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97(2008)년 제4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수 필

시대가 안겨준 이름                                                                                                                                             

                                                        한 성 호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멀리 지나온 일을 추억하게 되는 때가 있다.

그 추억이 소중할수록 추억속에 비껴있는 생활은 더욱 소중한 법이다.

우리 딸애의 첫돌생일날이였다.

이날을 맞으면서 은근히 왼심을 쓰고있던 나는 안해와 함께 성의껏 돌생일상을 차려놓았다.

그리고 딸애의 앞에는 학습장이며 연필, 뽈, 장난감권총, 하모니카 등을 《진렬》해놓는것도 잊지 않았다. 이때 동무들이 들어왔다.

《아, 이거 무슨 일이 있어 오라는가 했더니 딸애의 첫돌생일이구만.》

《에끼, 이 사람. 무작정 사진기를 가져오라면 어떻게 하나. 알았어야 생일기념품을 마련할것 아닌가.》

나에게 지청구를 들이대던 친구들은 색동옷을 입고 돌생일상앞에 앉아있는 딸애에게 쏠렸다.

《첫돌을 축하해요. 뭘 드릴가요?》

한 친구가 딸애에게 뽈을 덥석 안겨주었다.

우리 나라 녀자축구가 온 세상을 흔들고있는데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라는것이다.

다른 친구는 장난감권총을 쥐여주면서 녀성군사지휘관이 되라고 한다.

《여기 보라요. 사진 찍자요. 웃으라요.…》

붐비며 왁작대던 친구들은 그제야 생각난듯 나에게 딸애의 이름이 무엇인가고 물었다.

《식솔이라. 가만, 자네의 성이 한가니까 한식솔! 거 이름이 좋구만. 자네가 지었나?》

도리머리를 젓는 나를 보고 친구들의 눈길이 이번엔 안해에게 향해졌다. 말없이 빙그레 웃음짓는 안해를 보는 친구들의 의혹은 더 커졌다.

《그 이름은 누가 지은것이 아니라 일심단결로 꽃피는 우리 시대가 안겨준 이름이라네.》

《시대가 안겨준 이름이라.》

추억은 군관으로 복무하던 강원도의 깊은 산중으로 나를 이끌었다.

우리 중대가 산악훈련을 하고있었는데 《매ㅡ》하는 애처로운 염소들의 울음소리가 퍼붓는 장마비사이로 들려왔다.

숲속을 질러 골짜기로 달려가보니 갑자기 불어난 산골물로 염소들이 떠내려오고있었다.

중대는 서슴없이 물속에 뛰여들었다.

《조심하라!》

시뻘건 산골물은 솟구치며 엎어지며 무섭게도 태를 쳤다.

와당탕거리며 바위돌들도 굴러갔다.

한마리… 두마리…

마지막염소를 안고 기슭에 다달을무렵 그만 나는 돌사태에 깔려 물속에 잠겨들었다.

《중대장동지!》

가물거리는 의식속에 눈물을 뿌리는 대원들의 모습을 겨우 가려보았을뿐.

내가 정신을 차린 곳은 사단군의소였다. 침대의 머리맡에 앉아있는 군의의 얼굴에 함박꽃같은 웃음이 피여났다.

《살아난것이 기적이군요. 대원들의 수혈이 아니였다면…》

《아니, 중대장이 깨여났다면서?》

밖에서 석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엔 질책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중대장이 우리 농장을 위해 몸을 바쳤는데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이 피를 뽑으면 될법이냐고 하는 소리와 함께 호실문이 열리였다.

마울좌상로인이 몸을 회복하는데는 노루피가 제일이라고 커다란 단지들 내려놓았다.

나를 찾아오는 마을사람들의 발길은 끊어질줄 몰랐다. 새살이 나오는데는 찹쌀이 제일이라고 찰떡을 이고오는 녀인들이며 산꿀이 보약이라고 꿀병을 안고오는 로인…

《뭐니뭐니해도 이 염소젖이 특효일걸세. 중대장이 구원한 엄지염소에서 짠것이니까. 엄지염소가 저도 가겠다고 떼쓰는걸 겨우 말렸다네.》

축산작업반장의 흥겨운 목소리에 《흐하하…》웃음판이 터졌다.

그 지성에 떠받들려 나의 몸은 회복되였다. 그렇지만 청천벽력같은 협의진단이 내려졌다. 그것은 일생 자식을 볼수 없다는것이였다.

영예군인증을 받아안고 정다운 초소를 떠나 고향집대문을 열던 나는 그만 아연해지고말았다.

나를 먼저 맞아준이는 부모도 동생들도 아닌 나를 극진히 치료해준 사단군의소 군의였다. 그뒤에는 고향집식구들이 저마다 눈물을 닦고있었다.

눈물젖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군의처녀가 일생을 함께 하겠다며 너보다 먼저 이 문턱을 넘어섰다.》

군의는 조용히 말하였다.

《중대장동지, 신심을 가지십시오.》

과연 기적이 일어났다.

우리에게 딸이 생겨났던것이다. 나에게는 딸애가 진귀한 보석같았고 하늘의 별같았다.

이름을 무엇이라고 지을가. 나의 이름에서 한자, 안해의 이름에서 한자씩 떼내여 성미라고 하는것이 좋지 않을가, 그러면 안해에게 바치는 나의 마음도 있을거고. 안해는 조용히 머리를 저었다.

그렇다면 내 생명의 불꽃을 달아준 대원들, 강원도의 포수로인. 축산반장의 이름도 다?

안해는 그제야 못 잊을 사람들의 이름을 다 합쳐 딸애의 이름을 지어주자고 하였다.

문득 나의 머리에 번개치듯 생각이 떠올랐다.

《한식솔》, 바로 이것이다. 이 이름이야말로 고마운 우리 시대에 보답하는 나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나의 말은 여기서 끝났다. 갑자기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박수소리는 온 방안을 드르릉 울렸다.

《<한식솔>, 그 이름은 정말 시대가 안겨준 이름이구만.》

친구들은 번갈아 딸애를 안아주었다. 사진사 친구는 다시 사진기뚜껑을 열었다.

《한식솔어린이, 이름도 모르고 사진을 찍은 이 아저씨를 용서하라요. 그렇다는 의미에서 다시 찍자요. 찰칵!》

그러건말건 딸애는 그저 캐득캐득 웃기만 하는것이였다.

무엇을 알랴. 제 이름에 담긴 그 많은 사연을 어떻게 알수 있으랴.

위대한 장군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서로 도와 화목하게 사는 내 나라는 하나의 대가정!

우리 장군님 계시여 내 나라는 한식솔로 되였고 온 세상이 바로 이 일심단결을 부러워한다는것을 이 다음 크면 내 딸은 알게 되리라.

나는 볼우물을 곱게 지으며 캐득거리는 딸애의 모습을 보고 또 보며 사회주의 내 조국에 대한 한없는 감사의 정을 안고서 마음속으로 딸애의 이름을 다시 불러보았다.

《한식솔》!
 

(개성시 김일성김정일화온실 로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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