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청년문학》주체103(2014)년 제6호에 실린 글

단편소설 

김 하 늘

(제 2 회)

3

 

김정은동지께서는 문건의 마지막장을 덮으시고 오래동안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그러시다가 다시 문건의 마지막부분을 펼치시였다.

《그러니 믿을수 없단 말이지.…》

리문성이 정중히 말씀드렸다.

《해당 부문 일군들과 심중히 토론했습니다.》

《심중히 토론했다? 심중히… 심중히…》

그이께서는 무거운 눈길로 집무탁앞에 긴장하게 서있는 리문성을 바라보시였다.

《부부장동무 생각은 어떻습니까?》

《그 의견이 옳다고 봅니다. 한번 배반했던 사람은 두번, 세번도 배반할수 있다고 하는데 실지로 지난 시기 그런 실례들이 있었습니다.》

김정은동지의 안광에 순간 어두운 그늘이 언듯 스쳤다.

《그러니 지난날을 뉘우치고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사람을 적들에게 되밀어보내자는거구만?》

문성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김정은동지께서는 저으기 격해지시였다.

《그럼 뭡니까? 받아는 들이되 믿지는 못하겠다?… 무엇을 믿지 못하겠다는거요? 그래 믿지 않을바엔 왜 받아들인단 말이요?》

문성은 고개를 수그렸다가 용기를 내여 다시 들었다.

《문건에도 씌여있지만 그 녀성의 가족은 위대한 장군님의 은덕을 많이 받아안았습니다. 아버지가 전쟁때 월남했지만 어머니는 공화국의 품속에서 자기 재능을 마음껏 꽃피웠고 더우기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그 녀성의 어머니에게 일흔돐생일상까지 보내주셨습니다. 그런 집안이여서 당에서는 그 녀성의 아들을 평양음악대학의 교단에도 세워주었습니다. 그런 남다른 사랑과 배려를 받아안고도 조국이 시련을 겪을 때 배신의 길로 갔으니… 지금은 그의 가족들까지도 만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만하시오.》

낮으나 저력있는 그이의 음성에 문성은 굳어졌다. 방안에는 잠시 숨가쁜 침묵이 흘렀다. 잠시후 그이께서는 의자를 밀어놓고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동무들의 심정을 왜 모르겠습니까. 탓하자는건 아니고…》

그이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문성을 이윽히 바라보시였다.

《부부장동무, 오늘은 집에 들어가서 하루 푹 쉬시오. 요즘 무리했지요? 몹시 피곤한것 같습니다.》

문성은 뜻밖의 말씀에 고개를 쳐들었다.

《아닙니다, 전 일없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천천히 다가오시여 문성의 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으시였다.

《이 녀성의 문제는 내가 해당 부문에 말해주겠소. 부부장동문 좀 쉬고 저녁에는 류철문동무의 집에 찾아가서 옛 전우들끼리 회포를 나누시오. 총참모부에도 이야기해주겠소. 아마 오늘 저녁밖에 그럴 시간이 없을것 같은데.》

《?!》

《동무들의 관계를 좀 일찍 알았더라면 벌써 그런 자리를 마련해주는건데 안됐습니다. 20년이 넘도록 서로 소식을 모르고지냈다니 지난해에 전선동부에서 복무하던 류철문동무의 맏아들이 폭우속에서 어린 학생들을 구원하다가 희생된것도 모르고있겠지요? 아까 차에서 듣던 그 노래는 희생된 류동일병사가 제일 즐겨부르던 노래라고 합니다. 다른 아들도 지금 최전연에서 복무하고있고 그 동무의 안해도 참 훌륭한 녀성입니다.》

문성은 가슴이 찌르르해졌다. 그런 사연이 있었단 말인가?!  철문이, 류철문이… 생각해보면 너무도 아득히 헤여져있은 자기들이였다. 20년. 대학과 3대혁명소조원시절 그리고 공장당사업, 련합기업소당위원회와 도당을 거쳐 당중앙위원회에 이르기까지 흘러온 그 나날에 군사복무시절의 류철문의 모습은 차츰차츰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뜻밖에도 영광의 자리에서 만났을 때 서로를 기억했고 그 20년을 참되게 보냈다는 긍지감에 넘쳐 뜨거운 손들을 잡았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그가 어떻게 변함없는 병사시절의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알지도 못하고 아니,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전우라고, 군사복무시절의 전우라고 최고사령관동지앞에서 자랑을 하였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바로 그 시절의 우정을 이토록 귀중히 여겨주시며 옛 전우들의 정을 다시 맺어주시려 마음쓰시지 않는가.

