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4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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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함승일은 합영투자위원회 사람들이 주재하고있는 건물로 찾아갔다.
《동무도 송림항에 주재해있으면서 황철의 산소열법용광로라는게 뭘 의미하는지 귀동냥해서 들었겠지요. 눈으로 보기도 했을것이고. 이건 단순히 기업소가 제발로 걸어나가는가 못나가는가 하는데 국한된것이 아니라 금속공업의 주체화, 인민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는 문제란 말이요.
그래서 당에서는 우리 황철의 용광로에서 하루빨리 주체철이 쏟아져나오기를 기다리고있고 때문에 국가적인 관심사가 여기에 쏠려있소.
국장동무, 동무도 이 나라 공민이라면 량심적으로 황철을 도와주시오. 애국심을 발휘해달란 말이요. 그렇게 강건너 불보듯만 하지 말고, 예?》
처음에는 단번에 잘라버리던 합영투자위원회의 젊은 국장은 함승일이 하도 절절하게 호소하자 난감해하는것이였다.
《생각해보시오, 국장동무. 난 뭐 무가내로 부탁하는것이 아니지요. 한 서른개정도 먼저 돌려쓰고 값을 지불하면 되질 않소.》
《그러다 이제라도 선단이 들이닥치고 상선지시가 내려오면 난 책임 못집니다.》
이쯤되면 발붙일 교두보가 마련된셈이라고 함승일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국장동무, 동문 국제정세를 모르오? 〈로동신문〉을 읽겠지요? 미국놈들과 그 추종세력들의 제재로 지금 우리 나라가 경제건설을 얼마나 힘들게 하고있소. 멀리 볼거 있소? 난 여기 부두에 쌓아놓은 석탄지대가 벌써 반년나마 나가지 못하는걸 보구서두 알수 있단 말이요. 앞으로는 더할거요. 아까운 석탄을 쓸데없이 처박아두느니 주체철에 기여를 하는것이 국가적리익에도 부합되는것이 아니겠소.》
《뭐 꼭 제재때문만이 아닙니다. 우에서 석탄수출허가를 받기 힘든것도 있지요.》
그러던 젊은 국장은 마침내 뺨에 붙였던 손을 떼며 타협안을 내놓는다.
《좋습니다. 그럼 위원회에 문의해보겠습니다.》
《이제 해주우.》
함승일은 문건용지를 하나 꺼내며 필을 드는 국장의 손을 잡았다.
《문서놀음을 하면 어느 하가에 결론이 떨어지겠소. 그러지 말고 전화를 해주우. 위원회의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를 하다가 바쁘면 내게 넘기란 말이요.》
《아, 이거 소장동지두 참, 우물 가서 숭늉 찾겠습니다. 우리에겐 절차가 있단 말입니다.》
《절차구 뭐구 값은 인차 확실히 치르는것인데 동무와 내가 약속하고 하면 되질 않소. 대체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하우?》
《신석진이라고 이런 사업을 전문 맡아보는 우리 위원회의 부
《석진이? 거참 잘되였구만. 그 사람이라면 내가 전활 하지.》
함승일은 품에서 부랴부랴 손전화기를 꺼내들었다.
《아는 사이입니까?》
《아는 정도겠소.》
승일은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대였다. 손전화기에서는 봉사구역밖이라는 친절한 음성만 울려나올뿐이였다.
《거 전활 좀 씁시다. 사무실에 있는 모양이요.》
전화기를 통채로 들어 넘겨주는 국장의 살색좋은 얼굴은 사무실전화번호까지 알고있는가 하는 기색이다. 번호를 돌리였으나 빈 전화음만 울리였다.
《사무실에도 없구만. 퇴근했는가?》
벽시계를 한번 일별한 함승일은 송수화기를 귀에 낀채 집전화번호를 돌렸다. 신석진의 안해가 전화를 받는다.
잘 있니, 건강하니 하는 인사말끝에 승일은 신석진의 맏딸 신정이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을 성공시키고 로력영웅칭호를 수여받은데 대하여 진심으로 치사하였다. 그러던 끝에 석진을 찾으니 안해가 말하기를 자강도에 출장갔는데 그쪽에만 가면 왜 그런지 손전화기봉사가 안된다는것이였다.
안타까와하는 승일의 속은 모르고 석진의 안해는 맏딸이 황철에 가있다는데 잘 돌봐주기를 신신당부하는것이였다.
함승일은 입을 다시며 송수화기를 받침통에 얹어 내밀었다.
《랑패군.》
《우리 부
국장이 전화기를 받아 제자리에 놓으며 하는 소리였다.
《동무네 부
《좋습니다.》
한 몇분 혼자서 무엇인가를 골똘하게 집념하던 끝에 국장이 책상을 가볍게 치며 하는 응대였다. 함승일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가늠이 안갔다.
손전화기를 펼쳐놓고 어디엔가 꽤 긴 통보문을 쓰고난 국장이 뚜껑을 닫는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해놓는게 나쁘지 않지요. 부
《되겠는지 말겠는지 모르는데 그런 념까지 해봤겠소.》
《그래요? 까짓거 도와줄바에는 깨깨 도와줘야지. 우리 차를 씁시다. 내 래일아침 첫시간에 실어보내겠습니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국장동무를 잊지 않겠소.》
국장을 치사하며 모자를 쓰려는데 그는 손을 흔들며 그냥 앉아있으라는 시늉을 하는것이였다.
앞차대에 낙지며 빵봉지들, 락화생, 맥주 등속이 차려지였다.
《이제야 하루일이 다 끝났는데 한조끼 합시다. 언제부터 한번 마주 앉으려던 참이였는데.》
국장은 전에 송림항에 주재하고있는 자기네들의 사무실 콤퓨터와 무역은행, 합영투자위원회와 련관단위들과의 망련결이며 재정회계프로그람을 비롯하여 함승일네 전망설계연구소의 신세를 진적이 여러번 있었다.
함승일은 흰구름을 떠인 산을 배경으로 누런 호프이삭 세개를 삼지창모양으로 그려놓은 검밤색의 외국맥주병을 들여다보았다.
《잘사는구만.》
《잘살기야 하겠습니까. 대외사업두 겸해야 하는 내 직무가 이런것이랑 더러 갖추어놓을걸 요구하고있지요.》
승일은 맥주를 따려는 국장의 손을 잡았다.
《내겐 시간이 없질 않소. 연구소에서 우리 동무들이 나를 기다리고있소. 프로그람 신세진것때문에 이러는것같은데 난 국장동무가 석탄을 해결해준것으로 신세갚음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오. 미안하오.》
국장은 연구소가 소장을 기다린다는 말을 듣더니 아쉬워하면서도 막지 않는다. 그는 바래주려는듯 출입문밖까지 따라나오는것이였다.
《저, 소장동지, 제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겠습니까?》
함승일은 웃으며 롱을 했다.
《내 힘에 부치는거라면 못하우.》
《아니지요. 얼마든지 할수 있는거지요. 다른게아니라 난 그 산소열법용광로를 한번 구경하고싶습니다. 쇠물 나오는거랑, 로조작이랑. 온 기업소가 산소열법, 산소열법 하는데 한번 가보고싶은 생각이 평시에 많았지요. 물론 내 가면 빈손에 가진 않습니다.》
《환영이요. 와봐야 하오. 쇠물이 얼마나 힘든 공정을 거치면서 나오는가, 주체철연구사업이 얼마나 힘겹게 진척되는가를 직접 와서 체험해보는것이 나쁘지 않소. 오시오. 내가 직접 설명해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