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9 회)

제4장 운명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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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상로는 치료효험의 주요지표로서 성뇌작용에 중점을 두었다.

그러자면 의도적으로 정신상태를 흐리터분하게 만들어야 했다.

이것은 일종의 자기희생을 동반하는 실험이였다.

그는 이러한 상태를 조성하기 위해 바꽃과 흰꽃독말풀을 쓰기로 하였다. 바꽃은 일명 초오라고도 불리우는데 예로부터 아픔멎이작용이 세므로 각종 비증(관절염)과 허리증, 신경통의 치료에 널리 쓰이여온 약초였다.

독말풀은 일명 만타라화라고 부른다. 이 약초 역시 아픔멎이작용이 매우 세다. 이와 함께 근육이완작용과 효천(천식)을 치료하는 작용이 있어 효천병자들이 종이에 말아피우기도 한다.

아픔멎이작용이 센 이 약물의 용량을 늘이면 마취작용이 나타나면서 정신이 흐리터분해지게 된다.

리상로는 바로 이 작용을 리용하려 했던것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약초들은 모두 독성이 매우 강했다.

바꽃의 법제를 잘하지 못하면 신경이 마비되고 나중에는 호흡근의 운동이 멎으면서 죽음까지도 초래할수 있었다.

흰꽃독말풀도 자기 량을 초과하면 눈동자가 커지면서 중독상태에 들어갈수 있었다.

허나 리상로는 정신이 흐리터분해지면서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가장 적중한 마취약의 량을 알고있었다.

이것은 조상들이 이미전부터 써왔던 묘방이였는데 효승이 넘겨준 목책에 바로 이 처방이 들어있었다.

리상로의 시험계획을 들은 서분이와 청송은 걱정스레 물었다.

《일없겠소이까?》

리상로는 단호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누구든 거쳐야 할 일이요. 면밀하게 타산하고 실험을 하면 별다른 일이 없을거요.》

그날저녁 리상로는 천동에게 시험의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었다.

천동은 흔연히 응하였다.

《걱정마시오이다. 이 일은 꼭 해야 할 일이오니 주춤하지 마시고 어서 하시우다. 난 형님을 믿소이다.》

리상로는 천동의 손을 뜨겁게 부여잡았다.

《천동이! 정말 고맙네.》

드디여 실험이 시작되였다. 리상로는 우선 약의 정확한 법제부터 진행하였다. 우선 바꽃의 법제부터 섬세하게 하였다.

바꽃법제가 끝나자 리상로는 흰꽃독말풀도 규정대로 법제를 진행하였다. 달임액 전체량은 한홉정도로 하였다.

리상로앞에는 누르끼레한 한홉의 탕약이 놓여있었다.

가슴이 자못 두근거렸다. 어느 정도의 성뇌효과를 나타내겠는지? 천동에게 약을 먹인 리상로는 약 일각이 지나자 물었다.

《어떻소?》

서분이와 청송이 초조한 눈빛으로 천동을 지켜보았다.

《머리가 흐리터분하고 꼭 잠들고싶은 느낌이요.》

리상로와 청송은 서로 마주 바라보았다.

성뇌작용의 효험을 판단하려면 바로 이런 때에 침을 놓아야 하는것이다. 천동의 눈을 들여다보니 거의나 풀려져있었다.

리상로가 일렀다.

《청송아, 침!》

《예, 여기 있소이다.》

그는 누워있는 천동의 머리에서 백회혈을 중심으로 전후, 좌우에 이미 머리칼을 깎아놓아 하얗게 살갗이 드러난 네곳의 침혈부위에 잽싸게 침을 들이찔렀다. 그리고는 도간도간 침자루를 긁어주어 자극을 주면서 천동이의 눈을 세심히 관찰했다.

약 2각이 지나서부터 바랜 꽃마냥 푹 풀어졌던 천동이의 눈에 생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리상로의 가슴은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아! 저건 틀림없이 강한 성뇌작용이 있다는것이다.)

옆에서 긴장한 눈길로 리상로와 천동을 번갈아보던 청송이 물었다.

아버님, 어떻소이까?》

리상로는 흡족하여 대답하였다.

《음, 괜찮은것같다.》

잠시후 리상로는 천동에게 물었다.

《지금 신명(정신신경상태)이 어떻소?》

《흐릿한 정신이 가셔지면서 점차 맑아지우다.》

청송이가 환성을 내질렀다.

《야!-》

서분의 얼굴에도 기쁨이 한껏 어려있었다.

환희와 열에 들뜬 이들을 둘러보며 리상로가 일렀다.

《아직은 만세를 부르기가 이르다. 한번 시험해본 결과를 가지고 그 효험을 단정하는건 너무 경솔한것이니라.》

하여 그다음날에도 천동이에 대한 실험은 계속되였다.

열흘동안 더 진행하였는데 성뇌작용효과는 여전히 뚜렷했다.

리상로는 담아와 석동의 열렬한 청대로 그들에게도 시험을 적용하였다.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이쯤되자 모두는 열에 떠있었다.

그러나 리상로의 요구성은 엄격하였다.

《아직도 일러. 기본은 병자들에게서 나타나는 효험이야.》

기초시험이 끝나고 침혈의 안정성과 성뇌작용의 효험이 확증되자 리상로는 천동이와 청송에게 과업을 주어 본격적인 림상검토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저자신도 보다 섬세하고 적극적인 림상검토를 진행하였다.

세명의 의원들이 병자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림상검토를 마치니 모든 결과가 명백하게 확증되였다. 이미 나온 머리부위의 침혈보다 훨씬 더 효험이 좋았던것이다.

그제서야 리상로는 마음속으로 탄성을 올렸다.

(아! 또하나의 유용한 경외기혈의 단방치료료법을 찾아냈구나.)

리상로의 밝은 안색을 보고서야 천동이와 청송도 기쁨에 넘쳐있었다.

리상로는 천동이와 청송을 불러앉혔다.

《자, 이젠 이 경외기혈에 대한 림상검토를 널리 확대해야겠네.

그래야 새 침구료법에 대한 효험을 정확히 확증할수 있네.》

천동이가 제꺽 입을 열었다.

《아, 거야 응당 우리가 해야지요.》

청송도 맞장구를 쳤다.

《옳소이다. 그 일은 제가 하겠소이다.》

《내 생각에는 이 단방치료료법으로 백성구제를 먼저 하는것이 좋을듯하네. 난 청송이와 자네가 여기서만 맴돌지 말고 여러 고을들에 내려가 그곳 의원들과도 협조하는게 좋을것같네.》

천동이가 제꺽 응했다.

《그 참 그럴듯한 생각이우다.》

청송도 대뜸 응수하였다.

아버님의 말씀이 옳소이다!》

《음, 임자네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니 나도 기쁘이. 그럼 그렇게 락착지으세.》

모두들 희열과 신심에 넘쳐있었다.

그 이후에도 리상로의 침구묘방탐구는 끊임없이 계속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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