

그처럼 고맙던 원섭이…

그날의 분조장이 오늘은 나에게, 아이때문에 걱정많았던 나의 가슴에 이렇게 아픈 못을 박을줄이야…

잠실로 올라가니 분녀어머니가 누에관리에 여념이 없었다.

《아이가 좀 어떤가?》

나를 본 분녀어머니가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이렇게 물었다.

《소장선생님이 일없대요.》

《그런데 얼굴색이 좋지 않구만.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나는 눈을 내리깔며 침묵했다.

《분조장이 뭐라고 하던가?》

《…》

《진옥이 엄마, 분조장을 노엽게 생각지 말라구. 군에 빨리 회의를 가야겠는데 진옥이 엄마가 나오지 않으니 나하고 여직껏 여기에서 누에관리를 했어.》

분녀어머니의 말에 분조장의 심정은 리해되였으나 고까운 감정은 인차 가라앉지 않았다.

군에 갔던 원섭은 다음날에야 돌아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선군혁명령도의 나날에 우리 자강도에 오시여 잠업부문을 현지지도하신 기념일을 맞으며 잠업부문에서 일대 비약을 일으킬데 대한 문제를 토의하였습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바라시는대로 우리 도를 비단도, 잠업도로 만들려면 할일이 많습니다. 우리들의 어깨가 정말 무겁습니다.》

이렇게 서두를 뗀 원섭은 당면하여 분조에서 해야 할 바쁜 일들을 구체적으로 꼽았다.

그날 저녁 원섭이 잠실로 올라왔다.

《진옥이 엄마, 내가 이번에 읍에 갔을 때 진옥이 놀이감 하나를 사왔습니다.》

뜻밖에 내앞에 아동용놀이감 권총이 놓였다.

《아이참, 우리 진옥이야 처녀애인데 무슨 권총이예요. 인형아기라면 몰라도…》

나는 사양하며 놀이감권총을 그의 앞에 밀어놓았다.

동심에 잠겨 놀이감권총을 들고 총을 쏘는듯 밖을 겨냥하던 원섭이가 물었다.

《왜? 진옥이에게 권총이 안 맞는다는겁니까?》

《…》

《난 그래도 진옥이가 커서 군복을 입기를 바랬습니다. 우리 장군님께 기쁨드린 감나무중대 녀병사들처럼 되기를 바래서 권총을 샀는데 허참…》

순간 나의 가슴은 뭉클하였다.

어머니인 나는 아이를 낳고 정성들여 키우는것이 어머니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분조장은 벌써 우리 진옥이의 앞날까지 내다보고있으니 어쩐지 분조장앞에 부끄러운 생각이 앞섰다.

《진옥이 엄마, 내가 어제 회의를 가면서 성을 내서 노여워 그러는게 아닙니까?》

《아니, 그런게 아니예요.》

《어젠 참 안됐습니다. 좋게 말해도 되겠는데… 성미가 거치르다나니… 리해하여주십시오.》

원섭은 벗어놓았던 농립모를 푹 눌러쓰고 잠실을 나서서 언덕길로 스적스적 걸어갔다.

(욕을 먹은 사람은 잠을 자고 욕을 한 사람은 잠들지 못한다더니 아마도 분조장은 그날의 일이 가슴에서 내려가지 않았던거로구나.)

×

우리는 전투를 벌렸다.

또 한낮 또 한밤… 누에들은 한밥 먹고 크고 두 밥 먹고 또 크고…

누에들이 점점 커감에 따라 우리들의 일손은 바빴다. 생명체를 놓고 잠시도 맥을 놓을수 없었다.

잠에서 갓 깨여났을 때에는 먼지를 뒤집어쓴것 같던 누에들이 한밥 또 한밥 먹으며 점점 더 커지고 토실토실해진다. 이런 때는 서로 엎어치고 덮어치며 포복전진하는 모양이 그것들을 들여다보는 나로 하여금 웃지 않을수 없게 한다.

누에들이 자랄수록 우리는 더욱 바빴다.

오늘 저녁도 잠실에 나가 밤일을 해야 한다.

진옥은 어느새 쌔근쌔근 잠에 들었다.

무슨 꿈을 꾸는지 얼굴엔 웃음이 어렸다.

