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3(2014)년 제7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재 규

(제 1 회)

 

련이어 꼬리를 물던 승용차들의 전조등빛도 뜨음해지고 왜바람이 골안을 메우던 장마철의 사나운 날씨도 잠풍하다. 어디론가 사라졌던 여러쌍의 새들이 다시 찾아와 이밤이 깊도록 울어대는데 그 소리는 마치도 승리한 조선의 오늘을 노래하는듯싶다.

가슴을 울리는 새소리를 귀전에 들으며 위대한 수령님의 부르심을 받고 그이께서 계시는 방을 향하여 가고있는 차세경대좌의 걸음은 무거웠다.

중앙복도의 한쪽벽에 치우쳐 세워져있는 원추형 시계의 종이 두점을 치는데 집무실에는 불빛이 꺼질줄을 몰랐다.

옷깃을 여미고 조용히 방안에 들어선 순간 차세경은 근엄한 분위기속에 휩싸였다.

조선의 하늘에 포화가 멎은지 일주일이 되는 오늘 밤에도 수령님께서는 전화의 나날에 겹쌓인 피로를 풀지 못하시고 책상을 마주하고계시였다.

그이께서는 조국의 북변 수풍으로부터 황철과 강선, 황해남도의 곡창지대들에 사색깊은 시선을 주시며 전후복구건설의 대강을 펼치고계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인젠 밤이 깊어졌습니다.》

정중하게 말씀올리는 차세경의 눈앞에 전쟁의 나날 작전대앞에 서시여 전선서부와 전선동부에 거침없이 화살표를 그어가시며 적의 사단들과 군단들을 쥐락펴락하시던 그이의 존안이 떠올랐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사업을 보좌하는 일군으로서 곁에서 일하는 과정에 수령님의 숭고한 모습을 뵈오며 그때마다 남모르게 가슴을 적시군 하던 차세경이였던것이다.

《차동무, 거기에 좀 앉소.》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응접대앞으로 걸어나오시였다. 응접대에 놓여있는 《로동신문》3면을 펼쳐보이시였다.

《이 기사를 좀 보오. 전쟁에서 이긴 우리 전사들이 표창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가고있소. 미제놈들을 때려눕힌 우리 전사들의 장한 모습을 한번 보고싶소. 아침에 평양역에 나가면 전선의 여러 방향에서 오는 려객렬차들이 도착하겠는데 그 차들에서 내리는 휴가병사들을 몇명 데리고오오.》

수령님께서는 3년간의 전쟁을 치르고 그리운 부모처자들을 만나러 고향으로 돌아가는 우리 병사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어서 보고싶으신듯 절절하게 맡씀하시였다.

그처럼 분망하신 낮과 밤을 이어가시면서도 전사들을 잊지 못해하시는 수령님의 고귀한 풍모를 다시 대하는 차세경은 저도 모르게 젖어오는 눈시울에 손을 올리였다.

어제 아침에 배포된 신문의 그 기사를 읽으면서도 범상하게만 생각했던 차세경이였다.

수령님의 집무실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와서도 머리속에 가르치심을 주시던 그이의 모습이 떠올라 사뭇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지새운 차세경은 이른아침 최고사령부의 대기뻐스를 타고 평양역을 향하여 떠났다.

상쾌한 아침이다. 호수가에 자오록이 내려앉은 실안개며 마주 날아오는 한여름의 시원한 바람도 차세경의 열기오른 얼굴을 식혀주지 못하였다.

페허로 되였던 평양의 거리는 그동안에도 벌써 몰라보게 정리되여 그처럼 코를 찌르던 매캐한 초연냄새는 간데없고 싱그러운 흙냄새만이 구수하게 풍겨왔다.

평양역이 점점 가까와지면서 차세경의 마음은 바다속처럼 설레였다.

휴가병사들을 만나보겠다고 하시는 수령님의 심원한 뜻을 다는 리해하지 못하고 가는 차세경이였다.

3년간의 조국해방전쟁시기 그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전선의 높고낮은 산발들을 오르내리는 나날에 그이께서 전사들에게 기울이시는 혈육의 정을 한두번만 체험하지 않았었다.

그이께서는 전쟁의 가렬한 불길속에서도 1211고지와 여러 고지들에 화선료양소를 설치해주시고 병사들이 싸우면서도 휴식할수 있도록 하여주시였다.

어느 하루는 고지에 선기가 돈다는 보고를 받으시고 병사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갱도안에 온돌방을 만들어 불도 따뜻이 때주도록 조치를 취해주시였는가 하면 전선고지들에 친히 콩을 푼푼히 보내주시여 콩나물을 길러먹이게 하시고 두부도 앗아먹이도록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은정을 베풀어주시였다.

