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서

(12세기)

 

고려중기의 문인, 음악가. 호는 과정이다. 가곡창작과 그림에 능하였다. 1147년에 즉위한 의종은 정서가 왕경(의종의 동생)을 왕자리에 올려세우려했다는 김존중일파의 모함을 곧이듣고 그를 고향인 동래로 추방하였다. 이때 왕은 마지못해 정서에게 곧 소환하겠다고 하였으나 그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서는 왕의 소환명령을 매일같이 기다리면서 먹으로 참대그림을 그려 자기의 심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지어부르기도 하였다. 그때 그가 지어 부른 노래를 그의 성과 호를 따서 《정과정》이라고 하였다. 《정과정》은 그후 가객(노래부르는 사람)들속에서 불리워진 가곡작품의 하나로 되여 리조시기까지 전해지게 되였다. 그후에 정서는 다시 소환되지 못하였고 그의 여생도 알려진것이 없다.

 

《 정 과 정 》

 

고려국어가요. 정서가 정계에서 밀려나 고향 동래에 내려가 있을 때 지은것이다. 익재 리제현은 가요 《정과정》을 수집하여 한자시체로 번역하여 《소악부》에 실었고 《고려사》에서는 그것을 그대로 인용하였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님생각에 옷깃을

적시지 않는날 없네

봄산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내신세 너와 같구나

묻지 마소 사람들아

거짓인지 아닌지를

이 마음 오로지

쪼각달과 새별만이 알아주리

 

노래는 련정가요의 형식으로 되여있다. 노래에서 님은 왕이요, 서정적주인공은 왕으로부터 배척을 당한 시인자신이다. 《정과정》의 가사는 정계에서 밀려난 벼슬아치가 왕의 신임을 그리워하는 심정을 담고있다. 가사의 내용은 봉건통치계급내부의 세력다툼을 배경으로 하고있는 점에서 비판적요소가 내포되여있기는 하지만 밀려난 벼슬아치의 관료생활에 대한 미련과 잃어버린 왕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반영한 제한성이 있다. 그러나 《정과정》은 정서의 창작분석에 필요하며 특히 고려가요의 연구에서 사료적가치를 가지고있다.

 

《대를 그린 그림에》

 

한자시.

 

한가하게 붓을 들어

한떨기 대를 그렸노라

벽우에 걸고 보니

속되지 않은 그 모습 그윽도 하구나

 

이 시는 정서의 작가적면모를 《정과정》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자기의 곧은 마음을 대나무에 비겨서 노래하였다. 속된것을 싫어하고 대바르고 고상한 대나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의 밑바닥에는 권력을 탐내고 참소(웃사람에게 남을 헐뜯어서 고해바치는 일)를 일삼는 속물들에 대한 부정의 감정이 깔려있다. 이 시에는 봉건지배계급출신 문인이 통치배들의 버림을 받고 저혼자 곧고 깨끗하게 살려는 소극적인 생활태도와 은일사상을 반영한 제한성이 있다.

 

안타까워서 부른 노래

 

이 일화는 정서가 모함을 당하여 고향으로 쫓겨가있으면서 《정과정》을 지은 사실을 담고있다.

정서가 벼슬살이를 할 때 조정안에는 그와 의사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인종이 죽고 그의 아들 의종이 왕위에 오른 기회를 타서 정함, 김존중 등이 정서가 새왕의 동생 왕경을 왕으로 내세우려 했다고 들고나왔다. 일이 이렇게 되자 정서는 억울한 루명을 쓰고 궁지에 몰리게 되였다. 의종왕은 정서가 그런짓을 할 인물이 못되는줄 알고있었지만 정서를 처벌해야 한다는 조정내의 론의가 일어나자 더는 정서를 그대로 둬둘수 없어 고향인 동래로 내려보내게 되였던것이다.

의종은 떠나가는 정서를 조용히 만난 자리에서 그를 위안도 할겸 자신의 심정도 토로하면서 짤막하게 한마디 하였다.

《오늘 그대가 가는 걸음은 조정의 공론에 압박되여 할수 없어서 취한 일이니 멀지 않아 소환될것이다.》

왕은 무책임한 소리를 한마디 하였지만 물에 빠진자의 처지에 떨어진 정서에게는 이 말이 천근무게로 안겨왔다.

정서는 왕이 설마 거짓말이야 하겠는가 하는 믿음으로 자기의 서글픈 심정을 달래면서 동래에서 소환령이 떨어지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오랜 시일이 지났으나 소환령은 떨어지지 않았다. 속았구나 하는 허망한 생각, 그래도 혹시 하는 허황한 기대, 억울하고 한스러운 자기의 처지에 대한 번민으로 정서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정서는 가야금을 타면서 자기의 이러한 서글픈 심정을 노래로 불렀다. 노래는 처량하였다. 이때 정서는 한자시를 지어서 읊은것이 아니라 우리 말 노래를 지어서 불렀다. 이 노래가 《정과정》이였다.

《정과정》은 사상적내용에서 제한성이 있으나 신의없는 왕에 대한 원망, 조정관료들의 부당한 처사와 세력다툼에 대한 비난의 감정을 깔고있는것으로 하여 사람들이 기억하게 되였고 문학사에도 고려국어가요의 하나로 올라 후세에 알려지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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