나는 남편에게 미안한 기색을 지어보이고나서 집을 나섰다.

집대문을 나서니 낫가락같은 달이 삿갓봉에 걸려있었다.

찌륵찌륵 풀벌레들의 유정한 울음소리, 고요한 농촌마을의 짙은 정서를 더해주는 개굴개굴 개구리의 울음소리…

나는 잠실 습도보장을 위해 물바께쯔를 한손에 들고 가분가분 걸음을 옮겼다.

잠실문을 열고 들어서니 코고는 소리가 드렁드렁 울린다. 한쪽벽에 기대여 잠이 든 원섭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침에 누에들의 몸소독을 위한 소독제를 가지러 자전거를 타고 군에 갔던 분조장이 언제 벌써…)

한옆에 소독제통이 놓여있는것을 보니 돌아오자바람으로 잠실에 올라온 모양이다.

누에고치생산을 위해 애쓰는 분조장의 마음이 헤아려져 나는 가슴이 쩌릿해졌다. 그의 마음을 따라서지 못하는 우리 누에관리공들이 얼마나 민망스러웠으랴.

만시름을 잊은듯 제집 아래방처럼 잠실에 누워 드렁드렁 코를 고는 그의 모습이 그 어떤 조각상처럼 가슴속에 안겨왔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디디던 나는 그만 방구석에 있던 청소용 빈 초롱을 넘어뜨리고말았다.

《절커덩!》

어쩜 빈 초롱 넘어지는 소리가 그리도 클가.

《누구요?》

원섭이 화닥닥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고는 긴 숨을 내쉬고나서 이윽토록 천정 한곳을 응시했다. 원섭의 얼굴에는 그 어떤 알지 못할 아쉬운 감정이 진하게 어려있었다.

《아니, 무슨 일이라도…》

원섭은 한동안 말없이 앉아있더니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내가… 군에서… 소독제를 담은 마대를 자전거에 싣고 돌아올 때였소.》

어느새 그는 흥분에 뜬 목소리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굽이굽이 산굽이를 돌아 어서빨리 가서 누에소독을 할 다급한 생각으로 자전거발디디개를 힘주어 밟던 원섭은 굽인돌이에서 승용차들과 마주쳤다. 육중한 짐을 실었는지라 자전거손잡이가 말을 잘 듣지 않아 겨우 길옆으로 나섰다. 그런데 지나갈줄로만 알았던 승용차 한대가 그의 옆에서 스르르 멎어섰다. 원섭은 웬일인가싶어 몸매를 바로잡으며 서있는데 차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아니 글쎄 아,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내리시는것이 아닌가.

《경애하는 장군님! 고치생산사업소의 분조장 김원섭입니다. 경애하는 장군님의 건강을…》

원섭이 미처 인사를 올릴새도 없이 그의 손을 당겨 잡아주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고치생산사업소의 분조장이라… 그러니 잠업도인 자강도의 기본주인이로구만. 그래 어디 갔다오는 길이요?》하고 다정히 물어주시였다.

《군소재지에 누에소독제를 가지러 갔댔습니다. 우리는 올해에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우리 도에 오시여 잠업부문을 현지지도하신 기념일을 맞으며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일해가고있습니다.》

《그렇소?! 음… 수고가 많겠구만. 누에고치를 많이 생산하여 자강도인민들의 생활문제를 푸는것은 우리 수령님의 간곡한 유훈이요.》

원섭은 가슴에 뜨거운것이 가득 고여올랐다.

그의 가정은 3대를 거쳐 누에와 인연을 맺고 살아오고있었다.

할아버지는 해방전에 시중군의 산골에서 화전농사도 하고 누에도 치면서 고달픈 생활을 이어갔다. 해방후 수령님께서는 고치농사는 산이 많은 북방의 자연지리적조건에 맞는 일이라고 하시면서 이것을 적극 장려할데 대한 가르치심을 주시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소원을 안고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도 잠업원종장 지배인으로 사업하고있다.

수년전 9월 어느날 기업소를 찾아주신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아버지에게 자강도 잠업을 한번 잘 해보자고 크나큰 믿음을 안겨주시였다.