그때마다 차세경은 전사들에 대한 수령님의 사랑에는 한계가 없다는것을 한두번만 절감하지 않았었다.

오늘 휴가병사들을 만나시면 또 무슨 귀중한 가르치심을 주시겠는지… 수령님의 심중을 알수 없는 차세경이였다.

역두에 도착하니 복구건설이 한창인 역전광장은 렬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겹쳐져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평양역 본청사는 폭격에 형체도 없이 날아나고 절반이나 파괴된 건물을 역청사로 림시 리용하고있었는데 한쪽에서는 새 청사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있었다. 기중기소리, 세멘트혼합기 돌아가는 소리, 삽질소리, 마치소리, 역전광장은 도가니속에 휩싸인듯 하였다.

원산과 평강방면에서 오는 려객렬차가 곧 1호홈에 도착한다는 안내원의 말을 듣고 차세경은 곧장 역구내로 나갔다. 구내에는 전쟁승리를 기념한 감격의 여운인듯 각가지 구호들과 장치물들이 나붙어있었다. 손님들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얼굴들에도 승리한 인민의 긍지와 기쁨이 그대로 어려있고 그들의 걸음걸이도 활기에 넘치고있었다.

이윽하여 구내종이 울리고 여러칸의 려객차를 단 증기기관차가 증기를 뽑으며 서서히 구내에 들어섰다.

차세경대좌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누르며 려객차칸들쪽으로 걸어나갔다. 렬차가 멎자 차칸안에서 손님들이 일제히 쏟아져나왔다. 수많은 손님들속에 섞여서 내리는 크고작은 배낭들을 진 병사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남포방향에서 들어오는 렬차가 홈에 들어섰다. 역구내는 손님들로 붐비였다.

차세경은 병사들쪽으로 달려갔다. 두명의 병사들을 먼저 멈춰세웠다.

《표창휴가를 받고 고향으로 가는 동무들이요?》

병사들은 웬일이냐는듯이 대좌를 바라보고나서 경의를 표시했다.

《그렇습니다.》

《그럼 됐소. 저기 뻐스곁에 좀 모입시다.》

차세경은 다시 다른 병사들쪽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는 남포쪽에서 온 렬차에서 내린 해군중사를 멈춰세웠다. 그들을 모두 뻐스가 서있는쪽으로 보낸 차세경은 사람들사이를 누비며 휴가병사들을 찾아다니였다. 평강과 원산쪽에서 오는 휴가병사들이 더 많았다.

그들은 얼굴에 의아한 표정을 지은채 서로 마주보며 뻐스앞에 모였다. 10여명이 잘되였다.

차세경대좌는 휴가병사들을 정렬시켜놓고 돌아보기 시작하였다.

전선서부의 단발령너머 5중대에서 온 상사와 서해의 해군기지에서 온 해군중사가 보고를 한 다음 세번째에 서있던 전선동부에서 온 한 하사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1211고지 동쪽 푸른 언덕에서 온 하사 박민혁입니다.》

리발을 해서 그런지 유별나게 어려보이는 병사가 자세를 바로잡으며 보고를 하자 대좌의 떨리는 눈길이 박민혁의 얼굴과 가슴을 스쳤다.

어린 병사, 가슴에 반짝이는 금별메달…

(어디서 보았던가?)

대좌의 눈길은 다시 그의 해사한 얼굴에 박혔다. 방금전에 그가 하던 보고에서 1211고지 동쪽 푸른 언덕이라고 하던 맡이 다시 귀전에서 울렸다.

박민혁! 이름은 또 얼마나 귀에 익은가.

대좌의 뇌리속에 아슴푸레 떠오르는것이 있었다.

1211고지 동쪽 푸른 언덕 돌출부반타격전에서 아군의 돌격로를 열고 전신에 부상을 당한채 쓰러졌다던 그 돌격영웅이 틀림없는것 같았다.

대좌의 얼굴에 일순 놀라운 기색이 어리더니 가벼운 경련이 지나갔다.

그러나 박민혁의 얼굴에는 아직은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이윽하여 대좌가 한발 앞으로 나서며 박민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박민혁동무! 나를 모르겠소?》

대좌의 목소리는 흥분에 떨었다. 순간 박민혁의 얼굴에도 긴장과 흥분의 빛이 떠돌았다.

분명 눈내리는 전선길, 그날 밤의 정경을 그려보는듯 눈길마저 실눈으로 변하더니 눈시울이 바르르 떨었다.

