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 회)

제 2 장

원인없는 우연이란 있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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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전에 시작한 회의를 휴회로 선포한 신형일은 너무 기분이 나빠 진정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기대했던 록화물에 대한 반영이 한건도 종합되지 않았던것이다. 이미 기술총화를 한것으로 알고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집행했기에 기사장은 록화물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일보를 통해서 다 알고있는 각 직장들의 실적중에서 기술적인 문제만 라렬했다.

《기사장동무, 록화물에 대한 총화는 하지 않았소?》

신형일은 참지 못하고 중간에서 기사장의 말을 자르며 이렇게 물었었다.

《록화물에 대하여 반영하는 기술부원들은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태연한 기사장의 대답이였지만 신형일은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비육직장의 차천호동무도 아무 말이 없었소?》

차천호가 모색하는것을 보았던 신형일은 다시 물었다.

《저는 다른 일이 제기되여 부기사장동무에게 일임하고 자리를 떴댔는데 반영된건 없답니다.》

이번에도 기사장의 대답은 흠잡을데없이 미끈했다.

그러니 총화도중 기사장은 자리를 떴다는것이며 부기사장은 아무 자료도 종합할 생각도 못했다는 소리다.

기사장의 표정을 주시하던 지배인이 슬며시 고개를 돌리자 신형일은 그만 회의를 계속할 흥을 잃고말았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직접 보내주신 록화물을 보고 공장의 현대화에 도입해야겠는데 이런 론의를 뒤에 젖혀놓고 무슨 회의를 한단 말인가. 신형일은 지배인의 표정에서 바로 이런 감정을 읽었다.

그래서 모두 록화물을 보고난 자기들의 견해와 공장의 현대화에 도입할 가치있는 구상을 하라고 했던것이다.

그리고 바삐 나가려는 기사장을 눌러앉히고 지배인을 돌아보았다.

《한가지 토론할 일이 있습니다. 전번에 비쳤던 차학선동지문제 말입니다. 지금 결정짓는게 어떻습니까?》

《아, 차로인님문제? 난 절대 찬성이라니까요.》

지배인이 다시 의자에 앉는데도 기사장은 여전히 뜨아한 표정이였다.

《기사장동무, 당위원회에서는 차학선동지를 비롯한 기술있는분들로 집필조를 조직하자고 합니다. 의도는 공장에서 진행되는 일체 기술적문제들을 가지고 기술서적을 묶자는겁니다.》

《예?! 공장에서 그 아바이를 쓰자구요?》

우덕진의 넙적한 얼굴에서 눈만 살아있는듯 커졌다.

《그 아바이가 어째서요? 아직 건강하고 기술이 높은데요, 그리고 집필능력이 높은데. 난 그가 집안에서 오리를 직접 기르며 확증한 자료를 보고 정말 감탄했소. 그런걸 다 묶어놓으면 얼마나 좋은 경험집이 되겠소.》

지배인이 퉁을 주자 기사장은 입을 쩝쩝 다시였다.

신형일은 계획대로 차학선은 물론 이미 년로보장으로 넘어간 공훈관리공들까지 포함한 세명으로 집필조를 조직하는데 락착을 보았다.

지배인은 가금생산국에 가야 할 바쁜 일이 있어 벌써 나갔는데 우덕진은 펼친 책을 접을 생각도 않고 우물거렸다. 아마 할말이 있는 모양이였다.

신형일은 재털이를 밀어놓으며 너부죽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기사장과 기술적인 문제에서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장은 무엇때문에 차학선로인을 마다하는지 알수 없었다.

이전날에 있었다는 정문에서의 일이 상기되며 머리속에서 감돌았다. 집필조에 차로인을 망라시키는것이 기사장은 못마땅하다는걸가?!

그 원인이 무엇인가. 무엇보다 기사장은 기술적인 문제에 머리를 돌리지 못하고있다. 그에게 너무 부담이 많아서인가? 그래도 지배인은 록화물을 보고나서 자기의 전공이기도 한 오리먹이부문에서 아무런 진척도 없는데 대한 비판부터 했다. 그리고 제나름의 분석과 배치도를 완성하겠다고 했다. 확실히 지배인은 그전날 시험사업에 열중해서 박기사라고 불리우던 때처럼 사색적이고 머리를 쓸줄 알았다. 그가 구상하는 배치도를 완성하면 가치있고 실리적인게 나올것이라는 기대가 가는중에도 지배인처럼 기사장이 기술적인 문제에서 그렇게 적극적이면 얼마나 좋으랴 하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는 기술일군이라기보다 마치 자재일군 같았다. 기사장을 주시하던 지배인의 온곱지 않던 눈길이 어려오자 신형일의 생각은 깊어졌다. 그것은 감출수 없는 기사장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였기때문이였다. 금시 가슴이 서늘해졌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친히 록화물까지 보내주시면서 공장의 현대화를 다그치기를 바라시는데 공장의 중추인 세 일군이 마음조차 합치지 못한다는건 말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신형일은 기사장을 주시했다.

지금 기사장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선뜻 입을 열지 않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내불고있었다. 무슨 생각엔가 옴하고있었다.

그를 보며 신형일도 자기 생각을 굴리였다.

록화물을 현대화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을 조직해야 할가. 어떻게 해야 기술자들의 가슴에 바람이 일게 하겠는가. 참, 천호는 자기의 생각을 어떻게 무르익혔는지. 밤늦게까지 현장에서 사색속에 있던 그를 본 다음부터는 그에 대한 생각과 관심이 각별해졌다. 그래서 오늘 회의에서 기사장에게 꼭 집어서 차천호의 반영은 없었는가고 물었던것이다. 아직 완성시키지 못해서 내놓지 않았는가?

이제 기사장은 그에 대해서 속을 털어놓을지 모른다.

《비서동지, 차학선로인이 그전날 고향인 이 동네에서 살지 못하고 달아났던 사실을 알고있습니까?》

담배불을 끄고나서 꺼내는 기사장의 말은 전혀 뜻밖이였다.

《뭘말이요? 길안내를 했다는것?》

《아시는군요. 그건 역적죄나 다름없는 큰일이 아닙니까.》

우덕진이 심중한 기색이 되여 중얼거리였다.

이 순간 신형일은 우덕진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

차학선이가 철부지때 저지른 일을 구태여 상기시키는건 무슨 까닭인가. 언뜻 지배인과 조현숙의 관계를 아는가고 귀뜀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 말이 새삼스레 귀가를 긁어내렸다. 그렇지만 한껏 자제했다.

《기사장동무, 차학선동지는 열살때에 저지른 그 일을 지금도 잊지 않고있습니다. 내 좀 물읍시다. 기사장동문 외국에서 새 품종의 오리를 들여올 때의 그의 헌신적인 노력에 대해서 알고있습니까?》

《그 말은 들었지만 구체적으로는…》

《이제라도 아시오. 그것은 한 기술일군이 당과 국가에 바치는 애국의 충정이였습니다. 아주 훌륭한 일이지요.》

신형일은 차학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덕진을 깨우치는 심정으로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해주었다.

《비서동지가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전 다른 의견이 없습니다.》

우덕진이 눈을 내리깔면서 하는 말이였다.

《아니, 이건 나 하나의 견해가 아닙니다. 당에서 그렇게 인정하고 또 대중이 그를 존경합니다. 앞으로 기사장동무도 그를 잘 도와주기 바랍니다.》

기사장이 나간 다음에도 신형일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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