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 회)
제 4 장
꽃은 꽃밭에서만 피는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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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배인동지, 우리 아버지는 생전에 로병의 대우도 받으면서 살만큼 사셨습니다. 지배인동지에 대해 섭섭한것은 결코 우리 아버지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공장을 떠메고나가야 할 우리가 마음을 합치지 못한것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그것은 기사장을 두고 말할수 있습니다. 내가 기사장에 대하여 얼마나 물어보았습니까. 그때마다 지배인동지는 자기의 견해를 터놓지 않으셨지요. 내가 사람을 정확히 판별하지 못한 과오를 범했다면 지배인동지는 어째서 정확한 자기 견해를 숨기였습니까. 이 신형일이란 인간이 미덥지 않아서입니까? 호인이란 말을 듣고싶어서였습니까? 우리 일군들이 누구나에게 다 좋도록 살아서야 되겠습니까? 일군은 무턱대고 좋은 사람, 호인이 되여서는 안된다는것을 그래 지배인동지가 몰라서 그랬습니까?》
신형일의 목소리가 점점 격하게 울려나왔다.
《내가 원래 그런 사람입니다. 무슨 일에서나 소심한게 근본결함이지요.》
지배인의 낮은 음성이 전류를 타고 흘러왔다.
《아니지요. 이것은 결코 성격상문제가 아닙니다. 기사장에 대한 견해는 나의 사업능력을 보여주는것으로 되였습니다. 내가 처음 사람을 잘못보았던 결함입니다. 그것은 나의 능력의 반영입니다.》
《아, 그러지 마십시오.》 지배인의 바빠난듯한 목소리였다.
《내가 처음 와서 기사장에 대하여 잘 모르고 그를 공장의 기둥으로 여겼으면 지배인동지는 그의 결함에 대하여 진심으로 말해주었어야 했습니다. 내가 당비서라고, 당비서에게 잘못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셨으니 얼마나 위험한것입니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우리는 당비서이고 지배인입니다. 왜 나에게 단백 및 발효제생산의 배치도를 보여주지 않고 그것을 계속 감췄습니까. 나는 그것이 지배인동지의것인줄 모르고 기사장창안인줄 알았으니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입니까.》 신형일은 차학선이가 내밀던 배치도를 눈앞에 그리느라니 숨이 차올랐다.
박순배는 가책이 되는지 아무말도 못했다. 전류가 흐르는 소리만 징- 하고 울렸다.
《이것은 우리 둘사이의 단순한 인간관계만이 아닙니다. 우리 일군들이 진실한 마음과 힘을 얼마나 어떻게 바치는가에 따라 공장의 현대화문제와 생산문제가 좌우됩니다. 공장의 전체 일이 흔들린단 말입니다.》
《비서동무, 진정으로 반성합니다. 기사장에게 배치도를 보인건 그가 퍼그나 바빠하기때문에 이젠 기사장의 구실을 하려는 모양이라고 감동되였기때문이지요. 다른건 없습니다.》
그의 말에는 진실이 배여있었다.
《알았습니다. 그럼 앞으로 기사장문제는 어떻게 하잡니까?》
신형일이가 이렇게 문의하자 박순배는 기다리기라도 한듯 얼른 입을 열었다.
《그런 수준을 가지고서는 기사장을 더 하기 힘듭니다. 인정으로 보면 딱하지만 지금 어디 인정으로 일할 땝니까. 시대와 혁명의 견지에서 볼 때 적합치 않지요. 실력이 없는 사람들이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있을 때가 아니지요.》
박순배의 말은 절절하게 신형일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며칠전에 있은 종금호동에서의 사건이 생각났다. 그 일까지 지배인이 알면 얼마나 어이없어하랴. 종금오리 암수감별에 대한 대책을 제때에 세우지 않아 엄청난 먹이소비의 후과를 빚어냈으니 그보다 공장에 가을날의 락엽처럼 나도는 기사장에 대한 소문은 먹이소비보다 더 엄중했다.
지배인의 말을 들으니 더 앉아있기 힘들게 가슴이 답답해왔다.
신형일은 송수화기를 든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문밖은 사무실 뒤뜰안이다. 가공직장과 련결된 뒤마당에는 나무모밭이 펼쳐져있었다. 새파란 잎들이 파들거리는 나무모밭은 한창 청춘이였다. 여기서 자란 나무들이 이제 공장안 여기저기에 옮겨지게 될것이다. 새파란 잎사귀에 잠자리 한마리가 붙어 파들거리고있었다.
