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회)

제 2 장

원인없는 우연이란 있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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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철이 완연해진 요즘 사택마을에서는 터밭정리가 한창이다.

현대화를 하는 공장인지라 종업원들은 통채로 시간을 내지 못해서 교대시간이거나 짬시간을 리용해서 터밭에 달라붙었다.

이 고장은 땅이 아주 좋았다. 모래메흙땅인데다 오리질거름으로 절어있는 남새적지였다.

이곳을 찾으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여기는 땅이 좋다고 하시면서 오리도 기르고 남새도 심어 생활수준을 높일 방도까지 일일이 가르쳐주시였었다. 감자와 홍당무가 특별히 잘되고 무우를 비롯한 남새작물맛이 좋아서 이 고장에서는 누구라할것없이 터밭농사에 힘을 들였다.

정문을 나온 신형일은 곧장 사택마을로 향했다. 독판치기라는 말을 들으면서 추진시킨 결과 연구사들 숙소가 해결되였지만 아직 살림집건설은 결속을 짓지 못했다. 오리들을 호동에 다 들여넣기 전에 빨리 살림집건설을 결속해야 했다. 게다가 기상예보에 의하면 보리장마가 크게 질것이라는 바람에 마음이 급해졌다. 공장의 현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도 빨리 살림집을 완공하여 종업원들을 안착시켜야 했다.

오리공장과 사택마을은 자기 특성이 있었다. 사택마을에는 거의나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고 또 나이가 들어 공장에서 나온다 해도 그 자녀들이 공장에 다니는것으로 공장과 사택마을은 의연히 련결되여있었다.

사택마을 여기저기에서 터밭정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동네의 첫머리에 자리잡은 집에서도 늙은 할머니까지 밭에 나와 일손을 거들어주는 모습이 보였다. 종금사의 호동장인 김남순이네 집이였다. 어제 밤근무를 선 남순은 집에 들어서자바람으로 터밭에 달라붙은 모양이였다. 신형일은 호미를 든 남순이의 걷어붙인 팔에 눈길을 주며 그들앞으로 다가갔다. 안해에게서 옷상점이야기를 들은 다음부터 그에게는 만나는 관리공들의 팔에 시선이 먼저 가는 새 버릇이 붙었다.

《어서 오십시오.》

《터밭에 뭘 심을 계획인가요?》

신형일은 남순에게 스스럼없는 인사말을 건네였다. 남편도 아들도 이 공장에서 일하는 남순이네 집은 공장에서 핵심이였다. 하루종일 바삐 돌아가다가도 밤에만은 현장기술터득시간으로 여기는 신형일에게 있어서 남순은 그의 착실한 선생이였다.

오랜 관리공의 경험을 가지고있는데다가 호동장인 남순은 실제로 신형일에게 많은 현장기술을 배워주고있었다.

《감자를 심고 홍당무를 심을 생각입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그틈에 끼여들었다.

《올겨울에 눈이 많이 오지 않았으니 봄철에 비가 많이 올수 있다우.》

신형일은 늙은이의 그 말이 보리장마가 커진다는 말임을 알아들었다.

《참, 이 고장에서는 홍당무우가 잘된다지요?》

신형일은 공장에 와서 알게 된 이 고장 특성을 떠올리며 말을 받았다.

《홍당무우는 이 고장 특산이라우.》

할머니가 자랑하듯 알려주었다. 남순의 친정어머니인 그 할머니도 공장에서 손꼽히는 혁신자였다고 한다. 전선에 나간 남편이 전사했다는 통지서가 왔을 때도,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후퇴시기 로동당원이라고 피살을 당했을 때도 꿋꿋이 일어나 홀몸으로 딸을 키우고 오리를 기르는데서 앞장에 선 늙은이였다.

《홍당무우는 맛도 있지만 영양가도 높지요. 애어린 햇잎을 기름에 달달 볶으면 얼마나 맛있다구요.》

할머니가 웃음을 담고 자상히 설명했다. 나이가 어지간해도 아마 부엌일을 놓지 않는 모양이였다.

《그래요?》

홍당무우가 맛도 좋을뿐 아니라 영양가도 높은 고급남새라는건 알지만 잎을 먹는다는건 처음 듣는 말이다.

《그리고 가을에 수확한 잎은 오리가 잘 먹지요. 그걸 말리웠다가 겨울부터 봄까지 먹이면 오리먹이걱정을 안해도 된답니다.》

《예-》

그전날 관리공으로 소문을 냈다는 할머니에게서는 들을 소리가 많았다.

《이런걸 전 지배인이 잘했다우, 수령님께서 <두단령감>이라고 불러주신 그 지배인 말이요. 그 지배인에 대해선 그때 기사장을 한 차로인이 잘 압니다. 그 사람두 일을 잘했지요.》

《예-》

평범한 할머니한테서 차로인의 말을 들으니 반가왔다.

《지금 자라는 오리들을 그 사람이 우리 고장에 먼저 끌어오고 잘 자라게 하느라 고생을 했지요. 전에는 오리를 잘 몰랐으니까요. 나도 이고장에서 살면서도 아이때는 오리고기를 먹을줄 몰랐다니까요. 아이엄마나 녀자들은 더했지요. 오리발 달린 아이를 낳는다고 소문이 나서 말이우다. 정말 이 고장에 오리가 이렇게 자랄줄이야 누가 알았겠나요. 우리 수령님 아니고서야 누구도 생각을 못할 일이지요.》

신형일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말이지 한걸음을 걸어도, 그 누구 한사람을 만나도 이 땅에 어린 빛나는 령도업적을 듣게 되였다.

《할머니, 그전에 오리먹이를 어떻게 날랐습니까?》

《오리먹이요? 잔등에 지고 날랐지요. 그래서 등이 빨리 굽은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그때 그렇게 지고 뛰여다니면서도 힘든줄을 몰랐습니다.》

할머니는 허리를 땅에 굽히고서도 여전히 웃음띤 얼굴로 설명했다. 어깨뼈가 든든한걸 보니 한창나이땐 정말 등에 먹이마대를 지고도 끄떡없었을것같았다. 하지만 신형일은 할머니의 굽은 잔등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어쨌든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느라면 등이 굽기마련이고 팔에 힘을 가하면 팔의 변형이 오지 않을가.

날은 점점 물쿠기 시작했다. 할머니며 남순의 얼굴로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렸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것같았다. 이제껏 가물었다가 내리는 비는 땅을 흠뻑 적실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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