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9 회)

제 5 장

첨단으로

9

(2)

 

잠시후 박순배는 당비서와 함께 회관으로 향했다.

회관홀에서는 탁구경기가 한창이였다.

차천호와 강수려가 한조가 되고 다른 조에서는 농산직장장이 통계원과 한조가 되여 맹렬하게 겨루고있었다.

《아니, 저 처녀가?》

체육복차림의 수려를 알아본 박순배는 호기심을 가지고 물었다.

《지배인동지, 저 연구사처녀가 털단백시험을 끝내 완성했습니다.》

《그래요?》

《그것으로 진행한 현장시험을 보면 증체률이 현저히 올라갑니다. 이제 천호와 힘을 합쳐서 생산에 들어가자고 계획합니다.》

힘을 합친다? 순배는 눈가에 웃음을 짓고 그들을 바라보는 당비서를 보며 그 말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였다. 그들의 복식경기가 새삼스러웠다. 모름지기 저 경기도 아마 당비서의 의도적인 조직으로 마련되였을것이다.

《비서동무, 고맙습니다.》

지배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비서가 얼떨떨해서 마주보았다.

《병원에서 내 다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처녀를 돌려세우기가 힘들거라고, 십중팔구 대학연구소로 갈거라고 생각했댔지요. 그런걸 끝내…》

《아니아니, 내가 무슨 큰일을 했겠습니까. 워낙 저 처녀가 지성이 높고 실력이 있더군요.》

박순배는 가슴속에서 기쁨의 파도가 쏴쏴 물결치는것같았다. 사실 현대화의 제일중심은 발효제생산을 완성하는것이고 발효제먹이에 의한 오리의 증체률을 높이는것이였다. 그런데 털단백물의 적용이 시험단계에서 성공했다면 저들은 반드시 생산에서도 성공시킬것이였다.

박순배는 다시 처녀연구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침착하면서도 예지가 빛나는 저 처녀, 동작이 하나로 된듯 천호와 수려는 한사람이 치는듯 딱딱 맞아돌아갔다.

회관안은 더 들어갈수 없을 정도로 관람자들이 점점 차기 시작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연구사들이 자기 대학 선수인 수려의 경기를 보느라고 지배인이며 당비서가 들어서는것도 알아보지 못했다. 그들속에는 차학선이도 있었다. 한켠에는 강시연이가 작업복을 벗지 못한채 머리를 기웃이 들이밀고있었다.

천호와 수려는 손발뿐만 아니라 마음이 하나가 된듯 했다.

《허, 천호가 이젠 완전히 제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속잎이 자라면 겉잎은 제쳐지기 마련이지요.》

《지배인동진 벌써 물러설 생각이십니까? 겉잎이 있었으니 속잎이 자랄수 있는거지요.》

《아무튼 차로인님의 공로가 큽니다.》

《예.》

떠들썩한 경기장에서의 소음을 들으며 그들은 곧장 식당으로 들어갔다.

특식을 준비하고있던 주방장이 먼저 지배인을 알아보고 달려나왔다.

모두 자기의 퇴원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박순배는 뭉클 치솟는 가슴을 가까스로 잦히였다.

다음은 종합조종소를 돌아보고 마지막으로 당비서가 안내하는대로 가공직장의 양어장으로 왔다.

네모번듯한 양어장에서는 메기들이 펄떡이고있었다. 가운데는 장식용이면서도 산소보장용인 분수가 세곳에서 치솟아오르고있었다.

양어장주변으로 꾸린 잔디밭이며 야외돌의자, 란간까지 다 쓸어보고난 박순배는 신형일이 앞으로 돌아서며 수고가 많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지배인동지는 허리를 고치고 공장은 현대화를 완비했습니다. 더 보충할게 없습니까?》

《없습니다. 만족합니다.》

《그럼 이젠 마지막시험을 끝낸 다음에 보고를 올리기로 합시다.》

《그럽시다.》

《다음 중요한건 고기생산을 냅다 밀어서 평양시민 세대공급 고기생산을 무조건 끝내야 합니다.》

《내가 앞장에 서겠습니다.》

박순배는 자신있게 허리를 폈다.

《지배인동지, 며칠 있어 차학선로인의 생일입니다. 이제껏 생일을 쇠지 않았다기에 공장에서 맡아서 축하하자고 하는데 어떤지.》

《그걸 다 생각했습니까. 참, 비서동무두. 난 그저 나이 80이 되면 공장이 맡아야 하겠구나 했는데, 생각을 잘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난 박순배는 다시 입을 열었다.