군대에서 제대되여 돌아와 아버지의 가슴뜨거운 사연을 듣고 그 다음날로 여기 고치생산사업소로 자원하여온 원섭이였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수행한 일군들을 둘러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우리 아무리 바빠도 차를 돌려 소독제를 이 동무의 분조까지 가져다줍시다.》

원섭은 놀랐다. 선군혁명령도의 그 바쁘신 길을 이어가시는 경애하는 장군님의 걸음을 어떻게 그 자그마한 우리네 누에때문에 지체시킬수 있단 말인가.

《장군님, 저는 일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빨리 싣소. 자강도인민들을 잘 살게 하는 일이라면 천리길, 만리길을 다시 돌아간다고 하여도 난 힘들지 않소.》

《경애하는 장군님!》

원섭은 머리를 떨구고 어깨를 들먹이였다.…

《그래서요?》

나는 분조장의 팔을 잡아흔들며 안타깝게 물었다.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됐다는거예요?》

《진옥이 엄마가 초롱을 굴리는 바람에 그만…》

《아니 그럼 꿈이란 말이예요?》

나는 그 순간 서운한 생각이 들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니 원섭은 얼마나 아쉽고 서운하랴.

한데 원섭은 둥그런 얼굴에 미소를 느슨하게 피워올리며 천천히 말을 잇는다.

《아니 난 꿈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우리 상덕마을에 고치풍년이 들면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꼭 오실겁니다.》

나는 원섭이의 신심어린 얼굴을 마주보다가 눈길을 떨구었다. 더이상 바라볼수가 없었다. 원섭의 정신세계는 얼마나 높은가.

그런데 나는… 나는 문을 열고 밖을 나섰다. 겉보기에는 분조장이 덜퉁해보이는것 같아도 수수한 작업복을 입은 그의 가슴속엔 얼마나 아름다운 꿈이 간직되여있는가.

나는 왜 늘 같이 일하면서도 그처럼 뜨거운 마음을 안고사는 분조장을 다 알지 못했던가.

지난해에 장마철 폭우로 누에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도 저런 마음이 없었다면 어찌 누에들을 살릴수 있었을가. 나의 눈앞에는 이 막에서 저 막으로 뛰여다니며 낮에 밤을 이어 보충먹이며 소독제를 보장해주는 원섭이의 모습이 확대되여 눈앞에 어려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까만 비로도천우에 그 누군가가 보석을 한줌 쥐여뿌린것 같은 크고작은 별무리들이 밤하늘을 장식하며 반짝인다. 나는 그중의 큰 별 하나가 바로 나의 분조장같이 생각되였다. 그옆의 크고작은 별들은 함께 일하는 분조원들로 보였다. 분녀어머니도 그 별중의 하나로 보였다.

다음날은 누에들이 다른 막으로 나가는 날이다.

어린 누에 잠실만으로는 커가는 누에들의 자리면적을 보장해줄수가 없어서 가설막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것이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세간내보내는 어머니의 심정이라고 할가.

막으로 헤쳐가는 정들은 누에들에게 내 마음도 따라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누에들을 가지고가는 분조원들에게 고운 누에들을 정성다해 키우라고 당부하였다.

《진옥이 엄마, 누에들이 진옥이보다 더 곱나?》

《누에들도 진옥이 못지 않게 고와요.》

그것은 나의 진심이였다. 정말 누에들이 고왔다.

나와 분녀어머니는 한 가설막에서 또 같이 일하게 되였다. 어린 누에관리를 함께 하면서 깐진 일본새와 책임성을 보여준 분녀어머니여서 함께 일하게 되는것이 무척 기뻤다. 막에 들어서면 마치도 덕대마다 흰 포단을 얹어놓은듯 하였다.

처음엔 만지기조차 두렵던 누에들이였는데 이제는 오물오물 기여다니는 하얀 누에들이 볼수록 귀엽다. 누에들과 정이 들면서 진옥이의 고운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같은 정성으로 누에들을 보살펴야 한다는 자각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것은 분조장의 아름다운 마음을 헤아린 때부터 더욱 그렇게 된듯싶기도 했다. 더우기 누에가 고치를 지으려 오르기 며칠을 앞둔 때여서 순간도 관심이 적어지면 그만큼 생육에 지장을 주니 고치틀음률이 떨어지는 중요한 때였다.

