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제 1 장

푸른 하늘 푸른 꿈

2

 

흰눈이 주단처럼 폭신하게 깔려있는 층계들을 밟고 옛성터의 자그마한 아치형돌문을 지난 이들은 다시 을밀대쪽으로 향했다.

왕래가 드문 외진 길일뿐더러 언제나 음달져있는 곳이여서 눈은 내린대로 그냥 부풀어있었다. 꾸득꾸득해진 눈껍질이 오히려 숫눈보다 밟는 감촉이 한결 좋았다.

(오늘같은 날은 뭐라고 한마디 하긴 해야 하는데…)

아까까지만 해도 응당한 일로 치부했댔으나 눈덮인 모란봉의 한적한 오솔길을 걷느라니 불현듯 자기를 위해 모든걸 바치기로 각오한 현옥이에 대한 고마움이 새삼스레 가슴을 태우는것이였다. 더우기 오늘같은 날을 영원한 기억속에 새겨두기 위해서도 뭔가 꼭 인상에 남는 말을 하고싶었다.

뭐라고 한다?

어떻게든 현옥이에 대한 자기의 진정을 한마디에 담고싶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감정의 절반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자신의 유치한 구변을 생각하고는 곧 자신심을 잃어버렸다.

그는 자기 말이 언제나 요점이 명백치 못할뿐 아니라 어떤 땐 왕청같은 비약으로 의미가 외곡되기까지 해서 남들이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모르긴해도 지금이야말로 그는 늘 현옥이를 그릴 때마다 맘속으로 외워보던 말, 부끄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던 그 말을 해야 하리라는 생각이 드는것이였으나 그 한마디 말이 이제 와선 어쩐지 엄청난 의미로 부각되는것이여서 좀처럼 입을 벌릴 자신이 없었다. 부끄럽다거나 게면쩍다는것은 혼자 생각할 때 일이고 정작 그것을 털어놓아야 할 이 마당에 와서는 줄곧 떨리기만 했다.

(흠! 별놈의 일이 다 있군!)

이때까지 그는 자기들사이에서 중요한것이 어디까지나 서로의 감정이라고 여겼지 그것을 표현해야 할 고백따위에는 아무런 의의도 부여하지 않고있었다. 그런 고백은 단지 소설이나 영화에 필요할뿐이지 실생활에서는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못하는것이라고 믿어마지 않았던것이다.

그가 이렇게 여기는데는 자기들의 생활, 현옥이와의 관계가 그것을 뚜렷이 증명해주기때문이였다.

여태 그런 고백은 없었지만 자기들은 그 의미를 깊이 리해했고 또 그 요구에 서로 충실해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무엇때문에 그걸 새삼스레 밝힐 필요가 있단 말인가! 그것이야말로 같은 목적지를 향해 기차를 타고가던 사람이 갑자기 동행자를 돌아보며 우리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하는것과 같이 우습고 싱겁기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닐텐가.

늘 이렇게만 여겨온 그였으나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기차를 같이 타고가기는 했지만 목적지가 같을뿐더러 거기에서 생사를 같이하게 된다는것을 알았을 때의 심정이란 류다른것이다.

오늘에 와서야 그는 비로소 그런 고백이 어느 정도 진실한것임을, 단지 필요에 의한 형식이 아니라 고귀한 감정의 산물이며 억제할래야 할수 없는 열렬한 충동의 발로라는것을 깨닫지 않을수 없었다.

확실히 사랑에도 사춘기가 있어서 첨엔 그것을 짐작하는것으로도 만족하지만 그 단계가 지나면 거기서부터 한단계의 새로운 도약을 요구하는듯싶었다.

(정녕 이 처녀야말로 내가 바라마지 않던 그런 처녀가 아닌가!)

처녀에 대해, 특히 자기가 바라는 처녀에 대해서는 지극히 남다른 견해를 가지고있는 그였다.

흔히 한가지 일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이 그런것처럼 그도 실지에 있어서는 사랑이 어떤것이라는것을 알지 못했고 그것이 생활에서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깊이 따져보지 못했지만 자기의 대상이 될 처녀에 대해서만은 아주 명백한 일가견을 가지고있었다.

그것은 자기의 대상으로 될 처녀는 응당 매력적인 용모와 함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즉 안팎이 하나와 같이 고와야 한다는것인데 이 점에서는 총각이면 누구나가 흔히 품는 생각이여서 별다를바없지만 처녀의 마음, 다시말해 처녀의 내적인 미에 대해서는 그만이 지니고있는 독특한 주견이 있었다.

그가 말하는 내적인 미란 일반적으로 얌전하다든가 성실하다든가 하는 마음씨뿐만 아니라 자기 사업에 대한 참다운 리해와 지향으로부터 출발되는 훌륭한 반려로서의 자질과 성품이였다.

