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6 회)

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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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덕진은 저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염병이라면 공장적인 비상사고이다. 이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가만, 직장장이 어디 갔소?》 그는 누구에게라없이 물었다.

《아마 해부실에…》 누군가의 기여들어가는 목소리였다.

(해부실?) 맞았다. 미처 그 생각을 할 사이가 없었던 우덕진은 홱 바람이 일게 밖으로 나가 허둥지둥 반달음쳤다.

해부실은 오수를 처리하느라 차만 다니게 되여있는 출구곁에 있는 자그마한 건물이였다. 넓으나 넓은 공장에서 끝이나 다름없는 거기까지 걸어서 가자면 부지런히 다리를 놀려야 했다.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해부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수의사외에는 그 누구도 관심밖이던 자그마한 건물은 아침부터 온 공장의 초점속에 들었다.

건물앞 자그마한 마당엔 이미 죽은 오리들이 더미를 이루고있었다.

숱한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속에 내가 질테냐 하는 식으로 파리들도 앵앵 소리를 내며 모여들었다. 우덕진은 피해서는 사람들앞을 바람이나게 지나쳐서 해부실에 들어섰다. 이미 그곳에서는 수의사와 실험실의 기술자들이 와있었다. 비육호동의 직장장도 거기 있었다. 호동의 사태를 보자 여기부터 달려와서 해부결과를 기다리는 모양이였다.

《수의사동무, 원인을 규명했소? 빨리 하지 않으면 큰일이요. 그야말로 비상사고요.》

우덕진은 이렇게 소리부터 내지르고는 유리로 막힌 해부실에서 한창 해부중인 수의사를 넘겨다보았다. 그러다가 수의사옆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하고있는 차천호가 뜨이자 속으로 빌었다. 제발 무엇이라도 끄집어내거라, 원인을 말이다.

그는 언제부터인지 천호앞에 서면 그의 떠받을듯 지그시 주시하는 눈길에 주춤하군 했다. 그앞에 서면 그에게 눌리우는것같은 주저와 불안감이 들군 했다. 차학선에게서 상당한 현장경험을 터득했다는것을 느낀것이 처음이였던지, 아니면 록화물을 보고난 후 그가 내놓은 설계서를 보고 느낀 압도감이였던지. 요전날 종금호동에서 자기가 놓쳤던 수컷오리들을 척척 골라내서 관리공에게 넘길 때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옹색하게 서있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얼굴로 털벌레가 느물느물 기여가는것같았다. 언제부터인지 천호에게서는 기술협의회때 한껏 올랐던 이 기사장에 대한 신뢰감이 점점 떨어졌다.

이제 와서는 제기하는것도 없었고 슬그머니 외면하려 든다는것이 확연히 알렸다. 그야말로 천호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박힌 가시같이 뜨끔뜨끔 자극하군 했다.

차학선을 로골적으로 질시했고 그에 잇달린 천호를 무시했던 그 값을 단단히 받는셈이였다. 그러나 지금 그런걸 생각할 경황도 없었다.

이제라도 천호가 원인을 찾는다면 숨이 나갈것같았다.

가끔 수의사가 무엇인가 천호에게 내보이기도 했다.

우덕진은 갑자기 정숙한 분위기에 싸이자 자기의 온몸이 꽁꽁 묶이기나 한듯 답답한감을 느끼였다. 그러나 애써 자기의 자세를 유지하고 가끔 눈에 띄우는 사람들에게 태연한척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 직장장이 여기에 있구만. 이거 큰일이요. 글쎄 전염병이 아니라면 다행인데 이렇게 오리들이 죽어가는데 전염병이 아니라고 단언할수 있소?》

그찰나 비육직장장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 해부하고있으니 결과가 나오겠지요. 자자, 우린 좀 나갑시다.》 그가 제먼저 발을 떼며 웅성이는 사람들을 몰았다.

우덕진은 이번에도 허겁을 떠는걸 그치지 않았다.

《이거 야단났구만. 일이 잘 나간다 했는데 도제 며칠이요?》

목을 바싹바싹 죄이는것같은 그의 엄포에 직장장이며 둘러섰던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장마철 하늘같은 얼굴로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가만, 안되겠소. 빨리 병난 호동을 차단시키고 인원들을 격페시켜야겠소.》

우덕진은 도무지 진정할수 없어 안절부절했다.

《글쎄 전염병은 아닙니다. 전염병증상은 아니니까 내가 지금 마음을 늦추는거지요.》

직장장이 참다못해 한마디 하자 붙는 불에 키질처럼 그의 마음을 부쩍 달궈놓았다.

《동무가 뭘 안다고 그래? 지금 동무네 직장호동을 돌아보고 오는 길인데. 좌우간 죽은 오리들을 절대로 다치지 마오. 단백반에선 먹이로도 쓰지 못하게 말이요.》

이때 그의 앞으로 차천호가 불쑥 나타났다. 언제 해부실을 빠져나왔는지 알수 없었다. 해사해보이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서 우덕진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기사장동지, 그래서는 안됩니다.》

우덕진은 갑자기 벙벙해서 그를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가 하는 당돌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슨 말을 못했다.

《아직 해명은 못됐지만 어쨌든 전염병은 아닙니다.》

천호가 다시한번 말그루를 박았다.

돌팔매가 날아온듯한 돌발적인 강타앞에서 잠시 얼떨떨해졌던 우덕진은 잠시후에 자신을 되찾았다. 그는 버릇처럼 틀스럽게 뒤짐을 졌다.

《만일을 생각해서 일은 예견성있게 해야 되오.》

여전한 우덕진의 목소리인것같지만 실상은 이미 맥이 빠져있었다.

《이제까지 해부하는중 전염병근원은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해명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서를 잡았습니다.》

이렇게 말한 천호가 바람이 일게 돌아서서 해부실로 들어갔다.

우덕진은 따귀를 한대 맞은듯 마뜩지 않게 그의 잔등을 쏘아보다가 옆에 있는 직장장에게 눈을 흡떴다.

《아니, 그런데 직장장은 아직 여기 서있소? 빨리 호동에 가보라구.》

그 말에 직장장이 아무 소리없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우덕진은 사라지는 직장장을 보자 갑자기 자기도 왜 여기에 서있는지 알수 없었다. 빨리 중앙수의방역소에 련락해서 그 사람들이 정확한 진단을 내리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전염병이 아니여야겠는데. 우덕진은 돌아서서 사무실로 향했다. 구내에서 마주치는 종업원들을 봐도 그저 지나치지 않았다.

《지금 어느때게 여드레 팔십리걸음이요, 빨리들 다니지 못하구. 지금 공장에서 어떤 비상사고가 생겼는지 알기나 하오?》하고 눈을 흘기군 했다.

그러다가 우덕진은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섰다. 그제서야 지배인이며 당비서 생각이 났던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지배인한테까지 알릴 필요가 없지만 당비서에게는 알려야 했다. 아니, 그보다 호동들에서 구급대책을 세우는것이 더 급했다. 걸어가면서 중앙수의방역소를 찾던 우덕진은 허둥거리며 호동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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