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회)
제 3 장
사랑의 감정은 어디서부터 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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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럴 때 당비서가 지배인실로 들어섰다. 생각없이 걸어오던 사람들이 당비서를 보자 걸음이 달라졌다.
그러나 그후에도 지각생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현장에서 곧장 오는지 작업복차림으로 들어오다가 어색하게 단추를 채웠다.
박순배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대개의 초급일군들은 공장에서, 또 사택마을에서 오래동안 같이 정을 나누며 살아오는 사람들이였다. 그들과는 지배인이라기보다 그전날의 박기사로 더 통했다. 자기 역시 틀을 차리고싶지 않아 허물없이 대하군 했다. 회의시간이 돼도 아직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담배갑을 내놓으며 사담을 하다가 담배연기가 빠지지 못한 속에서 시작하는데 습관되였다. 그런데 오늘 그 자연스럽던것이 다 눈에 걸려들었다. 오늘은 지각생이 더 많은것같았다. 어떤 사람은 들어와서도 당비서가 있는줄도 알아보지 못했다가 찔끔 놀래며 수첩장을 번지군 했다.
정해진 회의시간이 지나가고있었다. 그런데도 아직 회의실이 차지 않았다. 참다못해 박순배는 뒤켠에 앉은 비육직장장에게 나직이 지시했다.
직장장이 냉큼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가 인차 들어왔다. 그가 나가서 지각생은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잠그었다는것은 누구도 몰랐다. 이런 일은 전엔 생각도 못하던 일이였다.
이윽고 주간총화가 시작되였다.
초급일군들이 한사람씩 일어나 자기가 맡은 사업정형을 보고했다.
박순배는 방금 받은 일보를 보며 매 사람의 사업정형을 구체적으로 따지군 했다.
회의참가자들은 조심히 책장을 번지며 자기가 지명당하면 대답을 할 준비를 하느라 숨을 죽였다.
주간총화를 이렇게 해본적이 없었던지라 모두 어지간히 긴장되여 흘끔흘끔 지배인쪽을 바라보기도 했다.
각 직장장들의 사업실적을 따지느라 시간이 퍼그나 지나갔다.
박순배는 직장별총화를 끝내고는 《다음, 록화물을 본 기술자들의 사업을 놓고는 기사장동무가 총화를 하겠습니다.》하고 자연스레 넘겼다. 이런 식으로라도 기사장에게 경고를 하지 않으면 언제 종합하여 밀고나가게 될지 알수 없어 조바심이 생겼던것이다.
물론 기사장에게 따로 암시한적은 없어 뜻밖일수도 있겠지만 그만한 일에 몰려서 입을 못벌릴 기사장이 아니였다.
아닐세라 인차 의자가 밀리는 소리를 내며 선뜻 일어선 기사장이 헛기침을 둬번 하고는 첫말을 뗐다. 그사이 그는 목이 더 쉬였는지 듣는 사람이 안타까을 정도로 쉑쉑거렸다.
그는 여기 있는 사람들은 거의 본 사람들인데도 지루하게 록화물에 대한 설명을 했다.
박순배는 그의 쓸데없는 장광설에 어지간히 신경질이 났지만 고개를 수굿한채 기다렸다.
기사장이 기술자들속에서 의견이 들어왔는데도 자기가 시간을 내지 못해서 아직 종합하지 못했다는 자기비판을 했다. 꽤 성근한것같은 비판이였다.
박순배는 애써 마음을 자중하고 종합의견을 다시 따져보라고 하고는 회의를 결속했다.
미생물발효작업반건설에서 나서는 문제 그리고 앞으로 공무반에서 해야 할 일과 야적장을 건설하는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고는 당비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 언권을 준다는 말없는 신호였다.
《오늘 빠진 동무들이 있는것같은데 리유가 뭡니까?》
당비서가 참가자들을 일별하더니 물었다.
《아마 문을 걸었으니 들어오지 못하는가 봅니다.》
박순배는 면구한 웃음을 지었다. 자기가 너무 졸렬하게 논것같아 얼굴이 뜨끈해왔다.
《누가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오는가 봤어야 할걸 그랬습니다. 회의 시간이 늦어지는것은 초보적인 규률이 없는겁니다. 앞으로는 지각생은 아예 들어올념을 하지 마십시오. 문은 걸지 말아야지요?》
당비서가 다시 바라보자 박순배는 자기의 잔등에서 땀이 솟는것같았다.
이번엔 당비서가 기사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기사장동무, 록화물에 대한 의견이 들어온걸 다 종합하지 못했다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록화물 말입니까?》 기사장이 얼결에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우물거리며 대답을 못했다.
《차천호동무의 의견서가 종합됐습니까?》
《아직 좀 미진된것이 있어서… 이번 기술총화때 결속지으려고 생각하고있습니다.》
그러니 차천호의 설계는 론의되지 못했다는 소리다. 그것이 기본이였는데 핵을 놓치고 무엇을 했단 말인가. 박순배는 언짢은 생각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프렸다.
당비서가 잠시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기술자들의 총화를 언제 합니까?》
《매주 수요일에 하니까 래일모레에 하게 됩니다.》
《좋습니다. 자기 시간에 하도록 하시오.》하고는 다음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기사장이 자리에 앉았다. 별일 없는것같은 표정이지만 그의 넙적한 얼굴은 벌거우리 달아올랐다.
《당위원회에서 한가지 조직사업을 했습니다. 이자 지배인동지가 야적장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당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중요하게 봅니다. 앞으로
오리먹이수송때까지는 다 완성되여야 합니다. 지금같은 때 년말에 있을 오리먹이수송을 두고 말하는것이 이상할수 있지만 그렇게만 볼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야적장이 없다면 그것은 현대화된 공장의 체모에 어울리지 않는 일이기도 하지만 다시는 야적장의 부족으로 더 들여을 오리먹이를 끌어오지
못해서는 안됩니다. 야적장건설은 공장적으로 조직되는 돌격대로 진행하겠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로력지원이 있을수 있다는걸 예견하면 되겠습니다. 오늘
청년동맹비서(당시)동무가 참가한건 그가 앞으로 돌격대대장의 임무를 수행한다는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현대화를 하는 전투에서 다시한번
분발합시다. 여기서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은 지배인동지인데 이번에 공장적으로 걸리고있는 오리먹이문제를 일주일동안에 깨끗하게 수행했습니다. 모두
지배인동지처럼 뛴다면 무슨 일을 못하겠습니까. 결심하고 뛰면 됩니다. 내가 강조할것은 이겁니다. 그리고 직맹
당비서가 구석에 앉은 직맹
직맹
노래경연이라는 말에 잠잠하던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노래라는 한마디 말이 사람들의 가슴에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켰기때문이였다. 노래곡목은 《더 높이 더 빨리》였다.
회의가 끝나자 기사장이 제일먼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