《참, 비서동무, 왜 공장에 기사장동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어디 갔습니까?》

《이제 그 말을 하려던참입니다. 우동무는 지금 공장에 없습니다.》

《예?!》

한껏 놀라 반문하는중에서도 박순배는 여느때와 달리 우동무라고 부르는 당비서의 말에 더 놀랐다. 그를 두고 이렇게 부른적이 한번도 없었던것이다.

당비서는 잠시 할 말을 잊은듯 입을 열줄을 몰랐다. 무엇인가 가슴을 치는 격동을 가까스로 참고있다는것이 알리였다. 한참만에 당비서가 입을 열었다.

《며칠전에 그가 당위원회에 찾아왔더군요. 물속에나 빠진것같이 되여가지고 말입니다.》

박순배는 아직도 영문을 알수 없어 당비서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들어서자바람으로 자기가 손소독기에 대해서 시비했다는 말부터 하면서…》

《아니, 손소독기라니요?》

《지배인동지도 우리 공장에서 만든 손소독기가 발명권을 받은걸 알고계시지만 사실은 뒤에서 그걸 시비했다는겁니다.》

《예?…》

박순배는 너무도 놀라와 눈을 흡뜬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배인동지, 우덕진의 인상이 얼마나 좋습니까. 항상 웃는 얼굴이지요. 내가 처음 공장으로 올 때 들은 소리가 바로 <웃는 대틀>이였습니다. 그 별명이 기사장을 두고 하는 소리란걸 생각이나 했을게 뭡니까. 어디서나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누구에게나 미소를 던지던 우덕진이기에 정말로 일을 내밀고 공장을 지휘할수 있는 실력있는 일군으로 보았지요.》

당비서는 잠시 말을 끊은채 저 멀리 운동장에 시선을 박고있었다.

박순배는 당비서의 말을 듣자 그만 참을수가 없어 얼른 입을 열었다.

《호박넝쿨 쭉쭉 뻗는 기세 같아서야… 옷자락을 날리며 기세를 돋굴 때면 무슨 일이 날것같지만 사실 우덕진한테 기사장의 능력이 없다는건 이미 온 공장에 공개됐지요. 번들번들한 그 넙적한 얼굴에 늘 웃음이 어려있었지만 두뇌는 여윈겁니다. 생선이 대가리부터 썩는다고 하지 않는가요. 그날 밤에 내가 제기했지요? 그런데도 비서동무가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보자고 하길래 어쩌지 못했지만 이미 그 사람은 기사장은커녕 당원의 자격도 없습니다.》

《지배인동지, 그를 놓고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군들의 세도란 무엇이고 관료주의는 어떻게 나타나는가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날의 세도와 관료주의는 옛날의 변학도식이 아니라 아주 교묘한 방법을 동반하지요. 겉으로는 웃음짓고 자기의 직권을 람용하여 혁명에 해를 주고 일을 잘하고있는 사람들을 박해하는것이지요.

정말 대중의 눈은 그렇게 정확한것입니다. 그야말로 웃는 관료주의자란말입니다. 아주 위험하지요. 그 근본원인은 실력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 일군들이 실력이 없으면 관료주의자가 됩니다.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실속이 없단 말입니다.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 초급일군들속에서 이러한 행위가 키높이 자라도록 모르고있은 나의 과오도 크지요. 그건 상급당에 가서 총화하겠습니다.》

박순배는 당비서의 말이 너무나 심중하게 울리는 바람에 아무말도 못하고 눈길을 떨구었다.

《그래 기사장동무의 문제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가 모든걸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지배인동지의 배치도를 자기것으로 한거며 또 차로인을 미워했던거며. 오늘날의 정보시대에 따라세우기 위해 자기를 수양하지 못한걸 다 뉘우치더군요.》

《그럼 그를 용서하자구요?》

《그건 내가 하는게 아닙니다. 이 영광의 땅인 두단도에서 살 자격이 있는가는 그가 자신을 어떻게 수양하는가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오늘날에 우리가 하는 현대화는 우덕진이와 같이 뒤떨어지고있는 사람들에게 채찍이 되고 빛이 된다고 봅니다.》

《정말 생각이 많습니다.》 박순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되돌이
감 상 글 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