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3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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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년말에 들어서면서부터 황해제철련합기업소는 증산의 동음으로 들끓고있었다. 어느 직장, 어느 작업반에 가보나 년말전투를 승리적으로 결속하고야말 드팀없는 신심과 락관에 넘쳐있었다.

허나 근일간에 진행한 시험에서의 실패로 하여 산소열법기술집단의 분위기는 말이 아니였다.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니 전진했다고 보기에는 적은 성과였고 새해를 바투 둔 시험에서도 시원치 않은 결과가 나왔으니 산소열법성공이 신기루처럼 보이기만 하였기때문이였다. 하지만 이들은 이번에도 역시 시험뒤끝에 오군 하던 락심과 나약성을 견인불발의 의지로 물리쳐버리였다.

기술집단은 실패를 규명하고 다음번시험을 준비하기 위하여 또다시 모여앉았다.

《내 생각엔 석탄에 원인이 있는것같소.》

무거운 정적을 깨치며 림성남이 한마디 하였다. 함승일은 그를 흘깃 건너다보고나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석탄이야 뭐 5평방식시험때에두 이런걸 먹지 않았습니까?》

《5평방식과 10평방식이 실천적으로 너무나 다르다는걸 부기사장동문 뭐 모르우. 원인은 석탄이요. 회분이 적은 석탄, 새 용광로의 기술적지표에 해당되는 석탄이 보장되기 전에는 우린 현상태에서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오.》

성남은 기름한 얼굴을 들고 자기의 주장에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려는듯 좌중을 둘러보았다. 벽을 따라 주런이 놓인 개별의자들과 사무탁에 둘러앉은 산소열법기술집단의 성원들속에서 머리를 끄덕이는 사람, 성남아바이 주장이 옳지 않는가 하는 기색을 짓고 승일이를 주시하는 사람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지지하지는 않았다.

한켠에서는 용해시간이나 용해공들의 서투른 기능, 전처리공정에서의 연료, 원료의 혼합비률을 내들며 반론을 펴고있었다. 림성남의 한마디는 잔잔한 물면에 던진 하나의 돌마냥 좌중에 열띤 목소리들의 멀기를 일으켰다.

함승일은 한모양으로 앉아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있었다. 허나 그의 심중은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보다 더 복잡하였다.

어제 그들은 또 한차례의 시험을 진행하였다. 결과는 만족할만한것이 못되였다. 오히려 저번의 시험결과보다 못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무산정광으로 진행한 저번의 시험때에는 확실히 쇠물량도 어지간했고 질 역시 그만하면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는 쇠물량이나 질은커녕 연료, 원료를 가득 먹은 용광로가 소화불량에 걸렸는지 슬라크만 가득 토해버리는것이였다. 마지막에야 아이오줌마냥 가느다란 쇠물줄기가 나왔는데 그것도 끊었다말았다하다가 이내 그치고마는것이였다.

무엇때문인가? 저들의 견해에는 일리가 있다. 특히 림성남아바이의 주장이 제일 설득력이 있어 그리로 초점이 모아지고있었다. 그러나 함승일은 다른데 원인이 있다고 내심으로 인정하고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서뿔리 성원들에게 털어놓고싶지 않았다.

《조용들 하시오.》

좌중을 진정시킨 함승일은 그로서는 내키지 않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렇게 합시다. 난 실패원인이 질나쁜 석탄에 있다는 성남아바이의 주장에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나는 실패원인에 대한 분석을 더 깊이 해볼것을 권고하고싶소. 차후의 시험방향은 오늘 있은 이 회의결과를 가지고 지배인동무와 토론한 뒤끝에 알려주겠습니다.》

김중건은 가스발생로건설장에 있었다. 그는 한창 김형규며 신정이들과 손세를 써가며 무엇인가 토의하고있었다. 함승일이 다가가니 젊은 과학자들이 눈인사를 한다.

중건은 그들의 시선을 따라 이쪽을 보고는 제 말을 그냥 하는것이였다.

《아니할 소리로 이런 때 봐선 김철의 가열로가 부럽소. 거기선 혼합가스가 공짜로 생기는거나 마찬가지가 아니요.》

함승일은 중건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있었다. 황철에는 가스생산원천이 없으므로 무연알탄을 연료로 하는 여러기의 가스발생로를 세워야 고온공기연소기술을 도입할수 있다. 그런데 무연탄을 알탄으로 빚는것이 난사였던것이다.

《그렇다구 해서 걱정은 하지 않소. 우리 황철기술자들의 힘으로 점결제를 꼭 만들어낼테요. 그러니 선생들은 우리 사람들에게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경험이나 잘 좀 대주시오. 더우기 형규선생이야 용광로가스나 해탄가스에 의한 기술이 아니라 가스발생로에 의한 고온공기연소기술이 전문이 아니요.

그럼 잘 부탁하오. 우리 기술자들두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에서 성공해야 선생들처럼 영웅이 될거 아니요.》

롱담조로 말을 마친 중건이 함승일에게 눈을 돌리였다. 승일은 김중건을 현장소음이 적은 한구석으로 이끌었다. 김중건이 형규네쪽을 한번 돌아보고나서 씩 웃는다.

