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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극 기 (12세기말ㅡ13세기초)
고려중기 시인. 자는 로봉, 호는 알려져있지 않다. 고려중기에 랑만주의적경향의 시작품들과 함께 사실주의적경향의 우수한 시작품들을 창작한 진보적시인의 한 사람이다. 일찌기 진사시험에 합격하였으나 벼슬은 하지 않고 전원에서 살면서 자연을 즐기였으며 창작에서 락을 찾았다. 그는 림춘을 비롯한 《해좌칠현》의 문인들과 깊이 사귀면서 그들의 사상적경향을 많이 받아 창작적경향에서도 이들과 일련의 공통성을 가지고있었다. 김극기는 나라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농민들과 접촉하였으며 비참한 농촌현실을 직접 보고 체험하였다. 이것은 그의 창작에서 사실주의적경향의 우수한 작품들을 창작할수 있게 한 생활적바탕으로 되였다. 그의 작품들은 150권으로 된 《김거사집》에 묶이여 출판되였다. 《김거사집》은 김극기의 집에서 찾아낸 유고를 정리한것으로서 고시, 률시, 사륙문, 잡문 등을 싣고있다. 현재 《김거사집》은 남아있지 않고 그에 대한 일부자료가 《용재총화》, 《동문선》 등에 실려있다. 현재까지 남아서 전하여지는 김극기의 작품은 대략 300여편인데 그중 150여편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실려있다. 그의 작품들로 시 《취해서 부른 노래》, 《늙은 어부》, 《황산강》, 《농사집의 네절기》, 《촌집》, 《봄날》 등이 있다. 김극기는 봉건유교사상에 기초하여 당대의 현실을 대하였고 문인량반들의 계급적립장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한성을 가지고있으나 비판적기백이 높은 랑만주의적경향의 작품들과 가난한 농민들의 생활처지를 생동하게 그려낸 사실주의적경향의 우수한 작품들을 창작함으로써 고려중기 진보적시문학발전에 이바지하였다.
《취해서 부른 노래》
한자시. 한자로 된 본래의 제목은 《취시가》이다. 《동문선》, 《대동시선》 등에 실려있다.
낚시질하면 바다우의 여섯마리 자라를 낚고 활을 쏘면 해속의 아홉마리 까마귀를 떨구리
여섯 자라 움직이면 온 바다 고기가 견디지 못하고 아홉 까마귀 나오면 온 세상 초목이 타죽는다네
사나이 마땅히 뛰여난 일 하리니 약한 새, 잔고기야 잡아서 무엇하리
내 고귀한 피를 이어 세상에 났으니 웅장하고 큰 계획 이루어보리라 능히 뚫어진 하늘도 막고 가로막힌 땅도 뚫고 가리
그러나 어이하랴 큰뜻 이루기 힘들어 한평생 시달리며 썩은 선비 되였구나
이름난 장수되여 국경을 넓혔으랴 먼곳에 달려가서 힘든 싸움 하였으랴
시짓기, 글이야기로 허물어진 집안에서 세월을 보냈으며 누더기로 처자들을 덮어주면서 이처럼 구차스레 살아간다네
때때로 분노를 참을길 없어 칼로 땅을 치며 크게 웨쳐보나니
어느때면 거센바람을 타고 사나운 물결 헤쳐나가서 온 세상 사람들을 편안히 살게 하랴…
그대는 보게나 롱연각우에 걸려있는 큰공 이룩한 사람들의 초상을 그중 절반은 글읽는 선비요 절반은 싸움하던 무사라네
※ 여섯마리 자라: 고대전설에 바다가운데 여섯마리 큰 자라가 있어 산을 떠받고 온갖 물고기들을 괴롭혔는데 롱백국의 힘센 장수가 그 자라들을 다 낚아 없앴다고 한다. ※ 아홉마리 까마귀: 고대전설에 하늘에 아홉마리 까마귀가 해로 변하여 떠올라서 세상의 풀과 나무가 다 마르고 돌과 쇠가 다 녹았는데 활 잘 쏘는 예라는 사람이 그것들을 다 쏘아떨구었다고 한다. ※ 룡연각: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을 기념하여 그들의 초상을 걸어두던 집