나는 분조장과 분녀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려고 밤낮으로 누에막에서 분녀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집에는 분녀어머니와 교대로 시간을 짜고 다녀오군 하였다. 식사도 교대로 하였다.

나는 늘 집에 먼저 들어오군 하였다. 애기어머니라는 특전으로 먼저 들어오면서 탁아소에 들려 진옥이의 고운 얼굴을 들여다보며 젖을 먹이고나서 집에 들어와 식탁에 마주앉군 하였다.

그리고는 분녀어머니를 교대해주려고 인차 누에막으로 오르군 하였다. 한여름의 록음이 흐르는 뽕밭둔덕을 밟으며 지름길로 오르던 나는 누에막으로 굽이굽이 에돌며 뻗어간 도로에서 풀을 뽑고있는 분녀어머니를 보게 되였다.

《분녀어머니, 좀 쉬지 않고 도로엔 왜 나왔어요?》

나는 이렇게 소리치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분녀어머니는 도로바닥에 다닥다닥 붙은 풀들을 말끔히 뽑고 비질을 박박 하였다. 그의 손이 간 도로는 정신이 들도록 깨끗해졌다.

《누가 과업을 주던가요?》

《아니야. 내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이야.》

《힘들겠는데 좀 쉬지 않고…》

《우리 분조장이 좋은 꿈을 꾸었다는 소리를 들은 다음부터는 어쩐지 우리 장군님께서 우리 이곳을 찾아주실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이 도로를 깨끗이 하고싶었어.

진옥이 엄마, 우리 고치풍년을 마련하고 꼭 우리 장군님을 모시자.》

나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어쩌면 모두가 그리도 높은 리상을 안고살가.

《분녀어머니, 내가 마저 할테니 어서 들어가 식사하세요.》

나는 그의 투박한 손에서 비자루를 앗아들었다.

×

우리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누에들의 먹이를 위해 뛰고 또 뛰여야 했다. 지난해보다 더 많아진 누에들의 먹이문제가 절정에 올랐다.

뽕나무밭관리를 잘해서 지난해보다 많은 뽕이 생산되였지만 어느사이에 동이 나게 되였다. 누에 먹이가 긴장되였다. 뽕을 보장하는것이 분조앞에 나선 절박한 과제로 되였다.

 사각, 사각…

가만히 귀기울이면 마치도 보슬비 내리듯 먹이를 주고 또 주어도 끝이 없이 먹어대는 누에들이다.

누에가 보이지 않도록 뽕을 뿌려주었는데도 한참이면 누에들만 디글디글했다.

먹이문제가 해결되여야 했다. 눈물이 나도록 안타깝기만 했다.

이 주변의 산발들에는 산뽕이 많다. 뽕나무밭이 생기기 전에는 산뽕만으로도 많은 누에를 치던 고장이였다. 아침에 남정들은 모두 산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들은 저녁에야 돌아온다.

나는 가까운 산에 올라가 다문 한밥 줄 뽕이라도 따오고싶었다. 분조장이며 분녀어머니가 따오는 뽕으로는 저녁에 줄수 있기에 조급한 마음으로 무턱대고 산에 올랐다.

나는 한여름의 무성한 잡관목숲을 헤치며 뽕나무를 찾았다. 한참 숲을 헤치고 나서면 이번에는 돌서덜밭, 그것을 넘으니 이번에는 산등성이다.

사방 여기저기 보며 뽕나무를 찾고 또 찾았다.

뽕잎이 비슷하여 가까이 가보면 뽕나무가 아니였다. 한참 숲을 헤치고 나가다보니 잎이 손바닥만 한 큰 뽕나무가 잡관목숲에 섞여있었다. 나는 너무 기쁜김에 어린애처럼 나무를 붙잡고 어쩔줄을 몰랐다. 손에 불이 일도록 따고 또 땄다.

…드디여 배가 불룩한 뽕마대의 끈을 동여맸다.

산골에는 해가 떨어지면 인차 어스름이 깃든다. 급한 마음에 산중턱으로 헤매이다보니 령마루를 넘었던지 안 넘었던지…

숲속에서는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나는 당황했다. 뽕마대를 지고 무작정 일어섰다.

