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회)
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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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윤화는 운전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운전사는 알만한듯 웃었다.
하지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도와줄수 없습니다. 우리 부부장동지는 바쁩니다. 이 차는 이제 시내끝에서 끝까지 움직여야 합니다.》
그제야 김윤화는 승용차의 번호를 보았고 시당위원회의 번호를 단 승용차라는것을 알아보았다.
《운전사동무, 대신 우리 공장의 승용차로 사업보장을 해주면 안될가요? 좀 우습게 들릴지 몰라두 이건 우리 공장의 발전과 관련된 중요한 일입니다. 좀 도와주세요.》
《아니, 지배인동지라면 규정과 질서를 다 아시겠는데 그러시는군요. 어떻게 다른 차로 중요한 일을 보는 부부장동지의 사업보장을 한다고 그럽니까? 안됩니다!》
김윤화는 난감하여 서있었다. 문득 등뒤에서 《무슨 일이요?》하는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등뒤에 키가 훤칠한 남자가 몇사람과 함께 서있었다.
《부부장동지!》
운전사가 그에게 다가가 사연을 설명했다. 부부장과 함께 서있는 공장의 일군들인듯한 사람들이 재미있고 놀라우며 민망하다는듯한 눈길로 김윤화를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은 로골적으로 얼굴을 찌프렸다.
그 순간 김윤화는 당황함과 부끄러움마저 느끼며 숨을 죽이고 고개를 숙였다. 부부장이 빙그레 웃으며 김윤화에게로 다가왔다.
《우리 나라에서 생산한 제일 좋은 승용차를 타고 결혼식을 하고싶다?! 하하… 재미있는 일이요!》
부부장은 김윤화에게 다가서 이것저것 물었다. 김윤화는 공장에서 벌어진 일을 사실대로 다이야기했다.
《그래서 지배인이 로동자들의 마음을 풀어주고싶어서 여기로 달려나왔다는 소리구만.》
김윤화는 고개를 숙였다.
《바쁜 일을 보는 차인줄은 모르구… 미안합니다! 다른 차를 얻어보겠습니다.》
《이제 당장 어디 가서 국내산승용차를 얻겠소?》
부부장은 잠시 망설이듯 서있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에게로 돌아섰다.
《어떻소, 동무들?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소? 자기의것을 제일로 여기려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거요. 그걸 지키겠다구 한개 공장지배인이 길가에 달려나와서 안타까워하고있는데 우리가 그걸 외면해서야 되겠소?》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부부장은 그들에게 웃으며 소리쳤다.
《옛날엔 임금의 행차두 물러섰다는 결혼식행차인데 우리가 도와주기요. 어쩌겠소? 동무네 공장 차신세를 좀 지기요. 아무 차나 좀 주오. 화물차도 일없소. 그리고 운전사동무, 이 지배인동무의 부탁을 들어주구 뒤따라 오라구. 마지막까지 잘해줘야 해.》
《부부장동지!》
김윤화는 목메여 부르짖었다. 부부장은 김윤화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동무가 지배인의 체면이나 어느 일군의 사업보다도 더 귀중히 여긴 로동자들의 그 마음이 사실은 우리가 의지해야 할 인민의 지향이구 시대의 요구요. 동문 오늘 그걸 느끼게 해주었소.》
《부부장동지!》
부부장은 소리없이 웃었다. 승용차는 벌써 발동을 걸었다. 부부장은 그를 승용차에로 떠밀었다.
《동물 기억하겠소. 자, 어서 가보라구.》
김윤화는 머리숙여 인사를 하고 승용차에 올랐다. 승용차가 도착한 공장정문에서는 오래도록 환성이 일었다. …
공장은 힘겹게 13가지 품종의 신발을 다 해냈다. 김윤화는 혜성이에게 가기 위해 서둘렀다. 신발들을 포장하며 혜성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이 김윤화를 당황하게 했다. 그들이 외국에 원정경기를 떠난다는것이였다. 지금 막 비행장으로 떠나려는 길이라고 했다.
《안돼, 혜성아! 조금만 기다려라!》
김윤화는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쳤다. 더 말할새도 없이 자기가 직접 팔을 부르걷고 신발들을 포장했다. 승용차에 신발을 싣고 달려갔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그들은 벌써 뻐스로 비행장을 향해 떠난 뒤였다. 김윤화는 승용차로 뻐스를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빨리요! 운전사동무, 빨리!》
《지배인동지, 위험합니다!》
《아니예요! 무조건 그들을 따라잡아야 해요! 그들이 우리 공장의 신발을 보아야 하고 이 신발을 만든 우리 로동자들의 마음을 알아야 해요. 그걸 알고 떠나야 해요. 운전사동무, 속도를 더 내요!》
속도를 높여 달리는 승용차에서는 앉은 몸에서조차 땀이 흘렀다. 드디여 뻐스를 따라잡았다. 선수들이 놀라서 창을 내다보았다. 김윤화는 몹시도 지친감을 느끼며 운전사와 함께 신발지함들을 안고 뻐스에로 다가갔다. 왜서인지 목이 콱 메여올랐다. 콱 잠긴 목소리로 불렀다.
《혜성아!》
《이모!》
혜성이가 뻐스에서 뛰여내렸다. 눈이 둥그래서 김윤화를 바라보았다. 김윤화는 그의 가슴에 신발지함을 안겨주었다.
《이건 우리 공장에서 생산한 수지운동신이다. 축구선수들의 말을 듣고 다시 생산한 우리 공장의 신발이야. 이걸 신고 훈련을 꽝꽝해서 이기고 돌아오너라.》
《이모!》
혜성이의 눈가에 맑은것이 번쩍거렸다. 사연을 안 축구선수들도 뛰여내렸다. 류성신발공장의 신발을 두고 불평과 비난을 했던 일을 두고 용서를 빌었다.
《아니예요! 정말 부끄러워요. 하지만 이젠 우리 공장에서 동무들을 실망하게 하던 그런 신발들이 다시는 생산되지 않을거예요. 그리고 이제 우린 세계적인 축구화도 생산해내겠어요. 꼭 생산해내겠어요! 내 동무들에게 약속해요!》
《지배인동지!》
김윤화는 지함을 열고 신발들을 꺼내여 선수들에게 쥐여주었다.
《문지기동무, 이건 동무의 신발이예요. 마음에 들겠는지 모르겠어요. 10번동무, 이건 동무의 취미와 요구를 고려해서 만든 신발이예요. 검은색을 싫어하는 동무길래 신발갑피를 만들 때 보이지 않는 밑실로도 검은색실은 안썼어요. 이건 14번동무의 신발. 먼저번 신발보다 60그람이나 가벼워요. 앞뒤받침보강도 잘해주었어요. 이 신발들을 신고 훈련을 해보면서 우결함에 대해 생각해두었다가 나한테 알려주세요.》
축구선수들은 고마움과 기쁨에 젖어 어쩔줄을 몰라했다. 김윤화는 자기가 직접 혜성이에게 만들어온 수지운동신을 신겼다. 허리를 굽히고 신발을 신기고는 발끝을 눌러보았으며 상했던 다리를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조용히 속삭였다.
《미안하다. 혜성아!》
《이모!》
혜성이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뻐스는 떠나갔다. 김윤화는 뻐스를 향해 손을 저어주며 오래도록 길가에 서있었다. 멀어져가는 뻐스에서 그를 향해 손을 젓는 축구선수들의 팔들이 수풀처럼 설레이며 푸른 대지속으로 녹아들어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