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5 회)
제 2 장
원인없는 우연이란 있을수 없다
7
(1)
지배인 박순배는 자기 방에서 일어날줄 몰랐다.
현장에 있던 그는 당비서의 독촉을 받고서 급히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시당에 갔었다.
뜻밖에도 시당책임일군이 소회의실에 록화물방영준비를 해놓고 공장에서 온 사람들을 기다리고있었다.
록화물은 공장의 현대화에서 절실히 필요한 오리먹이가공에서의 세계적추세를 묶은것이였다. 오늘 본 록화물은 바로 공장의 현대화에서 제일 중심으로 내세우고있는 먹이생산의 현대화에서 기본인 각종 미생물균을 생산하는 문제와 체계, 공정들을 도면상이거나 실제상의 장면으로 보여주고있었다.
박순배의 충격은 말할수없이 컸다.
박순배는 평안남도의 벌방지대에서 태여났다. 형제가 많은 집안의 유복자로 태여났던 그때는 3년간의 전쟁을 겪고난 뒤여서 온 나라는 어디나 복구건설로 들끓었다. 모든것이 파괴되고 집을 잃은 사람들은 한지에 나앉았다. 나라가 겪는 고생은 그대로 매 가정에 영향을 미치였다. 순배의 집이라고 다를바 없었다. 더우기 순배네는 홀어머니의 치마자락에 네자식이 오롱조롱 매달려있었다.
종축장을 책임지고 후퇴했던 아버지는 재진격이 시작되자 전선으로 나갔다. 아버지는 준엄한 그날에 다진 맹세대로 전선에서 용감히 싸웠으나 자기가 사랑하던 종축장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순배의 집에서는 네자식이 별일없이 학교를 다니였고 두 아들은 대학을 졸업했다. 전쟁을 겪은 나라의 형편은 어려웠지만 전사자가족들에 대한 국가의 혜택이 각별했던것이다.
그의 집에는 종축장에서처럼 많은 짐승이 자라고있었다. 집짐승에 대한 연구와 관리를 종축장에서 하는것으로만 그치지 않았던 아버지의 열성때문이였다. 아버지가 전사한 후에도 어머니는 닭기르기를 더 극성스럽게 해나갔다. 남달리 머리가 명석한 순배가 공과가 아니라 축산학을 자기의 전공으로 택한것은 아마 집안의 이 전통을 물려받았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박순배는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공장에 온 날부터 단백먹이해결에 목표를 걸고 연구사업을 진행하여왔다.
하루종일 구석진 곳의 단백먹이서식장에 있은 박순배의 몸에서는 연구사업을 끝내고 아무리 향내나는 비누로 온몸을 닥달해도 몸에 배인 역한 냄새를 빼지 못했다.
그때 박순배는 한창나이의 총각시절이라 처녀와 맞선보고 사귀게 되는 일이 있군 했는데 어째서인지 그들의 혼사문제는 끊어지군 했다. 주위의
사람들은 그 원인을 바로 순배의 직종에서 찾았다. 하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순배 당사자만은 누가 뭐라고 하든 서식장에서의
연구사업을 계속했다. 그래서 제딴에는 자기가 할만큼 했다는 자부심으로 떳떳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오늘
공장의 현대화에 도입하기 위한 설계를 작성하기 시작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기사장이 록화물을 못본 기술자들을 데리고 시당에 갔다는 생각이 들자 지체하지 않고 당비서에게 전화를 했다.
이 시각 현장을 돌던 신형일은 지배인의 전화를 받았다.
《록화물을 보고 배치도를 그려본다구요? 좋은 일입니다. 나도 지금 록화물을 보고난 충격을 누구와 나누어볼 생각을 하던중입니다. 우리 좀더 연구하고 론의해봅시다. …현장을 돌아본 다음 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신형일은 계속 공장구내를 돌았다.
지금은 밤이지만 공장은 조용하지 않았다. 쉴새없이 차들이 다니느라 분주했고 지원단위들은 밤작업을 해서라도 자기 맡은 건물을 완성하느라 돌아갔다.
구내를 벗어나니 식당을 꾸리는 작업장이 제일먼저 눈에 띄였다. 지금 거기서는 종업원식당을 마감단계에서 꾸리고있었다.
오리공장은 손님들이 많아서 손님칸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론의가 있었지만 신형일은 먼저 종업원들의 식당부터 번듯하게 꾸릴 계획을 하고 완강하게 내밀었다. 지배인도 찬성이였다. 무엇보다 종업원들이 제일 좋아했다. 어떤 사람은 오고가는 길이 아니라도 우정 들려 기웃거리군 했다.
천여명이 넘는 종업원을 가진 공장에서 식당이 초라하면 절대로 안될 일이였다. 종업원들 다음에 손님칸이다.
넓은 식당에는 하얀 타일붙이기를 끝내고 주방과 린접되여있는 곳에 큰 문짝을 설치하고있었다. 주방안에 있던 식당책임자가 어느새 달려나왔다. 문을 꽉 채우게 몸이 뚱뚱했지만 상상외로 동작이 빠른 녀자였다. 그가 당장 가마가 부족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어디서나 한창 건설을 하지만 여전히 식사는 보장해야 하는 조건에서 가마가 부족한것은 사실이였다.
신형일은 어서 부지배인에게 가보라고 하고는 호동으로 들어가는 구내길에 들어섰다. 종금직장에 가면 이번 록화물을 본 기술자들을 만날수 있었고 또 겸사해서 알생산비률이 어떤지 알수 있었다.
주런이 늘어선 호동은 불빛이 환했고 열려진 문으로 분주히 오가는 관리공들의 모습이 언뜻거렸다.
신형일은 문이 열려있는 호동안으로 들어섰다. 관리공이 한창 그릇들에 방금전에 낳기 시작한 알을 모으고있었다.
야생으로부터 인간생활에 빨리 순종된 닭과 달리 오리는 깊은 밤이거나 새벽녘에 알을 낳았다. 공장에서는 이런 오리들의 생태조건에 맞추어 낮근무와 꼭같이 밤근무를 서고있었다.
신형일은 조심히 호동안을 둘러보았다. 호동안에는 비릿하면서도 누룩 뜨는것같은 오리냄새가 꽉 차있었다. 겁이 많고 놀래기 잘하는 오리들은 자기를 관리하는 성원들이 바뀌여지는것은 물론 옷색갈에까지 매우 예민했다.
오늘 근무는 마침 김남순이였다.
그가 알을 모으던 바께쯔를 든채 다가왔다.
《내가 와서 오리들이 놀라 알낳이가 중지되지 않겠소?》
신형일은 조심스레 남순에게 물었다. 오늘도 현장경험을 익히고싶지만 한창 알낳이하는 시간이므로 그의 강의를 받을수 없었다.
《여기 한켠에서 보기만 하십시오.》
남순은 낮으나 빠른 말씨로 말하고는 돌아섰다. 이젠 나이가 지긋했지만 애어린 처녀시절부터 관리공을 한 그는 제일 급수가 높았다.
신형일은 년한이 급수라는 말을 이 김남순을 보면서 생각하군 했다.
년한이 오래면 급수도 자연히 올라가기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정비례되는건 아니다. 아무리 년한이 오래다고 해도 자기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언제나 자기 일에 대해 연구를 하고 학습을 하지 않으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김남순은 년한도 오래지만 학습도 착실히 하고 이렇게 현장에서의 경험도 쌓는 우수한 호동장의 한사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