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화

(12세기말ㅡ13세기 전반기)

 

고려중기에 활동한 시인. 호는 매호이다. 리규보, 김극기 등과 함께 고려중기에 이름을 날린 재능있는 시인의 한사람이다. 그의 경력과 창작활동에 대한 자료들이 《보한집》, 《력옹패설》, 《동인시화》, 《기아》 등을 비롯한 여러 문헌들을 참고로 하여 후세사람들이 편찬한 《매호집》에 실려있으나 자세하지 못하다. 1198년에 과거시험에 합격하였으며 승지, 지제고 등의 여러 관직을 거쳐 말년에는 우사간벼슬을 하였다. 그는 불공평하고 모순에 찬 당대의 사회현실과 권력싸움이 거듭되는 정계생활에 불만을 품고있었으며 그로부터 출발하여 은일적인 생활을 지향하고 권세없고 가난한 백성들을 동정하였다. 시 《가을날 느낀바를 적노라》에서 시인은 풍요하면서도 서글픈 가을철의 정서를 당대의 현실생활과 결부시키면서 부귀한자들도 가을은 구슬프다고 하거늘 살가죽 가리울 옷 한벌 없는 가난한 사람이야 말할나위 있겠는가고 하였으며 사랑도 미움도 수없이 겪어온 곡절많은 정계생활을 떠나 아늑한 산촌에서 세상근심 잊고 살아가려는 생활의 지향을 노래하였다.

진화의 시작품들은 랑만주의적색채가 강하고 표현들이 부드러우면서도 정서가 짙은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은 《월궁을 노닐며》, 《매화를 읊은 시에 화답하여》, 《가을날 비온 뒤에》, 시초 《송적팔경도》의 《모래벌의 기러기》, 《어촌의 저녁》 등 작품들에서 잘 표현되고있다. 13세기에 창작된 경기체가요인 《한림별곡》의 첫절에서도 노래되고 《보한집》, 《동국리상국집》에도 씌여져있는바와 같이 당대의 문단에서는 리규보와 진화를 함께 칭찬하면서 《리정언, 진한림》이라고 불렀다. 진화의 시작품들은 고려후기의 시문학에서 표현된 랑만주의적경향의 특성을 밝히는데 도움을 준다. 그의 시작품으로 한자시 《도원의 노래》, 《버들》 등이 있다.

 

《 버 들 》

 

한자시.

 

서울 서쪽언덕에 만가닥 실버들가지

봄시름 머금고 평온한 그늘 이루더니

 

사나운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와

연기속에 비속에 다 시들어버렸네

 

시 《버들》은 무신들의 정변으로 하여 빚어지고있는 당대의 참혹한 현실을 증오와 울분속에 노래한 작품이다. 시인은 재치있는 형상적비유와 대조의 수법을 통하여 무신정변이후의 엄혹한 현실을 실감있게 보여주고있다. 시에서는 무신들의 전횡과 폭압정치를 봄시름 머금고 평온한 그늘을 이루었던 만가닥의 실버들가지들을 모조리 시들어버리게 한 사나운 바람에 비유하였고 끊임없이 불어오는 사나운 바람으로 하여 시들어버린 연약한 실버들가지의 처량한 모습을 통하여 살륙과 공포의 분위기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 대한 뜨거운 동정을 표시하였다.

 

《도원의 노래》

 

한자시.

 

동해 푸른연기 풀잎우에 삼삼하고

향기로운 란초지초 남산우에 무성하다

진나라의 모진 범 피하여왔다는

여기가 바로 선경이란 무릉도원

 

시내물 굽이쳐 산어구로 흘러나고

땅좋고 물이 흔해 이랑마다 옥토로세

삽살개 짖는소리 한낮은 늦었는데

꽃잎 나붓겨 봄바람은 건듯 부네

 

복숭아나무 심어놓고 고향생각 잊었다네

진시황 책을 불살라버려 그 뒤일은 알리 없네

 

꽃피고 잎이 지니 봄가을을 알리도다

아이를 얼리면서 모든 일 다 잊은듯…

 

배사공 이곳에 한번 갔다 돌아온 후

아득할사 천년만년 다시 찾지 못했다네

 

시는 크게 두개의 부분으로 갈라볼수 있는데 앞부분에서는 전통적으로 전해지고있는 리상향인 《무릉도원》에 대한 이야기와 그에 대한 자신의 사상감정을 노래하고있다. 시인은 《무릉도원》의 리상적인 생활은 현실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그처럼 살기 좋은 곳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수도 없는 하나의 전설적인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것을 밝히면서도 그 어떤 신비하고 몽롱한 꿈세계로서가 아니라 현실적인 인간세계, 인간의 숨결이 실제적으로 미치고있는 산촌의 자연으로 그려내였다. 전설적으로 전해지는 《무릉도원》묘사에서의 이러한 특성은 당대의 현실에 대한 시인의 태도, 창작가의 미학적리상과 관련된다. 시인은 이 시에서 산수파문인들의 경우와 같이 현실도피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전설적인 《무릉도원》의 리상적인 세계를 펼쳐보인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현실에 대치시켜 《무릉도원》을 펼치였고 그를 통하여 눈물없고 편히 살수 있는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념원과 숙망을 표현하였던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작품은 랑만주의적경향과 사실주의적경향이 결합되여있는것으로 특징지어진다.

이러한 특징은 시의 뒤부분에서 더욱 뚜렷이 표현되고있다.

 

그대는 보았는가 우리 땅 강남마을

대로 사립엮고 꽃은 울타리라

달밤에 시내물 졸졸 흐르고

나무엔 산새들 재재잭거린다네

 

다만 한스러운것 이 땅의 백성들

살림살이 나날이 쪼들려만 가는것이라네

고을의 관리놈들 세금내라 쌀내라

문을 두드리며 날마다 성화로다

 

이렇게 백성들을 못살게만 굴지 않으면

우리 나라 산촌 모두가 도원일세

이 시속에 숨은 뜻 있나니

그대는 버리지 말게 나의 이 노래를

… …

 

시인은 사람들이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지 않고 평온하고 화목하며 유족하게 살아가는 그러한 리상적인 생활세계를 전설적인 이야기로 전하는 몽롱한 《무릉도원》에서가 아니라 자신이 살고있는 내 나라 내 땅에서 찾고있다.

시는 생활반영의 사실주의적경향과 지향의 랑만주의적특성으로 하여 리인로의 시 《세상살이 어려워라》와 일련의 공통성을 가지면서도 그와 구별되는 새로운 특징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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