작품에는 포악한 무신통치배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들을 모조리 없애버리고 안정되고 평화로운 생활을 마련할데 대한 지향이 반영되여있다. 시는 앞부분에서 모든 불행과 재난의 화근으로 전해오는 《여섯마리 자라》와 《아홉마리 까마귀》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에 의탁하여 갖은 폭행과 전횡으로 사람들을 못살게 굴며 사회에 불안을 조성하고 생활을 혼란에 빠뜨리고있는 무신통치관료배들을 비판하고 그에 대한 저주의 감정을 표현하였다. 시의 다음부분에서는 사회의 부정면을 바로잡을수 없어 모대기는 서정적주인공의 울분과 함께 《편안》한 생활에 대한 열망이 노래되고있다. 시에서의 강한 비판적기백과 랑만주의적경향은 시인을 용납하지 않는 당대의 현실과 《웅장하고 큰 계획 이루어보리라》는 포부와 리상을 굽히지 않으려는 사상적지향의 충돌로부터 흘러나오고있다. 시에서 서정적주인공은 무력한 자신을 《썩은 선비》라고 하면서 한탄도 하며 현실의 부정면을 바로잡을 방도를 알지 못하여 안타까이 모대기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악착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며 《편안》한 생활을 마련해나갈 지향을 굽히지 않는것이다. 여기에 이 작품의 진보적이며 랑만주의적인 특성과 함께 제한성이 있다. 시는 수사학적과장법과 비유법을 능란하게 도입하여 주제사상을 형상적으로 부각시키고있는것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사상예술적특성으로 하여 시 《취해서 부른 노래》는 고려시기 랑만주의적경향의 시문학을 대표하는 우수한 작품의 하나로 되고있다.
《농사집의 네절기》
한자시. 《동문선》, 《대동시선》 등에 실려있다. 김극기의 시가유산가운데는 제목이 《농사집의 네절기》로 된 작품이 두편인데 하나는 32행에 160자로 된 5언 률시체로, 다른 하나는 78행에 300자로 된 5언 고시체로 씌여진것이다. 5언 률시체로 된 작품은 농촌풍경과 계절에 따라 진행되는 농민들의 로동생활과 근면성을 찬양하였다. 5언 고시체로 된 작품은 장편의 시로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적특성과 그에 따르는 농민들의 로동생활뿐아니라 애써 일하면서도 모진 가난속에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그들의 비참한 생활처지, 농촌의 생활풍습과 아름다운 생활세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생동하게 보여주고있다. 시의 봄철편에서는 봄을 맞이한 농민들의 기쁨과 때를 놓칠세라 농사일에 떨쳐나선 그들의 모습을 생동하게 노래하고있다. 시의 여름편에서는 백발의 늙은이만 집에 남기고 무더운날 들판에서 땀흘리며 김매기를 하는 농민들의 고달픈 로동생활에 동정을 표시하고있다. 가을편에서는 자기들이 품들여 가꾼 낟알로 한끼의 밥을 지어먹고도 근심과 걱정에 싸여있는 농민들의 서글픈 모습을 그려보였다. 겨울편에서는 겨울식량마저 죄다 빼앗기고 산골짜기 단간초막에서 사냥으로 목숨을 이어가면서도 다음해 농사걱정에 모대기는 농민들의 비참한 처지와 가슴아픈 심정을 진실하게 노래하고있다. 시는 당대의 농촌현실, 농민들의 어려운 생활내막을 폭넓고 깊이있게 노래한 점에서 문학사적의의가 크다. 작품은 김극기의 시문학에서 사실주의적경향을 특징짓는 대표적작품으로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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