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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필
이름탓이 아니였다
김 광 수
어느 일요일에 나는 동무네 집에 들린적이 있었다. 그날 그의 집에는 가족들이 다 모여왔는데 방안에서는 웃음꽃이 활짝 피여나있었다. 알고보니 평양산원에서 갓 출생한 애기의 이름을 짓노라고 법석 떠들고있는것이였다. 신기쁨, 신혁철, 신충정… 그리고는 제가끔 지은 이름의 타당성과 의의를 부여하며 열들을 올린다. 아버지인 동무는 얼굴이 벌깃해서 책상앞에 앉았고 할아버지는 흐뭇해서 손자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줄 모른다. 이때 중학교에 다니는 맏손녀가 할아버지의 목에 휘감기며 어리광부리듯 말하였다. 《할아버지가 멋진 이름을 하나 지으세요, 네?》 그러자 로인은 생각깊은 안색을 지으며 《참 기자선생, 얼마나 좋은 세월입니까. 이름조차 변변히 없어 천대받고 학대받던 일제통치시기를 생각하면 정말…》 하고는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그러면서 로인은 나라없던 그 시절 우리 인민이 당한 비참한 운명이 집대성된 생활의 한토막을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해방전 살길 찾아 헤매는 부모들을 따라 로인의 애젊은 청춘시절은 북간도땅에서 흘러갔다. 품팔이, 화전민, 탄부 등으로 하루하루 생을 연명해가던 어느날 경찰관주재소에서 호출명령이 떨어졌다. 그가 주재소에 도착하자 왜놈순사는 다짜고짜 귀쌈을 후려갈겼다. 《아니 왜 때리는거요?》 뜻밖의 일에 청년은 열이 올라 맞섰다. 《야 이 자식아, 무슨 이름같지 않은 이름이 이렇게 많아. <작두칸>, <깍두기>, <작살>, <깜둥이> … 네놈이 유격대공작원이나 아니야? 이놈! 진짜 이름을 대라.》 순사놈은 의심을 품은 눈길로 청년을 쏘아보았다. 청년은 이런 무지한것들이 순사라고 우쭐거리니 쓰겁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한편 이놈이 정말 유격대공작원으로 몰아 공적을 올리고 상금을 타먹으려고 이런 꿍꿍이를 벌린다면… 하고 생각하니 긴장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청년은 분격을 누르며 이름아닌 이름이 많아지게 된 사연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어머니가 소여물을 썰다가 나를 작두칸에서 낳았다고 해서 <작두칸> 이란 이름이, 7살때 먹을것이 없어 려인숙 앞도랑에서 먹다버린 깍두기김치를 매일 주어먹었다고 <깍두기> 란 별명이, 12살부터는 일년열두달 밤낮 강가에 나가 고기를 잡느라고 작살질을 해서 <작살>이, 지금은 탄광에서 일하면서 늘 새까맣게 되여있다고 해서 <깜둥이> 가 되였수다.》 《이놈이 변명하는 솜씨를 보니 유능한 유격대공작원이 틀림없다. 왜 변성명하고 돌아치는가?》 《허참, 어처구니없어서…》 청년은 너무도 어이없어 코방귀를 뀌였다. 순간 순사놈의 칼등이 번개같이 청년의 머리우에 떨어졌다. 《악.》 비명소리와 함께 청년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후 청년은 억울하게도 5년씩이나 감옥살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날의 억울한 사연이 이름탓이 아니였지요.》 로인의 말을 듣고보니 나는 가슴이 찢기는듯 한 아픔을 금할수 없었다. 로인의 말처럼 결코 이름탓이 아니였다. 참으로 일제의 천인공노할 만행에 대하여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였다. 과연 변변한 이름 하나 없던것이 우리 민족의 죄였던가. 아니 나라잃은 민족의 설음, 나라없는 민족의 운명이였다. 일제는 《동조동근》, 《내선일체》를 부르짖었지만 우리 인민을 사람으로 여기지조차 않았다. 길가에 내던진 버러지처럼 취급당하던것이 우리 민족의 운명이였다. 일제는 조선사람들의 이름까지 빼앗다못해 우리 말까지 빼앗으려고 했으며 차표값을 일본말로 부르지 못한다고 하여 기차를 못 타고 몇백리를 걸어가게 하였다. 우리 인민이 흰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하여 따라가며 먹칠을 해대던 왜놈들, 전쟁의 대포밥으로 청장년들을 끌어가다못해 놋바리, 숟가락까지 빼앗아간 일제야말로 우리 민족의 뼈속에 새겨진 백년숙적, 불구대천의 원쑤이다. 어찌 그뿐이랴. 일본군 성노예의 운명에 처했던 우리 녀성들의 비참한 운명을 우리 어찌 잠시라도 잊을수 있겠는가. 력사적으로 내려오면서 우리 민족의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끼친 일제의 죄악을 꼽자면 끝이 없을것이다. 오늘도 일제는 《대동아공영권》을 부르짖던 그때와 다름없이 날뛰고있으며 우리 재일동포들의 당당한 자주권을 유린하고 전대미문의 악착한짓들을 골라가며 해대고있다. 로인의 지난 시기 비참한 생활의 한토막이야기는 위대한 수령을 모시지 못한 민족의 운명은 상가집 개만도 못한 신세이라는것을 여실히 보여주고있다. 그렇다. 이름탓이 아니였다. 이것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된다. 선군의 총대를 억세게 틀어쥘 때만이 민족의 권리, 매 개인은 자기의 이름을 당당히 갖게 되는것이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이끄시는 선군혁명의 한길로 억세게 달려갈 때만이 우리 민족의 앞날은 찬란히 빛날것이다. 이윽고 로인은 가족들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하였다. 《손자애의 이름을 선군이라고 짓는것이 좋을것 같구나.》 《야, 선군!》 방안에서는 다시금 박수소리, 웃음소리가 터져올랐다. 나의 생각은 깊어졌다.
우리 인민모두의 이름은 오늘날 위대한 선군혁명시대와 더불어 더욱 빛날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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