자기의 포부를 진심으로 리해하고 거기에 모든걸 바칠수 있는 처녀, 바쳐도 열렬히 바칠수 있는 처녀, 오직 이런 처녀만이 자기의 대상이 될수 있었다.

그가 이와 같은 요구를 내세우는데는 무엇보다도 필생의 과제로 삼고있는 비상한 목표와 관련되여있었다.

대학 초기부터 그는 야금로에 쓰이고있는 중유를 우리 나라의 연료로 대용하겠다는것이 유일무이한 희망이였고 확고부동한 결심이였다. 그 기술이야말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절박하며 그래서 또 어느것보다도 가장 가치있는것이라고 확고히 믿어마지 않고있었다.

때문에 그는 이 성스러운 포부를 위해 모든것을 다 바치려는 자기의 지향을 진정으로 리해해주지 못하는 처녀는 상대가 아무리 아름다운 용모에 비단같은 마음씨를 지녔다 해도 유감스럽지만 자기에게는 인연이 먼 사람으로밖에 될수 없다는것이였다.

물론 그로서도 이 두가지 요소가 다 원만히 구비된 처녀가 실제로는 쉽지 않으리라는것을, 있다 해도 십상 어느 한쪽에 치우쳐있기마련이라는것을 짐작 못하는것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의 기준을 낮출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설사 양보하는 한이 있어도 용모에 대한 기준을 양보하면 했지 지향에 대한 요구만은 조금도 타협할수 없다고 여기는것이였다.

《사랑이란 처녀의 외적인 매력과 그가 지니고있는 내적인 지향의 합으로 이루어지는걸세. 알겠나?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지향이 우위라는것만은 명심해두게.》

친구들앞에서 자기가 찾아낸 사랑의 공식을 이렇게 선포하군 했으나 그때마다 실천속에서가 아니라 머리속에서 짜냈다는것으로 하여 빈번히 배격을 받군 했다.

그런데 오늘이야말로 그런 처녀가 현실적으로 확증된것이 아닌가! 대학적으로 소문난 미인이겠다, 최우등생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열렬한 호응이야말로 그 어떤 처녀에게도 있을수 없는 정신적인 매력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말해야 한다! 이제라도 그 말은 해야 해!)

이런 생각은 그를 점점 긴장시켰다. 마치 어떤 무기의 위력을 뒤늦게야 깨달은 사람이 어떻게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겨야 단번에 목표를 맞힐수 있겠는가를 따져볼 때처럼 그는 자못 초조하고도 불안한 심정에 싸여있었다.

《또 무슨 걱정인가보지요?》

빤히 쳐다보는 현옥이의 눈길에 찔끔했으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벌쭉 웃었다. 그의 이런 실없는 웃음은 언제나 당황할 때마다 드러내군 하는 버릇이였다.

《아닌게아니라 걱정이요. 난 말이요. 솔직히 말하면 뭐라고 할가… 그 우리가 하려는 일 있잖소, 새 연료를 만드는것 말이요. 그걸 혹시 그새 누가 먼저 시작하지나 않을가 하고 걱정하는중이요.》

다급한 처지에 놓일 땔수록 그는 이런 능청스런 대꾸를 곧잘하군 했는데 그때면 별로 생각해두지도 않았던 말이 목구멍에서 슬슬 흘러나오는것이였다. 어떤 정황에서도 우물쭈물하는것이 질색이여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것이였으나 이젠 그것도 습관이 된탓인지 아무때나 스스럼없이 엮어지는것이였다.

이런 거짓에 익숙된 자신이 못마땅하긴 했으나 일단 시작한 거짓은 또 그것대로 진실을 가하지 않으면 안되는것이여서 그 못마땅한 곳에 다시 발을 들여밀지 않을수가 없었다.

《생각해보오. 거긴 시험소와 연구소가 있는데다가 대학졸업생들만 해도 얼마나 많이 배치됐소. 그들이 연구과제를 하나씩은 다 잡았을거란 말이요. 안 그렇소? 참!》

진호는 서둘러 외투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편지봉투를 꺼냈다.

《자, 이걸 한번 읽어보오.》

편지를 받아들긴 하면서도 현옥이는 여전히 의혹을 금치 못하는 눈치였다. 그의 눈길은 이런 하찮은 근심에 시달리는 사람이 어떻게 그처럼 완강한 투지를 자랑하던 대학 호케이팀의 중앙공격수였을가 하고 의심하는것같았다.

(아무래도 좀 있다 털어놔야겠군!)

진호는 그 무기를 마구 다룰것이 아니라 기회를 봐서 조심히 써야 하리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숨을 몰아쉬였다.