《알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문성은 인사를 드리고 나가다가 문가에서 돌아서 다시금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

《고맙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리문성은 나갔으나 그를 바래우신 김정은동지의 마음속에서는 다 하시지 못한 말씀이 울리고있었다.

(초소는 달라도 장군님을 받들어 한길을 걸어온 동무들이 고맙소. 선군혁명의 길에서 맺어진 전우들의 그 우정, 혁명동지들의 그 사랑이 더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그이께서는 다시 집무탁으로 돌아오시여 탁우에 놓인 문건을 집어드시였다. 몹시도 낮설게 안겨오는 첫 글줄.

《조국을 배반하였던 한 녀성이 다시 돌아오겠다고…》

(배반, 배반이라…)

그것은 명백히 배반이였다. 자기 어머니에게 위대한 장군님께서 배려해주신 생일 일흔돐상이 전달되였을 때에는 감격에 젖어 《우리 아버지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저 하나 살겠다고 처자들을 버리고 남으로 나갔지만…》했던 녀성이 생활상 난관을 겪게 되자 그 아버지를 찾아 국경을 넘지 않았는가. 그것이 배반이 아니라면, 그런 배반에 용서가 있다면…

그이께서는 다시 문건을 한장한장 무겁게 번지시며 자리에 앉으시였다.

《…라고는 완전히 믿을수 없습니다.…》

문건을 만들어올린 일군들의 모습이 눈앞에 떠오르시였다. 시련의 시기 수령보위, 제도보위, 인민보위의 1선에서 보이지 않는 피를 흘려온 그들이 마음속 분노를 애써 누르며 자신께 말씀을 올리는것만 같으시였다. 그리고 고지식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히 고집스러운데가 있는 리문성의 모습도 다시 그려보시였다. 남다른 사연을 안고 화분을 가꾸는 취미를 붙인 당일군, 사람들의 운명을 다루어야 하는 당사업이 화분과의 인연을 맺어주지 않았는가. 정서를, 정성을. 그러나 그런 당일군도 용서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 그들은 모두가 분개하고있다. 정의롭고 진실한 사람들일수록 불의와 거짓을 용납하려 하지 않고 타협하려 하지 않는 법이다.

《…믿을수 없습니다, 믿어선 안됩니다.…》

문건에 씌여진 그 글줄들의 밑바닥에서 울리는 《용서할수 없습니다!》 라는 웨침을 그이께서는 분명히 듣고계시였다. 그러나 자신께서 더 가슴아프신것은…

저어하듯 조심히 들리는 문기척에 김정은동지께서는 고개를 드시였다. 문이 조용히 열리며 리문성이 다시 들어섰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무거운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신채 그를 의아히 바라보시였다. 리문성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가 송구스러운 눈길로 그이를 우러렀다.

《다시 생각되는것이 있어서 돌아섰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여전히 아무말씀없이 눈빛으로만 묻고계시였다.

《저희들이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의 넓으신 도량과 인덕을 다 깨닫지 못하고 너무 편협했습니다. 문건을 고쳐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깨닫지 못했다? 무엇을?… 그이께서는 죄송스러워하는 자세로 서있는 리문성을 묵묵히 바라보시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벌써 오래전에 우리 당의 정치는 광폭정치라고 하셨는데 허물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저희들이…》

순간 김정은동지의 안광에서 번뜩하는 빛이 뿜어나왔다.

사람들이 가지고있는 허물을 탓하지 않는것이 광폭정치란 말인가? 관대성? 아니다. 우리 당 광폭정치의 본질을, 위대한 장군님의 인덕정치의 근본을 다 알지 못하고있다.

아득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며 추억속에 눈보라가 일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시련을 이겨내지 못하고 국경을 넘어간 우리 사람들을 유괴, 랍치하여 끌어가던 남조선괴뢰들, 《탈북자》로 불리운 그 사람들이 남쪽에서 당하는 온갖 치욕과 고통…

보고자료를 덮으신 장군님께서는 집무탁을 치며 결연히 일어나시였다. 즉시 전선길에 또 나서시였다. 울부짖는 눈보라, 일군들이 울면서 막아나섰다.

《안됩니다, 장군님! 금방 전선길에서 돌아오셨는데 이러시면 안됩니다, 장군님-》

옷자락을 부여잡는 일군들에게 장군님께서는 마치 불을 토하시는듯 했다.