신형일은 돌아섰다. 그리고는 지배인에게 량해나 구하듯 힘들게 한마디 했다.
《지배인동지, 우리 그에게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어보는게 어떻습니까?》
《기대를요?》
저쪽에서는 잠시 응대가 없었다.
《어쩐지 마음이 무겁군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겁니다.》
《참, 비서동무두. 인상을 보면 랭정해보이는데 지내보면 역시 마음은…》 허거프게 웃는 지배인의 음성이 들렸다.
《허, 내가 너무 매끈해보여서 그런 평가를 받을 때가 있는데 사실 난 마음이 모질지 못한것이 결함입니다. 그럴 때마다 지배인동지가 채찍질을 좀 해주십시오.》
《그거야 못하겠습니까. 비서동무가 그렇게 생각된다면야 나도 반대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토론된것으로 알겠습니다. 앞으로 나도 그렇고 지배인동지도 그를 잘 도와줍시다. 이건 당적분공입니다. 이젠 사업토론으로 넘어갑시다. 우린 아직도 발효제생산에서 전진을 이루지 못하고있습니다. 연구성과가 적은가? 아닙니다.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왜 성공하지 못하고있는가 하는겁니다. 이번에 강계오리공장에서 느낀게 바로 이겁니다.
우리가 연구하고있는 복합미생물발효제는 각이한 미생물의 복합입니다. 복합이란 말은 말그대로 두가지이상의 물질이 합해지는것이 아닙니까. 이
합해진다는것과 합심이라는 말의 의미는 같은 뜻입니다. 합심하고 협력하라고 하신
《참, 비서동무의 말을 듣고보니 우리는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기본적인것을 놓치고있었군요. 참, 강시연동지의 딸이 무슨 연구과제를 해결해가지고 다시 왔다고 하던데요?》
《자기가 하던 연구사업결과치를 가지고 오긴 왔는데 아직 미완성입니다. 그보다 천호와 마음을 합치지 못했기때문입니다.》
《하, 일은 그렇게 됐군.》
지배인은 잠시 말이 없었다. 전화가 끊어졌는가 해서 신형일은 당황해서 그를 찾기까지 했다.
《그렇습니다. 합심하여 현대화를 완성해야 합니다. 이런 조직사업을 제쳐놓고 제각기 연구와 시험사업을 하는걸 알면서도 방관했으니,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합니다. 우선 우리부터 마음을 합칩시다.》
《내 꼭 채심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그럼 이젠 편히 쉬십시오. 너무 오래 앉아계시면 나쁩니다.》
《비서동무도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내가 미결된 세멘트를 가져오지 못해서… 이제 퇴원하면 그것부터 해결하겠습니다.》
《아니, 병원에 있는 지배인동지가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래일 회의를 끝낸 다음 내가 떠날 생각입니다.》
《원, 비서동무가 언제 그런 걸음을 다 하겠습니까? 부지배인동무에게 과업을 주십시오.》
《지금 부지배인동문 어분때문에 옹진에 갔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가야 할것같습니다. 더 지체할수 없습니다. 이젠 모든것이 마감단계입니다. 빨리 도로포장을 끝내고 현대화목표들을 결속해야 합니다. 허, 이젠 정말 끝냅시다. 시간이 너무 갔습니다. 환자가 오래 앉아있으면 치료가 안됩니다. 공장일때문에 너무 속을 쓰지 마시고 좋은 꿈이나 꾸십시오.》
줄전화를 끝낸 후 신형일은 우덕진기사장과 따로 만났다.
《기사장동무, 연구사와 현장기술자들의 연구사업에서 견해를 일치시키는것이 중요하오. 거기서 강수려 연구사와 차천호동무의 연구가 기본이요. 기사장동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맡아보오.》
《알았습니다.》
우덕진의 대답도 표정도 전과 다름없었다. 신형일은 그것이 미타했지만 그를 믿을수밖에 없었다.
《래일 협의회를 한 다음 난 곧장 상원으로 떠나겠소. 이젠 현대화를 다 끝낸 상태라고 생각할수 있지만 도로가 아직 불비하오. 도로포장작업을 진행합시다. 래일 할 협의회는…》
《무슨 협의회 말입니까?》
우덕진이가 떨떨해서 바라보았다.
《양어장건설을 더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양어장건설을 끝내고 고기까지 넣은 다음
기사장이 나간 다음 책상을 내려다보니 약봉투가 그대로 있었다. 약을 먹으려다가 중단한채 몇시간이 흘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