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0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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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김책제철련합기업소를 찾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곧바로 고온공기연소기술이 도입된 열간압연직장으로 향하시였다. 대기하고있던 중앙과 도의 관계부문 일군들, 기업소의 책임일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신 그이께서는 누구를 찾으시는듯 둘러보시다가 주영호에게 시선을 멈추시였다.

《새 기술도입에 참가한 동무들은 왜 보이지 않소?》

《련합기업소에서 시험생산이 끝난 즉시 단기휴양을 조직하고 그 동무들을 휴양소에 보냈습니다. 그 휴양소는 도에서 제일 좋은 휴양소입니다.》

《잘했소. 그 동무들에게는 응당 특별휴식을 줘야 하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며 기업소 일군들을 칭찬해주시였다.

《한데 어쩐다? 난 그들을 만나보고싶은데.》

《련락을 띄우겠습니다. 휴양소가 멀지 않은 곳에 있기때문에 인차 만나보실수 있습니다.》

《그래주오.》

기업소의 책임일군이 한발 앞서 걸으며 그이를 천정이 닿게 퉁구리강재를 쌓은 제품창고로 안내해드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해빛에 검퍼렇게 혹은 황적색갈로 보이는 퉁구리강재들을 보시자 대번에 만족해나시여 한참이나 서서 구경하시였다. 이윽고 어느한 퉁구리강재의 면을 만져보시였는데 어찌나 쓸고쓸어보시였는지 이슬같이 내돋았던 물기들이 다 말라버려 윤기가 돌 정도였다.

(이게 정녕 우리의 힘과 지혜로 밀어낸 강판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중유를 결정적으로 밀어냈단 말이지.)

이름할수 없는 격정이 끓어 심중을 주체할수 없으시였다.

제품창고를 나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현장을 가로질러간 경사다리우에 오르시였다. 가열로가 서있는 저앞까지 누워있는 롤강그며 쇠껍질제거기, 압연기들에서 확연하게 뿜기고있는 후끈후끈한 열감, 청신한 아침대기속에 짙게 배여있는 약간 비릿하면서도 씁쓸한 강편 익은 냄새, 비록 생산동음은 멎었으나 성공의 기쁨으로 들끓었을 그날의 광경을 얼마든지 상상해보실수 있는 현장의 숨결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경사다리의 쇠란간에 얹으시였던 손을 떼시였다.

《공정을 돌리자문 시간이 퍽 걸려야 하겠지?》

그이의 곁에 서있던 주영호가 물으심의 뜻을 알아차리고 말씀을 올리였다.

《한주기분의 강편이 생산되기를 기다렸다가 압연하자면 시일이 좀 걸립니다.》

《그럴거요. 용광로에서부터 선철생산이 시작되여 그 결과물이 여기까지 오자면 시일이 걸리겠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리해는 되시였지만 아쉬움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내 다른게 아니고 생산공정이 돌아가는걸 눈으로 보고싶어 그러오.》

장군님, 장군님께 올릴 강재시편과 함께 록화편집물을 하나 만든것이 있기때문에 시험생산과정은 보실수 있습니다.》

《그래? 어떻게 시험생산하는걸 다 찍어두었소?》

《시험생산과정을 찍은건 김책공업종합대학 박사원생동무들입니다. 장군님께서 보게 되실 이 록화자료는 그 동무들이 찍어둔것에 기초해서 다시 편집한것입니다.》

《이제 봤으면 좋겠는데.》

기업소의 책임일군이 록화물을 보실수 있는 어느한 방에 모시려고 안내해드리려 하였다.

그이께서는 그 일군을 제지하시면서 갓 회칠을 하여 산뜻해보이는 조종실을 가리키시였다.

《뭐, 거기까지 갈거 있소. 저 3호가열로조종실에 콤퓨터가 있지?》

미장을 갓 하다나니 내벽이 마르지 않아 조종실에는 습기가 많다고 말씀올리는 책임일군이였다.

