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7 회)

제 2 장

원인없는 우연이란 있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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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장현대화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던 종업원들의 살림집이 하나하나 완성되기 시작했다. 첫단계로 열세대가 완성되여 입사를 시작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배인이 찾는다는 련락을 받고 영문도 모르고 사무실로 갔던 차학선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은 지배인방에 들려 입사증을 받아가지고 가느라 분주한데 그는 오히려 자기 귀를 의심하기만 했다. 여기 온 사람들은 이번에 집을 배정받는 사람들이라는것이다.

그러니 내가 새 집을 받는단 말인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사실이였다. 사람들이 다 물러간 다음에야 학선은 지배인한테 다가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지배인이 손을 내저었다.

《인사는 당비서동지에게 하십시오. 난 오히려 차로인님한테 비판을 받아야 할 정도입니다. 당비서동지가 제기했을 때에야 겨우 생각했으니까요. 자, 새집에 가서 오래오래 사십시오.》하며 입사증을 쥐여주었다.

학선은 그러는 지배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저 지금의 마음은 사방에 돌아가면서 허리가 부러지도록 절을 하고싶은 심정이였다.

밖으로 나오니 눈부신 해빛이 온몸을 감쌌다. 그는 한동안 그자리에 서있었다. 가슴이 무둑해와서 도무지 진정하기 힘들었다.

강가에까지 우정 찾아와서 만나주던 당비서가 그때 벌써 자기의 살림집생각을 할줄은 몰랐다.

차학선은 한참후에야 새로 꾸린 새집으로 찾아갔다.

마당에 있던 가공직장 녀인들이 우르르 둘러쌌다.

《차아바이가 오신다!》

《이제야 오시는구만요.》

녀인들이 깔깔거리며 떠들었다.

《어서 보세요. 마음에 드십니까?》

이렇게 물으며 다가오는 녀인은 조현숙이였다. 조현숙은 얼마전에 가공직장장으로 임명되였는데 그는 자기의 첫 사업을 바로 직장이 맡은 살림집꾸리기로부터 시작했다.

학선은 조현숙의 손에 끌려 아무 말도 못하고 집안팎을 돌았다. 입만 열면 녀인들앞에서 눈물을 쏟을것같아 그저 벙벙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집도 잘 지었고 자기 집처럼 알뜰하게 꾸렸다는게 첫눈에도 알렸다.

차학선은 갈대로 촘촘하게 엮은 터밭울바자며 부엌에 붙인 타일들을 쓸어만졌다. 생활하면서 하나라도 불편한 점이 있을세라 바깥창고며 돼지우리까지 지어놓은걸보니 목이 꽉 메여왔다.

《차아바이, 이것들은 다 비서동지의 지시로 후에 완성했어요. 이렇게 당반도 매주고 또 돼지우리는 곁에 붙여지으라고요.》

조현숙이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아! 가슴을 부여잡은 학선은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비좁은 살림방을 보며 아무 말이 없었던 그때 당비서의 가슴속엔 바로 이런 생각이 가득차있었구나. 아직도 일을 더 할수 있다고 믿어주는 이 믿음을 과연 어떻게 다 받아안는단 말인가.

학선은 그렇게 집안이며 뒤뜰안까지 다 돌아보고난 뒤 가공직장 녀인들과 헤여졌다.

차학선은 그들이 떠나간 후 슬며시 담장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옆집엔 누가 이사를 왔는지 연기를 물물 피워올리고있었다.

요즘 학선은 시내에서 이사왔다는 어느 집 소식을 들은터였다. 강가에 나가면 의례히 동네의 조무래기들속에 묻힐 때가 많은데 그 애들의 소식통이 꽤 빨랐다. 시내에서 웬 사람이 왔을가 하고 물어봤더니 아이들이 경쟁적으로 주어섬겼다.

떨어졌다는둥, 큰 간부였다는둥, 자기 엄마가 새끼오리를 가져다주니 어떻게 기르는가고 세세히 물었다는둥.

그런가부다 하고 고개를 끄덕거리던 학선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난 우리 엄마가 명단 쓰는걸 봐서 이름까지 아는걸. 강시연이라나.》

인민반장네 아들이 장한듯이 아이들을 내려다보았다.

《뭐라구?!》 학선은 하마트면 손에 들었던 그물을 떨어뜨릴번했다.

그 사람이였다. 자기의 인생에 모진 칼을 박은 사람, 그가 여기 오리공장에 내려오다니?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그러나 더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그를 만나는건 반갑지 않은 일이였다.

이윽해서 학선은 집마당으로 되돌아섰다.

정갈한 새집이 눈안에 한가득 안겨들었다.

생각할수록 가슴이 뻐근해서 집주위를 돌기만 하는데 천호가 헐떡거리며 달려왔다.

《아버지, 정말입니까, 우리가 집을 받았다는것이?…》

《이게 우리 집이다. 여기서 연구사업을 마저 하라고 이렇게…》

학선은 실험실로 쓰라고 만든 덧집을 가리켰다.

《아버지!》

천호도 말을 더 못하고 집안에 들어가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이렇게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을 겪고나니 그전날 일이 생각나는구나.》

차학선은 그러며 한동안 아득한 창공을 바라보았다. 창공을 날아예는 비행기안에 앉아있는듯 사뭇 가슴이 설레였다.

그들은 토방에 나란히 앉았다.

《오래전 일이다. 어느날 어버이수령님의 사업을 보좌하는 일군이 공장에 나왔다. 어제 저녁에 수령님께서 협의회를 여시였는데 평양시민들의 생활을 한계단 높일 방도를 의논하시다가 경공업공장들과 축산가금목장들에 일군들을 파견하시였다면서 생각되는게 있으면 다 말하라고 하는게 아니겠니.

그때 난 얼마전에 보았던 오리고기에 대해서 말해주었구나. 그 오리란 어느한 나라에 갔던 우리 나라 일군이 가져온 40일령짜리였는데 훈제품이 2kg이 넘었다. 우리 나라 오리로 훈제품을 만들면 고작 1kg정도였지. 바로 그 나라에는 영국에서 육종한 체리-벨리종 오리분회사가 있는데 이 품종오리가 그렇게 육성률이 좋다는거다. 우리 나라의 알을 잘 낳는 특성까지 배합하면 그야말로 알도 잘 낳고 빨리 자라는 오리를 육성할수 있지 않겠니.

나의 말을 들은 그 일군은 그날로 어버이수령님께 보고드렸단다. 그후 영국종을 빨리 들여올데 대한 어버이수령님의 교시를 받들고 대표단이 무어져서 떠나게 되였단다.》

차학선은 새 품종오리를 들여오기 위하여 열성적으로 뛰여다니던 그 나날이 감회깊게 추억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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