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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97(2008)년 제4호 잡지 《청년문학》에 실린 글
수 필 잠들수 없는 밤
장 국 철
언제인가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말하기를 사람들은 생활하는 과정에 그 생각과 마음들이 한곳에서 만나는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일치점이 우연인것 같지만 따져보면 필연이라는것이다. 나는 어머니의 그 말을 범상하게 들었었는데 오늘 우리 집의 생활화폭이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나는 강반석어머님의 탄생일을 맞으며 출연하게 될 이야기모임의 내용을 머리속에 정리해보며 집으로 향했다. 고층살림집창가에서 비쳐나오는 불빛이 나의 발밑에 깔린다. 집현관에 이르러 올려다보니 우리 창문엔 불빛이 실려있지 않았다. (경옥이 고것, 저녁밥짓기 싫으니까 우정 늦게 오는게 아니야?) 연구소에 다니는 아버지는 우리 당의 감자농사혁명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먼 출장을 떠났고 중학교교원인 어머니는 늘 퇴근이 늦었다. 그래 중학교 2학년생인 녀동생 경옥이가 저녁을 맡아하군 했다. 그런데 잘하다가도 저렇게 토라질 때가 있었다. 2층계단을 올라 집에 들어서는 나의 귀가에 뜻밖에도 컴컴한 어느 구석에선가 시읊는 소리가 들려왔다. 녀동생의 목소리였다. 나는 발자국소리를 감추며 또랑또랑한 시랑송소리를 들어보았다. 새날소년동맹원들에게 《새날》신문을 배포해주시는 강반석어머님을 형상한 시 《어머님께서 오신다》였다. 방금 녀동생에게 품었던 고까운 생각은 어디론가 안개처럼 사라지고 기특하기만 해 《딸카닥》전기스위치를 눌렀다. 《야, 오빠가 왔네.》 녀동생은 나의 목에 동동 매달리며 재잘거린다. 강반석어머님의 탄생일을 맞으며 궁전화술소조원생인 제가 시랑송을 맡았다는것, 그래서 캄캄해야 시도 잘 외워지고 감정도 살아나는것 같아 불을 켜지 않았다는것, 오빠도 이야기모임에 출연한다는데 제가 저녁밥을 할테니 준비를 잘하라는것… 그 예쁜 입에선 끝없이 퐁퐁 솟는 샘물처럼 이런 말들이 흘러나왔다. 이때 문소리가 나더니 어머니가 들어왔다. 여느때는 곧장 부엌으로 들어서던 어머니가 가방을 열더니 우리앞에 이미 나온 《새날》신문을 꺼내놓았다. 《래일 너희들의 출연에 도움이 될가 해서 가져왔다.》 나의 가슴은 찌르르 해왔다. 강반석어머님의 고결한 생애를 깊이 새겨주려는 고마움이 스며들어서였다. 내가 출연할 이야기모임의 내용이 더욱 절절하게 가슴을 울린다. 항일의 날 우리 수령님 언제 다시 만나뵈올지 기약할수 없는 남만원정을 떠나시면서 구해드리신 좁쌀 한말, 산사람의 입에 거미줄 쓰는 법은 없다고 나라를 찾자고 나선 사람이 집근심을 해서야 어떻게 큰일을 하겠느냐고 준절히 말씀하신 강반석어머님! 병드신 몸이였지만 떠나시는 위대한 수령님을 애써 웃음속에 바래워드리며 추위에 발이 얼어들지 말라고 강반석어머님께서 깔아드린 달비채! 강반석어머님의 생애를 갈피갈피 새겨보는 나의 마음을 벌써 다 알았는지 어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이번엔 녀동생에게 래일 출연할 시를 랑송해보라고 하였다. 시 《어머님께서 오신다》를 랑송하는 녀동생의 목소리는 돌돌 흐르는 시내물같다가도 쾅쾅 파도치는 바다물결처럼 감정이 폭발되였다. 동생이 읊는 시구절마다 강반석어머님의 숭엄한 모습이 안겨온다. 우리 수령님께서 새날소년동생을 무어주시고 나어린 소년들을 지주도 자본가도 없고 착취와 압박도 없는 광명한 새날, 조국해방의 새날로 이끌어주시려고 몸소 발간하신 《새날》신문! 그 신문의 배포를 강반석어머님께서 맡아나서시지 않았던가. 밤을 지새우시며 수령님께서 집필하신 원고였기에, 창간초기에 등사기가 없어 100부도 넘는 신문을 철필로 쓰시였기에 그 《새날》신문을 품으신 어머님의 마음은 얼마나 뜨거우셨으랴. 어머님께서는 무송의 산골짝마을이며 화전마을, 농촌마을, 새날소년동맹원들이 있는 곳이면 다 찾아가셨다. 어머님께서 가시는 곳마다 새날소년동맹대오는 나날이 늘어났으며 어머님을 기다리는 사람은 더 많아지고 그래서 어머님 다니시는 길은 더 멀어지였다. 그 길로 일제를 때려부시고 조국해방의 새날을 안아오실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사상이 해살처럼 퍼져갔다. … 아 흰 옷자락 날리시며 마주오시는 강반석어머님 비오나 눈이 오나 《새날》신문 안고오시는 우리 어머님
나도 어쩔수 없는 격정의 물결에 휩싸여 동생의 시랑송소리에 나의 목소리를 합쳤다.
고개마루마을까지 들려오셨단다 산골짝마을에도 들려오셨단다
시랑송을 끝낸 방안에는 고요가 깃들었다. 우리모두는 《새날》신문에 모셔진 강반석어머님의 영상을 우러렀다. 어머님께서는 우리를 정답게 바라보시며 말씀하시는것만 같았다. 우리 수령님께서는 항일의 피어린 천만리길을 헤쳐오시여 조국해방의 새날을 안아오셨다고, 우리 장군님께서는 선군의 총대를 높이 드시고 포악한 원쑤들을 쳐갈기시여 사회주의를 지키고 강성대국의 아침을 불러오신다고. 잠들수 없는 밤이였다. 날이 가고 세월이 흐를수록 더더욱 자애로운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강반석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은 이밤 온 나라 집집마다 차고넘치리라. 나는 창문을 열었다. 4월의 따스한 바람이 부드럽게 밀려들었다. 아, 강반석어머님의 념원이 활짝 꽃핀 사회주의강산에 넘치는 봄바람, 이 봄바람은 강성대국의 새날을 그려보시는 어머님의 숨결이 아니랴. 나는 이 바람곁에 휩싸인채 창가에 그냥 서있었다. 정녕 잠들수 없는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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