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 회)

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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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는 사판쪽으로 돌아서시였다.

《한데 지배인, 이 용광로에서 페열이 많이 나오겠지?》

《예.》

《그건 대체 어디에 쓰나.》

《2차송풍과 제진공정에 쓰고는 그냥 버립니다.》

《버린다?!》

《그건 5평방용광로때부터 그랬습니다. 원본설계자체가 그렇게 되여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선철생산과정에 나오는 페열의 총량을 물으시였다. 중건의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불만을 내비치시였다.

《아까와. 아깝단 말이야.》

지시봉을 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로우에 설치된 페열보이라를 짚으시였다.

《여기에 보이라드람같은걸 하나 만들어놓으면 어떨가? 페열을 리용해서 전기를 생산할수 있게 말이요.》

한순간 얼떠름해있던 김중건이 그제야 말씀의 의도를 깨닫는것이였다.

《한번 따져보오. 내 생각같아서는 잘만 하면 어지간한 전기를 공짜로 얻게 될것같소.》

한동안 사판을 주시하면서 입을 우물거리며 셈을 해보던 김중건이 인차 활기찬 목소리로 말씀올리였다.

장군님, 처음이 돼서 일목료연하게 리해가 오지 않지만 금시 떠오르는것은 있습니다. 말씀대로 보이라드람을 설치하고 벽수관을 보이라에 련결하여 물을 가열시키고 그담엔 2단과열기와 3단절탄기를 설치하면 될것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김중건의 꽤 오랜 설명을 다 들어주시고나서 뒤를 련결하시였다.

《그렇게 되면 대략 전기가 어느만큼 나올수 있다고 보오.》

중건의 대답을 들으신 그이께서는 대단히 만족해하시였다.

《음, 용광로 한기에서 그만한 량이면 대단하오. 중건지배인, 이건 내 의견인데 주체철이 성공하고 그 전기가 나오면 송림시에 돌리오. 주체철때문에 온갖 고생을 다해온 송림사람들이 그 덕을 입는게 옳지.》

장군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어 김정일동지께서는 산소열법시험에 참가하고있는 기술집단의 구성이며 기술자들의 생활형편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시였다. 김중건이 취한 대책을 긍정해주고나신 그이께서는 말씀하시였다.

《내 여담 하나 하겠소. 근대화학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프랑스의 라부아지에라고 동무도 알고있을거요.》

《예. 산소를 발견한 과학자입니다.》

《맞소. 질량보존의 법칙을 정립한 사람이기도 하고. 이 사람이 프랑스에서 부르죠아혁명이 일어났을 때 혁명법정에 나서게 되였소. 부르봉왕조의 세금징수를 도와주는 징세조합의 간부로 일했다는것이 죄명이요. 유명한 과학자가 불우한 운명에 처했다는것을 알게 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를 구원하려고 탄원서를 제출하였지만 딴 도리가 없었다오. 그만큼 징세조합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컸거던.

재판장은 공화국에는 과학자가 필요없다.고 선언하며 사형판결을 내렸고 그에 따라 라부아지에는 처형되였소. 후에 한 수학자가 라부아지에의 죽음을 두고 그들이 그의 머리를 자르는데는 순간이면 충분했다. 그러나 력사가 그와 같은 인재를 다시 길러내려면 100년은 더 걸릴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오. 참으로 많은것을 시사하는 일화요. 정치와 과학, 당대사회상에 대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으시였다가 드셨던 장갑을 다른편 손에 옮기시였다.

《그러나 그 수학자의 말에는 공감되는 점이 없지 않소, 사실말이지 인재 하나 키우기가 얼마나 품이 많이 드오. 그런데 어떤 단위들에서는 …》

김정일동지께서는 수첩에 부지런히 적는 김중건이며 일군들을 제지시키시였다.

《적지들 마오. 이건 동무들이 다 아는것이요. 그저 내 이런 문제에서 더러 안타까운 일에 접하면 들군 하는 심정을 터놓는것이니까.》

그이께서는 계속하시였다. 때로 김정일동지의 음성은 의분에 젖기도 하시였다.