《그럼 콤퓨터를 밖에 내오면 될거 아닌가. 현장속에 몸을 잠그고 록화물을 보는것도 괜찮소.》

기업소의 일군들이며 수행성원들이 바삐 오가며 조종실가까이에 의자들을 가져다놓고 콤퓨터를 설치하였다.

《덤비지 마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록화자료를 돌리려고 하는 주영호에게 권고하시였다.

《동무얘기를 들어야 록화자료를 리해할거 아니겠소. 먼저 그걸 들읍시다. 자, 동무들, 다들 앉으시오. 우리 고온공기연소기술을 공업화하는데 성공한 주영호동무네들의 이야기를 듣고 록화자료를 봅시다.》

시간이 많이도 지나갔다. 주영호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그는 정철의 일을 겪고나서 모두가 자기 한몸을 내대고 강편가열시험에 참가한 김형규며 신정을 비롯한 이곳 기술집단의 소행까지 상세히 말씀드렸다.

《용소, 용아. 다 애국자들이요.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동무들이요.》

이야기를 다 듣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존안에 시종 환한 웃음을 떠올리시며 높이 평가해주시였다.

《어서 록화물을 봅시다. 주동무의 이야기까지 듣고나니 우리 주인공들이 더 보고싶어 조바심이 막 나오.》

몇분이 지나서 대형현시판에 화면이 나타나자 현장에는 삽시에 가열로동음이 울려퍼지였다. 먼저 육중한 가열로가 나타났고 그 주위에 무선전화기를 든 김형규며 그옆에 서있는 채호명, 신정이들이 보이였다.

김정일동지께 주영호가 그들이 누구라는것을 이름과 직장직위까지 밝히며 알려드리였다. 그이께서는 수긍하시며 화면을 주시하시였다.

강괴관리장에서 넘어온 두터운 강편이 대차에 실려 롤강그를 타고 장입선에 들어선다. 평괴는 PLC체계의 순차조종에 의하여 가열로에 정확히 장입된다.

육중한 몸을 덜덜 떨며 용을 쓰기 시작하는 가열로. 긴장으로 굳어질대로 굳어져있는 김형규네들의 얼굴들.

《큰일났소. 불길이 왜 안 보이나?》

발을 옮겨디디며 감시구를 통하여 로안을 들여다보던 호명이 불안에 차서 소리친다. 다가가는 김형규네들.

《봤지? 불길대신 로안엔 무슨 안개발같은 연기만 차있소.》

그 순간 감시구에 새파란 불길들이 쭉 내뻗치며 나타난다. 감시구를 들여다보던 형규며 채호명은 놀라 웃몸을 뒤로 젖힌다. 호명은 김형규를 돌아보다가 여전히 굳어져있는 그의 얼굴기색을 띠여보더니 한가득 그리였던 만족한 미소를 거둔다. 불길이 나타났다 해도 가열된 강편이 어떤 모양으로 나오는가 그리고 제 모양을 가지고 나왔다 해도 기술지표에 도달하였는가에 따라 모든것이 결정되기때문이였다.

잠시후 강편이 인출되여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을 지켜보는 형규네들의 경악한 기색, 어찌된셈인지 평괴가 커다랗게 이지러진 지짐짝모양을 하고있었던것이다.

《보십시오, 채아바이. 애초에 내가 주장했던 온도대로 하여야 했습니다.》

《글쎄 나야 로파심에서 욕심을 부렸댔지.》

《온도를 낮추고 다시 해봅시다.》

두번째로 인출된것은 정상이였다. 강편은 마치 뱀처럼 앞끝을 세우고 롤강그를 타고 기세좋게 실려간다. 그것을 지켜보던 김형규가 갑자기 강편을 따라 달려가는것이였다. 채호명이며 신정이들도 뒤따른다.

《왜들 저러오?》

김정일동지께서는 의문을 표시하시며 주영호에게 시선을 주시였다.

《압연된 강판을 필요한만큼 잘라내여 기술지표에 도달했는가를 분석합니다. 저 동무들이 달려가는것은 속을 조이며 분석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시원히 자기들의 눈으로 확인해보고싶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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