《나의 피와 같고 살점과도 같은 인민을 원쑤들이 떼내자고 하는데 가만 있겠는가! 동무들도 문건을 봤지? 그렇게 끌어다가 노예가 아니면 쓰레기로 만든단 말이요. 내가 어떻게 아끼고 어떻게 정을 쏟은 인민이라고 놈들이 감히 떼여낼수 있다고, 감히?!-》

으스러지게 틀어쥐신 주먹에서 분노가 푸들푸들 뛰고 서슬푸른 안광에서 불이 펄펄 일었다. 자신께서도 어린시절에 혁명의 바통으로 넘겨받으신 사연깊은 권총을 품고 그밤의 전선길을 따라나서시였다. 하늘땅을 꽉 메운 눈보라, 순간에 얼어들던 야전차의 차창…

《내 고생으로 인민들이 잘살수만 있다면!》

우리 장군님은 그렇게 불같은 한생을 사시였다. 가슴이 저려오는 2011년 12월 16일의 그 눈보라치는 밤에도 남모르는 중병을 안고계시던 장군님께서는 극력 만류해나서는 일군들에게 《내 고생으로 인민들이 잘살수만 있다면!》 이 한마디를 뇌이시며 현지지도의 길에 오르시였다. 그렇게 걸으신 전선길, 현지지도의 길… 그래서 시련의 나날 장군님의 가슴을 그리도 아프게 허비였던 한 녀인도 너무도 애석하게 우리곁을 떠나가신 장군님을 목놓아부르며 무릎끓고 조국의 문을 두드리고있지 않는가.…

《부부장동무는 사람들이 가지고있는 허물을 탓하지 않고 다 품에 안아주는것이 광폭정치라고 말하고있는데…》

가슴속에서 끓어번지던 격정과는 달리 자신의 음성이 무척 가라앉는것을 의식하시며 그이께서는 말씀을 이으시였다.

《아니요. 그것만이 아니요. 누구보다 그 허물을 가슴아파하며 하루빨리 씻어주자고 더 정을 쏟아붓는것이 우리 당의 광폭정치요. 그 녀성이 남조선에서 얼마나 모진 멸시와 천대를 받다가 왔는가, 공화국의 품속에서 나서자란 그 녀인으로서는 난생 보지도 듣지도 못한 고생을 겪었을것이 아닌가, 나는 그게 더 가슴아픕니다. 제 자식이 집을 나갔다가 인간이하의 모멸과 고생을 겪었다고 보면… 어머니라면…》

그이께서는 리문성에게 가까이 다가가시였다.

《더 뜨겁게 품어주고 지금까지 누려왔던것보다 더 큰 행복을 누리게 해서 치욕의 상처를 깨끗이 가시게 해주고싶소. 흔적도 없이 말이요.》

리문성은 뜨거운것이 가슴에서 울컥 치미는것을 느꼈다.

《다시 돌아왔다는 그 하나만 가지고 우리 그 녀인을 믿읍시다. 일시적인 동요와 방황은 있었어도 그는 우리 장군님께서 한평생 품에서 떼여놓으신적 없는 인민의 한사람이요.》

김정은동지께서는 말씀을 끊으시고 무엇인가 기다리시는듯 눈물이 핑 어리고있는 리문성을 이윽히 지켜보시였다.

리문성은 서둘러 젖어드는 눈굽을 닦으며 말씀드렸다.

《알겠습니다. 그 뜨거운 사랑이 그대로 가닿도록 이제 곧 조직사업을 하겠습니다.》

《어떻게 말이요?》

《그 녀인은 비행기에 태워오게 하고 가족, 친척들을 다 데리고 래일 제가 비행장에 나가겠습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그제야 마음이 놓이시는듯 미소를 지으시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가만, 그런데 내가 부부장동무한테 휴식하라는 지시를 주지 않았던가요?》

리문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웃음을 지었다.

《그 지시는 취소해주십시오. 인민을 위해서 밤잠을 적게 자는 일군이 되라고 늘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김정은동지께서는 크게 웃으시였다.

《그러다간 내가 동지들을 말로만 아껴주는 사람이 되지 않겠소?…》

고지식하기 그지없는 문성은 그 말씀에 정색해졌다.

《전사들을 아끼시는 그 마음을…》

김정은동지께서는 손을 내저으시였다.

《됐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녁 류철문동무와 만나는것은 잊지 마시오.》

리문성은 결연한 어조로 대답했다.

《이 사업을 결속하고 보고드릴 때까지 자리를 뜰수 없습니다. 철문이는… 우리 함께 최고사령관동지를 받드는 전선길에서 다시 만나도록 해주십시오.》

김정은동지께서는 가슴이 뭉클해오시였다.

(고맙소 동지들, 나의 전우들!)