《대좌동지! 알만 합니다.》

어느덧 박민혁의 얼굴에 가벼운 흥분의 빛이 물결치였다.

《박민혁동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동무를 자주 회상하군 하시오. 드디여 승리하고 고향으로 가누만! 축하하오, 축하해!》

대좌는 얼굴이 딸기빛으로 붉어지면서 어쩔줄을 몰라하는 박민혁의 손을 굳게 잡아주며 여간만 기뻐하지 않았다.

몹시 순박하고 어진 병사였다. 헌데 오늘은 가슴에 빛나는 금별메달을 달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가. 모습도 름름하고 담력을 말해주는듯 눈빛도 이글이글 타번지는것 같았다.

박민혁의 몰라보게 성장한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차세경은 배가 불룩하고 색갈이 바랜 그의 배낭우에 손을 올려놓았다.

《배낭이 크구만. 뭘 이렇게 많이 넣었소?》

대좌의 말을 듣는 순간 박민혁의 눈에 긴장한 빛이 어렸다.

《별난것이 없습니다. 고향으로 간다고 중대동무들이 한가지씩 꿍져넣어주었습…》

박민혁이 말을 잇지 못하고 어물어물하였다.

대좌는 박민혁의 긴장해지는 얼굴빛을 가벼운 웃음으로 넘겨보며 병사들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병사들의 꾸겨진 옷깃을 펴주기도 하고 구부러진 견장을 바로잡아주기도 하였다. 배낭끈과 구두끈도 잘 매게 하였다.

그것을 다 끝낸 대좌는 손목시계를 한번 들여다보고나서 병사들앞에 나섰다.

《자, 동무들, 모두 복장을 다시한번 살펴보고 뻐스에 오릅시다.》

대좌가 휴가병사들을 뻐스안으로 인도하려고 하는데 한 병사가 얼굴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대좌동지,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갈아타야 할 렬차시간을 념두에 두는것 같았다.

《동무들, 놀라지 마시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친히 동무들을 부르시였소!》

대좌의 목소리는 흥분에 떨었다.

《예? 최고사령관동지께서요!》

병사들이 일제히 얼굴에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제각기 자기 옷차림새들을 들여다보았다.

비록 물색이 바래여진 군복이기는 하지만 깨끗이 빨아서 다림발을 세운 정갈한 옷들이였다.

《념려마오. 동무들이 새 군복을 입고가야만 장군님께서 기뻐하실줄 알았소? 화약냄새 풍기는 색이 바랜 군복을 입은 동무들을 보시면 더 반가와하실거요.》

대좌의 목소리는 절절하게 울리며 병사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차세경은 현악기의 금선처럼 팽팽하게 긴장되여있는 휴가병사들의 얼굴들을 다시한번 가늠해보고나서 그들을 뻐스안으로 인도하였다.

뻐스는 곧 떠났다.

차세경대좌는 박민혁을 곁에 앉히고 영웅의 손을 꼭 잡은채 달리는 뻐스의 차창밖을 내다보았다.

전쟁의 포화속에서도 살아남아서 복구건설의 마치소리 드높은 거리에 시원한 그늘을 던져주고있는 푸른 가로수들을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그늘밑에서 남녀청년복구대원들이 전시가요들을 부르며 휴식의 한때를 즐기고있었다.

 

그렇게 알길 없던 정든 님 소식

집에 들은 군대동무 전해주었네

미국놈 백놈이나 쓸어눕히고

불탄 고지 지켰으니 영웅되셨네

 

시원한 바람결을 타고 들려오는 부드러운 선률을 음미하던 차세경은 저도 모르게 박민혁의 가슴에 눈길을 주었다. 가슴에 빛나는 금별메달이 바깥에서 흘러드는 해빛을 받아 유난히도 반짝이였다.

그것을 이윽히 바라보는 차세경의 눈앞에 문득 1952년도 다 저물어가던 겨울의 어느날 밤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전선으로 나가던 도중 전선길에서 박민혁을 만나던 때의 일이 선히 떠올랐다.

포화가 울부짖는 조국의 산과 들에 그해도 겨울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전쟁의 세번째 해도 다 저물어 첫눈이 내리는 어느날 밤이였다.

차세경대좌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전선깊이에로 들어가고있었다.

승용차는 흰눈이 융단같이 얕게 깔린 전선길에 두줄기 바퀴자리를 남기며 서서히 달리였다. 회색양털로 만든 운두가 높은 군모를 깊숙이 내려쓰고 두툼한 군용외투를 걸치신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두손을 외투주머니에 지르시고 등받이에 기대앉으신채 가벼이 눈을 감고계시였다.