《아이! 태수동무군요.》

겉봉을 훑어보던 현옥이가 반색을 지었다.

박태수는 대학시절 진호와 제일 가깝게 지내던 친구였다. 이들의 각별한 우정을 동창들은 물론 선생들까지도 몹시 부럽게 여겼었다. 서로 자주 다투기는 물론 어떤 땐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며 노려볼 때도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싶게 다시 화해했고 그것으로 하여 더욱 친밀한 사이로 되군 했다.

호방하지만 뚝한 편인 진호에 비해 잘 다듬어지지 않은 수세미처럼 꺼칠꺼칠한 태수는 어떤 일이나 거들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팔방미인이였다. 대학안에 있는 연구소조라는 소조에는 거의나 한번씩 삐쳐보았고 벽신문을 내는 일도 솔선 맡아했다. 그런 열성에 비해선 너무나도 초라한 평가였으나 그래도 그는 온갖 열성을 다 쏟아부었다.

무슨 미묘한 일이 일어날 때도 친구들은 한결같이 그를 대표로 선출했는데 그것 역시 그는 응당한것으로 받아들이고 성실히 수행하군 했다.

마치도 그는 자기 몸에 한량없이 충만된 에네르기를 아무데라도 탕진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것같았다. 특히 대학대항전이 있을 때마다 솔선 응원대장이 되군 했는데 호케이경기때면 언제나 출전한 진호보다도 더 많은 땀을 흘리군 했다.

서로 졸업후엔 제철소로 갈것을 철석같이 약속한 이들이였으나 그만 태수만이 소원대로 됐던것이다.

《먼저 가서 자리나 잡아두게, 내 이내 따라갈테니. 글쎄 내가 여기서 뭘한단 말인가!》

이러며 태수를 배웅한 진호였으나 몇달이 지나도록 그 약속을 지킬수 없었다. 그것으로 하여 진호는 태수에 대해 어떤 도덕적의무를 저버린듯 한 난처한 립장에 처해있었다.

《아니! 태수동무 창안품이 기술경연에서 1등을 했군요. 그런데 어째서 무슨 기계라는건 밝히지 않았을가요?》

편지를 읽느라고 뒤졌던 현옥이가 놀라움에 넘쳐 부르짖었다.

《그밑을 마저 읽어보오. 한두마디로는 다 설명할수 없다는거요. 뭐 그렇게 쉽사리 표현한다는건 그 기계의 완성의 경지를 손상시키는것으로 된다나? 빌어먹을! 자, 이래도 내가 걱정을 안하게 됐소?》

진호는 제법 큰소리로 오금을 박았다.

《우리가 그리로 간다는걸 태수동무도 알아요?》

《아니, 알리지 않았소. 그렇게라도 한번 놀래워주고싶어서 말이요. 동무까지 옆에 있는걸 보면 그 친구가 아마 뒤로 벌렁 넘어질걸…》

두눈에 피여난 현옥이의 미소는 홍조어린 뺨에서 맴돌다가 옴폭 패인 볼우물에 고여 찰랑거렸다.

립춘이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살을 찌르는 겨울바람의 독기는 여전했다.

대동강이 한눈에 훤히 내려다보이는 모란봉중턱에 올라서자 더욱 싸늘한 강바람이 몰아쳐왔다. 저도 모르게 한쪽눈을 감싸쥔 진호는 얼른 바람을 피해 모로 돌아섰다.

언제부터인지 한쪽눈의 시력이 약해지면서 약간의 자극에도 자꾸만 시려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병원에서는 당장 눈을 보호해야 한다고, 육안으로 쇠물을 보는건 절대금물이라고 했으나 좀처럼 그 요구에 순응되질 않았다.

(그래! 어떤 일이 있어도 저놈의 의자가 있는데 가선 말하자!)

흰눈을 뒤집어쓰고있는 의자를 노려보는 그는 이렇게 다짐했다. 그러자 가슴은 다시금 활랑거리기 시작했다.

한걸음 또 한걸음… 드디여 그 운명의 의자가 있는 좁다란 소로길에 접어들었다.

(덤비지 말고 침착하게!)

치렬한 공방전의 혼탕속에서 순간의 기회를, 더없이 좋은 득점의 기회를 얻었을 때와 같은 그런 전률을 느끼며 진호는 현옥이를 힐끔 훔쳐보았다.

하나 그는 실망하지 않을수 없었다. 한것은 현옥이가 눈앞에 펼쳐진 일망무제한 설경, 눈을 인채 빼곡이 들어차있는 수려한 나무들이며 얼음이 풀린 여울목으로 미끄러지듯이 내려앉는 물오리떼들 그리고 멀리 저녁안개에 휘감겨 한폭의 묵화처럼 안겨오는 아름다운 릉라도의 정경에 도취되여 당장이라도 탄성을 터뜨릴것같은 기색이기때문이였다. 아니나다를가 현옥이의 입에서는 곧 환희의 경탄이 쏟아져나왔다.