어깨를 파고드는 짐의 무게…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던 나는 덤비던 나머지 돌을 헛짚으며 한고패 딩굴었다. 무릎을 돌에 찧었는지 일어설수가 없었다. 누운채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어둠이 깃들며 검푸른 하늘에 별이 하나 둘 나타난다. 문득 젖가슴이 부풀어오르는듯 한 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옥이가 엄마를 기다리겠는데…)

무릎만 아픈것이 아니라 발목도 시큰거렸다.

그런데 뽕마대가 보이지 않았다.

분조장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듯 했다.

《하얀 고치꽃을 피워 우리 일터에, 뽕밭 푸르른 우리 일터에 경애하는 장군님을 모실 그날을 그리며 우리 일을 잘합시다.》라고 하던 소리가…

나는 이를 사려물고 일어섰다. 그리고는 여기저기 손더듬으로 찾아보았다. 문뜩 손에 마치는 촉감! 뽕마대였다. 이젠 됐다. 가자, 어서 잠실로…

나는 뽕마대를 한손으로 끌며 한손으로 숲을 헤쳤다. 빨리 가자, 빨리…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을 속으로 주며 절뚝절뚝 걸었다. 저 멀리 골짜기아래로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진옥이 엄마―》

《아주머니―》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의 웨침소리가 들리고 숲속에까지 전지불빛이 엇갈리며 비쳐온다.

아, 나를 찾는구나. 너무 반가운 나머지 눈물이 앞을 가리운다.

허둥지둥… 허둥지둥…

《나 여기 있어요.―》

듣지 못한다. 안타까왔다.

《나―여기―있어요.―》

나는 엎어지며 딩굴며 내려갔다.

나는 골짜기중 턱에서 전지를 든 분조장과 분녀어머니를 만났다.

행색이 말이 아닌 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분조장이 성을 냈다.

《누가 뽕따러 가라고 했습니까? 누가? 젖먹이아이를 놓고 말입니다.》

그러더니 원섭은 뽕마대를 받아 어깨에 메며 어성을 낮추고 목이 메여 말했다.

《원, 뽕을 많이도 땄구만요. 하여튼 수고했습니다. 진옥이 엄마도 우리 상덕마을에 와서 많이 자랐습니다. 자, 빨리 내려갑시다.》

이번엔 분녀어머니가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까부터 보육원이 진옥이를 안고 기다리고있어. 저기―》

나는 몇발자국앞에 서있는 어둠속의 보육원을 띄여보았다.

나는 급히 보육원에게 다가갔다.

《진옥인 자고있어요.》

《우리 진옥이 배고프겠네.》

나는 따스한 체온이 푹 밴 포단속의 진옥이를 받아안았다. 분녀어머니가 진옥이에게 전지불을 비쳐주었다. 나는 진옥이의 얼굴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다가 진옥이가 울지 않던가고 물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깃드는데 어디 애엄마가 와야지요. 안타까이 기다리는데 분조장이 와서 자기가 집에 데려가겠다고, 애엄만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들이 산에서 내려가보니 뽕따러 갔었다고 하더군요. 자기 집 사람에게 젖이랑 먹이게 하겠다는것이였어요. 아이참, 우리 보육원들을 뭘로 아는지… 진옥이에겐 암죽을 써먹였더니 저렇게 해죽해죽 웃다가 잠이 들었어요.》

《정말 수고했어요. 모두가 진옥이 엄마노릇을 하였구만요.》

참말로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속에 사는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진옥이는 자면서도 환히 웃고있다. 꿈을 꾸는지…

아마도 우리 분조장의 꿈처럼 이 애도 그런 아름다운 꿈을 꾸는지…

별찌 하나가 포물선을 그으며 땅에 떨어진다.

그 별찌의 불빛이 사라지고 어스름이 덮인 상덕마을에 고요가 깃든다. 온 마을이 아름다운 꿈을 청하는것은 아닌지. 나는 마을로 보육원과 분녀어머니와 함께 뽕을 따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며 내려갔다.

정녕 높고 아름다운 리상을 안고있는 이 상덕마을에서 나의 마음이 자라고 우리 진옥이가 자란다.

(자강도 위원군 고치생산사업소 창평작업반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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