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2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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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호는 한시간도 채 못되여 집무실에 들어섰다.
그를 반갑게 맞아들이신
《…결국 시간관계로 사고원인을 전부 해명하지는 못했지만 현재로서는 고열탄을 장입하는 조건에서 로안벽을 재보강하지 않고 산소취입을 한데 있다는 고경달박사의 주장에 초점이 모아지고있습니다.
현재 용광로를 복구하자면 우선 자금이 선행되여야 하므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 다음 용광로복구에 착수하려고 합니다.》
사고 전 과정을 설명하고 이런 대책적의견을 말씀올린 주영호는 문건철을 접으며 수첩을 그우에 펼쳐놓았다. 그가 보고를 드리는 동안 내내 무거운 안색으로 계시던
《자금확보에 시간이 많이 걸리겠소.》
《내각과 협의해서 다그치겠습니다.》
《아니, 그렇게는 안될거요. 내각이 갑자기 그만한 자금을 어디서 변통하나? 음- 복구자금이라.》
문건우에 손을 얹으신
《주체철용광로복구는 한시도 미루어서는 안되는 일이요. 그 일은 우리 함께 좀더 협의해봅시다.》
《주영호동무는 현장에 내려가 제눈으로 확인해보았으니 무엇이든 잘 알거요.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도 나고 용광로도 넘어졌는데 김중건동무랑 황철사람들 사기는 어떻소. 사고와 관련하여 내게로는 별의별 제의서며 문건들이 계속 들이닿는데 이런것만 가지고는 정확한 견해를 세울수 없구만. 하나도 빼놓지 말고 본 그대로 동무의 생각그대로 이야기를 해보오.》
주영호는 목격한 현장의 실상이며 병원에 갔던 일, 피해자유가족들의 반영을
《주저앉지 말고 끝까지 해봐야 한다고 이야기들 한단 말이지. 그게 바로 황철사람들이요, 우리 인민의 모습이기도 하고.》
《그래, 동무의 의견은 무엇이요? 기탄없이 말해보오.》
《
주영호의 대답에는 채 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같이 일하면서 나를 알고도 남음이 있는 동무가 오늘은 웬일이요? 동무가 그러면 내가 섭섭하지 않는가. 일없소. 마저 듣기요.》
주영호는 고개를 조금 숙였다가 결심한듯 이내 들었는데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어떤 감정을 가까스로 눌렀는지 얼굴에 울기가 피고있었다.
주영호는 수첩을 댓장 뒤로 넘겨 보고나서 열감이 확연한 목소리로 말을 떼였다.
《
글쎄 황철사람들에게 사고의 책임이 있는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책임이 있다고 하여 법대로만 해결한다면 저는 이제부터 누구와 일해야 합니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저에게는 당장 손잡고 일할 사람이 하나도 없으며 그렇다고 해서 새롭게 기술집단을 꾸리느라면 그만큼 산소열법은 답보를 하게 됩니다. 산소열법기술집단을 직접 책임진 부기사장동무까지 의식을 잃고 병원에 누워있는 형편입니다. …》
그는 속이 탔던지 일시 말을 끊고 울대뼈를 움씰거리다가 절절하게 청원을 드리였다.
《그래서 저는 김중건동무를 포함하여 법앞에 서게 된 기업소와 산소열법기술집단의 일부 동무들의 문제를 어느 정도 경감시켜서 그냥 일하게 해주었으면 하는것을
(어찌보면 산소열법개척에 하루저녁품은 고사하고 자투리천으로 무어만든 장갑 한컬레 바쳐보지 않은 사람들, 평소에는 팔짱을 끼고 먼산 보듯 하다가 일단 일이 제기되니 검은 속심에 비단보자기를 씌우고 생색을 내려는 인간들과 얼마나 대조되는가. 그리고 그 무슨 용광로복구자금을 해결하겠다면서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팔게 해달라고 조르는 얼간도깨비같은 인간들과도 얼마나 다른가. 비록 주관적이고 실무적이기는 하지만 역시 주영호는 문제를 대하는품이 다르다. 부총리시절에 여러 계기를 통하여 일고생을 하더니 사람의 운명을 첫자리에 놓을줄 안다. 부부장사업의 첫발을 그만하면 괜찮게 떼고있다.)
《오늘 저녁엔 그래도 동무에게서 처음으로 따뜻한 말을 들어보는구만.》
몸둘바를 몰라하는 그를 한동안 지켜보시던
《벌을 경감시켜 그냥 일하게 해달란 말이지. …》
그러시고는 말씀을 더 잇지 못하시였다.
주영호의 제기에 어린 진심은 충분히 리해가 되시였다. 오죽 속이 타고 번열이 났으면 사업에서 공정성을 생명으로 여기고있는 그가 법일군들을 나무람하겠는가. 그렇다고 하여 무턱대고 법일군들이 나쁘다고 할수는 없는것이다. 그러면… 주영호의 말대로 산소열법은 여기서 끝장나고만단 말인가? 왜 일군들이 용광로사고의 책임이 황철사람들에게만 있다고 보는것인가? 이런 경우에 접하였다면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