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3 회)
제 2 장
원인없는 우연이란 있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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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일 급한건 오리사였다. 비가 오기 전에 빨리 호동건설을 완성해서 오리들을 다 들여놔야 했다. 지배인이 전적으로 이 사업에 붙었지만 아무래도 일을 제끼는 다른 사람을 더 붙여야 할것같았다.
아마도 시당책임비서의 조언을 생각지 않았더라면 또다시 자기가 맡아안고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이제 두번다시 당비서가 독판치기를 한다는 말을 들어서는 안되는데도 있지만 조직사업에서나 공장경영에서 행정일군들의 능력을 한껏 키워주어야 했다. 속으로 무엇부터 선행시켜야 하겠는가고 타산하면서 걷는데 한패의 녀인들이 지나가다가 주춤했다. 한 녀인이 《어마나!》하고 외마디비명을 올렸다. 자세히 보니 첫날 공장으로 올 때 만났던 통일거리의 녀인이였다.
《아, 알만하구만. 이름이 향옥이라고 했던가요.》
비명을 올리던 녀인이 얼른 입을 싸쥐며 돌아섰다. 옆에 있던 녀인이 주밋거리며 《저 비서동지, 그 향옥이란 이 동무 딸애의 이름입니다.》하고 얼굴을 붉혔다.
《허…》 신형일은 어이가 없었다.
젊은 녀인들사이에는 아이들의 이름으로 통하는 제나름의 부름이 있는 모양이였다.
《그랬댔구만, 그래 정식 이름을 압시다.》
그의 이름을 알고난 신형일은 《한공장에 있으면서도 우린 오늘에야 만났구만.》 하고 우선우선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비서동지, 그땐 정말… 미안합니다. 》
녀인들이 빨갛게 된 얼굴을 숙였다.
《아, 됐소. 그래, 지금은 결정했소?》
신형일은 넌지시 그들을 바라보았다.
당비서의 말을 알아들은 녀인들은 고개를 숙인채 말이 없었다. 길가에서 만났을 때 녀인들은 처음 만난 그에게 정 힘들면 그만두면 된다고 꺼리낌없이 털어놓았던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입을 열지도 못했다.
길가에서 처음 만나서 스스럼없이 웃고떠들던 그들같지 않게 고개를 떨구고있었다. 할수없이 신형일은 화제를 돌렸다.
《그래 동무들은 지금 어디로 가오?》
《우리가 맡은 살림집으로 갑니다.》
그제야 고개를 들고 겨우 대답했다.
《오늘 인원이 더 보충되였습니다.》
신형일의 눈길은 버릇처럼 녀인들의 팔에 시선을 돌리였다. 걷어올린 팔소매밑으로 팔목이 드러나있었다. 한 녀인의 샤쯔팔소매가 껑충 올라간게 신형일의 가슴을 찔렀다.
《건설일이 힘들지 않소?》
《호동관리보다 더 좋습니다.》
발갛게 얼굴이 달아오른 녀인들이 이번에는 입을 모아 대답했다.
《왜, 먹이운반이 힘들어서?》
《어마나!》
세 녀인이 찔끔해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도 그전날 같지 않게 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서 가보오.》
녀인들은 그 자리를 피하듯 떠났다.
그들을 보니 《웃는 대틀》이라는 말이 다시 생각났다. 저 녀인들은 웃는다는데 의미를 부여하며 저마끔 우겼댔지. 그러니 기사장의 인상이
좋다는건데… 기사장에 대한 생각을 안은채 신형일은 살림집건설장들을 차례차례 돌아보았다. 모두 미장작업에서 열을 내고있었다. 살림집건설에서 이렇게
불이 붙으면 며칠이면 끝낼수 있다는
신형일은 살림집건설료해는 이만하고 빨리 태인이를 만날 생각으로 구내로 들어섰다. 그가 벌써 먹이공급의 기계화제작에 들어갔다니 어서 보고싶었다.
태인이가 있을 비육직장의 40호동으로 가던 신형일은 어마지두 놀라 그 자리에 멈춰섰다.
누구인지 두사람이 호동옆에 있는 먹이저장탕크우에 올라가서 안깐힘을 쓰고있었다. 자세히 보니 천호와 태인이가 탕크와 벽체사이로 뚫린 구멍으로 쇠관을 들이미는 역사질을 하고있는것이였다.
먹이공급의 기계화를 하는데 그 일이 왜 필요한지 알수 없었다.
《아니, 무슨 일을 하는거요?》
석태인이가 날래게 사다리에서 껑충 뛰여내려와 빠른 말씨로 설명했다.
《비서동지, 먹이운반기완성에 착수했는데 이왕이면 하나로 련결시켜 이 모든걸 다 콤퓨터로 조종하자고 합니다.》
《콤퓨터?》
신형일은 눈앞이 환해지는것같았다.
《먹이운반뿐 아니라 여기 먹이탕크에 배합먹이넣기, 혼합, 운반을 다 자동화하자고 합니다. 그걸 하나로 련결시켜 콤퓨터로 조종하면 먹이공급까지 다 할수 있습니다. 그러면 로력도 절약할수 있고 호동관리를 알깨우기실처럼 자동화, 콤퓨터화할수 있습니다.》
태인이 호동안으로 뛰여들어가 종이 한장을 가지고 뛰쳐나왔다. 어찌나 동작이 빠른지 눈앞에서 팽이가 팽그르르 돌아가는것같았다.
《이것 보십시오.》 숨돌릴 사이도 없이 그가 도면을 펼쳤다.
호동안에 설치된 기계화, 자동화의 평면도였다. 자동화된 호동이 석연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호동밖에는 배합먹이저장탕크가 설치되여있는데 수평스크류를 타고 들어온 먹이는 혼합기로 흘러와 절단기에서 분쇄된 먹이풀과 혼합되여 운반되게 된다. 그것을 먹이공급대차에 운반시키기 위해서 경사스크류를 설치한다는것이다.
그렇게 되면 먹이공급대차는 수평스크류를 따라 먹이구유에 먹이를 떨구며 굴러간다.
기계전문가인 신형일은 이 평면도를 어렵지 않게 파악했다.
《선생이 아주 좋은 착상을 했소. 난 극상해야 기계화만 생각했지 이런 멋있는 착상은 못했구만. 아주 좋습니다.》
《저에게 이런 착상을 틔워준건 비서동지가 아닙니까. 그리고 이 천호동무가 저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사실 힘든 먹이운반을 매일, 매시각 체험하는건 이 천호동무란 말입니다. 역시 현장체험이 중요합니다.》
그 말에 이제껏 뒤전에 서있던 차천호가 뒤로 물러서며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칼을 어색하게 쓸어만졌다. 차로인의 영향을 받아 공장의 현대화의 앞장에서 전진하는 착실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며 가슴이 흐뭇했다. 농업부문열성자회의참가인원선발때 자기가 이 천호의 이름을 짚었던것이 참 잘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청년은 꼭 그 값을 할것이다. 이들과 더 구체적인 토의를 하고 기사장이 직접 맡아서 추진시킬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손전화기신호소리가 났다. 받고보니 빨리 시당에 오라는 전화였다. 오되 지배인을 비롯한 현대화에서 중심이 되는 성원들을 데리고 같이 오라고 했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것만은 명백했다.
《동무들, 급히 갈 일이 제기됐소. 동무들도 갈 준비를 하시오. 나와 같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