차세경대좌는 승용차의 앞자리에 앉아서 전조등에 비치여 나비처럼 흩날리는 눈송이들에 시선을 준채 전방을 주의깊게 살펴나갔다.

승용차가 령중턱 밋밋한 길을 내리고있을 때였다. 배낭을 짊어진 한 병사가 길을 비켜주며 걸어가고있는것이 보였다. 다리를 저는것으로 보아 먼길을 걸어왔거나 아니면 다리에 부상을 당한것 같았다.

차세경이 긴장해지며 그 병사에게 시선을 모으고있는 사이 어느덧 승용차가 병사를 가까이하고있었다. 이때 무중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차를 세우라고 이르시였다.

《차동무, 나가보오. 어디까지 가는 병사인지?》

차세경은 수령님의 다심한 풍모에 다시한번 가슴을 적시며 문을 열고 나갔다. 그가 병사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승용차는 벌써 바싹 다가왔다.

장군님께서는 지체없이 차문을 여시였다. 차세경이 그 병사에 대하여 보고를 올리려는데 수령님께서는 눈길우에 굳어진채 서있는 병사를 향하여 어서 들어오라고 다정하게 이르시였다. 대좌는 병사를 승용차안에 들이앉히고 제자리에 가앉았다.

승용차는 다시 달리는데 병사는 승용차안에 들어와서도 편안히 앉아있지 못하고 몸을 옹송그리며 잠시도 진정하지 못하고있었다. 그것을 보신 수령님께서는 병사의 무릎을 몇번이고 눌러주시며 편안히 앉으라고 말씀하시였다.

《어디까지 가는 길이요?》

《최고사령관동지!》

병사는 여전히 굳어진채 말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였다.

《어서 말해보오.》

병사의 언 손을 주물러주시며 마음을 푹 놓고 말하라고 이르시였다.

《저- 저는 얼마전에 있었던 수리봉전투에서 다리에 부상을 당했습니다. 야전병원에 입원했다가 회복되여 퇴원하는 길입니다. 우리 중대가 곧 반타격전에 들어간답니다. 그래서 급히 중대로 가는 길입니다.》

병사는 가늘게 떨기까지 하는 목소리로 대답올렸다.

《어느 부대요?》

《2사 ×련대 3중대입니다.》

《여기서 먼데요?》

《멀지 않습니다.》

《그렇다-》

장군님께서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신채 병사를 기특하게 생각하시는듯 어깨와 다리를 어루쓰다듬어주시였다.

무릎우에 올려놓은 종이꾸레미를 만져보시다가 다시 물으시였다.

《이건 뭐요?》

《부식물입니다.》

장군님께서는 부식물이라는 병사의 말에 호기심을 가지신듯 얼른 이으시였다.

《무슨 부식물을 먹소?》

《고등어입니다.》

병사는 장군님과의 대화가 생활이야기에 들어가자 다소 긴장을 누그러뜨리며 사실대로 말씀올렸다.

《고등어? 좋지! 그다음은?》

《고등어면 충분합니다. 소금도 간장도 기름도 필요없는 종합부식물입니다. 고등어 한토막이면 눈깜짝할사이에 밥 한그릇 다 먹을수 있습니다.》

병사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장군님의 안색을 우러르고나서 다시 이었다.

《그래서 우리 병사들은 고등어에게 훈장을 주자고 결정했습니다.》

병사는 어느덧 긴장이 다 풀린듯 제법 얼굴에 웃음까지 피워가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고등어에게 훈장이라… 그럴듯해, 하하하.》

수령님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고나시여 다시 이으시였다.

《고등어도 우리 전쟁승리를 위해서 한몫 단단히 하고있으니까! 그렇지 않소? 그런데 병사동문 아주 재미있는 동무로구만. 이름은 뭐지?》

《박민혁이라고 합니다.》

《박민혁! 반타격전투에 나간단 말이지. 음, 장하오.》

얼마전 최고사령부에서 제시한 방침인데 그것이 벌써 중대들에서 실천에 옮겨지고있는데 대하여 그이께서는 만족을 표시하시였다.

《요즈음 그 아이젠하워놈이 조선전선에 기여들어 그 무슨 신공세나발을 불어댄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중대 병사들은 그놈의 코대를 꺾어버리기로 하였습니다.》

박민혁이 가늘게 떨리기까지 하는 흥분된 어조로 말씀올렸다.

