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1 회)

제 7 장

우리는 젊은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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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아는 강아래쪽에서 진희에게 수영을 가르쳐주느라고 야단이였다.

《팔을 이렇게, 숨은 들이쉬고.》

《이렇게?》

《아니, 이렇게 크게.》

《이렇게?》

그들이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바로 옆에서처럼 들려왔다.

《얼마나 아름다운 처년가?》

진호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자기에게 있어서 정아는 깨끗한 시내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시련에 찬 길을 허덕이며 걷는 사람이 목을 추기고 얼굴을 담글수 있는 시내물, 이제까지의 피곤을 가셔주고 새로운 힘을 북돋아주는 그런 맑은 시내물이였다. 아니, 어찌 시내물에만 비기랴! 암초에 걸려 모지름을 쓸 땐 뒤에서 떠밀어주는 강물이였고 맥을 놓고 방향을 찾지 못할 땐 목적지를 향해 더 빨리 닿을수 있게 해준 힘찬 격류이기도 했다. 그저 고맙다고 하기에는 표현이 너무도 범속한 그런 감사의 정이 자기 가슴속에 고여있다는것을 그는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과연 그가 없었다면 내가 무슨 일을 제대로 할수 있었단 말인가!)

정아를 대할 때마다 그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 처녀야말로 자기가 표현하는것보다 얼마나 더 소박하고 진실하며 그래서 또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을 품게 되면서 은연중 현옥이는 어째서 이렇지 못할가? 이 처녀가 현옥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부질없는 상념에 젖어드는것이였다.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라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자주 정아의 자리에 현옥이를 세워놓고 여러가지 일들을 상상해보는것이였다. 한눈금의 분석수치를 놓고 같이 고민해보는가 하면 심사결론을 두고는 자기보다 더 가슴아파하는 현옥이의 모습도…

그러나 좀처럼 자기와 일치시킬수 없는 현옥이였다.

《전 정말 얼굴도 맘씨도 그렇게 고운 처녀는 처음 봤어요. 어쩐지 옆에 있기가 막 부끄럽지 않겠어요.》

평양에서 돌아와서 하던 그의 말이였다.

《됐소, 내가 뭐 그런 부탁을 한거야 아니지 않소.》

맘속으로는 현옥이에 대한 말을 듣고싶었지만 그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그 동무도 자기의 고통을 동무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자기도 이젠 동무를 잊었노라고, 이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요. 그렇지만 전 그렇게 말하는 그의 가슴속에 어떤 새롭고도 귀중한 그 무엇이 잠재해있다는것을, 그것이 이제야 결정적으로 눈을 떴다는것을 알게 됐어요. 만약 동무가 그것조차 리해하지 못한다면…》

《솔직히 말해 난 어느때건 그가 자기의 잘못을 알고 그런 고통을 느낄 때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소. 언제든지 그런 날이 오리라는걸 믿었단 말이요.》

자기를 괴롭힌 현옥이가 고통스러워한다는 말은 진호에게 어떤 야릇한 만족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응당하다는건가요? 자기를 괴롭힌데 대한 마땅한 대가라는건가요?》

《이제 와서 그런걸 계산하자는건 아니요. 하지만 난 지금도 그에 대한 태도에서 내자신이 시정해야 할 일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

《너무해요. 그건 진심으로 뉘우치고있는 그에 대한 지나친 처사가 아닐수 없어요. 어쩌면 동문 그렇게도…》

자기를 마주보는 정아의 시선에 어딘가 혐오스런 빛이 어려있었다.

《제발 더는 그의 상처를 다치지 마세요. 본인도 그것으로 해서 괴로와하고있는 상처를 애써 더듬으려 하지 말아요. 동무의 믿음에 그가 본의아니게 불성실했을수도 있다는걸 왜 생각하지 못해요. 전 현옥동무가 하던 말을 잊을수가 없어요. 그 목소리와 눈길의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가지였던가를 이제 와선 더 통절히 느끼게 돼요. 거기에는 용서를 비는 간절한 념원이 깃들어있었고 동무에 대한 신뢰의 정이 담겨있었어요. 그리고 그의 소심한 태도에는 희망과 맹세가, 동무에 대한 누를길 없는 애정이 깃들어있었어요. 전 그 희망을 믿지 않을수 없어요. 그 애정을 믿지 않을수 없단 말이예요.》

자기를 붙들고 눈물을 머금던 현옥이의 모습이 떠올랐으나 진호는 얼른 화제를 돌려 그동안 그가 평양에서 얻어온 자료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실로 정아가 고심을 들여 얻어낸 자료는 더없이 귀중한것이였다. 무엇보다 자기가 그토록 애써 찾으려고 했던 보충연료들의 배합원칙, 즉 가스와 산소와 공기의 배합비에 따르는 열량의 변화가 명백하게 산출돼있었던것이다.

《진호동무! 이젠 여기 와앉아요.》

은심이의 목소리에 돌아보니 어느새 음식을 가운데 놓은 친구들이 주런이 마주앉아 자기가 앉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아니, 여기요! 이 자리에 앉아야 해요. 오늘의 주인공이니까요.》

주부의 임무를 수행하는 은심이가 주석단처럼 따로 만들어놓은 자리를 가리키는것이였다.

《어서 앉게.》

맞은켠자리에 앉아있던 로장도 자못 흡족한 표정이였다.

《좋습니다, 앉지요. 자리가 좋으니 돌아오는 몫도 많을테니까요.》

그는 서슴없이 가운데자리에 앉았다.

《자― 한마디 하시구려.》

비서가 이렇게 권하자 로장은 대뜸 《어험!》하고 기침을 깇으며 근엄한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에― 그간 새 연료안때문에 수고들이 많았네. 우리가 시험을 성과적으로 했다는건 대단히 자랑스런 일이 아닐수 없네. 그건 무엇보다 우리 2호로의 영예를 계속 빛내이는것으로 되니꺼니. 안그런가?》

표현해야 할 말마디를 고르기가 힘이 드는지 그는 미간을 찌프리고 한참 침묵을 지켰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한 수고보다 앞으로의 고생이 더하다는걸 알아야 하네. 문제는 뭔가?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가 새 연료취입을 완성해야 한다는것이고 그래서 기어이 승리의 보골 올려야 한다는걸세. 알겠나? 자― 그날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드세.》

일시에 박수갈채가 일었다.

《제때에 도와주지 못했다고 욕하지 마오. 대신 이제부터 봉창하지.》

잔을 든 비서가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별치 않은 그 한마디에 진호는 가슴이 찌르르했다.

취입공정안설계를 어떤 일이 있어도 제 기일에 완성하겠다는 태수의 결의에 이어 래빈으로 참가한 진희의 격려사가 각별한 이채를 띠였다.

《전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오빠가 고심하던 기술안이 성공하게 되였다는데 있지만 보다는 우리 수령님께서 한시름 놓으시게 된다는 그 사실이 더 기뻐요. 중유를 쓰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으시면 우리 수령님께서 얼마나 기뻐하실가요. 고맙습니다, 로장아부님이랑 용해공오빠들 정말 고마와요.》

그러면서 그는 정말 공손히 머리를 숙여 절을 했다.

이들이 부글부글 끓는 어죽가마를 가운데 놓고 술잔을 주고받을 때 미역을 감은탓으로 온몸이 나른해진 정아는 커다란 소나무가 던져주는 그늘아래 수영복차림채로 조용히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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