《아이! 저길 봐요. 저 눈! 저 나무! 꼭 그림같지 않아요? 모든게 눈에 덮여있지만 확실히 봄은 봄이예요. 그렇지요?》

(젠장!)

그는 발앞에 있는 솔방울을 힘껏 걷어찼다.

이때까지 고백따위에는 안중에도 두지 않던 그였으나 정작 그것을 털어놓아야 할 이 마당에 와서는 어째선지 분위기는 물론 감정까지도 더없이 숭엄해야 한다고만 믿게 되는것이였다. 이런 때의 현옥의 기색은 적어도 폭풍직전의 바다와 같은 장엄한 고요가 깃들어있어야 하고 정작 폭풍이 들이닥치면, 말하자면 불같은 자기의 사랑의 포화가 터지기만 하면 현옥이는 일진광풍에 휘몰린 파도처럼 자기 가슴에 왈칵 안기든가 하다못해 그 자리에서 흐느끼기라도 해야 한다는것이였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맞지 않아. 아니, 내 주제에 말로 한다는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야. 우선 감정을 잡을수 있어야 말이지. 하긴 뭐 꼭 말로 해야 한다는 법이야 없지 않나. 사실 우리사이엔 말이 어울리지도 않지. 제기랄! 말보다 더 명백한건 없나?)

진호가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도 모르고 을밀대란간으로 다가선 현옥이는 더욱 기쁨에 넘쳐 부르짖었다.

《봐요! 얼핏 보면 추위에 얼어든것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씩은 다 밝은 색갈이 채색돼있어요. 저 나무줄기들을 봐요.》

《…》

아무리 그것들을 여겨봐야 밝은 색갈이라고는 찾아낼수도 없거니와 지금은 도무지 그런 말에 대꾸할 경향이 아니여서 진호는 수긍하는것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것도 같은 어줍은 미소를 띄울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심장은 더더욱 세차게 두근거리는것이였다.

어느새 거리쪽으로 시선을 옮긴 현옥이는 승용차와 전차들이 줄지어 지나가는 네거리옆에 있는 탑식아빠트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여섯번째층의 베란다를 꼿꼿한 눈길로 지켜보았다. 바로 자기 방이였던것이다.

까맣게 보이는 창문외에는 아무것도 가릴수 없었으나 그에게는 창가에 놓여있는 수선화며 제비꽃화분은 물론 꽃잎같은 어항에서 신선어가 꼬리치는 모습까지도 환히 보이는듯싶었다.

여기서 내려다볼 때마다 늘 느끼는 심정이지만 성냥곽만 한 아니, 그보다 더 작게 바라보이는 바로 거기에 그처럼 알뜰한 자기의 보금자리가 있다고 믿기에는 너무도 신비스러웠다. 자기 방만 아닌, 무수히 보이는 매 창문들에도 그런 생활이 꽃피고있다는것이 자못 신기하기만 했다.

(생활이란 정말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다와…)

베란다에 놓여있는 모든것, 야경을 관망하기 위해 놓아둔 둥글의자며 어머니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선인장들을 그려보던 그는 문득 그 뒤에 놓여있는 물건에 대한 생각이 미쳤다.

분명 자기에게 퍽 소중했던 그리고 드문하게 쓰던것이라는것은 확실했으나 그것이 무엇이였던지 가려낼수가 없었다.

(뭐더라?)

두눈을 깜빡이며 생각을 더듬던 그는 곧 실소를 머금었다.

(아무검 뭐람!)

부질없는 상념을 털어버린 그는 뭔가 보다 즐겁고 유쾌한 얘기를 하리라 생각하며 진호쪽으로 돌아섰다. 순간 그는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

자기를 묵묵히, 그러면서도 집요하게 주시하며 한걸음 다가서는 진호의 눈길은 아직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런 시선이였다. 그 어떤 간절한 빛을 띠고있는가 하면 단호한 각오를 다진 눈빛이였고 그런가 하면 또 밤하늘에 활활 타오르는 화광과도 같이 무섭게 번뜩이기도 했다.

그 눈길이 무엇을 뜻하며 무엇을 바라는가를 륙감으로 느끼자 그는 온몸이 일시에 전기에 닿는듯싶었다. 아니, 숨이 멎는것만같았다.

《아이! 아니예요. 아니예요.》

너무나도 불안하고 너무나도 무섭고 또 너무나도 가슴이 떨려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연방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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