《좀전에 저 동무들 고온공기연소기술도입때문에 성강사람들과 전화로 의견을 나누었다우. 김철하구 조건이 다른데다 거기두 뭐 성강식주창자들이 있다는지. 그래서 성강의 새 기술도입이 늦어질거라고 걱정하더구만. 형규 저 사람 함북도터세에 혀를 털더군.》

함승일은 큰소리로 웃었다. 김중건이 퀭해서 이상하게 여겨본다.

《왜 웃어?》

《지배인동무속이 들여다보여서 그러오.》

《내가 어쨌게.》

《형규동무네가 지배인동무의 질투심을 만족시켜주었으니까. 지배인동무야 워낙 다른 야금공장들이 황철보다 앞서는걸 몹시 배아파하는 사람이 아니요.》

김중건은 젊어서부터 김철이나 천리마제강, 성강에 비해 황철이 제일 으뜸이라고 간주하고있었다. 여기에는 중건이다운 근거가 있었다. 우선 어버이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 김정숙어머님의 현지지도차수가 다른 야금공장들에 비해 훨씬 많다. 황해제철소는 우리 나라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1211고지, 자력갱생의 표본, 로동계급가운데서도 핵심부대 등등 어버이수령님의 현지지도과정에 받아안은 이러한 귀중한 교시들 또한 시기별, 년대별로 봐도 그러했다.

이런 생각은 하나둘 직무가 올라가면서 더해만 갔다. 당의 신임에 의하여 지배인으로 임명을 받고 기업소로 돌아오면서 수령님께서 우리 황철을 사회주의경제건설의 1211고지라고 말씀하셨으니 나는 이제부터 경제강국전역의 동부전선을 지켜선 지휘관이라는 자각에 몸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지였었다. 이것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근년간에 두번씩이나 황철을 찾아주신것으로 하여 확고한 신조로 굳어지였다.

워낙 젊은 시절부터 키워온 기업소에 대한 이러한 우월감에 철강재생산이나 새 기술혁신, 창의고안, 지어 체육이나 예술공연을 포함해서 무엇이든 지지 않으려는 승벽심까지 강하다보니 다른 단위들이 앞선것같으면 기업소가 앞설 때까지는 《아주 괴로운 날》을 보내군 하였다. 하다보니 이것이 질투나 심술로 오인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지금이 그러했다. 성진제강에서도 새 기술도입을 시작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난 그날부터 김중건은 성강보다 황철이 늦어질가봐 《속을 썩이》고있었다. 그러던중에 형규네한테서 성강의 소식을 들었으니 《속증》이 어지간히 풀리게 된셈인것이다.

《성강이 먼저 도입하면 좋은거지뭐. 내가 무슨 그런데 신경을 쓰겠어.》

김중건이 또 한번 황소웃음을 지으며 시치미를 뗀다.

《어떻게 됐소?》

시험분석결과에 대한 물음이였다. 함승일의 설명을 듣고난 중건이 의문스러워한다.

《함동무의 생각은 뭐요?》

《난 회분이 많은 석탄에 원인이 있다는 성남아바이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보오.》

《석탄? 난 로밑통에 원인이 있다고 보기때문에 해체해볼려구 했댔는데.》

《아니요. 분명 원인은 석탄에 있소. 그래 이번엔 무슨 수를 써서든지 좋은 탄을 좀 얻어다 해보자는거요.》

《글쎄 로밑통을 해체하지 않으면 나두 좋지. 음, 그러니까 석탄때문이란 말이지, 석탄이라-》

김중건은 마지막말을 길게 끌며 탄식하듯 다음말을 잇는다.

《갑자기 좋은 탄을 어디서 가져오겠어. 함동무, 그런데 말이요, 정말 석탄때문일가?》

《지배인동무, 이건 정설이나 같소. 왜 믿질 않소?》

그 말에 약간 기가 꺾인듯 하나 여전히 물러서지 않는 김중건이였다. 그는 오히려 불끈 화를 내며 소리치다싶이 말하였다.

《이거 마치도 내가 우격다짐을 하는것같구만. 난 원인분석을 더 깊이 해가지구 해답을 찾자는거야.

좋아. 내 무슨 수를 써서든지 시험용고열탄을 끌어들이겠으니까 그때까지 시험준비나 착실히 하라구.》

김중건은 승일에게 한손을 홱 내저으며 대답할 겨를도 주지 않고 몸을 돌리였다. 중건의 발밑에서 버적버적 마구 부서지는 살얼음만이 그의 심리상태가 어떠한가를 표현할뿐이였다.

함승일은 허거프게 웃었다. 일껏 심중하게 타산해보고 한 건의가 단박에 부정당했기때문이였다. 허나 한켠으로는 원인분석을 깊이 하자는 주장이며 질좋은 석탄을 대달라는 제기를 속시원히 풀어주지 못하는 중건의 심정이 리해가 되였다.

(그러나, 하지만.)

함승일은 머리를 가로저었다.

(지배인에게 석탄에 원인이 있다는것을 인정시켜야 한다. 그래야 회분이 많은 석탄을 가지고는 시험을 더이상 전진시킬수 없다는것을 알게 될것이다.)

승일은 석탄지대가 산처럼 쌓여있는 송림항부두쪽을 한참이나 응시하였다.

(좋다. 실천으로 증명해보이자. 이것이 제일 좋은 설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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