《내 다녀보면 어떤 단위들에서는 일부 행정일군들이 이것도 정책이고 저것도 정책이기때문에 누구를 막론하고 집행할 의무밖에 없다면서 과학자, 기술자들을 자기 사업에서 떼내여 다른 사람들도 얼마든지 할수 있는 불필요한 작업에 동원시키는것을 례상사로 여기더군.

유감스러운건 일부 당일군들속에 이런 페단을 못본척하거나 외면하는것이요. 그런 문제에 간섭하는것은 당일군의 본도가 아니라는거겠지. 이런 일군들은 과학자, 기술자들속에 들어가라면 지식인들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손발을 적시지 않을거요.

지식인들만큼 소박하고 정결하며 단순한 사람들이 어디 있소. 능력이 없는 무식하고 보신적인 일군들은 절대로 이걸 알수가 없소.

나라에서 억만금에 비할수 없는 품을 들여 키운 인재들을 천시하고 이들을 수령님과 당의 뜻대로 일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런 인간들이야말로 우리 혁명의 제동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인재들을 아껴야 돼, 지배인.》

김정일동지께서는 곡진하게 당부하시였다.

《집을 주고 식량을 공급해준것도 좋지만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가야 돼. 그들이 과학기술연구사업에서 애로되는것은 무엇인가, 생활에서 남모르게 아파하는 문제가 무엇인가를 알고 풀어줘야 돼. 인재를 중히 여기고 내세워주면 그 집단이 흥하고 그래야 나라일이 잘되오.》

중건의 결의를 들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뜨겁게 잡아주시였다.

《아까두 말했지만 절대루 덤비면 안되오. 하나하나 알심있게 다지며 전진하라구. 무슨 애로가 있으면 어느때든 내게 전화를 하고. 암만 바빠도 산소열법에 관한 지배인의 전화는 내 꼭 받겠소. 우리 서로 자주 련계를 가지자구.》

김중건이며 관계부문 일군들을 떠나보내신 그이께서는 렬차에 오르시였다. 비록 실패한 소식을 듣긴 했지만 김중건의 얼굴에 뚜렷이 어려있는 신심과 배짱이 그이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있었다. 아무 일에서나 그것을 책임지고 해나가는 일군들의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한것이다. 일군들이 제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떤 역경속에서도 배심있게 틀고앉아 모든 일을 당의 뜻대로 밀고나가면 꼭 성과가 이루어지기마련이다.

그이께서 집무실에 들어서시자 기다린듯 전화기의 신호음이 울리였다. 내각총리에게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으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그 내용이 하도 놀랍고 믿어지지 않아 재차 되물으시였다.

《고온공기연소기술의 공업화가? 정말 그게 성공했다는거요?》

《그렇습니다, 장군님. 시험생산을 해보았는데 압연강재가 아무 탈없이 시원하게 쏟아져나왔습니다.》

《주영호동문 지금 어디 있소?》

《현지에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장군님께 보여드릴 압연강재시편을 가지고 평양으로 올라오도록 지시를 주었습니다. 지금쯤은 떠날 준비를 하고있을것입니다.》

《그래? 음- 드디여 성공했단 말이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없이 송수화기를 들고계시였다. 너무도 불시에 닥쳐온 희소식이여서 도저히 마음을 진정할수 없으시였다.

한참후에야 김정일동지께서는 대화를 이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급하신 심정을 누르시느라 우정 천천히 말씀하시였다.

《총리동무, 한데 난 왜 그런지 이 좋은 특대소식을 듣고만싶지 않구만. 주영호동무에게 빨리 알려주시오, 내 그리로, 김철로 가겠으니 떠나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이요. 난 새 기술로 밀어낸 압연강재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싶소. 우리의 훌륭한 영웅들을 한시바삐 만나보고싶은 심정을 금할수가 없단 말이요.》

《알았습니다.》

(그러니까 끝내 해냈단 말이지. 무산이 한걸음 짚으니 김철이 또 한걸음 내짚고… 이렇게 계속 끝장을 볼 때까지 주체화를 위한 길을 축내야지.)

송수화기를 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존안에 환한 웃음을 떠올리시였다.

수행일군을 불러 김철의 희소식을 들려주신 그이께서는 행선지를 바꾸도록 지시하시였다.

김정일동지를 모신 야전렬차는 곧 북방의 대야금기지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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