그이께서는 문성의 손을 굳게 잡아주시였다.

《전우들의 상봉은 전선에서 이루어지는것이 더 뜻깊지. 부부장동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알겠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돌아선 문성을 그이께서는 다시 부르시였다.

《비행장에 나갈 때 물론 꽃송이도 들고나가겠지요?》

리문성은 아연해졌다. 꽃이라는것은 축하의 상징인데 그 녀인이 무슨 축하받을 일을 하고 온다고?…

《내 그렇게 생각할줄 알았소. 그러나 꽃도 안겨줍시다. 조국과 고향과 그리고 귀중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그런 꽃송이를 말이요. 아마 천백마디 말을 대신할수 있소.》

《말씀의 뜻을 알겠습니다.》

리문성이 인사를 드리고 나간 다음 김정은동지께서는 점도록 한자리에 서계시였다. 불현듯 전선길에서 보셨던 그 들꽃들이 상기되시였다. 다음순간 그 꽃송이들은 가장 소박하고 진실한 전선의 녀인들의 모습으로 바뀌였다.

모진 시련과 고생속에서도 변함없이 조국을 받들고 병사들의 어머니로 억세게 살아온 그들, 한없이 소중하게 안겨오는 모습들이였다.…

들꽃, 이름모를 꽃들… 찬바람에 시달리고 눈비에 젖고 가꾸어주는 사람 따로 없어도 엄혹한 계절을 이겨낸 하많은 사연들을 조용히 묻어두고 그곳이 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피여나는 꽃들, 소박하고 강의한, 그래서 더 유정한 꽃들이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전화로 총참모부를 찾으시였다.

《류철문동무문제입니다. 125사 사단장으로 그 동무이상 적임자가 없다고 하였는데 찬성합니다. 훌륭한 군인입니다. 전선군의 사려단장들은 내가 직접 만나주면서 임명하는것이 좋겠지만 류철문동무와는 보다 더 뜻깊게 만나고싶습니다.

그럼 명령을 받으시오. 〈류철문대좌에게 소장의 군사칭호를 수여하고 조선인민군 제125사 사단장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최고사령관이 전선에서 만나잔다는 약속을 전달하시오.》

그이께서는 송수화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시였다.

위대한 장군님의 생전의 념원에 따라 백화만발한 도시로 나날이 변모되여가는 수도의 모습이 한눈에 안겨들었다. 현대적인 화초연구소에서 정성껏 육종해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망울을 터치는 우리의 수도 평양. 그러나 30년 가까운 세월 최전연에서 복무하다가 평양에 올라왔던 한 군인은 저 화려한 거리를 뒤에 두고 최전방고지로 다시 떠나게 된다.

김정은동지의 가슴속에는 남편과 함께 주저없이 떠나가는 그 안해의 모습이 비바람사나운 전호가에 억세게 뿌리박고 피여있는 한송이 들꽃처럼 유정하게 안겨오고있었다.

다음날, 평양비행장에서 조국의 품에 다시 안긴 녀인이 고향의 향기 그윽한 들꽃을 받아들고 흐느낄 때 전선동부로 달리는 군용차안에서는 류철문과 그의 안해가 최고사령관동지의 안녕을 간절히 축원하며 멀어져가는 평양하늘을 우러르고있었다.

 

4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사랑으로 대학교단에 서있는 아들과 함께 평양에서 살게 된 그 녀성은 국내외기자들앞에 나섰다. 인민에 대한 사랑과 책임, 참된 인권에 대한 정의를 온 세계가 뜨겁게 새겨보는 순간이였다.

리문성과 함께 그 기자회견 록화물을 보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불신과 리간, 간계와 모략으로 이 제도를 무너뜨리려는 적들을 우리는 사랑과 믿음으로 이겼소. 우리 장군님께서 한평생 그렇게 정을 쏟아부어주신 인민인데 달리야 살수 없지, 달리야.…》

그이의 안광에 사무친 그리움이 실리는것을 우러르며 문성은 눈굽이 뜨거워났다.