《옳소. 그건 사실이요. 응당 꺾어버려야 하오.》

장군님께서는 아이젠하워놈이 대통령자리에 올라앉자마자 조선전선에 기여들어 《교섭보다 행동이 제일》이라고 떠벌이면서 《신공세》에 열을 올리고있다고 최근정세를 요약해서 설명해주시고 그것을 격멸시키기 위한 과업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알겠습니다. 이번 반타격전을 잘해서 신공세에 된타격을 안기겠습니다.》

박민혁이 자세를 바로잡으며 정중히 말씀올렸다.

《옳소. 바로 그거요. 우리는 아이젠하워놈의 신공세를 반타격으로 대답하여 놈들을 서산락일의 운명에 빠뜨려넣자는거요. 이 영예로운 전투에서 매개 병사들은 모두가 영웅이 되고 투사가 되여야 하오. 나는 박민혁동무도 반드시 그렇게 싸우리라고 확신하오. 그런데 동무는 다리가 불편한것 같은데 그 다리를 가지고 전투에 참가할수 있겠소?》

《일없습니다. 급히 걸어오느라고 그만 발바닥에 물집이 좀 생겼을뿐입니다.》

얼굴을 붉히며 뇌이는 박민혁은 더 뒤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래 고향은 어데지?》

《평북도 정주군입니다.》

《정주군, 논농사고장이구만.》

《그렇습니다. 분여받은 기름진 땅에서 재미있게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일어나 전선에 달려나왔습니다.》

《그렇소? 아버지는?》

《박천호라고 합니다. 리인민위원장입니다.》

《음-》

장군님께서는 더 말씀이 없으신채 안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시여 몇자 적어넣으시였다.

승용차는 한동안 경쾌하게 달리였다.

박민혁의 다리를 몇번이고 눈여겨보시던 수령님께서는 운전사를 향하여 차를 천천히 몰라고 나직하신 음성으로 이르시였다.

박민혁은 길도 나쁘지 않은데 자기 다리를 념려하시여 차를 천천히 몰라고 이르시는 수령님의 세심한 보살핌에 가슴에서 솟구치는 뜨거운것을 몇번이고 삼키며 점점 더 몸을 옹송그리고 앉아있었다.

승용차가 령을 다 내리여 갈림길에 이르렀을 때였다.

박민혁이 몸을 솟구치며 말씀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저는 여기서 내려야 합니다.》

《그렇소?》

수령님께서는 차를 멈추게 하신 다음 박민혁에게 다시 시선을 주시였다.

《중대가 여기서 가깝소?》

《예, 가깝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쌀주머니에는 그렇게 쌀이 가득차있소? 고등어는 한손이나…》

그이께서는 병사의 쌀주머니에 손을 얹으시며 말씀하시였다.

《…》

병사는 그만 말문이 막혀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이제까지 승용차의 앞자리에 앉아서 수령님과 병사사이에 오고가는 대화를 듣고있던 차세경은 그만 긴장해지며 병사를 돌아다보았다.

병사는 더 말을 못하고 굳어져있었다.

순간 차세경은 온몸이 화끈 달아오르고 눈시울이 뜨거워올랐다. 쌀주머니와 같은 소지품을 보시고도 병사의 속내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시는 수령님앞에 저절로 머리가 수그러졌다.

수령님께서는 병사에게 다시 말씀을 건네고계시였다.

《솔직히 말해보오. 여기서 멀지? 미안해서 그러지? 쌀주머니와 한손의 고등어가 그것을 말해주고있지 않소. 어디까지 가오?》

그제서야 병사는 머리를 떨구며 자기의 솔직한 심정을 말씀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사실 우리 중대는 한수령너머에 있습니다.》

《그거 보오. 그러면 그렇겠지. 병사는 솔직해야 하오. 걸어서 거기까지 가자면 밤새껏 가고도 남을거요. 자, 내 령너머에까지 태워다주겠소.》

수령님께서는 간곡하게 말씀하고나시여 운전사에게 차를 돌리라고 말씀하시였다.

수령님의 말씀을 듣고 당황해난것은 차세경이였다.

《최고사령관동지, 군단사령부까지 도착할 예정시간이 늦어집니다. 모두들 모여서 기다리고있습니다.》

차세경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가까스로 누르며 말씀올렸다.

《아무리 우리 길이 바빠도 이런 병사를 보고야 어떻게 그냥 지나갈수가 있겠소. 어서 차를 돌리시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박민혁을 한수령너머 깊은 골짜기안에 있는 그의 중대에까지 태워다주시였다.

차세경대좌는 승용차에서 내리여 수령님께 정중히 경례를 올리는 박민혁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였다.

당장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박민혁의 격정에 차있는 얼굴에는 이번 반타격전에서 반드시 위훈을 세우고야말리라는 굳은 결의가 넘쳐흐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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