《뜻을 심어 화분을 가꾸는 부부장동무니까 시들었다 다시 피는 꽃일수록 더 손이 가고 더 품을 들여야 한다는걸 잘 알겠지요.》

문성은 핑 눈물이 어리여 고개를 수그렸다. 과연 다 알고 새겼던가, 위대한 장군님과 경애하는 김정은동지의 그 높으신 뜻을!…

김정은동지께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오늘 행복을 다시 찾은 녀성의 얼굴을 보니 류철문동무네 부부 생각이 더 나는구만. 난 믿고 기다리겠소, 전우들의 그 상봉도.》

드디여 그날이 왔다. 아침노을이 비낀 험준한 고지의 사단장전방지휘소에서 류철문은 옷자락이 새벽이슬에 흠뻑 젖으신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영접하였다. 그이께서는 제125사 사단장의 결심지도를 검토해주시였다. 우리 군대의 투철한 공격정신, 《단숨에!》의 기상이 시작부터 마감까지 철저히 구현된 결심지도였다. 그것을 깐깐히 검토하신 김정은동지께서는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면서 결심지도의 맨우에 활달한 필체로 《김정은》하고 비준해주시였다.

류철문의 앞가슴이 벅찬 흥분으로 하여 풀떡거리고있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 차렷자세로 서있는 군관, 장령들을 둘러보시였다.

《만점짜리 결심이요. 동무들, 축하합니다!》

그러자 그들은 일제히 허리를 꼿꼿이 펴며 목청껏 웨쳤다.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그이께서는 류철문을 정깊게 여겨보시였다.

《보고싶었소, 사단장동무.》

과묵하게 다물려있던 그의 입귀가 실룩거렸다.

《동무에게 이 중요한 작전지대를 맡기면서 난 믿었소. 인민의 생명을 위해 목숨을 바칠줄 아는 훌륭한 아들을 키운 군인을 믿었단 말이요.》

《고맙습니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

김정은동지께서는 뒤에 서있던 리문성을 부르시였다.

《전우들의 상봉을 축하합니다. 부부장동무는 이번에 조국의 품에 다시 안긴 녀성과의 사업을 아주 잘했소. 한 동무는 인민들에게 어머니당의 사랑을 부어주는 초소에서, 다른 한 동무는 인민의 원쑤들을 무자비하게 쳐부시는 초소에서. 그러나 동무들은 조국과 인민을 위한 한전선에 서있는 전우들이요. 그런 의미에서 다시한번 축하합니다.》

그이께서 박수를 쳐주시자 수행원들모두가 열렬한 박수로 호응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축복속에 손을 굳게 잡은 두 전우는 뜨거운 눈길로 그이를 우러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류철문의 어깨에 손을 얹으시였다.

《며칠전에 조국에 다시 돌아온 한 녀성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원래 지방에서 살던 녀인이였지만 이번에 평양에 올라와 살도록 했소. 동무들이 떠나온 그 평양에…》

류철문은 두눈을 슴벅거리고있었다.

그이께서 계속하시였다.

《한 군인가정이 수도에 내여준 자리에 그 녀인이 들어온셈이지. 인민을 위해 아들을 바친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기들에게 차례졌던 수도 평양의 한 자리까지도 내여주었다는걸 그 녀인은 모를거요.》

벅찬 격정으로 하여 류철문의 볼편이 푸들거리였다.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우릴… 그렇게 키워주시지 않았습니까. 우린 그 누가 몰라준대도… 좋습니다. 우린 다만 최고사령관동지와 함께라면… 우린 그 어떤 고생도…》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헉! 하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초물처럼 진한 눈물이 어린 류철문을 정겹게 보시다가 와락 그러안으시였다.

《사단장!》

《최고사령관동지!-》

옆에 서있던 군관, 장령들도 모두 눈굽을 적시였다.

《가족들을 부르시오. 우리 다같이 사진을 찍읍시다.》

 

전선시찰을 마치신 최고사령관동지의 야전차는 저녁노을이 불타는 산악도로를 달리고있었다. 쇠물빛으로 타오르는 그 노을을 바라보시며 김정은동지께서는 전선사단장의 눈물어린 목소리를 다시 상기하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와 함께라면… 우린 그 어떤 고생도…》

이윽고 그이께서는 산자드락에 점점이 피여있는 전선길의 이름모를 들꽃들에 다시 눈길을 주시였다. 그 들꽃들이 안고있는 만단사연이 향긋한 향기로 가슴에 흘러드는듯…

그이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그리시였다. 조국의 품에 다시 안긴 그 녀인도 이 땅에 뿌리내린 한떨기 꽃으로 다시 피우고싶으신 마음이였다. 그 녀인도 장군님 맡기고가신 우리 인민의 한사람이 아닌가!…

《…내 고생으로 인민들이 잘살수만 있다면!…》

한생을 불같이 사신 어버이장군님의 해빛같은 영상을 그리며 그이께서는 조용히 록음기에서 울려나오는 노래를 듣고계시였다.

 

바라노라 나의 조국아

그대의 넓은 대지에

그 언제나 꽃들이 피고

황금이삭 설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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